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
도서+교보Only(교보배송)을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패키지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 책은 오랫동안 김수영의 시편을 연구해온 시인 겸 문학평론가 김응교 교수(숙명여대)가 정교한 기획과 구성 아래 수년에 걸쳐 퇴고를 거듭해 완성한 ‘김수영론’이다. 200자 원고지 2,600매에 이르는 역작인 이 책 『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은 기존에 출간된 김수영론과 변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김수영의 문학적 생애를 철저히 시편과 텍스트를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김수영이 남긴 시편이 그의 생애를 설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단초라는 전제하에 김수영이 초기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치열하게 쓴 전체 작품 120여 편 중 72편을 선별한 뒤 김수영의 연대기에 그대로 대응시켜 총체로서의 문학적 삶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책의 서문격인 「이 책을 읽으시려면」에는 이와 같은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제 역할은 최대한 김수영 시인의 의도 곁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는 겁니다. 다. 한 시인의 시를 해석할 때 저는 그 시인의 시가 그 시인의 시를 소개하도록 애쓰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백석의 시를 백석의 시가 풀고, 윤동주의 시를 윤동주의 시가 풀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수영의 시를 김수영의 시와 산문으로 풀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다음에 김수영의 삶, 그 다음에 김수영이 살았던 역사적 상황과 비교해야 하겠지요. 외국 이론을 이용하여 시를 푸는 방식은 우선 그 시인의 시로 푼 다음에 한참 뒤에 해야 할 일이지요.”
시인이 남긴 시로 하여금 그 시인을 소개하게 한다는 이와 같은 태도는 이 책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김수영의 삶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김수영이 살았던 시기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격변과 격동에 휘둘렸던 시기이다. 일제의 식민지 수도인 경성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습득하고, 해방을 맞은 것도 잠시, 이데올로기에 따른 분단 이후 동족 간 처절한 전쟁이 발발하고, 이승만 정권에 의한 폭정과 부정선거가 이뤄지고, 민중에 의해 4·19혁명이 발발하고, 이를 짓밟는 5·16쿠데타와 군부독재에 이르는 이 시기에 김수영은 지식인으로서 결코 외면하기 힘든 사회적 비참에 직면했고 그것에 양심에 따라 온몸을 건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물이 바로 그가 남긴 시편과 산문들이다. 저자가 파악하기에 김수영은 자신의 자서전을 시와 산문으로 써온 것이다.
작가정보
시인, 문학평론가
수락산 시냇물 가에 가만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 『씨앗/통조림』과 세 권의 윤동주 이야기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나무가 있다 - 윤동주 산문의 숲에서』, 『서른세 번의 만남 - 백석과 동주』를 냈다.
평론집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그늘 - 문학과 숨은 신』, 『곁으로 - 문학의 공간』, 『시네마 에피파니』, 『일본적 마음』, 『韓國現代詩の魅惑』(東京: 新幹社, 2007) 등을 냈다.
번역서는 다니카와 슌타로 『이십억 광년의 고독』, 양석일 장편소설 『어둠의 아이들』, 『다시 오는 봄』, 오스기 사카에 『오스기 사카에 자서전』, 일본어로 번역한 고은 시선집 『いま、君に詩が來たのか: 高銀詩選集』(사가와 아키 공역, 東京: 藤原書店, 2007) 등이 있다.
2017년 《동아일보》에 〈동주의 길〉, 2018년 《서울신문》에 〈작가의 탄생〉을 연재했다. CBS TV 〈크리스천 NOW〉 MC, 국민TV 〈김응교의 일시적 순간〉 진행을 맡았고, MBC TV 〈무한도전〉 등에서 강연했으며, KBS 〈TV, 책을 보다〉 자문위원으로 있었다. 유튜브 〈김응교TV〉에 영상을 가끔 올린다. 현재 숙명여대 교수, 신동엽학회 학회장으로 있다.
