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서 에스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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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세계일보 > 2014년 3월 4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유연희는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B. Th., M. Th.), 뉴욕시 유니온신학대학원(Un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구약성서를 공부했다(S.T.M., M. Phil., Ph. D). 뉴욕주 올리브브리지연합감리교회와 삼손빌연합감리교회(The Olivebridge and Samsonville United Methodist Churches)를 담임하였고, 미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여성국 파송으로 아시아, 태평양지역 지역선교사/컨설턴트(Regional Missionary/Consultant)를 역임했고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에서 일했다. 현재 감신대 외래교수이고 천성교회 영어예배부를 섬긴다. 저서로 『아브라함과 리브가와 야곱의 하나님』(대한기독교서회, 2009), 역서로 필리스 트리블의 『하나님과 성의 수사학』(태초, 1996)과 『수사비평: 역사, 방법론, 요나서』(한국기독교연구소, 2007), 그리고 존 콜린스의 『히브리성서 개론』(한국기독교연구소, 2011)이 있다.
목차
- 제1장 오경 속의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제2장 돕는 배필을 찾아서
제3장 하갈과 사라 이야기와 페미니스트 비평
제4장 미리암의 항변
제5장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
제6장 아비가일의 남자들
제7장 글로벌시민 룻의 달콤살벌한 성공기
제8장 시편을 보랏빛 렌즈로 읽다
제9장 와스디, 에스더, 세레스: 에스더서의 여성 리더십과 복잡한 유산
제10장 섹시한 성서, 베일을 벗다
제11장 퀴어비평: 성서를 되찾다
제12장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
책 속으로
오경의 법전 속에 나타난 몇 가지 규정은 현대의 독자가 볼 때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았다고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는 그러한 혐의를 받는 규정을 몇 가지 다루고자 한다. 가장의 의무 중 하나는 아내와 딸의 섹슈얼리티를 보호하고 그래서 가족 구조의 온전함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법의 목적은 가족의 온전함, 안정, 재정 능력을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현대 독자의 눈에 여성 및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종속적인 지위에 두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법들은 여성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1장 오경 속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서
아비가일은 본문에서 두 번 나귀를 타고 여정에 있다. 첫 번째는 갈멜에서 광야로 낯선 다윗을 만나러 갈 때, 두 번째는 다시 갈멜에서 광야로 가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남편이 될 다윗을 만나러 갈 때이다. 첫 여정에서 아비가일은 남편 나발을 살리고 다윗의 폭력을 막으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둘째 여정에 오를 때는 그토록 살리려던 나발이 결국 죽고 없는 상태로서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길에서 아비가일은 혼자이다. 첫 여정에서 아비가일은 선물과 소년들을 먼저 다윗에게 보내고 혼자 간다(19~20절). 아내로서 다윗에게 갈 때에 아비가일은 단출하다. 함께 가는 다섯 하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서두에서 그 많던 가축이나 종들, 양털 깎는 수확의 풍부함과 잔치의 풍부함과는 대조적이다. 어쨌든 아비가일은 새 여정에 오르고 지금은 경계선상에 있다.
-‘6장 아비가일의 남자들’에서
들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들 역시 이 외국 여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룻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붙이거나 함께 이삭을 줍자고 초대하지 않는다. 이는 보아스와 일꾼들이 서로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며 인사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2:4). “주님께서 자네들과 함께 하시기를 비네.” “주님께서 주인어른께 복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화자가 들판의 젊은 여성들과 룻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독자는 이 이스라엘 여성들이 룻을 경쟁자로 여겼거나 경계했거나 왕따시켰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룻이 보아스에게 “……어른께서 거느리고 계신 여종들 축에도 끼지 못할 이 종을 이처럼 위로하여 주신……”(2:13)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겸손의 표현이자 보아스의 동정을 구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들판의 여자들에게서 받은 푸대접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자니 룻기에서 여자들의 강한 연대를 찾기가 어렵다. 룻은 여자들에게서 도움을 받지 못했고 여자들 사이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룻은 타국에서 스스로의 생존을 개척해야 했다.
