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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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7년 12월 1주 선정
약자라는 이유로 계속 보호받는 입장에 서 있기만을 바라면 결국 스스로 차별 받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 징병제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휴전중인 분단국가인 한국의 페미니즘은 절대 군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성들의 역차별 논란, 피해의식과 여성 혐오는 ‘남성만의 징병’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 징병됨으로서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는 헌법을 충족시키며 완전한 성원권을 얻고, 더 나아가 성 차별로부터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주하림은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했으며 2010년 졸업 후 바로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했다. 4개월 훈련 끝에 소위로 임관,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인사행정 장교로 만 3년 의무복무 후 2013년에 제대했다. 포스코에 입사하여 현재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사회 정의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고, 졸업 후에는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군대까지 갔으나, 오히려 그곳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의 한계를 마주했다. 나만 보면 여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토하듯 쏟아내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여자는 왜 징병 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오랫동안 맴돌았다.
나도 궁금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온갖 책을 뒤져봤지만 누구도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누구보다도 그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나, 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썼다.
남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과 타협하게 된다는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십대보다 더 열정적인 삼십대를 보내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여자들아, 군대 가자/7
제1장: 갑자기 무슨 군대 타령?
나는 군대에 다녀왔다/16
내가 군대에 갔다가, 다시 나온 이유/18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21
우리가 군대에 예민한 이유/31
제2장: 군대에 가기 싫은 남자, 가지 못하는 여자
여자는 군대에 가기엔 너무 약하다?/42
여자는 강하다.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공격의 대상이다/48
그러니까 여자는 더 잘해야 한다/59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것은 역차별인가?/66
국민의 의무와 권리 사이에서/75
징병제 폐지?/90
여군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과 비용, 신체적 차이/95
제3장: 이럴 때 꼭 나오는 남의 나라 얘기
남의 나라 이야기/104
이스라엘 군대의 여성들/107
북유럽 군대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110
한국 여군으로서의 경험담/116
제4장: 여자가 군대에 가야 하는 진짜 이유 세 가지
싸우는 법을 알아야, 지지 않는다/130
우리는 연대하고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145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158
제5장: 우리가 가고 싶은 군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남자들이 군대 가기 싫은 진짜 이유/162
이제 우리는 군대를 재정의해야 한다/167
여자와 남자가 진짜 평등한 세상이 온다면?/179
군대만 갔다 오면 남자랑 똑같이 대해주는 거죠?/190
뿌리 깊은 가부장제로부터의 탈피를 꿈꾸며/196
에필로그 : 더 이상 ‘약자’로 살고 싶지 않다/205
책 속으로
도대체 왜 여자가 군대에 가야 하는지, 그럼으로써 여자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남자들은 여자들이 군대에 가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그러기 위해서 함께 바꿔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떠들어볼 것이다.(10쪽)
여성이라는 약자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단지 자신의 불편함만 생각하며 ‘여성도 징병하라’고 무작정 외쳐왔던 남성들에게는, 여성은 군대에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현재 남성만 징병하는 이 제도가 사실은 이 땅에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혐오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자 한다.(12쪽)
나는 ‘여성스럽지 않은 여자애’였다. 근데 가만, 여성스러운 것은 무엇이고, 남성스러운 것은 또 무엇인가? 나에게 ‘성별’로 인한 ‘신체적’ ‘물리적’ ‘성격적’ 차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부터, 나에게도 ‘여성’이라는 이름의 불편함이 다가오고 있었다.(54쪽)
분명히 여성은 군대를 ‘못’가고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비난의 화살은 여성에게 쏟아지고 있다. 군대 관련 기사만 나오면 인터넷 댓글 창 보기가 겁난다. 어찌나 여자들 군대 가라고들 하는지, 곱고 예쁘게 논리적으로나 써놓으면 그나마 양반이다. 아니, 오히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군대에 가자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화를 내는 모양새가 영 이성적이지가 않다. 김치며, 꼴페미며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도대체 남성들이 이토록 분개하고 흥분하며 여성들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가 뭘까?(71쪽)
군대는 여전히 대한민국 선거의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여군, 여성 징병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 왜일까? 정치권은 왜 ‘여성-군대’를 외면할까. 아마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추측컨대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73쪽)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부장제를 버리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가자는 의식 말이다.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남자들이 가부장제를 대하는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머리로는 잘 알겠는데 그래도 엄마가 밥해줬듯이 내 아내가 밥하고 빨래 해주는 게 내 몸이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그 자연스러운 특권을 놓지 않는 것이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 ‘그래도 애는 엄마가 봐야 한다’며 본인에게 유리한 나름의 논리로 무장하여 가사 분담의 공격을 열심히 방어한다. 그렇게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을 수준에서만 아내를 달래가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유지한다.(83쪽)
