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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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서프러제트’로 불리는 전투적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으로 100년 만에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싸우는 여성들의 승전보와 같은 이 책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내는 전략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에 유효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이 책은 차별받는 사람들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한다면 선한 권력자의 호의에 기대서는 안 되며, 직접 나서 싸워야 한다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지금도 끊이지 않는 억압과 차별을 상기시키며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왜 종종 과격한 전략을 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에멀린 팽크허스트
저자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는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시민운동가. 1858년 맨체스터의 급진주의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하는 변호사 리처드 팽크허스트를 남편으로 맞아들였으며, 세 딸과 함께 참정권 운동에 투신했다. 여성으로서 공적 능력을 증명해 보이라는 자유당의 요구에 따라 빈민구제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지자체에서 봉직하는 동안 남자들이 만든 세상의 비참함과 불행을 아프게 확인하고, 여성의 정치적 현실을 더욱 절감했다. 1903년에 여성사회정치연맹(WSPU)을 설립해 어느 정당에도 의지하지 않는 독자적인 운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서프러제트’라는 명칭을 얻었다. 팽크허스트가 진두지휘한 서프러제트는 가두시위와 날 선 연설, 유리창 깨기, 방화, 단식 투쟁을 서슴지 않았고 구타, 체포, 투옥, 고문에도 움츠리지 않았다. 1918년 30세 이상의 영국 여성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1928년 팽크허스트 사망 직후, 영국 정부는 투표권을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확대했다.
번역 김진아
역자 김진아는 김진아는 영국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과 마리아 에지워스를 연구했고, 현재 충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 권승혁
역자 권승혁은 대표적 현대 영미시인인 T. S. 엘리엇과 에즈라 파운드를 연구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차
- 서문
1부 전투파의 탄생
1장 ‘남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안됐어’
2장 빈민구호소의 여성과 아이들
3장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4장 서프러제트가 왔다
2부 4년간의 비폭력 투쟁
1장 벌금을 낼 바에야 감옥행을
2장 온 도시가 우리와 함께하다
3장 법을 만드는 사람
4장 정치범으로 대우하라
5장 단식 투쟁과 ‘병원 처치’
6장 자유당도 우리 편이 아니라면
7장 암흑의 금요일
8장 투표권이 없다면 인구조사도 없다
3부 여성 혁명
1장 가장 전통적인 시위 방법
2장 누구의 음모인가?
3장 ‘그렇다면, 제가 선동하겠습니다’
4장 재산권에 맞선 인간의 권리
5장 1913년 4월 2일의 재판
6장 고양이와 쥐
7장 여성에겐 상원도 하원도 없기에
8장 어떻게 사람들을 살해하는 정부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9장 네 가지 해결책
옮긴이 후기
연보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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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크허스트는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열띤 논의를 이끌어냈고, 여성들이 더 이상 발깔개처럼 밟히고도 가만히 있지 않도록,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1918년 여성선거권법은 통과될 수 없었을 것이다.”
-
“내가 런던에 체류할 동안 만난 예순 살 된 팽크허스트는 독신 생활을 하는 원기 있는 좋은 할머니였다. ‘여자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조절하여 은행에 저금을 하라. 이는 여자의 권리를 찾는 제1항목이 된다’라던 그분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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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크허스트의 가장 큰 업적은 여성에게 새로운 힘과 책임감을 불어넣고, 태곳적부터 남성들이 지정해준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도록 이끈 일이다.”
-
“영국 여성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팽크허스트 여사는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미국 여성들도 팽크허스트 여사의 본보기를 따른다면 투표권을 훨씬 빨리 얻을 것입니다. 고통을 감수하며 싸우지 않는 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전투파 서프러제트입니다.”
-
“팽크허스트는 자유, 평등, 박애에 자신의 몸과 영혼을 바쳤고, 승리를 쟁취했다.”
