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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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어지러운 발자국들 앞에 엎드려 온몸을 굴속으로 넣었을 때 후두둑 개벼룩이 떨어지고, 식량도 물도 떨어져서 목은 타오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그 험한 오지 네어멍구 변경에서 저자와 늑대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하는 내내 새끼 늑대 두 마리를 키우며 늑대와 늑대 굴을 찾아다닌 이상한 여행. 그 이야기와 더불어 늑대와 개, 양치기의 삼각관계, 어떻게 늑대가 개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왜 늑대를 미워하는지, 한반도에서 늑대는 어떻게 사라졌는지 무수하게 쏟아지는 물음을 찾아간 저자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2020 우수환경도서 선정
작가정보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포유류 전문가로 통한다. 오직 야생과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연구하는 행적 때문에 철저한 아웃사이더, 혹은 외로운 늑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1963년 경주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고, 조경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1998년 대전 동물원 설계를 끝으로 조경 일을 그만두었다.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일하다가 더 이상 야생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되자 그만두고 전국 곳곳으로 동물을 찾아다녔으며, 몽골과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 네이멍구 자치주 같은 동북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야생동물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와 사진이 수천 장이 넘고, 기록해둔 일기장도 수십 권에 이른다. 2007년에는 최태영과 공저로 《야생동물흔적도감》을 펴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 저자가 쓴 포유류에 대한 책이 없고, 특히나 늑대 이야기는 다른 나라 책을 번역해서 소개했을 뿐이다. 이 책은 한국의 동물전문가가 쓴 늑대에 대한 첫 책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목차
- -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 늑대를 찾아 떠난 여행
- 깡패와 어벙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 여행 밖 이야기
추천사
-
그를 만나면 행복해진다.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몽골의 드넓은 초원과 알타이의 바위산 그리고 히말라야와 파미르의 설산이 펼쳐진다. 그곳에 살고 있는 늑대와 눈표범도.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때면 그를 만나러 간다.
-
그는 숲을 사랑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들의 알파 늑대이자 영원한 대장이다.
-
늑대를 사랑하는 사람, 늑대를 닮아가는 사람, 늑대와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 생명의 존엄과 경이로움으로 늘 야생에 머무는 사람. 그가 가는 길은 들꽃처럼 자유롭다.
-
나는 최현명이 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늑대나 개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신의 실수 같다.
-
서울에서 곤충 모임이 기분 좋게 끝나고 지독한 숙취와 함께 눈을 떴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책상이 있고 책꽂이에는 수십 권의 취재노트가 빼곡하다.
키 높은 진열장에 있는 야생동물의 하얀 골격들이 나를 내려 보고 있다.
주섬주섬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인다. 밖에 나가면 형수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형님 집에서 처음 잤던 날이다. -
그의 옷이나 신발에는 숲에서 걸어 나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거칠고 수줍어 무리에 합류하기를 거부하지만 정작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최현명이 들려주는 야생동물 이야기는 몽골 초원처럼 넓고 숲의 소리처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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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不狂不及, 어떤 것에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들다. 저자가 온몸으로 찾고 조사한 이야기가 애틋하고 따스하다.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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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그의 행색은 늘 같다. 낡은 조끼 주머니에는 나침반과 칼, 줄자와 비닐봉지, 수첩과 볼펜 그리고 담배 몇 개비가 불룩하게 들어 있다.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늘 준비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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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명은 타고난?이야기꾼이고, 탁월한 야생동물 그림쟁이다. 오랜 야생 경험에서 녹아나온 것이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늑대와 삵, 담비?같은 포식동물들을 얘기할 때 눈이 반짝인다. 우리는 그를 늑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그와 함께?야생동물을 찾아 몽골 대평원을 달릴 때?온몸을 흔들어 대던 덜컹거림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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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야생동물의 마음을 가장 잘 읽어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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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흔적을 찾는 동물적 감각. 그는 세상보다 야생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 무니다. 늑대이무니다.” -
