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함께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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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새로운 언어로 ‘진보’를 이야기했던 한 진보정치인의 유산
■ 우리 시대 진보정치인이 함께하고자 했던 꿈과 가치,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들
■ 연설문 속에서 되살아나는 진보 정치인의 꿈과 신념, 그리고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들
■ - 진보 정당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 - 우리 시대 정치인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작가정보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학생운동을 하다 5·18 광주민중항쟁의 충격으로 노동운동에 뜻을 품게 된 후 전기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 부천·인천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한다.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결성한 것과 관련해 1989년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 가입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는다. 1992년 출소 후 백기완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진보정당추진위원회와 진보정치 연합 대표, 국민승리21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거치며 진보 정당 운동에 매진한 결과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의 결실을 보게 된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한 노회찬은 특유의 입담과 “불판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이름을 알리며 10선에 도전하는 김종필을 0.1퍼센트 차이로 제치고 국회에 입성한다. 이후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 당선되면서 3선 의원이 되지만 세 번 모두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했다. 특히 2005년 17대 국회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아 온 검사 7인을 공개한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 대해 2013년 대법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19대 의원직은 8개월 보름 만에 상실했다.
3선 의원으로서 7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는 일관되게 노동자와 서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있었다. 호주제 폐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제정됐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와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농민 생존권과 식량 주권 확보, 주택 및 상가 세입자 보호,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법안 등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는 아직도 그가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정리해고 제한법’ 등이 계류 중이다. 검찰·사법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 등 못다 이룬 그의 꿈들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목차
- 여는 글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꿈 + 조현연 5
1부 진보정당, 같은 꿈을 꾸는 집을 지으며
++ 진보정당운동과노회찬 +이광호 18
- 2007 새세상 선언: ‘진보 정당 집권의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40
- 수도권은 진보의 무덤이 아니다 56
- 동물의 왕국, 인간의 왕국 69
-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모험가의 각오 76
- 사람 사는 서울 84
- 복지 혁명과 정치혁명을 위해 96
- 통합진보당을 탈당하며 100
-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 102
- 진보 정당의 위기와 정체성 찾기: 한국형 사회민주주의 108
- 김지선 후보를 지지합니다 116
- 다시, 불판을 갈겠습니다 124
- 저는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126
- 진보의 세속화 전략 128
- 요리사 노회찬이 되겠습니다 134
- 땀흘리는사람들 138
- 민심을담는그릇 142
2부 권력의 카르텔에 맞서
++ 삼성 엑스파일과 노회찬 + 박갑주 146
- 엑스파일의본질이‘도청’이라고말하는자누구인가- 154
- 삼성엑스파일1심재판법정진술문 160
- 삼성엑스파일재판무죄판결국민보고대회 166
- 존경하는선· 후배· 동료의원님들께 170
- 국회를떠나며 172
- 정경유착과기업의사회적책임 178
- 공정하고평등한대한민국 180
++ 선거제도 개혁의 꿈 + 강상구 190
- 외롭고긴싸움 200
- 협치와선거제도개혁 202
- 국민의뜻을반영하는선거제도 209
- 19금정치 212
- 국민을위한,국민에의한,국민의헌법 216
++ 국회의원의 일 + 박창규 224
- 정의를 실현하는 국회를 만듭시다 248
- 타이타닉호인가세월호인가 266
- 반기문 총장에게 보내는 편지 269
- 평등한 사회,공정한 대한민국 272
- 한국판 기업살인법 280
++ 노회찬의 법안들 + 박창규 284
3부 우리의 친구 노회찬
++ 약자들의 벗 + 김윤철 304
- 휴가 중인 이명박 대통령께 312
- 노무현 대통령이 가다 멈춰선 곳에서 322
- 언제까지 죄송해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325
- 한글국회 330
- 여성의날을 축하합니다 334
- 우리는 직장동료입니다 337
- 부치지 못한 편지 340
- 해바라기처럼 344
함께 꿈을 일구며 352
노회찬이 걸어온 길 357
미주 360
책 속으로
- 작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에 4당 대표들이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나오면서 2차로 강남 룸살롱에 가서 2시간 동안 800만 원어치 술을 먹어 가지고 언론으로부터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평택에서 열다섯 살 소녀 가장이 월 70만 원 생계보장비로 생활하다 너무 힘들어 자살을 했습니다. 2시간 동안 800만 원 먹었으면요, 그건 이 소녀의 1년치 생계비예요. 이런 핏발 서린 투표용지가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들, 많이 어렵습니다. 또 저 정치꾼들에게 이 나라를 맡겨도 되는가, 지난 4년, 지난 40년처럼 앞으로 4년도 또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이러면서투표장에안가실분들도있을것같습니다.그러나우리유권자 가 잘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 여러분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34-35쪽)
