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 정책학, 행정학,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과 예산과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위하여 오랜 기간 국회 예산안 심의의 생생한 현장에서 얻은 저자의 지식과 경험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백성이 편안하다”라는 성현의 가르침은 재정학을 탐구하는 후학에게 깊고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나라 곳간을 든든하게 채우면서 적시적소(適時適所)에 열고 닫는 재정 운용이야말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이끄는 국정의 원동력이라 여겨진다.

2012년 이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이래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과 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325조원이던 중앙정부 총지출은 6년이 지난 2018년 현재 430조원으로 100조원 이상 규모가 커졌다. 달라진 것은 재정규모만이 아니다. 관행처럼 되풀이되어 온 국회의 예산심의 교착상태에 대한 반성은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제도’ 같은 중대한 제도적이며 절차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보수와 진보 정권이 교차하며 성장과 분배라는 두 축 아래 다양한 모습의 재정정책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따른 재정의 변화는 알렌 쉬크(Allen Schick)가 말하였듯이, 정치(politics), 정책(policy), 그리고 절차(process)의 복합적 산물이다. 이 세 요소를 두루 살펴야 재정이 가는 길과 가야할 길을 적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변화하는 재정의 실체와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 실현을 위하여 국가 재정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이번 전정판을 집필하게 되었다. 30년의 공직생활 동안 끊임없이 자문했던 “예산과정의 구성요소와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복잡한 예산제도와 재정 현상을 어떻게 알기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話頭)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새 책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770쪽으로 구성된 전정판은 그간 변화된 재정제도와 내용을 포괄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 절차와 과정을 망라하면서 해외 사례도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또한, 재정제도 운영에 따른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300여개의 최신 통계표를 추가하거나 보완하였다. 다년 간에 걸친 제도 운영 경과를 정치(精緻)하게 파악하는 일은 제도의 이론적 기초와 실질적인 적용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좁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새 책에서 달라진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세제도 부분을 대폭 보강하였다. 조세지출에 대한 논의를 새로 추가하였고, 지난 20년간 발의된 세법개정안들의 정책목표가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요소별로 구분하여 소개하였다. 둘째, 국회 예산심의제도 중 2014년에 도입된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제도’를 세출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구분하여 제도의 논리적 토대, 도입 효과와 쟁점을 깊이 있게 논의하였다. 추경예산제도에 관해서는 추경의 요건을 상세하게 논하면서 해외 사례를 대폭 보완하였다. 셋째, 재정 운용의 한 축을 담당하는 300여개 공공기관의 운영과 예산제도를 새로 추가하였고,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관계에 대해서는 지방재정조정제도에 대한 최근의 쟁점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넷째, 법률안 비용추계와 중장기 재정 전망에 대한 절차와 방법을 외국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수 국가에서 주목되는 독립재정전문기관(Independent Fiscal Institutions)의 확산 현상을 최신 정보로 보강하였다. 다섯째, 개헌과 관련하여 그간 논의되어 왔던 헌법 상의 재정 조항에 대한 논의를 추가하면서,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한 외국 사례와 이를 실제로 도입할 때, 검토해야 할 요소들을 쟁점별로 정리하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여러 유형의 재정 제도와 절차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정 현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며, 동시에 재정 운용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여 국민경제와 국민생활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