어떤 생명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늑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특화되고 진화한 사람이라면 단연 최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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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가리왕산과 설악산을 함께 다닌 적이 있다. 혼자였으면 알지 못할 야생동물의 많은 흔적들을 그는 찾아냈다. 어디는 누가 뿔질했던 흔적이고, 어디는 멧돼지가 일 년쯤 전에 집을 지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LAB2050 연구원 -
경상도 말투가 섞인 강의는 투박하다. 그런데 말과 함께 칠판에 그리는 야생동물 그림을 보면 아이들은 금세 빠져든다.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시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그의 강의는 늘 그립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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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몽골이나 러시아 오지를 찾아다니며 늑대와 표범, 호랑이를 연구하고 기록하고 그 무용담을 들려주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자연은 정복하고 개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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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생동물은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도망간다며 혼자서 일찍 나간다. 달랑 물 한 병만 들고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기도 한다. 그가 다녀오면 동물 굴이나 둥지 같은 촬영할 거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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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침이면 몽골 초원이나 야생의 숲으로 사라지고 없다. 한밤중에 돌아온 그의 배낭에는 동물 뼈나 배설물, 짐승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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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중국 내몽골 초원에서 밤이나 낮을 가리지 않고 풍찬노숙하며 늑대를 쫓아다니던 그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15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러서야 우리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게 되었구나. 축하라기보다 다행이라 함이 더 적절한 말인 듯하다. 잊지 못할 고생도 굶주림도 다 순간이고 다 지나가고 만다.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책은 기억을 품고 너와 나보다 더 오래 오래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쫓아다니던 그 어미 늑대를 다시 찾았다. 우리 사진첩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그 늑대가 다시 살아나 우리에게 그리고 아마도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하며 인간에 못지않은 협동정신과 자기희생정신을 지녔음을 당당하게 알려 줄 것이다. 갑자기 그 어미 늑대의 새끼 일곱 마리도 궁금해지는구나. 어미 늑대는 늙어서 이미 사라졌을까? 하지만 그 새끼들은 오늘도 험한 환경 속에서 굳건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인류가 자기 잘못을 돌아보고 작은 공간이라도 그들에게 내 주었으면. 이 책이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겨 주었으면 한다.
- (중국동북임업대학 야생동물자원학과 )
책 속으로
5월 16일
모두 일곱 마리의 새끼 늑대들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었다고 한다. 5월 6일에 굴에서 꺼냈다고 하니, 사람의 손을 탄 지도 열흘이었다. 새끼 늑대들은 몹시 야윈 데다 털도 거칠었다. 열흘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티가 역력하다. 우리는 새끼가 있는 늑대 굴을 찾아만 달라고 했다. 새끼가 굴속에 있는 것만 확인하면 바로 물러나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새끼들을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새끼 늑대를 꺼내온 이유를 따지듯 물었다.
5월 21일
늑대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내 질문에서 빠진 적이 없다. 이는 나를 위한 질문이었다. 나는 늑대가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할머니의 옛 이야기쯤으로 흘려듣는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한 곳에는 작은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혹시라도 미친 늑대 한 마리쯤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려나, 이 질문을 던지며 나는 내심 “그런 일은 보도 듣도 못했다”는 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5월 25일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 그러니까 빛과 어둠이 서로 섞여들 때가 가장 아까운 시간대다. 이때 동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맘껏 즐겨야 한다.
혼자 숲속을 걸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곁을 지키는 친구라곤 그림자뿐인데다, 그는 참견하는 법이 없다.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만 가득 차고, 질문도 답도 단순해진다. 타인을 배려할 필요도, 개인적인 호기심을 억누를 필요도 없다. 혼자일 때 스스로에게 가장 충실할 수가 있는 것이다.
