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막개: 봄 꿩, 제 울음에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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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최명근(崔明根)은
1936년 경남 의령 출생
1955년 부산대학교 사학과 1학년 때 『현대문학』 10월호에 김동리 추천으로 「후천화일점(後天話一點)」이 게재됨(필명 崔喜星)
1958년 부산대학교 사학과 졸업
1966년 『한국일보』 주최 추리소설 공모에 「흙바람」이 당선되어 「주간한국」에 게재됨(필명 崔正協). 이 작품이 1967년에 이만희 감독의 『흙바람』으로 영화화됨.
1966년부터 『한국일보』 「주간여성」 기자로 발탁되어 필명 최정협으로 근무함
1982년 『경향신문』 주최 2000만원 현상 장편소설 공모에 『정막개 전(傳)』으로 응모하여 최종심에 오른 2편 중 하나였으나, 아깝게 탈락함.
1986년 삼성문화재단 소설 공모에 『자결고(自決考)』가 당선됨(필명 崔明眞)
1996년 미혼인 채 세상을 떠남
목차
- 제1장 관노(官奴)
도망 / 떠돌이 / 숨은 뱀 / 도둑의 사랑
제2장 고변(告變)
반정(反正) / 풍년거지 / 그 땅의 부부 / 생사의 갈림길
제3장 영웅의 탄생
백마장군 / 출처(出妻) / 선녀와 보검 /봄 꿩은 제 울음에 죽고
출판사 서평
* 정막개(鄭莫介)는 누구인가?
의정부의 관노(官奴)이다. 1513년(중종 8) 전 공조판서 박영문(朴永文)과 전 병조판서 신윤무(辛允武)의 집을 자주 드나들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이 반란을 일으켜 영산군 전(寧山君 ?:성종의 열세 째 아들)을 추대하려고 한다고 고변(告變)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두 사람과 그 아들들이 처형되고, 그는 박영문의 가재(家財)·전택(田宅)·노비를 상으로 받고 상호군에 제수되었다.
그러나 지평 권벌(權?)이 사실을 알고도 늦게 고변한 것과, 모리(謀利)하는 자가 영귀(榮貴)를 좇아 요행으로 공을 이루게 하면 훗날 큰 화가 있을 것이라고 상소하여 직책과 상을 박탈당하였다. 성품이 원래 교활하여 사람들이 싫어하였는데, 이 일이 있은 후 더욱 천하게 여겼다.
그가 붉은 띠를 띤 조복(朝服) 차림으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고변한 정막개야, 붉은 띠가 가소롭구나.”하고 놀려댔다. 그는 사람들의 따돌림을 받다가 결국 굶어죽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막개
*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여는 작품
베일에 가린 정체불명(?)의 신비한 소설가 최명근(崔明根)은 위 사실(史實)에 나오는 짧은 몇 줄의 단서를 근거로 삼아, 200자 원고지 1천63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엮어냈다. 시종일관 독자들을 긴장시키면서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왕조 시절 최하위 노비의 인생 유전(流轉)을 통해, 무지막지한 권모술수와 파렴치한 인간성 파멸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데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작가가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조선시대에 궁궐과 사가(私家)에서 쓰던 갖가지 용어를 수시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가령 ‘급수비(汲水婢)’는 물 긷는 노비를 가리켰다. 이와 더불어 묻혀 있는 감칠맛 나는 순 우리말을 종횡무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예컨대 ‘차집’은 반가(班家)에서 음식 장만 등을 맡는 여자로, 일반 하녀보다 급이 높았다. 한자의 ‘찬모(饌母)’와 흡사하다. 이처럼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망외(望外)의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 줄거리
막개는 관노(官奴)다. 조정에서 관리하는 목마장에서 말을 보살피는 최하급 노비였다. 당시 목마장에서는 1,000마리의 말을 키웠는데, 노비들은 10개 조(組)로 편성되어 각각 100마리씩을 맡았다. 각 조에는 우두머리인 군두(群頭) 아래 부군두(副群頭), 그리고 관노들이 조별(組別)로 3명씩 딸려 있었다.
막개는 개도치(介都致), 굴무(屈武) 등 동료들과 짝을 이뤄 새벽녘에 일어나 하늘에 별이 뜰 때까지 열악하기 짝이 없는 마구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막장 인생이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삶, 셋은 도적질을 모의했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다른 조에서 기르는 말을 훔쳐 밀매조직에 팔아넘기기로 한 것이다. 밀매꾼들이 값을 후려쳐 한 마리에 무명 20필밖에 받지 못하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짭짤한 돈벌이가 될 터였다.
