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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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통영 섬 어무이들의
억척스럽고 치열한 인생 채록기
저자는 이번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에서 한산도, 좌도, 비진도, 추봉도, 지도(종이섬), 곤리도, 연대도, 노대도, 초도(풀섬), 국도 10개 섬의 먹을거리, 생활 양식, 섬의 비경과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저자와 어르신들이 나눈 대화들을 그대로 살려 남도 방언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통영 섬 어르신들의 청춘을 다 바친 노동의 고단함 속에 생명력을 담으려 했다. 나아가 자식 공부 시키기 위해서 거친 바닷바람 맞으며 바닷일을 서슴지 않았던 어무이들에게서는 노동의 신성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전복, 미역, 개불, 돌돔, 미더덕, 홍합 등 셀 수도 없는 바다 먹을거리들을 과거에는 어떻게 잡았는지, 어디에 팔았는지, 또 돈은 얼마나 벌었는지를 추적해 나간다.
통영의 섬, 추봉도에는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조기가 많이 났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추봉도 어르신들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지도(종이섬)에 대구가 많이 났었다는 통영 출신 대표 작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의 한 구절로, 대구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들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어르신들은 변해버린 수온으로 다시는 통영 바다에서 볼 수 없는 조기와 대구, 갈치에 대한 그 시절 추억을 풀어낸다.
한산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멸치잡이다. 힘이 들기로는 둘째가기로 서럽지만, 통영의 어업을 쥐락펴락하는 멸치잡이 배에 작가가 직접 올랐다. 어로장을 만나 선단의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뒤이어 1960년대 멸치 조업 풍경과 멸치잡이 배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터지는 걸 본 어르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정보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시절 잠깐을 빼면 줄곧 통영에서 살고 있다. 지역신문인 한산신문과 1인 미디어 통영인뉴스에서 통영 사람들과 살 부대껴 온 지 22년째다. 우연히 〈그곳에 가고싶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섬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라져 가는 섬의 풍경과 음식, 사람들이 안타까워 통영 섬의 어머니, 아버지들께 말을 붙였다. 밥을 차려주시고 잠을 재워주신 어르신들은 평생 바닷바람 맞으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 사이 경상국립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통영지역 사료 조사위원을 맡았다. 잊혀 가는 섬 사람들의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오늘도 섬을 걷고 문헌을 뒤지며 섬의 이야기를 모은다. 어느새 13년째다. 저서로는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2014)〉와 공저인 〈통영의 무형문화유산(2019)〉이 있다.
목차
- 저자의 말
한산도
멸치 사이소, 멸치 / 은빛 멸치떼를 찾아서 한산도 바다를 누비다 / 1960년대 멸치잡이 조업 현장 / 한산면에 학교가 15곳, 권현망이 15틀이라 /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 터지는 걸 봤지
일본인 선주를 찾아서 / 난중일기에 기록된 선인암仙人巖을 찾다 /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사람들 / 한산대첩 현장도 보고 황금들판도 걷고, 한산도 두억리
좌도