-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 전부를 걸었던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의 실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우리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책 속으로
“현행법은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들이 약자라는 사실을 이용하도록 장려해왔습니다. 많은 여성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여성은 정치권력이 없더라도 남성에게 실질적인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다는 그 영향력을 통해 법률을 바꿔보고자 오랫동안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향력은 아무런 결과도 낳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원으로 가서 우리의 요구를 줄기차게 주장해도, 의원들은 자신들이 여성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단지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만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법률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거기에 시간을 쓰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답변만 듣곤 했습니다.” (173~174쪽)
기마경찰이 여성들을 해산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소집되었다. 그러나 굳게 결심한 여성들은 말발굽도 경찰의 압도적인 폭력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목적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러자 이제 군중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째서 여성들이 얻어맞고 있는지, 그리고 만일 여성들이 법을 어긴 것이라면 어째서 체포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들이 평화롭게 행진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지 물었다. (235쪽)
투쟁이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형태를 띤 이래로, 국내외의 일반 대중은 창문을 깨뜨리거나 우체통에 방화하는 행동이 투표와 어떤 논리적인 관계를 갖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그런 호기심은 그들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인간의 정치적 진보는 언제나 폭력과 재산 파괴 행위와 더불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개 진보는 전쟁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 전쟁은 영광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진보는 종종 폭동에 의해서도 이루어졌는데, 이 폭동은 전쟁보다는 덜 영광스럽다고 여겨졌지만 최소한 효율적이라고는 여겨졌다. (276쪽)
“과거의 어떤 기소에서도 국가의 중대한 재판이 이렇듯 사소한 방식으로 품위를 잃은 경우는 없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이 중대한 국가적인 재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재판을 받는 것은 사실상 여성들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남성들입니다. 바로 정부의 체제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기소장에 제시된 증거들이 과연 무엇에 기인하는지 공정하게 보여주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열린 재판인 것입니다.” (318쪽)
“여러분은 저와 법적으로 동등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인간적 정의의 측면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헌법에 따라―헌법이 제대로 해석된다면―저의 죄를 물을 권리가 없습니다. 만일 제가 여러분께서 갖고 있는 권리를 똑같이 갖고 있다면, 그래서 제가 지킬 법을 만드는 사람을 뽑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제가 납부하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면, 저는 여기 서 있지 않을 것이고 법도 어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380쪽)
출판사 서평
★ 《타임》 지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 미국 CNN 선정 ‘세계 역사를 바꾼 여성 7인’
★ 영국 BBC 선정 ‘100명의 위대한 영국인’ 27위
★ 스코티시위도스 선정 ‘지난 20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위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 전부를 걸었던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의 실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우리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세라 개브런 (영화 〈서프러제트〉 감독)
“우리는 전투 속에서 평화를 꿈꾼다”
인류의 절반을 혁명가로 만든 여성운동의 ‘대모’
천대받던 사람들이 이기는 세상을 만들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서프러제트’(suffragette)로 불리는 전투적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이 100년 만에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여성참정권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냈고, 남성과 동일한 한 표를 갖는 우리 시대 ‘여성’의 모습을 최초로 빚어냈다고 평가받는다. 싸우는 여성들의 승전보와 같은 이 책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내는 전략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에 유효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차별받는 사람들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한다면 선한 권력자의 호의에 기대서는 안 되며, 직접 나서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억압과 차별을 상기시키며,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왜 종종 과격한 전략을 펴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인류의 절반이 자유롭지 못할 때, 진정한 평화란 있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여성이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1910년대까지도 영국 여성들은 정당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투표는 할 수 없는 기이한 신분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노동당이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해 일을 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의원으로 뽑거나 스스로 의원이 될 수는 없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가지려면 법이 바뀌어야 했다. 1872년에 결성된 전국여성참정권협회(National Society for Women’s Suffrage) 등 기존의 운동가들은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참정권법안을 발의해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의원들은 자신이 여성들에게 공감하는 입장이며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할 뿐, 법안을 발의하는 이는 없었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인간이라는 가족의 절반인 여성이 이 세상에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면 진정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18쪽)다는 명분을 가지고,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 여성이 자유를 획득함으로써 인류의 다른 절반을 구하는 것”(343쪽)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오랫동안 아무 진척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팽크허스트는 1903년 여성사회정치연합(Women’s Social Political Union)을 창설해 여성참정권 획득이라는 단 한 가지 목적 아래 “여성 노동자부터 영국 왕족과 인도의 공주에 이르는, 계급과 인종을 망라”(473쪽)한 여성 결집체를 만들었다. 창설 후 첫 4년 동안 이들은 집회와 선전활동을 벌이고, 공청회에 참석해 의회를 압박하고, 위선적인 의원을 겨냥한 낙선운동을 펴며 싸워나갔다.
