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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09년 선정
『과학에 대한 작은 신화』는 과학사에서 거의 신화가 된 사건들의 진상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과학에 문외환이라고 해도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신화가 된 과학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르키메데스에서부터 아이슈타인, UFO, 카오스이론 등의 사례를 통해 과학과 신화는 결코 낯선 두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과학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에 학계의 속성을 더욱 적나라하고 실감나게 표현한 에피날 판화 기법의 그림들이 더해져 과학적 사고와 상식 사이의 쟁점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스벤 오르톨리
Sven Ortoli
저널리스트 겸 작가. 1980년 오르세의 프리델-카스탱연구소(Laboratoire Friedel-Castaing)에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과학저널리스트가 되었다. 월간 〈과학과 생활(Science & Vie)〉에 군사 문제와 물리학의 대중화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 〈과학과 생활 주니어〉를 창간했으며, 10년 후에는 자매지 〈과학과 생활 디스커버리〉를 창간하고 2003년 10월까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1996년 〈과학과 생활 주니어〉로 과학의 보급과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과학아카데미에서 대중화공로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양자물리학 찬송: 세상은 존재하는가?(Le Cantique des quantiques: le monde existe-t-il?)》, 《초전도의 역사와 전설(Histoire et Legendes de la supraconduction)》(공저), 《양자물리학의 모험(Aventure quantique)》 등이 있다.
저자(글) 니콜라스 비트코브스키
Nicolas Witkowski
작가이자 쇠유 출판사 편집 고문이며, 중등학교 물리학 교사이다. 지은 책으로 《과학과 기술 국가(L’Etat des sciences et des techniques)》, 《과학 교양 사전(Dictionnaire culturel des sciences)》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특허법률회사를 거쳐 국회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의학?약학?공학 등 다양한 이공계 관련 논문들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앵무새의 정리》, 《수학 먹는 달팽이: 자연계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 01 신의 저수조
02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통
03 레오나르도의 노트
04 베르나르 팔리시의 가구들
05 영구운동
06 뉴턴의 사과
07 프랑켄슈타인
08 잃어버린 고리
09 맥스웰의 도깨비
10 진보는 멈추지 않는다
11 케쿨레의 뱀
12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13 알프레드 노벨의 애인
14 E=mc²
15 마틸라 기카의 황금비
16 슈뢰딩거의 고양이
17 미확인비행물체(UFO)
18 빅뱅
19 블랙홀
20 로렌츠의 나비
21 과학의 이름으로
22 악마의 배
참고문헌
책 속으로
뉴턴의 사과는 황금사과였을까, 아니면 그 흔한 그라니스미스 사과였을까?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통은 자코브들라퐁 사의 명품욕조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나무통이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연 이차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까? 명망 높은 신화학자들 가운데 과학신화에 관심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롤랑 바르트가 《신화론》에서 한 과학신화(아인슈타인의 뇌)를 당당히 부각시킴으로써 과학신화 자체를 하나의 합법적인 존재로 인정했다. 게다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역시 한 개론서에서 “인류의 필요에 따라 그 학자를 되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고래(古來)의 사고방식에 치우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학의 세계는 여전히 우리의 사정거리 밖에 있다고 썼다. 실제로, 우리가 과학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양면적 태도는 영원한 신화의 탄생에 매우 유익하고 훌륭한 토양이 된다. 그 유명한 ‘유레카’와 ‘E〓mc2’ 공식 이상으로 다른 수많은 이야기들이 앞다퉈 연구가는 물론 보통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작용하며 수백 년에 걸친 오랜 희망과 공포를 매우 효과적으로 영속시키고 있다. 이 책 속의 이 모든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강박적 분류벽이라는 절대적 지식욕의 불가피한 변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세세한 유형 분류는 하지 않았다. 단순히 연대기적 순서로 배열되어 있으며, 독자는 흥미와 필요에 따라서 어느 것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신성화
