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장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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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0년 4월 4주 선정
장욱진은 머리만 깎지 않은 스님처럼 단출한 생활을 하며 일생 명예나 돈을 좇지 않고 붓 하나에 의지하며 철저하게 그림에만 몰두했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사랑해서 까치와 나무, 해와 새를 많이 그렸고 가족 역시 즐겨 그렸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화가의 큰딸이 아버지의 삶과 그림들, 가족의 이야기와 정신세계를 그리움을 담아 묶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경수
1945년 화가 장욱진과 이순경 여사의 큰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화학과 및 동 대학원졸업, 서울대 조교를 거쳐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현재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장,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 등을 맡고 있다.
목차
- 1장 까치를 그리다
1. 아버지, 안녕하세요
2. 나와 아버지의 내수동
3. 침묵으로 새긴 일제강점기
2장 가족도
4. 전쟁 중의 자화상
5. 명륜동 2가 22번지 2호
6. 결혼, 가족도, 덕소
3장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7. 진진묘와 동양서림
8. 까치가 머물 곳
9.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책 속으로
아버지는 우리에게 항상 자상하셨다. 작은아버지의 빨간 기와집에 있으면서 학교에 가는 나를 위해 매일 아침에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넣어주셨다. 그리고 내 머리를 깎아주신 적도 있다. 마당 한가운데 작은 걸상에 나를 앉히고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떠놓고 곱게 빗어가며 내 머리를 잘라주셨다.
문제는 내 머리를 지나치게 전위적으로 깎아주셨다는 것이다. 동그란 바가지를 쓴 것 같았다. 다 자르고 난 다음 자른 모양에 너무 놀라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부렸다. 얼마나 유명한 머리였는지 아버지의 장례로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떤 사람이 옆으로 와서 따님이라면 그때 머리 동그랗게 했던 그 여식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4. 전쟁 중의 자화상〉 중에서
하지만 아버지의 유머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술에 취해 계셔서 미워하면서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 방문에 술을 오늘부터 안 먹겠다는 의미로 술병과 컵을 거꾸로 그린 그림을 붙여 놓고 나가셨다. 어느 날은 내가 다그치면서 술 좀 그만하시라고 하고 학교에 갔다 오니 내 방문 앞에 ‘술독에 빠진 아버지’를 시험지에 그려 놓고 나가셨다. 아직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5. 명륜동 2가 22번지 2호〉 중에서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을 때였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아버지가 계셨다. 눈을 뜬 나를 보시고는 “경수야, 수고했다, 수고했다.” 하며 내 손을 붙잡고 쓰다듬어주셨다. 보통은 남편들이 아내의 손을 붙잡고 제일 앞에 있다가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버지가 그러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곧바로 “경수야, 힘들었지? 이제 그만 낳아라.”라고 말씀하셔서 멀찌감치 뒤에 있던 당사자인 남편은 조금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깨어나길 침대 제일 앞에서 기다리면서 첫 아이를 낳자마자 당장 장인어른이 가족계획까지 세우셨으니 말이다.
-〈6. 결혼, 가족도, 덕소〉 중에서
어머니의 시계와 반지 같은 장식품들은 늘 아버지가 직접 제일 예쁜 것들로 골라서 선물하셨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어머니의 생신과 결혼기념일은 절대 잊지 않고 행사를 해주셨다. 그렇다고 큰 잔치를 직접 열어줄 수는 없으니 아버지의 전시회를 항상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과 어머니의 생신이 있는 9월에 여셨다. 가족 누구든 아버지가 화가 장욱진이라 힘들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7. 진진묘와 동양서림〉 중에서
누군가 당신 그림을 좋아하거나 아버지가 마음에 들면 나눠주기는 해도 그림이 돈으로 환산되는 무엇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잘 팔리는 화가가 아니라 당신이 그릴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으며 당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9.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중에서
아버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많이 오셨지만 그저 우리 집에서 편안하게 쉬다 가시기를 바랐다. 그래서 결국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사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아버지 장욱진의 사인이 들어 있지 않은가.
-〈9.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중에서
출판사 서평
까치를 그린 소년
장욱진은 1990년 12월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린이아이와 같은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세계를 그렸지만 동시에 가장 정신적이고 보편적이며 독창적인 화가였다. 그는 1960년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 후로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만을 파고들며 살았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라는 말이나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는 말은 화가의 삶을 잘 나타내준다.
그는 1917년 충남 연기군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당주동으로 올라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수동으로 옮겨 초등학교를 다녔다. 말이 없고 온순했고 그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하였다. 내수동은 장욱진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혼 후 신혼살림을 차린 곳이자 저자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장욱진은 초등학교 시절 까치를 그린 그림으로 전국아동미술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집안에서는 몹시 반대했다.
일제강점기에 경성제2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장욱진은 일본인 교사의 부당한 처사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거기에 병이 겹쳐 수덕사에서 정양을 한 후 양정고보에 들어간다. 그는 ‘조선일보 전全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상을 받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지만 식민지 청년의 유학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명륜동과 덕소 그리고 가족
장욱진 가족은 한국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다. 장욱진과 큰아들, 큰딸은 고향에 내려가 있었는데 그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다. 저자는 내판에서 아버지 장욱진과 생활하며 느낀 아버지의 자상함과 피란 생활의 고단함을 생생하게 그린다.
서울로 올라온 화가의 가족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 명륜동에 자리를 잡는다. 장욱진은 이때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지만 1960년에 그만두고 이후로는 오로지 화가로서의 삶을 산다. 가족의 경제는 화가의 아내인 이순경 여사가 ‘동양서림’을 열어 책임진다. 서울이 복잡해지면서 장욱진은 덕소로 내려가 12년 동안 혼자 생활을 하게 되는데 덕소 시기의 화가의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여러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자유인 장욱진
장욱진은 덕소에서 서울로 올라오지만 다시 수안보로 내려가 그림에 열중한다. 아버지와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의 정을 확인하고 그리워하는 가족의 마음이 느껴지는 풍경들이 그려진다. 동시에 화가의 아내의 고단함과 막내아들 형구의 이야기 등 화가와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통해 화가 장욱진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노년의 화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신갈에 집을 짓고 전체 작품의 1/3에 해당하는 많은 그림을 그린다. 그 작품들에는 오 남매와 아내에게 쏟는 잔정과 따스한 눈길이 느껴진다. “나는 누구보다도 나의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다만 그림을 통해서 서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라는 화가의 말이 따스한 그림들과 가족과의 일화들로 이어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아버지 장욱진과 함께한 인도와 파리 여행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장욱진뿐 아니라 가족을 사랑한 아버지 장욱진의 면모를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들려준다.
동시에 장욱진이 일생을 걸고 걸어온 그림의 자취와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삶과 그림에 대한 태도를 볼 수 있다. “비교하지 말”고 “작은 것들을 친절하게 봐줘라.”라고 평소에 이야기한 것처럼 장욱진은 미술사조가 물밀 듯이 들어와도 그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다. 그림이 크기에 따라 팔릴 때 손바닥보다 작은 그림을 그렸으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나눠주기는 해도 팔지는 않았다. 그의 그림에 대한 오체투지와 맑은 정신을 끝까지 지키기까지의 고독과의 싸움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한 기록들은 장욱진을 우리가 다시 읽고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61719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30일 |
쪽수 | 258쪽 |
크기 |
146 * 212
* 19
mm
/ 35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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