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제만을 위해 만들었던 청화자기,
아시아를 뛰어넘어 유럽 귀족들의 심미안을 자극하다

왜 서아시아와 유럽 여러 국가들은 수백 년에 걸쳐 중국 청화자기를 모방하려 했을까?
중국의 국가 이름을 뜻하는 ‘차이나china’라는 단어는 도자기 일반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도 사용된다. 중국이 도자기의 본원인 것은 물론이요, 도자기에 생활용 그릇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예술로 승화시킨 것도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근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이슬람 문화권까지, 중국 도자기가 생활 전반과 예술 문화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일찍이 도예 기술이 발달했던 우리나라도 송의 청자 기법을 받아들여 탄생한 고려청자를 역사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중국 도자기는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한 유럽 왕실과 귀족들에게도 필수 소장 품목으로 손꼽히던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궁전에 도자기 전시관을 만들고 청화자기로 온 벽을 화려하게 장식해 부와 권력을 자랑했다. 중앙집권화로 통일국가를 이루어가던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왕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화려한 중국 도자기를 구입해 도자기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 유행했다. 중국 자기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오스만,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까지 당대 전 세계의 예술문화를 선도했으며, 이후 타국의 요업 발달에 매우 중요한 표본이 되었다.

수백 년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아온 중국 청화자기의 신비를 밝힌다
그렇게 널리 사랑받은 도자기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자기가 바로 청화자기다.
200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원(元) 시대의 청화 항아리가 약 288억 원에 팔려나갔고, 2009년에는 중국 현지에서는 원·명·청 3대의 청화자기 경매가가 1천만 위안에 달할 만큼 청화자기 수집 열기가 높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중국의 청화자기는 고급 골동품 중에서도 소장가치로는 단연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유물이다(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주인공 김혜수의 집에 세든 한석규가 호시탐탐 노리는 20억 원 상당 골동품이 바로 중국의 원 청화자기 찻잔이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을 넘어 영국과 터키, 이란까지
청화자기가 있는 현장을 찾아다닌 3년여 발걸음을 따라가보자
몽골의 칭기즈칸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동유럽 일대를 정복한 세계 원정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예술사에도 큰 획을 그었다. 원대에 하나의 세계로 통합된 유라시아에서는 역사적 흐름을 타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의 도자기 기술력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원 시기에 중국은 날로 활발해지던 대외무역과 문물 교류를 통해 중국의 빼어난 도자기에 서아시아의 코발트로 회화장식을 그리는 청화 기법을 도입했다. 희고 고운 피부를 자랑하던 빼어난 중국 자기와 서아시아의 신비로운 코발트가 만나 청화자기가 탄생하면서, 청자가 대변하던 도자기 문화는 이후 청화자기를 주인공으로 재편되었다.
지난 3년간 청화자기를 연구해 온 두 필자는 마치 대하사극의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한 청화자기의 운명에 주목했다. 이 책을 통해 원·청·명 황실의 파란만장한 서사 속에서 탄생한 청화자기가 어떻게 세계 도자예술의 최정상 자리에 올랐는지, 어떤 과정으로 발달하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확인하고, 현대 도자사와 미술시장에서는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