사람들은 이런 창작물들의 개별적인 성격과 문체, 시대적 배경 이상으로 그들이 가진 기묘한 분위기에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사과와 뱀으로 한껏 무장한 창세기 이교도 버전이나, 용감한 불굴의 인간이 신들에게서 신성한 지식의 불을 훔치려 한다는 내용의 오랜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사촌뻘 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마치 번갯불이 지나간 듯 어느새 수수께끼는 풀려 있었다”고 말한 가우스부터 시작하여,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담뱃불을 붙이다가” 착안하게 되었노라고 얘기한 칩카드 발명가 롤랑 모레노, “마치 섬광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진리가 밝혀졌다”는 물리학자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프로메테우스 식 문체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사실상 천재성의 번뜩임은 확실히 전혀 뜻밖의 장소, 흔하게는 대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재성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푸앵카레의 경우 ‘대로를 건너다가’, 그 다음번에는 합승마차 발판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합승마차는 일찌감치 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그가 벤젠의 구조식을 떠올린 곳도 다름 아닌 런던의 합승마차 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이처럼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에 불필요한 부분들이 너무도 많이 덧붙어 있다. 푸앵카레는 평소와 달리 블랙커피를 마셨다고 밝혔고, 케쿨레 역시 마치 잠시잠깐 자신을 저세상으로 이끈 듯한 강렬한 섬광의 경험을 시공간에 정확히 끼워 맞추려는 듯 이슬링턴과 클래팸을 오가는 주간 합승마차 막차의 지붕 위 좌석에 앉아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한편 위인들의 추억담이 공개된 날짜를 조사한 결과, 그들의 실제 발견에서부터 그 발견에 대한 언급이 있기까지 수십 년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푸앵카레와 가우스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는가 하면, 테슬라는 발명에 성공하고도 무려 42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공개했고, 케쿨레도 35년이 지난 어느 날 그를 위해 마련된 한 축하연 자리에서 합승마차 이야기를 처음 꺼냈던 것이다. 뉴턴 역시 세상을 뜨기 바로 1년 전인 1726년, 84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과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이론이 발표되면 그 자세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 채 부차적이랄 수 있는 이론의 맥락에 대한 파악만으로 그 이론을 성물처럼 여기고 제 작은 박물관에 고이 소장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렇게 그것은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이론이 된다. 그러면서 일반대중은 위대한 인물이나 새로운 개념을 신성시하게 되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유레카!
신화가 된 과학 원리의 이면 들여다보기, 또는 진실 파헤치기
아무리 과학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뉴턴의 사과나 잃어버린 고리,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통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과 뒤에 한 여인의 존재가 숨어 있다거나, 여전히 숱한 진화의 고리들이 현대 생물학에는 빠져 있다거나, 또 아르키메데스가 군수 사업에도 가담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알까? 더불어 ‘빅뱅’이라는 용어가 조롱 섞인 농담에서 비롯되었으며, 프랑켄슈타인은 흔히들 생각하는 봉합자국 가득한 상처투성이 피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이 책은 과학의 역사를 넘어 우리에게 과학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과학 지식의 보고라 할 만한 위대한 신화들의 진상을 규명해 보인다. 또한 이런 에피날(18~19세기 도기와 채색판화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도시)의 판화 속 이미지들이 고유한 논리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학계의 속성을 더욱 적나라하고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 한 장과 함께 과학적 사고와 상식 사이의 쟁점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또 다른 과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고 있다.
책 속으로 추가
아르키메데스와 군사 무기
아르키메데스는 두려움과 감탄이 뒤섞인 일종의 경외심을 자아내는데, 이는 그가 남긴 유산의 범위가 워낙 방대할뿐더러 우리에게 다소 염려스러운 학자의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한없이 증폭되어 떠도는 가운데 시라쿠사에 대한 포위 공격이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기원전 214년경 그리스의 마지막 독립 열강이었던 시칠리아는 마르켈루스 로마 집정관의 군대에 공략당하게 된다. 시칠리아는 카르타고를 거점으로 로마에 대항했지만 결국 자유를 잃고 만다. 이처럼 시라쿠사에 대한 로마의 공격이 30개월이나 지속되었으나, 플루타르코스와 폴리비우스, 티투스 리비우스 등의 기록에 따르면 그 와중에도 시라쿠사는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한 가공할 만한 무기들과 태양광선을 모아 갤리선의 돛과 선체에 불을 지르는 그 유명한 화경(火鏡) 덕분에 로마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을 화경은 제외하더라도, 아르키메데스가 시라쿠사를 위해 무기 발명가로서 재능을 십분 발휘했음은 틀림없다. 그러다 기원전 212년 가을, 일부 반란군이 배신을 하면서 마르켈루스의 군대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었고 시라쿠사에 대한 포위 공격도 끝이 났다.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따르면, 시라쿠사 함락 당시 뒤뜰 모래밭에서 도형을 그리며 연구에 몰두하던 아르키메데스는 집으로 들이닥친 로마 군인에게 자신의 그림을 짓밟지 말라고 경고했다가 그만 참수를 당했다고 한다.