-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노동자·농민 등 서민들은 수십 년째 연평균 2800시간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한 죄밖에 없는데, 이 땅에서 살기 어렵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은 과연 누구 탓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번 대선에선 경제 대통령이 뽑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경제가 문제입니까? 2006년 경제성장률이 실현 가능한 최대 성장치인 5퍼센트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상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도 기록적인 3000억 불에 도달했는데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바로 분배 문제입니다.(43쪽)
- 이번 선거는 게임이 아닙니다. 누가 이기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우리 유권자가, 즉 내가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누구를 당선자로만들것인가가아니라내가어떻게나아질것인가,내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입니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당선된 사람이 아니라 유권자가 승자가 되어야 합니다. 유권자가 이기기 위해서, 즉 유권자 가자신의삶을좋은방향으로개선하기위해서어떤선택을할것 인가 이렇게 문제를 봐야 됩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이번 총선의 주인공은 여러분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사람을 뽑으십시오, 뽑힌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을 뽑은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67-68쪽)
-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유시민 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 나 그렇다고 이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을 때 우리 는 어디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 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 정당 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104-105쪽)
-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 힘든 선거에, 그 리고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선거에, 마음과 뜻을 모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상은 주판알 튕기듯이 금방 답이 떨어지는, 계산에 의해서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라는 것이 옳은 것이 끝내는 이긴다는 믿음, 확신, 그리고 대가를 한없이 치르더라도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 그런 순수함이, 늘 이기지 못했지만 끝내는 이겨 왔다고 저는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마저 무력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 정말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17쪽)
- 정의당, 이제 변해야 합니다. 국민이 변하길 바라기 전에 우리 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간 정의당은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 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밥상에서 우리는 4~5퍼센트의 선택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몸에 좋다고, 진보 정당 이 원조라고 자족하고 있을 때는 지났습니다.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먹기 편하고,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음식을 국민은 원하고 있습니다. …… 월급쟁이들의 당, 가게 주인아저씨들의 당, 아줌마들의 당, 젊은이들의 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구호와 선언에서 탈피해서 실제 월급쟁이들이 모여들고 가게 주인들의 고충이 나 눠지고 아줌마들이 자신의 고민으로 드나들고 젊은이들이 편하게 의지하는 당으로 발전시켜 가겠습니다. (135쪽)
-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낮의 제왕과 어둠 의 황제가 동일한 실체라는 점이다. 헌법과 법률과 사회적 관습과 실제 생활 속에서 가장 큰 합법적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바로 어두 운 뒷골목 범죄의 현장에서 헌법을 뛰어넘고 법률을 짓밟고 이권과 청탁으로 연계된 불법행위의 주모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155쪽)
-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저에게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의 죄목으로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 그룹 회장, 뇌물 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수사를촉구한저는의원직을상실할만한죄를저지른가해 자라는 판결입니다.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릅니까?……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73쪽)
출판사 서평
1
고 노회찬 의원의 말과 글을 사진과 함께 묶었다.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 시절의 ‘판갈이론’부터 KTX 노동자들의 복직을 축하하는, 직접 전하지 못한 마지막 축전까지 정치인 노회찬의 전 생애를 좇으며 발언과 연설, 출마 선언문 등 사회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말과 글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엮었다. ‘진보 정당 운동’,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 시작된 ‘권력의 카르텔과의 싸움’,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으로서의 일’, ‘약자들과의 연대’로 이루어진 다섯 부분의 서두에는 그와 지근거리에서 함께했던 동료 5인(보좌관 박창규, 엑스파일 사건의 변호인이었던 박갑주, 그와 함께 진보정당 싱크탱크에 몸담았던 김윤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당직자로 동고동락했던 후배 정치인 강상구, 그리고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의 편집장이었던 이광호)이 고인의 말과 글이 위치한 맥락을 되살림으로써 울림을 더했고, 오랜 세월 그의 곁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담아 왔던 사진작가 이상엽과 김흥구 등의 사진이 온기를 더해 준다.