목차
- 프롤로그
메멘토 모리, 1968년 6월 15일 015
1921년 11월 27일 023
일본으로 030
만주에서 035
1부 이제 나는 바로 보마
박인환의 마리서사 043
25~29세
1945. 이제 나는 바로 보마 - 「공자의 생활난」 050
1947. 나는 이 책을 멀리 보고 있다 -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 064
1947. 나는 수없이 길을 걸어왔다 - 「아메리카·타임지」 070
2부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임화를 왜 좋아했을까 089
33세
1953. 5. 나는 이것을 자유라고 부릅니다 - 「조국으로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101
1953.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달나라의 장난」 120
1953. 내가 자라는 긍지의 날 - 「긍지의 날」 128
1953. 우둔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았다 - 「풍뎅이」 134
1953. 늬가 없어도 산단다 - 「너를 잃고」 139
34세
1954. 1. 1. 설운 마음의 한 모퉁이 - 「시골 선물」 147
1954. 9. 3. 죽음 위에 죽음 위에 죽음을 거듭하리 - 「구라중화」 154
설움과 긍지로 함께 넘어서는 헤겔과의 변주곡 162
1954. 10. 5.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 「거미」 167
1954. 나의 눈일랑 한층 더 맑게 하여 다오 - 「도취의 피안」 174
1954. 12. 17. 시간이 싫으면서 너를 타고 가야 한다 - 「네이팜 탄」 185
1954.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 「나의 가족」 190
3부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마포구 구수동 41-2 200
35세
1955. 8. 17. 예언자가 나지 않는 창이 난 이 도서관 - 「국립도서관」 205
1955. 너는 설운 동물이다 - 「헬리콥터」 209
1955. 당신의 책을 당신이 여시오 - 「서책」 217
1955. 유일한 희망은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다 - 「수난로」 222
1955년 1월, 군산에서 만난 문사들 - 이병기 신석정 김수영 고은 228
36세
1956. 1. 벽을 사랑하는 하루살이여 - 「하루살이」 230
1956. 2. 내 앞에 서서 주검을 막고 있는 - 「병풍」 233
1956. 5.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 「폭포」 240
1956. 7. 흔들리는 생활 속에 찾는 구원 - 「지구의」 248
1956. 너의 무게를 알 것이다 - 「자(針尺)」 251
1956.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 「구름의 파수병」 254
37세
1957.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 「눈」 260
1957.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마라 - 「봄밤」 265
1957.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 「채소밭 가에서」 269
절대 자연, 식물시, 식물성 혁명 274
38세
1958. 무된 밤에는 무된 사람을 - 「밤」 278
1958. 모리배여, 나의 화신이여 - 「모리배」 281
김수영과 니체가 만나면 290
40세
1960. 1. 31. 사랑을 배웠다. 부서진 너로 인해 - 「사랑」 296
1960.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 「파밭 가에서」 300
1960. 4. 3. 우리의 적은 보이지 않는다 - 「하…… 그림자가 없다」 304
4부 우리의 적은 보이지 않는다
4월이 오다 312
40세
1960. 4. 26.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313
1960. 5. 18. 혁명을 간절히 기도하며 - 「기도」 320
1960. 5. 25.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으니까 - 「육법전서와 혁명」 325
1960. 6. 15.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가 - 「푸른 하늘을」 330
1960. 7. 15. 싹 없애버려라 -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337
1960. 8. 4. 다녀오는 사람처럼 아주 가다오 - 「가다오 나가다오」 343
1960. 9. 9. 여기에는 중용이 없다 - 「중용에 대하여」 352