뉴턴과 한 여인
뉴턴의 회고록을 썼던 스투켈리는 1726년 4월 15일에 있었던 일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때 우린 저녁 식사 후 정원의 사과나무 아래에서 느긋하게 차 한 잔을 마시던 중이었다. 여러 화제를 입에 올리던 뉴턴은 마침 중력의 개념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정말 그와 비슷한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노라고 내게 말했다. 실제로 정원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중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차갑고 거만한 성격이었던 뉴턴은 다소 저속한 표현이긴 하지만 “무능한 이류 수학자들이 치근대지 않도록 하려고” 일부러 자신이 쓴 대부분의 텍스트를 방정식으로 잔뜩 채움으로써 남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다. 정작 수학을 안다고 자부하던 스투켈리도 아이작 경이 평소 자신과 난해한 학문적 사상을 주고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어조로, 응축된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대담성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그 일화에 얽힌 이야기를 처음 전해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감지했을 것이다.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지근한 사이면서도 과학에 관해 무지한 그 누군가만이 뉴턴에게서 사과 이야기를 어렵게 ‘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 이 모든 가능성으로 미루어보건대, 그것은 뉴턴과 전혀 친밀하지 않았던 그의 가족 가운데 그나마 그가 처음으로 가깝게 지냈던 유일한 여성, 바로 그의 사랑하는 조카딸 캐서린 콘듀이트일 것이다. 캐서린은 당시 런던 전역에서 명성이 자자했는데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도 그녀에게 은근하고 다정한 눈길을 보냈으며, 프랑스의 섭정고문이었던 레몽 드 몽모르는 “그녀의 영혼과 미모에 관해서라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너그러울 수 있다”고 고백했다. 위대한 사상가 볼테르조차 이렇게 적었다. “젊은 시절 나는 뉴턴의 출세가 순전히 그의 공적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작 뉴턴에게는 핼리팩스 경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주 매력적인 조카딸 콘듀이트 부인이 있었던 것이다. 유율법(뉴턴의 미적분학)과 중력은 그 조카딸이 없었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핼리팩스 경은 뉴턴의 후원자이자 캐서린의 정부로 추정되는 사람이지만, 만유인력의 성공에 그런 배경이 따라다니게 된 데는 볼테르 같은 인물의 악의와 감언이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핼리팩스 경의 무능력도 한몫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사과 이야기의 배경에는 한 여인이 있었고, 그녀가 그 이야기를 지어낸 장본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게 있다. 삼촌이 눈을 감을 때 캐서린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유언집행인의 역할까지 도맡아, 유품 중에서도 뉴턴 같은 위대한 인물이 생애의 초년을 보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떠난 후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트렁크 하나를 보관하게 된다. 그 트렁크의 내용물을 조사하는 일은 한 주교에게 위임되었는데, 신속한 조사는 주교를 당혹케 했다. 그리하여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그는 트렁크 뚜껑을 거칠게 닫아버리는 것이다. 이후 그 트렁크는 1936년 캐서린의 후손인 라이밍턴 경이 경매에 부칠 때까지 집안의 가보로 남아 있게 된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이런 ‘후손으로서 예의 상실’에 격분하며 트렁크의 내용물 대부분을 사들였다.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메리 고드윈이 1816년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저녁 열아홉의 나이로 스위스 레만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펜을 집어든 것은, 한 신화적 인물이 그 어느 때도 아닌 오늘 최악의 과학적 일탈을 자행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함이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 말이다. 그녀에게만큼은 그 단어가 번개 치는 하늘에 얼룩무늬를 남기고, 어두컴컴한 성의 둥근 천장 아래 미치광이 과학자의 조소가 울려 퍼지며, 보리스 칼로프가 열연했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상처투성이 괴물의 주저하는 듯한 실루엣이 차가운 어둠 속에 너울대는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이 일련의 이미지들은 본래 메리 고드윈 셸리의 소설보다 1931년 제임스 웨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것들이다. 원작에서는 전혀 미치광이 학자로 보이지 않는 매우 유능한 젊은 학생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중세에 지어진 한 고성의 지하실이 아니라 잉골슈타트 대학교의 한 고미다락에서-여러 구의 시체에서 떼어낸 조각들을 아주 능숙한 솜씨로 짜 맞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책은 너무도 잡다한 환상만이 난무할 뿐 정작 본질은 빗겨나고 알맹이는 사라져 오로지 한 단어-책 제목-와 학자들을 경계하라는 교훈만을 남길 뿐이었다. 이 같은 본질 호도는 신화의 출현에서 필수적이다. 이는 최초의 작품이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그 후대를 보장할 수 있으려면 속빈 강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그 전형을 보여준다. 결국 그것은 과학의 힘에 관한 책도, 상상력의 소산도 아닌 것이다.