“여성은 정치권력이 없더라도, 남성에게 실질적인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런 영향력은 아무런 결과도 낳지 않았습니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단지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만 질 뿐 여성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말합니다. (…) 그래도 우리는 이 운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의 명예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성 조상들이 그랬듯이, 이 세상을 지금보다는 여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173~174쪽)
“빈민구호소에서 만난 모든 여성과 아이들이 나를 가르쳤습니다”
국가가 버린 여성과 아이들이 탄생시킨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여성참정권의 중요성을 더욱 확신하고 운동에 더욱 헌신하게 된 배경에는 빈민구제위원으로 일한 경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참정권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자유당은 여성도 공적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라고 요구했고, 그에 따라 많은 여성이 빈민구제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지자체에서 무임금으로 봉직했다. 빈민구제위원회의 유일한 여성 위원으로 일하는 동안 팽크허스트는 남자들이 만든 세상의 비참함과 불행을 여성이 고스란히 떠안는 모습을 아프게 확인했고, 암담한 여성의 정치적 현실을 더욱 절감했다. 주로 남편과 아이를 위해 평생 헌신하다 남편 사후 무일푼이 된 여성들과 하녀로 일하다 강제로 임신하게 된 소녀들이 구호소에 왔다. 구호소에서는 음식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린아이들은 계절에 맞는 옷을 입지 못한 채 장시간 고되게 일하고 있었다. 특히 임신한 소녀들은 해산 직전까지 일을 해야 했으며, 해산 후 2주가 지나면 아기를 데리고 갈 곳도 없이 구호소를 떠나든지 아기와 생이별을 하든지 해야 했다. 아기를 다른 곳에 보낼 경우, 법은 아기 아버지가 20파운드만 그곳에 내면 아기를 맡아 키우는 “아기농부”(53쪽)는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게끔 되어 있었다. 감독받지 않는 곳의 아기들은 쉽게 죽어갔고, ‘아기농부’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법률이 개정되어야 했지만, 투표권이 없는 여성들만이 이런 상황을 문제로 여겼다. 여성들은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빈곤과 폭력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작은 법 조항 하나를 바꾸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팽크허스트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빈민구호소에서 만난 모든 여성이 나를 교육시켰다.”(54쪽)
“유리창을 깨면서 싸울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루어냈습니다”
왜 ‘집 안의 천사들’은 돌을 집어들어야만 했나?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이끄는 여성사회정치연합은 1908년 허버트 헨리 애스퀴스 수상의 자유당 내각이 들어선 후, 운동 전략을 바꿔 전투적 전술을 채택했다. 여성들은 그동안 가능한 모든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여성참정권을 주장했는데도 남성 정치인들에게서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대신 경찰에 체포당해 투옥되는 일이 반복되자 이제 운동을 아예 그만두거나 계속해서 행동하거나 “두 가지 선택 사항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시점이 왔다”(158쪽)고 느꼈다.
여성들이 집회를 열고 경찰에게 진압되는 과정에서 두 여성이 돌을 던져 수상 관저 창문을 깬 것을 기폭제 삼아 여성사회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전투파’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연일 공공기관과 상점 창문이 깨졌고, 편지가 가득한 우체통이 불에 타곤 했다. 팽크허스트는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간의 정치적 진보는 언제나 폭력과 재산 파괴 행위와 더불어서만 가능했기 때문”(276쪽)에 불가피하게 이런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돌을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 왜 여성들이 의회 광장에서 매를 맞고 욕을 먹어야 합니까? 우리는 수년 동안 계속된 모욕과 공격을 인내심을 갖고 견뎠습니다. 우리 여성들의 건강은 손상되었고,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을 다치면서 싸울 때보다 유리창을 깨면서 싸울 때 더 많은 진보를 이뤄냈습니다. 결국, 여성의 삶이나 여성의 건강이나 여성의 몸뚱이가 유리창보다 더 귀중하지 않은가요?”(274~275쪽)
실제로 여성들은 그때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할 효과적인 ‘무기’는커녕, 반격을 막아낼 ‘보호장구’도 갖지 못했다. 맨손으로 정부와 진압경찰에 맞서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단식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고문에 가까운 강제급식을 당해 여성들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사회정치연합 회원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은 여성참정권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아무 제도적 진전이 없자 항의의 표시로 1913년 6월 4일 엡섬 더비 경마장에서 달리는 국왕의 경주마 앞에 뛰어들었고,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 안의 천사’(angel in the house)로 명명된 빅토리아조의 ‘얌전하고 조신하고 순종적인’ 전통적 여성상도 깨졌다.
과격하고 전투적인 여성들의 운동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푸시라이엇’(Pussy Riot),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등에 지부를 둔 ‘페멘’(Femen), 그리고 한국의 ‘메갈리안’(Megalian)까지 성차별주의, 성폭력, 섹스관광, 종교적 폭력, 독재, 호모포비아 등 다양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국경을 넘고, 상의를 벗고, 권력을 모독하며 전투적 저항운동을 펴고 있다. 이런 운동 방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각 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르더라도,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641780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3월 08일 | ||
쪽수 | 480쪽 | ||
크기 |
128 * 188
* 30
mm
/ 57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My Own Story/Emmeline Pankhur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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