5월 27일
오른쪽의 좁은 초지에서 늑대 두 마리가 걸어오다가 앞장선 녀석이 멈춰 선다. 녀석과 동시에 눈이 마주친 것이다. 녀석이 갑자기 멈추자 뒤따르던 녀석도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날 쳐다본다. 그 자리에 엎드리려다가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얼른 셔터를 누른다. 경사진 초지 아래쪽에서 한 마리가 더 나타난다. 마지막 녀석까지 나를 보았는지, 세 마리가 동시에 서쪽의 고지대로 천천히 달려간다.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모래밭에 늑대 발자국이 한 줄로 길게 이어져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모래밭을 가로질러 건너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내려가보니 늑대 발자국이 아니다. 간밤 하염없이 헤매던 내 발자국이다. 괜히 민망해진 마음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6월 3일
들불이 훑고 지나간 갈대밭을 지나는데, 왼쪽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민가인 할매네 집도 직선으로 1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다. 이곳에 개가 있을 리가 없다. 늑대다. 하지만 두 번 짖고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늑대는 짖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개처럼 크고 길게, 요란스레 짖지도 않는다. 낮게 한 번 짖어 반응을 살핀 후 다시 짖는 정도다.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경우, 경고의 의미로 짖는 것이다. 두려움과 위협이 뒤섞인 소리다. 무언가 느껴지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짖는 것이다. 지금 늑대를 짖게 만든 나에 대한 경고이다. 넌 발각되었어, 우린 널 주시하고 있어, 라는. 동시에 동료들에게 수상한 대상이 나타났음을 알려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소리다.
6월 10일
올라왔던 반대편으로 모래언덕을 내려가다가 커다란 늑대 발자국을 발견했다. 앞발의 폭이 8센티미터가 넘는 수놈이다. 암컷이라면 아무리 넓어도 7센티미터를 넘지 않는다. 빗줄기에 뭉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에 지나간 듯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차 소리를 듣고 황급히 피했을 것이다.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내가 따라 밟고 있는 발자국은 어떤 긴 선의 한쪽 끝이다. 선의 저쪽 끝에는 여전히 이 흔적을 남긴 용의자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모래 위에서 실선을 그리던 발자국은 초원이나 관목숲으로 이어지면서는 가상의 점선으로 바뀐다. 이때부터는 상상력을 가동시켜야 한다. 최대한 늑대의 입장이 되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해본다.
6월 17일
깡패가 새끼 양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순식간에 달려들어 새끼 양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진다. 새끼 양은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질러댄다. 얼른 깡패 녀석의 목덜미를 낚아채자, 녀석은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녀석의 목덜미를 더 세게 잡아당겨보지만, 놈은 양의 뒷다리를 놓지 않고 으르렁거릴 뿐이다.
녀석은 내게 반항하고 있다. 우두머리 늑대, 알파 늑대인 나에게. 내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체벌을 받아야 한다. 녀석의 콧등을 손바닥으로 두 차례 때리자, 깡패 녀석은 그제야 억울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사냥감을 포기한다.
6월 19일
늑대 가족은 서쪽으로 이동했다. 시작은 어렵지 않았지만 굴에서 멀어지자 어른 늑대의 발자국이 여러 방향으로 나뉘었다. 특히 한 마리는 가족에서 멀리 벗어났다가 다시 합류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발자국의 주인이 교대로 바뀌기도 했다. 비가 내리기 전의 발자국은 굴 쪽으로 향해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굴에서 가까운 길목이라 사냥에서 돌아오는 발자국이 굴을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었다. 굴에서 30미터쯤 멀어지자 비가 그친 뒤에 찍힌 새끼 발자국만 보인다. 거기까지는 새끼들의 놀이터가 아니었기에, 지금 보이는 발자국은 어제와 오늘 새벽의 이동경로일 것이다. 어른 늑대의 발자국 역시 한 방향이었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었다.
출판사 서평
한국 저자가 쓴 늑대에 대한 최초의 기록.
잃어버린 야생으로의 초대
드넓은 초원과 사막, 길 없는 길로 한 사람이 걸어간다.
표시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 오직 늑대와 짐승 발자국만이 흔적으로 있는 곳이다.
알타이 바위산 히말라야와 파미르의 설산, 그가 가지 않은 곳은 없다. 늑대가 있는 곳이라면. 가끔은 네발로 걸으며 늑대 흉내를 내기도 하고 보폭이 넓어진 곳에서는 그도 함께 따라 뛴다. 저 멀리 능선에서 혹은 근처 숲에서 지켜보고 있는 늑대들의 시선을 느끼며.
어지러운 발자국들 앞에 엎드려 온몸을 굴속으로 넣었을 때 후두둑 개벼룩이 떨어지고, 식량도 물도 떨어져서 목은 타오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그 험한 오지 네어멍구 변경에서 최현명과 늑대 이야기가 시작된다.