빅뱅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1950년 영국 BBC 방송국의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들과 인터뷰하면서 빅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은 조롱의 의미였다. 호일은 우주가 처음 탄생한 이후 수십억 년 동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조차 이 가설을 철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는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한 방정식들을 토대로 우주 모형을 고안했으나, 자신이 택한 방정식 풀이 방법에 따르면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하고 몹시 원통해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우주 모형을 정적 상태로 규정하고자, 상대성이론과 2000년 동안 이어져온 우주가 영원불변하다는 발상을 뒷받침할 만한 수학적 요소들을 우주 모형 곳곳에 배치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에게 빅뱅의 실마리를 제공해준 영광의 인물은 뜻밖에도 벨기에의 한 신부였다. 조르주 르메트르라는 이 가톨릭 사제는 우주 진화에 관한 영화를 거꾸로 틀었다가 은하들이 서로 점점 가까워지다 마침내 한 원자를 형성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를 그는 원시 원자(primordial atom)라고 명명했다. 미국 패서디나의 윌슨 산 천문대 도서관에서 아인슈타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회의에서, 르메트르는 평소 습관대로 서정적 표현을 섞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시작될 때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큰불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면 ‘빅 노이즈(Big Noise)’라는 폭발에 이어 하늘은 연기로 가득 찼지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해 창조 기념제의 화려함은 눈에 담을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 신부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온정을 실어 “지금까지 들어본 해석 중에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웠소”라고 말했다. 물론 빅뱅이론이 미적 감동은 줄지언정, 당시까지만 해도 가설 그 이상은 아니었다. 30년 후 이 이론에 대해서 호일은 질색하겠지만 당대의 계산상 우주의 나이가 우리 은하보다 훨씬 적다는 견해가 다른 이들 사이에 오고갔다. 하지만 빅뱅이론 지지자들은 머지않아 결정적 논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조지 가모, 랠프 앨퍼, 로버트 허먼 등은 우주 탄생의 첫 몇 분을 상상하여, 이 순간 우주 수프 속에서 입자들 간의 충돌이 열을 발생시켰다고 추론했다.
과학과 신화는 결코 낯선 두 세계가 아니다!
이 책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르키메데스 같은 초창기 영웅들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 UFO, 그리고 로렌츠의 나비 날갯짓에 관한 카오스이론이나 슈뢰딩거 고양이의 눈동자 이면에 깃든 불확정성 ‘원리’ 등. 그러나 모두가 결국에는 다소 역설적이긴 하나 단순한 한 가지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과 신화는 결코 낯선 두 세계가 아니라는 것! 만약 신화적 사고, 종교적 사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학도 없을 것이다. 케플러는 천문학자인 동시에 점성술사였다. 그리고 뉴턴은 연금술사였다. 보어의 경우 도교에 심취했고, 슈뢰딩거는 힌두교에 정통했다. 그들은 ‘아니마 문디(anima mundi, 라틴어로 ‘세계영혼’이라는 뜻)’나 ‘영혼(spirit)’, 천체들의 신성한 조화 따위를 믿었지만, 그래도 역시 근대 과학의 개척자들임은 틀림없다. 과학이 우리의 신화 저장고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오히려 아직도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반대라면 아마도 쇠퇴일로에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 시대의 색깔로는 근대 과학의 시발에 관한 위대한 그림, 일종의 그 기원 신화를 소생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기본정보
ISBN | 9788962630220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0월 30일 | ||
쪽수 | 224쪽 | ||
크기 |
127 * 185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a)baignoire d'archimede/Ortoli, Sve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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