1960. 10. 30. 혁명은 안 되고 - 「그 방을 생각하며」 361
1960. 12. 9. 어처구니없는 역사 - 「나가타 겐지로」 367
5부 아프지 않을 때까지
1961년 5.16쿠데타부터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체제 374
41세
1961. 8. 5.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 - 「누이야 장하고나!.신귀거래 7」 377
1961. 다시 몸이 아프다 - 「먼 곳에서부터」 385
1961. 아프지 않을 때까지 - 「아픈 몸이」 391
썩은 자들이여, 함석헌 글을 읽으라 399
42세
1962. 10. 25. 어디 마음대로 화를 부려보려무나! - 「만용에게」 409
세계문학과 김수영의 ‘히프레스 문학론’ 415
43세
1963. 3. 1. 돈이 울린다, 돈이 울린다 - 「피아노」 427
1963. 6. 1. 거만한 바위에 항의하는 너 - 「너…… 세찬 에네르기」 433
1963. 6. 2. 집중된 동물, 여성에게 감사한다 - 「여자」 438
1963. 7. 1. 바로 봐야 할 돈 - 「돈」 445
1963. 10.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 - 「죄와 벌」 448
1963. 10. 11.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 「우리들의 웃음」 455
김수영은 여성혐오 시인인가 460
44세
1964. 2. 3.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 「거대한 뿌리」 469
1964. 시=신앙=삶 - 「시」 480
1964. 3. 죽은 사람을 살아나게 한다 - 「거위 소리」 489
1964. 11. 22. 다리는 사랑을 배운다 - 「현대식 교량」 493
사물이미지, 즉물시 499
45세
1965. 1. 14. 내 얼굴이 제임스 띵같이 - 「제임스 띵」 505
1965. 6. 2. 미역국은 인생을 거꾸로 걷게 한다 - 「미역국」 512
1965. 8. 28. 절망은 절망하지 않는다 - 「절망」 519
1965. 11. 4.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524
1965. 25세의 우울한 등단작 - 「묘정의 노래」 532
46세
1966. 1. 29. 결혼이란, 함께 피를 흘리는 것 - 「이혼취소」 542
1966. 4. 5. 시간은 나의 목숨 - 「엔카운터지」 547
1966. 9. 15. 내 몸과 내 노래는 타락했다 - 「금성라디오」 558
47세
1967. 2. 시인의 자리 위에 또 하나 - 「VOGUE야」 564
1967. 2. 15.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 「사랑의 변주곡」 567
1967년 초봄, 김수영 서재에 찾아간 후배들 - 고은 백낙청 염무웅 김현 579
1967. 7. 노란 꽃을 받으세요 - 「꽃잎 2」 585
왜 ‘노란 꽃’일까 593
1967. 8. 15. 꽉 막히는구료 - 「미농인찰지」 601
48세
1968. 3. 1. 기계의 영광, 긴 것을 사랑할 줄이야 - 「원효대사.텔레비전을 보면서」 606
1968. 4. 23. 기꺼이 기꺼이 변해가고 있다 -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615
작가에게 ‘참여’란 무엇인가 623
1968. 5. 29. 적이면서 친구인 바람 - 「풀」 638
에필로그
김수영 시비詩碑 648
김수영과 카뮈 651
시인의 작은 별빛 655
고맙습니다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657
지은이 소개 662
김수영 시·산문 찾아보기 665
책 속으로
-김수영 시 한 편만 제대로 곰삭혀 읽어도 뿜어 나오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와 산문 전체를 읽고 또 읽는다. 한 편만 읽을 때와 전작을 읽을 때가 전혀 다르다. 전작을 한 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 읽고 또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오래 끓인 곰탕 국물마냥 한참 있다 구수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한 편만 읽어도 전작이 다가온다. 신동엽의 평가는 과대평가가 아니다. 신동엽은 자신의 내공으로 평가했겠지만, 김수영은 아직 연구 안 된 부분이 많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22~23쪽)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그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고자 했다. ‘반란성’이라는 단어는 1968년 이어령과 논쟁할 때 썼던 ‘불온성’과 통하는 표현이다.
