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2016년 6월 28일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곳이 세계 최고의 축구를 하는 나라 중 하나인 스페인이라는 것에 매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곳이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배출하는 국가라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고 모든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7월 7일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코베르치아노(이탈리아 축구 트레이닝센터)에 방문하여 안첼로티, 만치니, 알레그리, 콘테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UEFA PRO 라이센스를 취득하면서 작성한 축구 논문(석사)을 보게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몸의 전율을 느꼈다. 여행 후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 스페인에서 저명한 지도자 중 하나인 Ferney Agudelo Benavides(이하 Ferney)에게 UEFA PRO 수준의 내용을 배우며 현장과 교실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나 또한 한국에서 축구 관련하여 많은 서적을 읽고 자료들을 수집하여 공부했기 때문에 웬만한 부분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나의 오만함이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하루하루가 소름 돋는 전율의 연속이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축구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피지컬에 대한 주기화, 코칭 방법론, 다양한 론도(볼 돌리기 훈련) 훈련법, 전술에 관해서는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또한 프로축구단의 일부 코칭스태프나 유럽을 경험한 지도자분들은 이러한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든 지도자에게 널리 보급된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나를 지도했던 Ferney는 말했다. 남미는 유럽에 보다 10년 뒤처져 있고 아시아는 20년, 아프리카는 30년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축구를 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10년에서 15년 정도 뒤처져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많은 지도자가 유럽의 선진적인 축구를 가져와서 우리의 상황과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면 그 차이는 5년, 10년 이상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그 간극차이를 줄이기 위해 내가 유럽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토대로 10년이 넘게 선수를 하며 경험한 것들을 조합하여 쓰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되었고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럽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 원동력은 바로 20살 때 ?안첼로티의 전술노트? 를 읽고 나서부터다. 그 책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일본의 이탈리아 전문 축구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카타노 미치오가 쓴 책이다. 그는 안첼로티 감독이 2001년 AC밀란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실제 만남과 전화통화로 40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전율을 느꼈고 뇌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이 해야 할 일들을 그렇게 세세하게 기록해놓은 책은 태어나서 처음 읽어보았고 그 이후에 좀 더 집중적으로 축구책이나 자료들을 읽기 시작하였다. 물론 한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 그 책보다 더욱 전율을 느끼게 해준 책은 아직 없었다. 아직도 한국에선 축구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현직 축구 지도자가 더욱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지만 자료와 서적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럽보다 축구 관련 서적과 자료가 매우 부족한 것이다.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지도자는 선수들을 잘 가르칠 수 있지만 이제 막 입문한 지도자는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른다. 경력 있는 지도자 밑에서 배우는 선수는 다행이지만 이제 입문한 지도자에게 배우는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그 선수들은 모두 입문한 지도자가 경험 쌓기 위한 발판이자 실험 대상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앞선 지도자들이 연구한 부분이나 자료들을 읽고 미리 습득한다면 그런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축구계의 선배 지도자들이 후배, 입문하는 지도자들의 발전을 위해 많은 자료를 보급하여 좋은 지도자가 배출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나 또한 이 책의 모토가 된 [안첼로티의 전술노트]를 읽었을 때 전율을 느낀 만큼 현직 축구계에 있는 사람, 그리고 축구계로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많은 분에게 내가 느꼈던 전율과 기쁨을 다시 나눠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