-‘제7장 글로벌 시민 룻의 달콤살벌한 성공기’에서
와스디와 에스더 및 세레스, 이 두 종류의 교회 여성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한다. 와스디들은 에스더들과 세레스들을 낮추어 보고 그들을 집의 부엌에서 교회의 부엌으로 뛰어다니는 교회의 하녀라고 부른다. 에스더들과 세레스들은 와스디들을 여성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나운 싸움닭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피하려고 한다. 에스더서의 여성 등장인물들이 화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교회 여성은 새로운 화자인 교회의 남성 지도자들에 의해 가르침을 받았고 길들여져 왔다. 에스더나 세레스와 같은 교회여성과 와스디와 같은 교회 여성은 하나가 되고 협동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리더십에 관한 화자의 관점을 비평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 것처럼 교회의 여성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화자의 관점도 비평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제9장 와스디, 에스더, 세레스: 에스더서의 여성 리더십과 복잡한 유산’에서
이와 관련하여 성서는 여자들이 좋은 섹스나 나쁜 섹스 안에서 욕구를 발산하는 것에 관해서도 말한다. 몇 가지 예만 들어본다. 사라는 늙어서 성적인 친밀함의 즐거움을 언급한다(창 18:12). 이삭과 리브가 부부가 애무하는 것을 아비멜렉 왕이 보았다고 했는데(창 26장), 이 장면은 리브가의 욕구와 참여를 전제한다. 레아와 라헬은 누가 야곱과 밤을 보낼 것인지를 협상한다(창 30장).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을 적극 유혹한다(창 39장). 들릴라는 섹슈얼리티를 이용하여 삼손을 굴복시키는데 세 번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아낸다. 잠언은 부부간의 사랑에서 성적인 즐거움을 강조한다(5:18~19). 호세아의 아내 고멜이나 에스겔의 은유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여자 이스라엘은 매우 음란하다(호 1~3장; 겔 16, 23장). 이 여자들은 결혼 밖에서 애인을 적극 찾아 자신들의 욕구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온다. 심지어 남자에게 화대를 지불하기도 한다(겔 16:33~34).
-‘제10장 섹시한 성서, 베일을 벗다’에서
출판사 서평
오늘날의 여성과 구약성서 속 여성들의 거리는 멀고도 가깝다. 성서 속 여성의 삶은 시대와 지리, 문화, 경제, 사회, 정치와 같은 모든 면에서 현대 여성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상이하다. 동시에 그러한 간격에도 불구하고 성서 속 여성의 삶은 현대 여성, 특히 한국 여성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와 교회 속에 엄존하는 성차별의 현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서는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를 반영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빈번하게 등장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남성들이 더 지도력을 지닌 위치를 점하고 있고, 남성 위주로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 때문에 성서의 여성이 억압되고 종속적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사회에서 여성이 실제로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성서는 어느 정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서에 묘사된 바가 당시 여성의 실제 역할과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일부는 당시 현실 모습을 기록하고 있고, 일부는 저자들의 개인적인 관점을 반영한다.
이 책에서는 남성에 의해 쓰이고 남성에 의해 해석되어온 성서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을 끄집어내 구약성서의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다.
최초의 여성이자 인류의 대표, 이브부터 여러 민족의 어머니 사라, “셀 수 없이 많은 후손” 에돔의 여조상 하갈, 열두 지파의 어머니 레아, 라헬, 빌하, 실바, “주님께서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항변하는 미리암, 민족 갈등 속에서 생명을 지켜낸 브아와 십브라,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나선 아벨 부인, 형제 살해를 막고 가정의 평화를 지킨 어머니, 리브가, 나발과 다윗 두 왕조, 두 남자, 두 세력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아비가일, 국적과 종교적 편견을 넘어 성공한 글로벌 시민이 된 룻, 그릇된 왕명을 거부한 당찬 여성 와스디, 지적이고 정확한 정치적 판단으로 왕을 설득해낸 에스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저마다 그 시대 현실 속에서 해낸 공적, 개인적 역할이 있다.