그는 무엇이든 회의하며, 반란叛亂을 거쳐 본질을 파악하고 싶어 했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바로 보기 위해 죽음의 극단까지 온몸으로 밀고 나가 쓴 글이다. 그의 삶 전체는 반란이요, 반란을 통한 ‘바로 보기’였다. 그의 시 전체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였다. (63쪽)
-시민을 상대로 김수영 시를 강연할 때면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김수영이 겪었던 설움을 절실하게 공감하는 시민들을 가끔 만난다. 언젠가 노숙인을 위한 민들레 문학교실에서 강연을 들은 노숙인 한 분은 내가 강연에서 다뤘던 시인들 중에 김수영 시인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했다. 김수영 시인이야말로 ‘삶’을 시로 쓰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예전에 성매매 체험 여성들 앞에서 강연했을 때 몇 분이 눈물을 흘렸다. 그날 “여자란 집중된 동물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여자」라는 시가 강의 텍스트였는데, 돌아가면서 설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몇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김수영 시의 공감대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핵심은 ‘설움’에 있다. 설움이야말로 긍지를 꽃피우는 씨앗이다. (133쪽)
-김수영 시의 핵심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누가 묻는다면, 자유, 생명, 혁명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랑이라고 답할 것 같다. 사랑 때문에 분노하고, 사랑 때문에 전통을 사랑하고, 사랑 때문에 치열하게 풍자하고 싸우는 것이 김수영의 작풍이다. (297쪽)
-사람들은 거대한 일은 하려 하면서 자기 곁의 일은 못한다. 역사혁명은 일으키려 하면서도 가족혁명은 일으키지 못한다. 아프리카 빈자를 도우려 하면서도 집안 노모의 대소변을 받아내지 못한다. 철저히 자기혁명을 이룬 고독한 단독자들의 연대, 그것이 없다면 내면의 혁명이나 외면의 혁명 모두 실패한다. (335쪽)
-김수영이 검열 사회를 넘어서려고 애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성매매보다 더 더러운 짓을 하면서도 고귀한 척하는 사람들이 일반 상식을 따른다면, 김수영은 반反상식으로 자신에게 침을 뱉으며 성매매 이야기를 써놓은 면도 있지 않을까. 당시가 가부장 시대이기는 했지만, 이런 글을 쓰면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었기에 다른 문인들은 절대 이런 내용을 글에 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 정도까지 솔직하게 남성의 욕망을 쓴 글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을 감안하면 김수영식 정직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산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466쪽)
-나는 1953년에 쓴 「긍지의 날」과 14년 후에 쓴 「사랑의 변주곡」에서 인생과, 여인과, 자연과, 역사를 껴안는 대긍지의 품을 본다. 채소를 가꾸고 양계를 하던 서울 마포구 구수동의 채소밭에서 끝나지 않고, 프랑스, 봄베이, 뉴욕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시간적으로는 아들 세대와 그 이후로 확장하는 변주를 보여준다. 겉핥기로 읽으면 그저 아름다운 낭만시로 읽히지만, 세세히 읽으면 아름다운 혁명시로도 읽힌다. 김수영이 보여준 사랑은, 설움과 죽음을 아파하며 포월하여 어둠과 고요 속에서 만들어낸 단단하고 영롱한 진주알이다. (577쪽)
출판사 서평
이 책의 구성과 특장점
이 시는 전체 5부로 나뉘어 있다. 각 부는 서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텍스트성을 가지면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심상이나 상상력은 단선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유기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걸맞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영은 자신의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가역적으로 재구성하고 자신의 시대를 직관적으로 성찰한다. 근대적 지식인으로서 현대적 징후를 통찰하고 전통과 현대를 상호 길항하게 하는 것이 김수영 문학의 특질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점을 섬세하게 배려하면서 각 부의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1부에 앞서 「프롤로그」가 배치되어 있는데 그중 ‘메멘토 모리’ 편에서 1968년 6월 15일 밤 김수영이 귀가하다가 서울 마포구 서강의 집 앞에 다다라 시내버스에 치이고는 다음 날 새벽 삶을 마치는 장면이 긴박한 소설적 구성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 여기엔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부인 김현경 여사의 회고가 중요한 자료로서 제시되고 있다. 이 프롤로그는 저자가 김수영의 골호骨壺(화장 후 유골을 담은 단지)가 안장된 도봉산의 김수영 시묘비를 참배하면서 그의 문학적 삶을 카뮈의 삶과 대비시켜 상기하는 책의 결미와 자연스럽게 수미쌍관을 이룬다.
1부는 1945년 해방부터 1950년 한국전쟁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김수영이 해방기에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모더니즘이 그의 생애 전체에 걸친 시적 방법론으로 작동했다고 보면서 이 시기에 발표한 「공자의 생활난」,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 등 초기시 다섯 편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2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전쟁 직후 곤핍한 생활을 하던 1954년까지를 다룬다. 김수영은 이 시기 2년간이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은 고난의 세월로 인한 서러움의 감수성, 비참한 세계에 대한 비탄, 그리고 문학적 자의식에서 우러나오는 긍지 등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자신을 스스로 거미 같은 벌레로 묘사하는, 저자가 ‘곤충시’라고 명명하는 계열의 시를 쓰기도 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시편들의 소개 및 분석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지향을 모색 중인 김수영의 치열했던 30대 초기를 재현한다.