2 진보 정당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책의 1부는 진보 정당의 역사와 함께한 고인의 삶을 각종 기사와 연설, 진보정당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에세이 등을 통해 되살려 낸다. “끈도 동료도 없이” 위장취업이라는 말이 있기도 전부터 용접공으로서 노동운동가의 삶을 시작한 노회찬의 정치 인생은 “노동운동의 최고 형태”로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한 진보 정당 건설 운동으로 본격화된다. 인민노련을 결성한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여의 수감 생활 끝에 시작한 진보 정당 운동은 “자갈밭에 씨를 뿌리는 듯한 10년”이었지만 2004년 총선에서 결실을 맺는다. 특히 “썩은 정치판”을 바꾸자는 판갈이론으로 ‘토론의 달인’으로 등극하며 단숨에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노회찬이 2004년 4월 16일 새벽, 10선 의원에 도전하는 보수 정객 김종필을 0.1퍼센트 차이로 누르며 마지막 299번째 당선자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순간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또 국회 진출 4년 만인 2008년, 분당 이후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을 거쳐 온 그의 행보는 한국 진보 정당의 굴곡진 역사와도 그대로 겹쳐진다.
주요 선거 때 있었던 중요한 연설들은 그가 꿈꾸었던 ‘진보정당’의 모습을 그대로 전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떠들 때 경제가 아니라 “분배가 문제”라고 외칠 줄 알았던 그는, “강물이 아래로 흐르듯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대중정당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었고, 진보 정당이란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이 “냄새 맡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실제 월급쟁이들이 모여들고 가게 주인들의 고충이 나눠지고 아줌마들이 자신의 고민으로 드나들고 젊은이들이 편하게 의지하는”, “특정 계급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곳곳에서 엿보이는 진보 정당에 대한 고민들도 여전히 곱씹어 볼 만하다. 통진당 사태를 거쳐 진보정의당을 창당한 후 진보 정당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이 2007년 민주당의 그것보다 진보적이며, 2012년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2007년 민주노동당의 그것만큼 진보적이며, 2012년 박근혜 후보의 무상 보육 공약이 2010년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의 무상 보육 공약보다 더 진보적인 내용으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그리고 과거의 방식으로는 차별화하기 불가능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책 없이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하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진보 정당이 선도하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따르는 양상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진보정당 내의 공통분모, 즉 진보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 부족을 지적하는 부분은 통진당 사태를 돌아볼 때 특히 뼈아프다. 무엇보다 그는 ‘현실주의자’로 진보의 정체성을 사민주의로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기 이상은 높고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라고만 이야기하는 진보 활동가 특유의 순수성을 통렬히 비판하며 진보적 가치와 정치적 현실주의는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이상주의나 현실주의의 잣대로는 가를 수 없는 정치인이었다.
“정치는 엄연히 현실이고 진보주의자의 기본 덕목은 실사구시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현실 위에서 현실을 바꾸는 게 진보주의자의 덕목이다. 진보의 가치는 정치화되는 만큼 실현된다.”