집집마다 매화꽃이 피는 섬 / 100년 된 매화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 소를 배에 싣고 솔섬에 농사 지으러 다녔제 / 짭짤한 돈맛, 개불 잡이와 참홍합 양식 / 섬 주민들이 스스로 세운 학교, 좌도 분교 / 그 시절 좌도 어린이들의 부산 나들이
비진도
사진 두 장이 맺어준 인연 / 조선 제일의 참돔 생산지 / 열세 집 제삿날이 같소, 사라호 태풍 / 태풍의 위기에서 구한 미역밭, 비곽比藿 / 물 밑 사정이 다 다리지, 비진도·오곡도·소지도 / 제주 바당·통영 바다에서 부른 해녀들의 노래 / 여름밤엔 나이트클럽이 열렸다, 비진도 해수욕장 / 내항마을 수호신 큰 소나무와 거리지신비 / 별신굿 궤짝을 찾았네. 퍼득 와보이소
추봉도
통영 바다에 조기가 났다꼬? / 2021년 추봉도에서는 무엇이 잡힐까 / 추봉도와 죽림 6.25전쟁에 대한 상반된 기억 / 큰 섬만한 LST가 불도저를 쏟아내고 / 포로수용소의 이면, 보급품 밀매매·양공주 성매매 / 배고프고 서글펐던 섬에서 쫓겨난 사람들 / 포로수용소 흔적을 찾자
“우리를 살려준 바다, 해초海草 장사” 정현권·진찬연 부부 /
지도(종이섬)
종이섬의 정겨운 이름들 “새바지·갈바지·걸망”/ ‘망고강산’ 세 어무이와의 하룻밤 /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과 종이섬 대구어장을 찾아서 / 종이섬 대구어장, 다시 찾은 기록과 기억들 / 일본 제국주의에 빼앗긴 황금어장 / 미더덕 어장 3줄로 새 집을 지었지
곤리도
곤리도 솟대의 비밀 / 곤리도 철마鐵馬와 장군봉 목마木馬 / 참돔과 방어 치어를 잡아 외화를 벌다 / 제주도에는 해녀海女, 곤리도에는 해남海男 / 왜 곤리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냐고요? / 전교생 2명. 창우, 지미가 알려주는 ‘슬기로운 곤리여행’
연대도
태풍이 준 선물, 5,000년 전 발찌를 찬 사람 / 신석기 패총이 가장 많은 도시 통영 / 모구리 배가 20척이 넘었제 / 모구리어선 마루세 깃발과 칸노상점神野商店 / 출렁다리 열풍을 일으킨 연대도-만지도 보도교와 부녀회 포장마차 / 섬 어무이들 삶을 담아낸 연극, 〈섬 집, 엄마〉
노대도
돛대를 올리라. 청산도 조업가자 / 옹기 문어단지 한번 볼라요? / 정봉성 선장의 문어단지 어선 조업 현장 / 3가지 보물 해초, 톳·미역·우뭇가사리 / 우뭇국 한 사발 들이키모 더위가 싹 가시제 / 사슴뿔을 문 앞에 걸어 놨대요
초도(풀섬)
홀빡 초도 바다 덕분에 묵고 살았지요 / 섬을 떠난 남자의 망향가望鄕歌 / 부부, 두 사람만 사는 행복의 섬 / 초도 염소길과 개섬
국도
보랏빛 수국이 필 때면 생각나는 섬 / 옛 학교와 서쪽마을을 찾아가는 길 / 31년만의 방문, 추억을 찾아주어 고맙습니다 / 긴 풀에 산딸기 주렁주렁 끼워 먹던 기억이 나요
남은 이야기
반나절이라도 좋다, 비진도 산호길 / 진달래꽃이 피면 걷고 싶은 봄길, 와다리거님길 / 느릿느릿 걸어야 참맛인 연대도 지겟길 /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라, 멧등개산등 가는 길
섬으로 가는 길
도움주신 분들
참고문헌
책 속으로
66쪽
‘라일락 담배’를 손에 쥔 이다선 어무이를 만난 곳도 이 완행여객선 안이었다. 살아생전 울 어무이도 라일락 담배를 즐겨 피셨다. 덕분에 담배 심부름을 참 많이도 다녔다. 9살 아들을 두고 꽃다운 나이 40대에 너무도 일찍 돌아가신 울 어무이 생각이 났다.
“왜 라일락 담배를 피세요?”
“제일 싸서 핀다.”
라일락 담배만 피시는 이유를 묻자, 이다선 어무이가 해주신 대답이었다.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시던 울 어무이. 답답한 속은 풀어야겠고, 돈은 아껴야겠으니, 싼 담배만 사서 피우셨구나. 어린 아들은 그걸 몰랐다.
‘라일락 담배’ 이다선 어무이를 몇 번 더 여객선에서 뵈었다. 마땅한 숙소도, 식당도 없는 좌도에서 “묵을 곳, 잘 때 없시모 언제든 우리집에 오이라”하고 반겨주시곤 했다.
72쪽
“어무이, 좌도에는 농사를 주로 뭐로 지었십니까?”
“저 앞에 솔섬 보이제? 소를 배에 싣고 농사를 지으러 다녔제.”
한창 밭일을 하시던 공달수 어무이와, 뭍으로 매실을 부치던 구연학 어무이께서 맞은편 솔섬松島, 송도 농사 이야기를 꺼내신다.
“소가 배에 탈라 쿱니까? 바닷물을 무서버 하낀데예?”
“잘 안타지. 그래도 다 방법이 있제.”
어린 송아지를 먼저 배에 태우면, 모성애로 어미소가 얼른 배에 오른다. 다른 방법으로 “워~워~워~” 소리를 내면서, 소가 스스로 못 긁는 사타구니 사이를 쓱쓱 긁어주면 시원해하다가 어느새 배에 올라타 있다.
119쪽
“욕심을 내면 안 되는데, 큰 전복을 보면 욕심이 안 나나. 자기 숨 남은 생각은 안 하고 전복 따는 데만 정신이 팔리는 기라. 그라다가 마지막 숨을 쉬는 기라.”
미역을 따던 제주 해녀들은 이제 시금치밭에서 시금치를 다듬는다. 비진도 주변 바닷속에 지천으로 널렸던 해산물이 잘 나질 않는다. 게다가, 어느새 청춘은 가고 할머니가 되어 물질도 힘들어졌다. 그래도, 빗창으로 전복을 따듯, 시금치를 다듬는 손길이 능숙하다.