3부에서는 김수영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 구수동으로 이주한 1955년부터 1960년 4·19 직전까지를 다룬다. 18편의 시가 소개된 이 시기를 저자는 김수영의 시적 특질이 만개한 시기로 본다. 저자는 김수영이 양계와 밭농사를 시작하면서 얻은 생활 체험에 주목하고, 「폭포」, 「눈」, 「봄밤」, 「채소밭 가에서」 같은 시처럼 자연에서 소재를 구하여 특유의 시적 성찰을 통해 미학적 형상화를 이룬 작품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자연이 품고 있는 역동성을 김수영은 자기성찰을 위한 정신적 동력으로 끌어 쓰고 있다. 아직 직설적인 시대 비판은 없으나 자기성찰의 날카로운 지성이 돋보인다. 이러한 자기성찰로 끓고 있었기에 1960년 4월 19일에 이르러 김수영이라는 활화산은 폭발해버린다”라고 쓰면서 이 시기 이후 김수영의 시적 변개와 연결시킨다.
4부는 4·19혁명과 5·16 군사반란 직전까지를 다룬다. 이른바 ‘4월’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김수영 시의 폭발이 이 시기 일어나는데, 이 짧은 시기에 김수영은 9편의 시를 봇물 터지듯 발표한다. 이 시기의 시편에서는 민중에 의해 일어난 혁명에 격렬하게 환호하다가 점차 감지되는 혁명의 후퇴와 실패를 받아들이는 김수영의 모습이 드러난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분석한다.
예감되는 혁명의 실패, 그 실패 속에서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 실패가 언젠가 혁명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통찰한다. 실패와 몰락과 좌절 속에서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굴하지 않고 “이유 없이 풍성”하고자 했던 의지가 모일 때 혁명을 성취하는 것이 아닌가.
5부는 5·16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7년의 시기를 다룬다. 저자는, 기대했던 혁명이 실패한 것에 대한 울분과 40대에 들어선 중견이자 비주류 시인으로서 한국 시단에서 중량감 있는 목소리를 내던 시기에 김수영이 품고 있던 지적 관심과 고민의 양상이 잘 드러나는 시편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물신주의가 팽배하던 이 시기, 배우, 사물, TV와 라디오, 미디어 등을 시의 소재로 선제적으로 끌어들인 김수영의 비범함과, 한국 사회의 속물성에 대해 김수영이 가지고 있던 뿌리 깊은 혐오와 경멸, 모순적 감정 등이 잘 드러난 시편들을 자세히 분석한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특별함은 저자의 부지런하고 꼼꼼한 취재 및 자료 조사에 따른 정보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김수영의 생애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기술하기 위해 김수영이 살았거나 거쳐간 공간을 샅샅이 탐문하고,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 여동생 김수명 여사와 수없이 인터뷰한다. 또한 김수영 연구 권위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학습, 정보 교류를 통해 기존의 김수영 연구가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도봉구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조성된 김수영 시묘비의 40cm 뒤쪽에 깊이 50cm로 골호가 묻혀 있다는 것을 유족이 작성한 설계도와 함께 공개하는 부분, 납북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수영의 두 남동생에 관한 김수명 여사의 증언 등은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카뮈와 니체, 하이데거 같은 외국 작가나 철학자들의 사유와 김수영의 시정신이 어떤 공통적 특질을 가지는지를 살핀 글들도 독자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김수영과 박인환, 고은, 염무웅, 백낙청, 김현 등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 이어령과 치른 문학 논쟁, 신동엽 시인과의 인연, 김수영이 일부 여성 독자들로부터 여성혐오 시인으로 비판받는 부분 등에 대한 엄정하면서도 객관적 평가가 개별 시작품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긴밀하게 연동되면서 독자를 김수영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62129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1월 18일 |
쪽수 | 670쪽 |
크기 |
152 * 225
* 39
mm
/ 96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리뷰 종류별로 구매한 아이디당 한 상품에 최초 1회 작성 건들에 대해서만 제공됩니다.
판매가 1,000원 미만 도서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리뷰는 1인이 중복으로 작성하실 수는 있지만, 평점계산은 가장 최근에 남긴 1건의 리뷰만 반영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