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자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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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병길은 담양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육개발지원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고,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이다.
최근 논문으로 「김동리 역사소설과 동양정신」(2009), 「한국 근대 신문연재소설란의 형성 과정 연구」(2009), 「‘황진이’ 설화의 역사소설화와 그 계보」(2009), 「한국 근대 역사문학의 기원과 지형」(2010), 「한국 근대 역사소설과 역사극의 교섭 양상」(2010), 「‘傳’계 소설과 ‘역사소설’의 분절성에 관한 연구」(2011) 등이 있다.
목차
- Ⅰ. 서론: 역사, 역사소설, 역사소설 비평에 관한 네거티브
1. 사실인가? 허구인가?
2. 메타내러티브는 메타 가능한가?
Ⅱ. ‘역사소설’ 개념의 번역과 도래
1. 용어의 이입과 굴절
(1) 명칭의 외래성
(2) 표제의 고안
(3) 역어(譯語)로서의 잉여
2. 史와 虛構 사이의 거리
(1) 역사전기소설과 역사소설 간의 분절성
(2) 記와 作, 그 분화와 습합
3. 기원의 소거와 전도
(1) 기점 논의의 간략한 전사(前史)
(2) 매체가 창출한 역사소설의 남상
Ⅲ. 신문저널리즘과 역사물의 번성
1. 연재소설로서 역사소설의 정착 배경
2. 역사담물의 계보
3. 역사담물과 역사소설의 경합과 공조
4. 신문소설의 미학과 역사소설의 대중성
Ⅳ. 역사소설 메타내러티브의 형성과 원리
1. 역사소설과 역사담물(歷史譚物) 사이의 경계 긋기
2. 역사와 문학의 길항
3. 역사소설의 통속성과 전작소설(全作小說)로서의 가능성
4. 양식성의 부재와 메타내러티브의 공전
Ⅴ. 담화의 혼종성과 담론의 양가성
1. 전대 서사문학 전통과의 교섭 및 근대소설로의 지향
2. 민족서사로서의 양면성
3. 대중, 통속, 역사 ; 자미(滋味)의 역사 글쓰기
4. 제국주의 국가 담론과 역사의 서사적 재해석
Ⅵ. 보론: 역사소설 연구를 반성하다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1936년 1월 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大家와 野談」이라는 제목의 한 컷 만화다. 만화 좌측에 붙은 “野談의 文壇進出! 아니 文學의 野談界進出!”이라는 만평은 이광수와 김동인과 같은 기성 역사소설 작가들이 사담을 비롯한 역사담물 쓰기에 참여하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상당수 야담 작가들이 역사소설가로의 변신을 꾀했던 1930년대 문단의 세태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흥미 본위의 역사물이 신문지면 도처에 만연했던 당시 상황에서 작가들의 무분별한 야담 쓰기 행태를 향한 쓴소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소설적 자질을 구비하지 못한 채 양적으로만 비대해져 간 역사소설의 저급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이른바 ‘역사소설 전성기’는 이렇듯 그 글쓰기가 ‘滋味’, 곧 대중성과 손잡은 순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그 대의적 명분은 다름 아닌 ‘민족 이야기’로서의 역사 글쓰기였다. - ‘책머리에’ 중에서
신문 지면에 야담의 진출이 빈번히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신문연재소설란은 역사소설의 배타적 권역이었다. 야담을 위시한 역사담물이 진입하는 데 적잖은 제약 요건이 연재소설란에 내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재소설란은 서사물의 소재적 또는 양식적 특이성과 무관하게 신문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규범을 연재물에 강제함으로써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갔다. 이는 설령 장형의 야담이라 할지라도 연재소설란에 적합한 글쓰기로 곧바로 용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허구적 요소를 강화하고, 소설의 플롯 개념을 도용하며 부분적이나마 인물의 심리 묘사를 도입하는 등 글쓰기 패턴에 있어 야담이 종래의 역사담물과 비교할 때 근대소설에 가깝게 점차 혁신되어 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역사소설과 야담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 ‘Ⅲ. 신문저널리즘과 역사물의 번성 - 3. 역사담물과 역사소설의 경합과 공조’ 중에서