151쪽
“며칠 후라, 산더미처럼 큰 배가 오더만은, 아버지 친구인 강명준 어른 논 앞에 대는 기라. 큰 주딩이가 턱하고 벌어지대. 불도저가 계속 내리오더라꼬. 논이고 밭이고 싹 다 밀어붙이면서 산 중턱에까지 여러 갈래 길을 만드는 기라.”
대형수송선인 LST(Landing Ship Tank)에서 쏟아져 나온 건설장비들은 몇날 며칠을 끊임없이 길을 내고 또 냈다. 게다가 철조망을 둘러치기 시작했다. 한겹, 두겹, 세겹…. 철조망이 늘어날수록 정현권 소년의 불안감도 자꾸 커져만 갔다.
173쪽
“괭이바다 한 가운데서 지칫바람을 만난 기라. 파도는 배 위로 자꾸 넘어 올라오고, 배는 물 밑으로 자꾸 들어가고…. 딱 죽게 생겼더라꼬. 바람이 앞바람인데, 배가 한치 앞으로 못나가. 정신을 바짝 차맀지. 뱃머리를 바람 방향에서 비스듬하게 하니, 조금씩 옆으로 가져.”
“구산면 어느 섬인지도 모리겄다. 멸치 잡는, 권현망 큰 배들이 바람을 피해서 쉬고 있더라꼬. ‘아이고, 그 바람에 우찌 살아왔십니까?’ 하더라꼬. 그제야 살아난 게 실감이 나더라.”
그날 하루뿐만이 아니다. 괭이바다를 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추봉도와 마산 장을 수십 년 장배로 오고 갔다.
“우리 자슥들, 딸 셋, 아들 둘 모두 대학 공부를 시켰다. 해초 덕분이었다.”
202쪽
오늘날 종이섬에는 미더덕 양식어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 종이섬 갈바지마을 주민들 절반 이상이 “돈 버는 재미에 날 새는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미더덕 양식이 대유행이다. 마을 앞바다에는 미더덕을 키우는 하얀 부자가 수없이 떠 있다.
김성찬 갈바지마을 이장은 종이섬 미더덕 양식의 선구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효자 수산물인 미더덕이 처음에는 천덕꾸러기였다고 한다.
227쪽
이곳 곤리도에서는 여자가 자무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전적으로 남자들이 그 역할을 도맡았다.
“남자들이 숨을 더 오래 참는다 쿠데. 우리 아부지도 한번 물 속에 들어가모 질게는(길게는) 3분 이상을 참고, 전복을 따셨다 카대.”
“해녀하고 똑같네요?”
“하모. 그라니까 제주도에 해녀가 있다쿠모, 우리 곤리도는 해남이 있던 기지,”
254쪽
잠수기 어선 20척을 운영하는 모항母港 연대도는 그야말로 부자 동네 ‘돈섬’이었다.
“광복 직후에 우리나라에 큰 공장이 있나, 뭐시 있노? 잠수부는 큰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선원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 20척 배에 7~9명씩 선원이 필요하잖아. 전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몰리 들었지. 전부 연대도로 돈 벌러 왔지. 그래서 ‘돈섬’이라고 불맀어.”
200명 이상의 선원들이 연대도로 몰려들면서, 선창에는 술을 파는 술집이 7~8개 생길 정도로 흥청거렸다. 혈기 넘치는 젊은 선원들은 색시집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싸움질도 곧잘 일어났다. 보다 못한 연대도 사람들이 ‘자체 통금시간’을 정할 정도였다.
“그때 주로 뭘 잡았습니까?”
“홍합이지. 홍합. 참홍합.”
272쪽
소녀처럼 첫 뽀뽀 이야기에 수줍어하는 어무이, 딸을 낳아놓고 당신처럼 힘들게 살까봐 맘껏 좋아하지 못했다는 어무이, 21살 어린 나이에 시댁 식구 아홉 명 밥을 해대느라 세월 다 보낸 어무이, 기다리던 손주 전화에 아픈 무릎은 잊고 한달음에 부산으로 달려간 어무이, 10년 만에 친정을 갔더니 ‘어머니가 처녀적 사이즈로 노란 예쁜 원피스를 사놨더라’는 어무이….
달다방 프로젝트는 섬마을 어무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걸 어무이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로 연극에 담아냈다.
298쪽
“에릴 때는 몰랐지. 어무이가 왜 치마를 입고 다녔는지. 속이 넓은 한복 치마라야 돈을 넣은 전대를 둘둘 말아서 허리에 차도 표시가 덜 났으니까. 화장실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전대는 절대 안 풀어.”