3 법조 권력과의 끈질긴 싸움이 남긴 상처
삼성 엑스파일 사건은 2004년 초선 의원이 되고 나서 겨우 1년 후부터 시작되어 2018년 여름 생을 마감하기까지 노회찬의 정치 인생 전체에 걸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오랫동안 노회찬과 활동해 오면서 법률 자문 역할을 했으며 삼성엑스파일 사건 당시 노회찬의 변호인이었던 박갑주 변호사는 그를 “법조 권력의 감시자이자 피해자”라는 이중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 내내 법사위 소속으로 법조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19대 국회의원직을 8개월 만에 상실한 그는 이후 2016년 창원에서 3선 의원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내내 야인 신세로 지내야 했다. 더구나 그는 3선 의원으로 국회에 돌아온 이후에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와서 삼성의 뇌물 공여가 드러남에 따라 “재벌-청와대-검찰-법원”이라는 더 큰 권력의 카르텔과 마주하게 된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 재판 당시 노회찬 본인의 1심 법정 진술문, “국회를 떠나며” 등에서 느껴지는 노회찬의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가 여전히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양승태 대법관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게 묻는다. 지금 사법부에 정의는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4 국회의원의 일: 선거제도 개혁과 입법
후배 정치인 강상구가 쓴 ‘선거제도 개혁’과 보좌관이었던 박창규가 쓴 ‘국회의원의 일’은 진보정당의 정치인으로서 선거 때면 으레 겪어야만 하는 현실의 벽과 그에 맞선 분투를 보여 준다. 선거 때면 늘 나오는 ‘단일화’의 압력, “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패배주의, 야권 연대 속에서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진보 정치인, 그리고 ‘묻지마 연대’ 요구 등이 그것이다. (국민의 뜻이 제대로 완전히 ‘대의’되는) 선거제도 개혁은 바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회찬이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정의당 원내대표 시절까지 평생을 애써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노회찬의 선거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은 진정추 대표였던 1993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지역구 의석 비율에 따라 전국구 의원을 배분받는 방식을 문제 삼았고, 지역구 후보가 아닌 정당 자체에 대한 별도의 투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당한다. 하지만 그는 2000년 2월 다시 헌법 소원을 제기해 결국 2001년 7월 한정 위원 결정을 받아 내며 2002년 지방선거부터 1인2표제가 도입된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정당 투표는 모두 노회찬 의원의 집념으로 일군 것들이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의 선전 역시 바로 이런 1인2표제 개혁에 힘입은 바 컸다.
하지만 소선거구제의 문제는 여전하다. 선거 때마다 다량의 사표를 양산하며 양당제를 강화하고 있는 소선구제로 인해 진보 정당은 언제나 득표율보다 낮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총선 이후 15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선거제도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못하겠다는 양당의 저항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뿐만 아니라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개혁안들은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오랫동안 꿈꾸고 주장했던 일들이기도 하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비롯한 김용균 3법 등이 그렇고,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43건이다. 대표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사위에서 1년여가 지나도록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야 김용균 3법 중 하나로 통과되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책은 이와 같이 그가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이야기, 즉 그의 뒤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담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5 약자들 곁에서 : 여러분 덕분에 더 나은 인간이 되어서 고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KTX 승무원, 쌍용차 해고자, 조선소 하청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언제나 약자들 곁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노회찬의 모습을 비춘다.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사람들, 그래서 심상정도 노회찬도 모르는 이들의 고단함을 알았던 그는 파업 중인 KTX 승무원들을 위해 법사위에서 “KTX 여승무원은 철도공사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아냈고, 2005년부터 매해 여성의날이면 각계각층의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으며,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직장 동료’처럼 챙겼고, 쌍용차 사태 때는 단식으로 맞섰으며, 용산 참사 때는 “무허가 건물 옥탑방에서 기거했던” 특공대원까지 추모할 줄 아는 그런 정치인이었다.
삼성 엑스파일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부인 김지선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맞서 고전을 치른 재보선에서 그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위로했다.
## 많은 분들이 이 힘든 선거에,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선거에, 마음과 뜻을 모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상은 주판알 튕기듯이 금방 답이 떨어지는, 계산에 의해서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라는 것이 옳은 것이 끝내는 이긴다는 믿음, 확신, 그리고 대가를 한없이 치르더라도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 그런 순수함이, 늘 이기지 못했지만 끝내는 이겨 왔다고 저는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마저 무력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 정말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분 덕분에 더 나은 인간이 되어서 고맙습니다.
“대가를 한없이 치르더라도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은 끝내 이길 수 있을까? 그는 그렇게 믿었고 여전히 믿고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73217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1월 21일 |
쪽수 | 360쪽 |
크기 |
137 * 210
* 29
mm
/ 52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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