그런데 들켰다. 자고나면 이따금 말이 사라지는 걸 수상하게 여긴 감목관(監牧官)이 잠복시켜둔 군졸들에게 먼저 밀매꾼들이 덜미를 잡혔다. 밀매꾼의 실토로 범인을 알게 된 군졸들이 목마장으로 들이닥치는 낌새를 챈 막개와 개도치, 굴무는 아슬아슬하게 숙사를 벗어나 야반도주를 했다. 딱히 갈 곳도 없었으나 잡히면 장살(杖殺)당할 게 뻔한 노릇, 추노령(追奴令)이 내려져 물샐 틈 없이 깔린 경비망을 뚫고 인적 없는 험한 야산만을 골라 죽을 둥 살 둥 내달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며 막개 일행이 추적대를 피해 북(北)으로 길을 잡아 성산리(城山里)로 해서 고양(高陽)의 산속에 잠입했을 때였다. 무심코 들어선 그곳에 금줄이 쳐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임금(연산군)의 사냥터였던 것이다. 가뜩이나 도망자 처지에 성역을 침범했으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몰이꾼의 함성이 점점 가까워지는 가운데 막개 앞쪽에 난데없이 화살을 빗맞은 산토끼 한 마리가 버둥거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막개는 일행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한 시 빨리 금줄 밖으로 나가 도망치자고 재촉했다. 순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눈동자를 굴리던 굴무가 별안간 산토끼를 낚아채더니 몰이꾼의 함성이 들려오는 곳으로 내달았다. 두려움에 정신이 나간 것으로 여긴 막개와 개도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어라 그곳을 벗어났다.
목숨을 건 굴무의 도박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임금이 포획물과 어전(御箭)까지 건사해온 굴무를 칭찬하여 비단 한 필을 상으로 줌과 동시에, 전죄(前罪)를 사하고 노비에서 면천(免賤)시키라는 어명을 내렸던 것이다.
막개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산토끼는 자신이 먼저 발견하고도 굴러들어온 복을 발로 차 버린 꼴이었으니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그로부터 노비들 사이에 임금의 사냥터를 기웃거리며 기회를 엿보는 자가 자꾸 생겨나자 상황이 일변했다. 잡히는 족족 엄벌에 처하여 노비들의 색다른 면천(免賤) 수단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장나고 말았다.
하지만 막개는 이 건으로 해서 자기 나름의 ‘출세법’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때로는 목을 내놓고서라도 무지막지하게 일을 저질러야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붙잡을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인심이요, 세상살이의 지혜다.
여전히 도망치는 관노에 지나지 않았던 막개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했다. 무슨 짓을 해도 풀리지가 않았다. 재주라고는 말을 기르고 다루는 것뿐이었으나 바로 거기에 활로가 있었으니 이 또한 하늘의 배려라고 할까. 다만 막개에게는 그것이 길흉(吉凶)이 더불어 걸어가는 ‘운명의 길’이었다.
어찌어찌 하여 양재 말죽거리의 말장수 집에서 기거하게 된 막개는 우연한 기회에 그곳으로 말을 사러온 이조참판 성희안(成希顔) 대감댁 사람의 눈에 띄었다. 말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막개는 성 대감댁 하인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인생행로에 올랐다.
당장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들어갔다. 그것은 반정의 주모자가 성희안 대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쿠데타에 영문도 모른 채 동원되었으나 운 나쁘게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돌아오지 않았다. 똑같이 불려나간 다른 하인은 단지 칼부림을 당한 적장(敵將)의 피를 뒤집어썼다는 이유 하나로 논공의 대상에 올랐는데도 말이다.
막개의 눈에는 더욱 더 핏발이 섰다. 예전의 도둑질 동지였던 굴무는 이제 어엿한 어물전 주인으로 변신했고, 개도치도 여러 수하를 거느린 땅꾼이 되어 장가도 갔다. 무슨 수를 내야 한다! 우선은 잔뜩 눈독을 들여온 성 대감댁 정경부인의 몸종 감정(甘丁)이부터 차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언감생심, 정경부인이 친딸처럼 아끼는 감정을 품에 안는 게 녹록한 수작일 리 없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운명의 장난, 마구간에서 감정을 덮치려다가 들켜 성 대감댁에서 쫓겨난 막개는 개도치의 귀띔에 따라 거의 보쌈을 하듯 감정을 빼내 땅꾼들의 움막에다 신접살림을 차린다. 머리가 똑똑하고 성격도 야무지며 생김새도 고운 새색시 감정, 만약 막개가 거기에 만족하여 충실히 살림을 꾸려나갔다면 비록 미천한 신분이기는 하되 탈 없는 삶을 살았으리라.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사모하던 여인을 차지하고 나자 막개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노비의 신분을 떨치고 자신도 한번 여봐란 듯이 떵떵거리면서 행세하고 싶었다. 그는 성 대감댁 정경부인이 감정을 친딸처럼 아껴주던 것을 떠올려 아내를 들볶기 시작한다. 둘이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안 정경부인은 그것도 연분이라 체념하고 ‘차집’ 문산댁을 시켜 신접 살림살이까지 죄다 갖추어주었던 것이다.