구약의 수상한 여성들, 성서 밖으로 나오다
“주님께서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너하고만 말씀하신 게 아니라 우리하고도 말씀하셨다고!”라고 민족 최고 지도자에게 소리 높여 도전한 여자가 있다. 미리암이다. 미리암은 아론과 함께 모세가 구스인 여자를 아내로 얻은 걸을 가지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곧 두 사람이 모세에게 지도력을 나눠 행사할 것을 요구한 문제로 넘어간다. 하나님은 도전한 두 사람에게 화를 내고 모세의 절대적 위치를 변호한다. 결과는 미리암은 벌을 받아 피부병을 얻고, 아론은 무사히 벌을 모면한다. 미리암과 아론의 잘못은 무엇일까, 왜 하나님은 그토록 노기를 띠고 모세를 옹호한 걸까, 두 사람이 도전했는데 왜 미리암만 벌을 받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가며 그 텍스트 안에서 침묵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한 여성, 미리암을 다시 만나게 된다. 아론과 달리 미리암은 모세와 동등한 지도력을 주장한 자신이 ‘어리석었다’거나 ‘죄’를 지었다고 시인하지 않는다. 피부병을 낫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남성 중심적 문화 속에서 교회 여성들은 미리암의 경우에서 자신이 겪는 불의를 떠올린다. 지도자들은 여성과 평신도의 지도력을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의 전거를 모두 성경에서 찾는다. 그러나 모세에게만 직접 말씀하신다던 하나님은 성서 화자를 통해 미리암과 아론에게도 직접 분명히 말씀하시는 걸로 묘사된다. 또 화자는 하나님의 감정적인 반응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미리암이 영향력 있는 지도자임을 증명했다. 그렇듯 주석가와 설교자들이 성서 화자의 이데올로기를 전달하고 재강화하는 작업이 늘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여성과 남성은 성서 본문의 행간을 읽으면서 독립적인 독자로서 스스로 성서를 해석하고 직접, 분명히 말씀해주시는 하나님과 만날 수 있다.
에서와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는 쌍둥이 중 작은아들인 야곱을 도와 남편 이삭의 축복을 받도록 돕는다. 원래 이삭은 장자 에서를 축복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리브가는 야곱을 털이 많은 에서인 양 분장시켜 이삭을 속이고, 이삭은 야곱이 에서인줄 알고서 그에게 축복을 내린다.
학자들과 설교자들은 리브가가 한 아들을 편애하고 속임수를 써 가족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종종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전체 리브가 내러티브 내에서 리브가가 맡은 문학적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다. 하나님은 족장 이삭이 아닌 리브가에게 자손의 미래에 대한 신탁을 내린다. 내러티브는 이 신탁이 어떻게 성취될 것인가를 두고 펼쳐진다. 리브가는 유일하게 신탁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신탁을 실현시켰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동생이 자기 복을 가로챘다는 걸 알고 동생 야곱을 죽이기로 결심했을 때, 리브가는 야곱을 피신시키고 이삭을 완곡하게 설득함으로써 형제살해를 막아내 가정의 평화를 지켰다.
리브가는 이야기 속에서 남자들을 장기판의 알처럼 움직였지만 결국 그녀 역시 가부장제 문화 속의 여성이었고 속임수 지혜를 써야 했다. 뒤에서 엿듣고, 야곱이 축복을 받게 하기 위해 요리하고 옷을 챙기는 살림살이 기술을 썼으며, 남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기 다른 이유를 댔다. 자신이 처한 여성, 그리고 어머니라는 지위 안에서 지혜를 발휘한 결과 아무도 살해당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살인자라는 가인의 표를 받지 않았다. 두 아들은 먼 훗날 화해를 하였고, 독자들은 이러한 화해 뒤에는 노심초사한 어머니 리브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룻기에 대한 대부분의 해석에 의하면, 룻기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문학단편이다. 룻과 나오미는 이방며느리와 시어머니라는 관계를 넘어 서로 연대했고, 보아스와 주민들은 이방인을 차별하지 않고 어려운 사정의 여성들을 도왔고, 배후에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룻기를 그렇게 ‘착하게’ 읽지 않는다. 나오미나 남녀 지역민 일반이 실은 룻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룻이 적대적인 환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면에서 룻을 성공적인 이주노동자요, 글로벌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그럼으로써 글로벌시대에 한국 땅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방인’들이 하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편 오늘날 한국인 역시 어디서든 생존해야 하는 글로벌 유목민으로서 룻의 입장이 그다지 낯설지 않음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 들여다본 성서 안에서 이브, 하갈, 아벨의 여인(아벨 부인), 아비가일, 에스더, 와스디, 세레스 등은 새로이 해석되고, 그 해석 안에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 있는 한국 교회의 여성들이 지녀야 할 여성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성서_性書, 퀴어, 페미니즘, 포르노그래피
