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ㆍ지리적으로 살펴보는 세계화 시대의 경제와 사회

세계화는 이미 우리의 삶과 밀접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와 사회는 마치 ‘한 마을의 이웃’과도 같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이미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와 사회의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세계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로컬리티의 중요성은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추세를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 책은, 글로벌 시대로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세계화 추세 그리고 그 와중에서 새롭게 중요시되고 있는 로컬리티라는 대립적이면서도 긴밀하게 얽혀 있는 두 개의 개념을 지리학의 눈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세계화 시대의 경제와 사회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를 한층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장에서는 이미 우리들의 삶 그 자체로 다가온 현상인 세계화에 대해서 되짚어 보기 위해, 현대인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어느 정도로 세계화되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 속에서 세계화와 지역화가 어떠한 형태로 관계를 맺어가는가에 대하여, 대학생들의 의견 그리고 1999년에 개최된 WTO 회담에 관한 상충되는 논점을 소재로 검토해본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본문은 ‘이론을 다루는 장’과 ‘현실에 입각한 이론의 구체적 전개를 다룬 장’을 샌드위치 형태로 포개어 구성하였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지리학 및 사회지리학의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먼저, 1장과 2장에서는 공간의 개념 및 공간의 경제ㆍ사회로의 포섭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다루었다.

* 경제학이 망각해버린 공간
1장에서는 공간이 원초적으로 가지는 ‘절대적 공간’과 ‘상대적 공간’의 양대 속성과 공간의 경제ㆍ사회로의 포섭이라는 개념을 다루었다. 이를 통해 기계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절대공간’을 넘어, 공간적 관점에서 경제와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였다.

* 공간의 확대와 공간의 거리 및 위치의 경제와 사회로의 포섭
2장에서는 절대적 공간과 상대적 공간이 가지는 경제ㆍ사회적 함의와 그것이 경제ㆍ사회에 포섭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긍정적ㆍ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공간의 생산’이 갖는 2대 요소인 ‘세계화’와 ‘공간통합’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냈다. 3장과 4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이론을 구체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았다.

* 글로벌 공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3장에서는 ‘절대적 공간’과 관련된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영역성의 생산에 대해서 설명하고, 세계화가 전 세계적인 국경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구 전체의 등질화를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국가 및 그와 유사한 영역의 세계적인 중층위계로의 생산이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 네트워크에 의한 공간의 통합
4장에서는 ‘상대적 공간’과 관련된 공간이 ‘등질공간’과 ‘결절공간’이라는 2개의 유형으로 편성된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적인 교통ㆍ통신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글로벌 공간편성이 불평등성을 내포한 결절공간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5장과 6장은 1, 2장에 이어지는 두 번째의 ‘이론을 다루는 장’이다.

* 상관공간
5장에서는 절대적 공간과 상대적 공간을 통합한 ‘관련적 공간’의 개념에 대해서 논의하고, 상대적 공간이 ‘연속성’과 ‘분절’이라는 새로운 이원성을 생산하는 것과 그 실질적 포섭을 위한 ‘영역통합’과 ‘토지이용조정’이라는 두 가지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건조환경
6장에서는 관련적 공간이 지표에 물리적 환경으로 발현된 것을 의미하는 ‘ 건조환경(建造環境)’과 그것이 인간의 심리에 반영된 ‘심상지리’의 개념을 제시하고, 건조환경이 갖는 여러 성격들을 설명하였다.

7장부터 10장까지는 5장과 6장에서 제시한 관련적 공간과 건조환경의 개념 및 논리에 기초하여,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국토공간 및 도시공간의 생산, 그리고 산업집적에 의한 생산의 역사와 논리에 대해 접근하였다. 그리고 5장과 6장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개념의 일부도 함께 설명하였다.

* 일본이라는 국토공간의 생산이 갖는 지리적 이데올로기
7장은 ‘건조환경’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주로 일본의 사례를 들었으며, 메이지 유신메이지 유신기부터 버블 붕괴에 이르는 시기까지 건조환경의 생산에 대한 역사를 전반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현대 일본의 국토공간의 개발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산업집적의 형성을 통한 공간의 물리적 소멸의 시도
8장에서는 이러한 건조환경 중에서도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집적 현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토대로 생산과정의 ‘수직적 해체’라든가 공간을 아우르는 ‘연결성(linkage)’ 등을 핵심 개념으로 삼아 산업집적 성립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도시의 개념에 대해 접근하였다.

* 경제의 글로벌 영역통합과 ‘세계도시’를 둘러싼 경쟁
9장에서는 5~8장에 걸쳐 진행된 논리를 총괄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 세계적인 스케일의 ‘영역통합’이 가지는 전체적인 양상을 제시하였다. 생각의 틀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제품주기이론과 신국제분업이론을 도입부에서 다루었고, 전세계적인 스케일의 경제ㆍ사회가 다국적자본의 ‘ 보이는 손’에 의해 세계도시를 핵으로 한 위계적 체계로 성립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동시에 이러한 위계적 체계에서 소외된 최빈도상국에서는 자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가치관을 토대로 미국ㆍ유럽 중심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21세기의 새로운 사회운동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 세계도시의 빈곤, 차별, 도시사회운동
10장에서는 오사카는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 토지이용조정’ 제도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에 따른 시기별 도시공간의 특징적인 형태를 단계적으로 추적해가면서, 세계도시 내부에서의 사회운동에 관한 전략과 전술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 세계 스케일과 국지적 스케일의 문제를 아울러 생각해보고, 행동에 옮겨 보자!
11장은 본서 전체의 총괄이라 할 수 있으며, 본서에서 진행된 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과 방향을시사하고 있다. 여기서는 ‘세계적 스케일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지역적 스케일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라는 명제로 요약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적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