야생동물 전문가인 최현명은 2002년부터 마흔 번에 가까운 몽골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 여행을 통해 늑대들의 땅을 헤매고 다녔다. 이 기록은 그가 처음으로 늑대를 찾아 떠났던 네이멍구 자치주 45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다. 여행하는 내내 새끼 늑대 두 마리를 키우며 늑대와 늑대 굴을 찾아다닌 이상한 여행이었다.
여행 이야기와 더불어 늑대와 개, 양치기의 삼각관계, 어떻게 늑대가 개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왜 늑대를 미워하는지, 한반도에서 늑대는 어떻게 사라졌는지 무수하게 쏟아지는 물음을 찾아간 저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여행하면서 기록한 일기와 사진을 바탕으로 쓴 글이어서 생생하고 현장감이 느껴진다. 특히 늑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저자만의 감수성은 놀랍고 새롭다.
최현명의 늑대 이야기는 몽골 초원처럼 넓고 숲의 소리처럼 깊다
음흉하고 사나운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동시에 늑대는 언제나 매력적인 동물이기도 했다. 개와 같은 DNA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낯설지만 왠지 더 궁금하기도 한. 《빨간 두건 소녀》의 무서운 늑대의 모습은 쉽게 잊혀 졌고, 《정글북》 속 모글리의 가족들이기도 했던 늑대 가족이나, 〈늑대아이〉 같은 이야기 속 늑대소년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고도의 유기적 협력 체제, 가족 중심의 작은 사회, 신뢰와 약속과 지도력과 신중함으로 대표되는 성품……
《늑대가 온다》의 하루하루를 읽어나가며, 저자의 등 뒤에 꼭 붙어 도무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늑대를 쫓으며, 조곤조곤 늑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문득 늑대를 포함한 야생과 지금 현대의 문명 중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은빛 머리칼에 늘씬한 체구, 반짝이는 눈매의 최현명 선생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닌 게 아니라 그가 곧 우리들 속의 늑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많은 추천인들이 말하고 있는 대로 다른 무엇보다 늑대를 향한 저자의 열정과 애정이 단연 돋보인다. 이십여 년 이상을 늑대에만 매달려온 그의 이야기는 이제야 시작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곧장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원고를 끝내고 난 늦은 밤 저자는 읊조리듯이 탄식처럼 내뱉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달려서 모래언덕 꼭대기에 올랐는데, 녀석은 이미 사라졌다.
괴롭힐 마음이 털끝만치도 없는데, 녀석은 순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왜 사람이고 너는 왜 늑대일까. 무엇이 이토록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알 수 없는 인연이지만, 지금 녀석과 나는 같은 시간에서 살고 있다.“
네이멍구를 떠나기 전날 우얼순 강가에 앉아 쓴, 그의 기록.
“이제 나는 집으로 간다.
여행이란 결국 돌아오는 과정에 불과하다. 더 머물고 싶지만 어차피 집과 가족을 품고 떠나온 길이었다. 돌아가면 또 이곳이 그리워 몸앓이를 할 터. 그러다 또 떠날 궁리를 하겠지.
우얼순 강가에 앉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과 인상적인 장면을 되새김질하다가 곧 그만둔다. 아무것도 잊지 않는 게 좋으니까 애써 기억하여 의미를 새길 필요도 없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했던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늑대가 사라진 지 반세기가 되었다. 그 세월만큼 사람들이 생각하는 늑대에 대한 편견도 두터워졌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 때 느꼈을 공포와 미움의 강도는 옅어지지만, 습관처럼 배인 편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물음보다는 받아들임에 더 익숙한 까닭이다.
한 동물종이 완전히 사라지면 과장과 왜곡이 난무한다. 때로는 신화처럼, 때로는 괴물처럼. 그 종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늑대와 승냥이, 호랑이와 표범 같은 최상 포식자 종이 사라진 것은 비극이다. 그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우리 삶에 위기가 오거나 피폐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생태계는 활력을 잃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가벼워진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만의 결핍일까.“
기본정보
ISBN | 9788963722986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19일 |
쪽수 | 384쪽 |
크기 |
140 * 210
* 26
mm
/ 50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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