성품이 올곧은 감정이 남편의 터무니없는 인사청탁을 들어줄 리 만무했다. 화풀이로 술에 취해 집안 기물을 부수곤 하던 막개가 하루는 눈이 뒤집혀 감정에게 심한 손찌검을 하고, 그 바람에 감정이 낙태를 하고 말았다. 소문은 정경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던 정경부인이 문산댁을 막개의 집으로 보냈다. 이로써 막개는 의정부의 근수노(?隨奴)로 뽑히게 되었다. 근수노는 오늘날의 수행비서 격으로, 벼슬아치가 나들이 할 때 따라다니는 직책이었다. 노비이기는 마찬가지였으되 그래도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덩달아 콧대가 세어지는 자리였다.
그런 어느 날, 예전에 성 대감댁을 자주 드나들어 하인들끼리도 친하던 전 병조판서 신윤무 대감댁에 술이나 한잔 얻어먹을까 하고 들렀던 막개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 댁 사랑채에 와 있던 전 공조판서 박영문이 신 대감을 은근히 부추기면서 역모를 꾀하는 장면을 훔쳐보게 되었던 것이다. 신, 박 두 사람 다 무인(武人) 출신으로, 중종반정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당시는 벼슬자리에서 쫓겨나 있었다. 쿠데타 음모를 할 만한 정황이었다고나 할까.
이 언저리에서부터 소설은 급물살을 탄다. 출세와 탐욕에 눈이 먼 막개는 자신을 그리 잘 대해주었던 두 대감의 인정을 헌신짝처럼 매몰차게 내던지고 관아(官衙)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도 사람의 자식이었던지라 처음 얼마동안은 우물쭈물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고변(告變)하고 말았다.
두 대감댁의 하인들부터 차례차례 잡혀가 주리를 틀리고, 급기야는 대감들마저 붙잡혀 가서 친국(親鞫) 끝에 능지처참 당하고 재산은 몰수되고 만다. 공로를 인정받은 막개는 한낱 노비에서 일약 정3품 상호군(上護軍)의 자리에 오른다. 게다가 박영문 대감의 집과 전답, 노비 일체를 하사받는다.
이제부터 막개의 행실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예전에 자신을 무시하거나 냉대한 상대에게는 가차 없이 앙갚음을 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인심은 마찬가지인 듯, 지레 겁을 먹고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는 자, 온갖 아양을 떨며 빌붙으려는 자, 친척임을 빌미로 한 자리 얻고자 용을 쓰는 자 등등.
그런 가운데 오직 한 명만은 요지부동이었다. 감정, 그녀였다. 막개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아예 상호군에 오른 남편을 냉정하게 외면했다. 신분에 맞게 비단 치마저고리를 입으라고 권해도 한사코 거절하며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고집했다. 이 같은 감정의 외고집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는 이 소설의 후반부에 맡기기로 하고, 작가가 작품의 마지막 소제목으로 붙여둔 「봄 꿩은 제 울음에 죽고」라는 ‘춘치자명(春雉自鳴)’의 시사(示唆)를 곰곰 되씹어본다.
* 저명 문인들의 격찬이 쏟아지다
이 작품을 심사했던 작가 김동리(金東里)는 “연산군 당시의 중종반정을 중심으로 이에 가담했던 성희안, 신윤무를 에워싼 노비들, 특히 정막개를 주인공으로 한 이색적인 역사소설이다. 정막개가 동료 노비의 출세를 보고, 무신(武臣) 신윤무에 붙어 그들 무신의 불평을 눈치 채고, 고변에 의한 출세와 애인 감정에 대한 야비한 태도 등 그야말로 영욕부침(榮辱浮沈), 세속 인심 등 참으로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내가 본 한국의 어느 역사소설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평했다.
또 여류작가 박완서(朴婉緖)는 “(정막개가)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배신하고, 무고하고, 마침내 신분을 뛰어 넘어 영달하고, 급격히 몰락해가는 과정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천격스러운 인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고 감탄했다.
이번에 책 출간에 맞춰 작품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선학(金善鶴)은 “『정막개』를 읽으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설의 재미와 그 흡인력에 빨려 들어가 단숨에 독파했다. 아, 이런 작가도 한국에 있었구나!”하고 감탄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238621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7월 10일 |
쪽수 | 448쪽 |
크기 |
150 * 210
* 30
mm
/ 73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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