창작 방법론으로서 리얼리즘 문학은 역사의식 혹은 역사적 진실성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 양자를 화해시키려 했던 기획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도는 허구성을 전형성으로 윤색하여 사실성으로 치환시키는 목적의식 문학의 도식성에 이내 갇히고 말았다. 역사와 문학을 사실성과 허구성의 표상 관계 안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갖는 한계가 의심되지 못한 결과다. 역사소설을 단순히 역사와 소설 간의 결합 관계로 바라보았던 이러한 시각이 사실을 구원하기 위해 미학적 특질의 양해를 암묵적으로 전제했던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허구적 상상력에 기대어 비-사건적인 것(non-evenemential)으로써 역사의 이면을 밝혀내는 역사 서술의 보족적 글쓰기가 역사소설은 아니다. 역사소설의 거처는 역사학이 아닌 문학의 장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상이 역사의 진실 및 현실과 결코 합치될 수 없는 독특한 진실과 현실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거한다. -‘Ⅵ. 보론: 역사소설 연구를 반성하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조선의 모던 보이는 ‘자미(滋味)’가 있어야 소설을 읽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 문단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매일신보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야담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 역사소설은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역사소설 연재에 더 열을 올렸다. 작가들 또한 문학성과 대중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신들의 글이 즐겁게 읽히길 바라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일제 치하 조선 문단에는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전성기라는 때 아닌 호황이 도래했다.
당대의 고루한 논자나 비평가들의 시각에서는 지극히 ‘야담’스럽기도 한 역사소설의 그 같은 인기는 위험한 것이었다. 때가 어느 때인가. 진지하고 또 진지하게 시대의 문제를 성찰해야 될 일제시대가 아니었던가. 이에 대해 당시 역사소설가들은 ‘우리는 민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웠고, 실제로도 한민족의 역사에서 숱한 제재를 취했다. 그러나 그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호응과 열광을 끌어들인 자미 곧 재미가 있었다.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는 부제인 ‘새로 쓰는 한국 근대 역사소설의 계보학’이 말해주듯이, 바로 그 ‘자미’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근대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계보와 구체적인 면면, 그리고 발전 과정을 소상하게 연구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던 이 책에서 단순히 당시 역사소설의 알파와 오메가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것 이상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 제재를 취한 소설 일반을 가리키는 양식명인 ‘역사소설’이라는 명칭이 실제 역사소설의 실재에 부합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재의 역사소설을 획일적이고 고유한 미학을 구가하는 양식으로 바라보고 한계 지으려 했던 역사소설 비평이 부여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기존 비평의 지배하에 있던 연구는 결국 ‘민족주의 담론’에 갇혀 당시 역사소설의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문제의식의 핵심은 통속성에 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민족주의 의식이 소설에 투영되기를 강제한 측면이 있다. 어떤 작가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가들의 펜을 움직인 것은 신문저널리즘의 상업적 압박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시선이었다. 저자는 “인물 형상의 상투성, 멜로드라마적인 서사 전개, 그리고 삽화적인 서사 구성”과 “연애담, 인물 형상의 미화, 선악의 대비 구도, 궁중 비화, 선정적 묘사, 출세담과 복수담”의 범람이 당시 역사소설을 통속적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대중성을 보증해준 자산이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민족의식의 고취라는 진중한 이상이 아니라, 재미라는 통속적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이 사실은 서구 소설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온 일종의 수입된 글쓰기라는 점도 강조한다. 민족주의 의식이라는 틀에 역사소설을 가둘 수 없는 계보학적 이유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도 소설 곧 문학에 속하는 것인 이상, ‘역사’, ‘민족’, ‘이데올로기’, ‘정치’는 장악할 수 없는 상상력의 소산이며, 바로 거기에 대중성이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전형적인 양식들 혹은 문학 외적인 틀로 한계 지을 수 없는 문학적인 어떤 것에 착목하자는 얘기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60309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6월 20일 |
쪽수 | 326쪽 |
크기 |
153 * 224
* 30
mm
/ 59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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