성은 시대의 화두이다. 몸과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에 대한 관심과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주제이다. 사실 성서, 특히 구약성서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주제 중 하나도 성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을 성적인 존재로 지으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성에 대해 가르치고 규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게 여의치가 않다. 현대 성 문화는 느슨하고 교인들은 그 영향을 받는다. 교회는 한편으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려는 욕구와 다른 한편으로 현대의 섹슈얼리티에 적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교회의 문제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대화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덕적 기반을 교회가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는 성에 대해 공공연히 많이 말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섹슈얼한 존재로 지으셨기 때문이고, 성서가 성에 대해 많이 말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절반이 야동 중독이고, 포르노 유료 시청자가 세계 최고이고, 성폭력 범죄가 세계 최고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교회에서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는 물론 성인도 교회가 성에 관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다. 성서의 독자들은 매 시대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성서에 물었다. 오늘날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질문도 그러하다. 성서는 성에 대해 의외로 솔직하고 공공연히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모순과 불일치가 많다. 이 책은 이 솔직함과 불일치라는 측면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성서 연구분야 가운데서 가장 새로운 해석 방식론 중 하나인 퀴어비평을 만나볼 수 있다. 성서 퀴어비평이 무엇인가, 퀴어비평의 주체가 누구인가, 페미니즘 성서비평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다루고, 다양한 퀴어비평의 해석을 소개함으로써 퀴어비평이 실제로 성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동성애 시각 또는 퀴어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한다는 것은 성서를 되찾아가는 과정이요, 퀴어를 공격하던 무기였던 성서가 퀴어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성서로 변신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성서(聖書)는 성서(性書)이기도 하다. 성에 대한 숱한 이야기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성서에는 성에 대한 심한 억압을 담고 있는 본문부터 자유분방한 해방을 담고 있는 본문까지 다양한 입장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구약성서에서 여성의 성에 대해 가장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에스겔 16, 23장에 나오고, 가장 해방적인 묘사가 아가에 나온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두 본문을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사학의 관점에서 본다.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시대의 조류와 더불어 섹슈얼리티(性), 여성의 몸, 포르노그래피라는 프리즘을 성서 본문에 처음 적용하여 해석하였기 때문에 에스겔과 아가에 대한 이 학자들의 해석을 한다. 이는 성서 본문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해석을 아우팅(outing)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해석이 이성애 중심적이었음을 지적하고 퀴어 시각이 어떻게 두 본문을 해석하고 있는지, 성서 해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다. 독자는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를 단체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들여다보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각자 감추거나 드러내는 것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야훼의 말에서 상대 남자들의 남성성과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야훼가 퀴어일 거라고 생각하게 한다. 우선, 야훼는 아내가 바람난 상대 남자들에게 복수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또 “여자들의 가슴이 눌리고…… 음란을 쏟음을 당했다”는 수동형은 역으로 남자들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야훼는 이 남자들의 행동에 더 관심이 가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야훼는 여자의 몸보다는 남자의 몸에 무척 관심을 보인다. 야훼가 그들을 눈여겨보니 좋은 옷을 입고, 외모가 준수하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말까지 있다(6, 12, 15, 23절). 그들은 남성미가 넘치고 성적 매력을 가진 남자들이다. 성기(바싸르, ‘살’, 20절)도 엄청 크고 정액(또는 ‘성기,’ 20절)도 장난이 아니다.(야훼가 상상하는 것일까? 실제 보았다면 언제 보았을까? 간음 현장을 덮쳤다 해도 남자들만 눈여겨 본 듯하다.) 아내를 질투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그 남자들을 아내가 가졌기 때문이고 그게 아내의 죄이다. 야훼는 그들 앞에서 좀 주눅이 들지만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제12장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
기본정보
ISBN | 9788964360804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3월 14일 |
쪽수 | 364쪽 |
크기 |
152 * 225
* 3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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