섬 사람들한테 톳이며 미역, 우뭇가사리를 사고, 가격을 흥정하기 위해서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셔야 했다. 그러면서도 전대에는 큰돈이 들었으니, 안심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떤 톳이 좋은 지도, 얼매나 가격을 믹이야 할지도 몰랐지. 차츰 차츰 어떤 물건이 좋은지, 어떤 물건은 사모 안 되는 지를 경험으로 알게 됐지.”
출판사 서평
홀빡(순전히) 바다 덕분에 먹고 산
통영 섬 어무이들의
억척스럽고 치열한 인생 채록기
통영 토박이 김상현 기자(통영인뉴스)가 13년 동안 통영의 섬들을 다니며 어르신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잊힌 통영 섬사람들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통영의 섬에서 먹고사는 이야기의 이면을 담아낸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가 발간되었다.
저자는 이번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에서 한산도, 좌도, 비진도, 추봉도, 지도(종이섬), 곤리도, 연대도, 노대도, 초도(풀섬), 국도 10개 섬의 먹을거리, 생활 양식, 섬의 비경과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저자와 어르신들이 나눈 대화들을 그대로 살려 남도 방언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통영 섬 어르신들의 청춘을 다 바친 노동의 고단함 속에 생명력을 담으려 했다. 나아가 자식 공부 시키기 위해서 거친 바닷바람 맞으며 바닷일을 서슴지 않았던 어무이들에게서는 노동의 신성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전복, 미역, 개불, 돌돔, 미더덕, 홍합 등 셀 수도 없는 바다 먹을거리들을 과거에는 어떻게 잡았는지, 어디에 팔았는지, 또 돈은 얼마나 벌었는지를 추적해 나간다.
통영의 섬, 추봉도에는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조기가 많이 났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추봉도 어르신들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지도(종이섬)에 대구가 많이 났었다는 통영 출신 대표 작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의 한 구절로, 대구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들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어르신들은 변해버린 수온으로 다시는 통영 바다에서 볼 수 없는 조기와 대구, 갈치에 대한 그 시절 추억을 풀어낸다.
한산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멸치잡이다. 힘이 들기로는 둘째가기로 서럽지만, 통영의 어업을 쥐락펴락하는 멸치잡이 배에 작가가 직접 올랐다. 어로장을 만나 선단의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뒤이어 1960년대 멸치 조업 풍경과 멸치잡이 배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터지는 걸 본 어르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좌도는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한다는 ‘매화의 섬’이다. 겨울의 끝자락에 좌도는 섬 전체가 매화꽃 향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매화꽃망울처럼 고왔던 좌도의 어무이들은 고된 고구마 농삿일에 젊음을 다 바쳤다. 좌도 어무이들은 농사지을 땅이 모자라 소를 배에 태우고 인근 섬인 솔섬에 건너가 농사를 지었다. 이제는 모두 옛 기억으로 남았다.
‘비진도를 알려면 제주 해녀를 만나 보라’는 말이 있다. 1960~70년대, 제주의 어린 물질하던 소녀들은 먹고 입을 옷과 양식, 가재도구까지 모두 가지고 제주와 부산을 잇는 ‘도라지호’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제주 해녀들은 통영 바당(바다)에서 물질을 해 전복이며 미역을 땄다. 제주 어멍들은 60년이 넘는 세월을 비진도 바당에서 보냈다. 통영에 정착했지만 제주의 바다가, 어머니가 그리운 밤이 많았다.
저자는 현대에 소비되고 있는 해녀의 이미지 그 이면을 파고든다. 강인한 해녀 이면에 있는 비진도 제주 정착 여성들의 고단함까지 함께 바라보며 해녀의 과거와 현재를 온전히 이해하게끔 한다. 그럼에도 책 곳곳에는 통영을 향한 애정, 그리움과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 외에도 홍합으로 돈을 많이 벌어‘돈섬’이라 불리던 연대도, 부부와 염소만이 섬을 지키는 초도, 이제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바뀌어 버린 그 옛날의 옹기로 만든 문어 잡는 사발을 보여주시는 어르신들까지…. 이 책은 통영의 사라질 모든 것에 대한 기록이다.
마지막‘남은 이야기’에는 통영의 섬에 난 길 중에서 비진도 산호길, 와다리거님길, 연대도 지겟길, 멧등개 가는 길 등 통영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네 가지 길을 담았다.
저자는 앞으로 “다시 50년이 지나면 잊힐 통영의 생활상을 어르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이 책에 담았”다며, “통영 여행하는 법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독자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통영 섬 ‘어무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책이 한분 두분 돌아가시는 섬 어무이들의 옛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남기는 의미있는 채록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경상국립대학교출판부가 기획한 ‘지앤유 로컬북스’의 아홉 번째 책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2573350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30일 |
쪽수 | 382쪽 |
크기 |
152 * 210
* 29
mm
/ 65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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