나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시민권이 어쩌고, 사회적 약자가 어쩌고 해봐야 안 들리는 것이다. 귓구멍을 막고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아아아아아, 난 안 들려, 안 들려. 그래서 뭐? 난 군대 가는데? 넌 안 가잖아!”(126쪽)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모든 여성이 군대에 가고, 싸우는 법을 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면, 장담컨대 여자만 보면 ‘쟤는 나보다 약하지’라며 우습게 생각하고 함부로 덤비는 범죄자도 분명 줄어들 것이다. 여성들이 혼자 일하는 사업장에 들어와 위협하는 사람들, 여자만 보면 한번 안아보려고 덤비는 사람들에게 여성이 더 이상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저항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그것은 군대에서의 경험과 훈련에서 얻을 수 있다.(144쪽)
회사 내에서 성추행의 피해자가 생겨나면 겉으로는 가해 남성을 징계한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모여서는 ‘이제 여직원들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다고 흉을 본다. 피해 여직원이 ‘회피의 대상’이 된다.(150쪽)
여성 징병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반드시 군대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쟁점인지 매 선거마다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에게 군대란, 특히 징병제란 어떤 의미인지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이상 기피하고 두려워하고 억지로 끌려가는 군대가 아닌, 국가와 내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존재인 군대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기대에 맞춰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167쪽)
나는 하루라도 빨리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 모든 여성들이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런 세상이 오면 남성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견디기 힘든 책임감과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핵심은 ‘여성 해방’이지만, 그것은 정말 남성에게도 좋은 일이다.(207쪽)
출판사 서평
군대 전문가는 축구 전문가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 문제는 대통령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끼칠 만큼 민감하고 폭발적인 사회적 이슈다. 분단과 휴전중이라는 특수성 탓에 군대와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정치적, 사회적 쟁점이 되곤 한다.
지난 9월을 전후해 결코 새롭지만은 않은 여성 징병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청와대 누리집에서 ‘여성 징병제를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되어 모두 12만 3204명이 참여했다. 현재의 징병제가‘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이므로 여성도 징병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라는 것이었다. 청원 사유들 중, 중심적인 논지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단체가 군가산점 혜택을 폐지시켰으니 여성들도 남성과 동일한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판단이 성립되기 위해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른 모든 사회분야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어야만 남성만의 징병이 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도 여성 징병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정말 이 문제가 이슈화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수년 간 이렇게 여성 징병제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성 평등에 있어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115쪽)
‘도대체 군대는 왜 왔어?’라는 불편한 질문,
그리고 합리적인 논의의 시작
저자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향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군대와 페미니즘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제1장 갑자기 무슨 군대 타령?’에서 군대의 역사적인 형성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군복무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 인식을 비판한다. 저자가 공군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도대체 군대는 왜 왔어?’라는 질문에는 국방의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편견이 숨어 있다.
군대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 굳이 골라서 올 만한 곳이 아니라고, 그만큼 메리트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군대가 아니라, 되도록 피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우리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다는 군대의 존재 의미를 따져본다면 매우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상황이다.(17쪽)
군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먼저 공감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편 가르기를 벗어난 합리적인 논의를 희망한다
성차별에서 비롯된 사회적인 논의들은 쉽사리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모하기 일쑤다. 여성 혐오는 남성 혐오 논란을 거쳐 상호 혐오로 자리잡고, 심지어 여성 전용 주차장은 여성특권으로 공격받는다. 생산적이지 않다. 해결의 실마리는 사라지고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는 대립만 남는다.
또한 여성학자들의 논의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남녀의 이분법적인 젠더 규범이 성차별적인 현실을 은폐하고 남성 중심사회의 이익에 기여한다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는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다. 논리적으론 이해되지만 단번에 가슴까지 와 닿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우월하다, 여성 만만세를 외친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타고난 성에 의해 그에 맞는 사고와 언행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는 여러 갈래가 있고 계파도 있지만 큰 줄기는 일맥상통한다.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에 비해 옳은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아, 먼저 페미니즘, 가부장제, 이런 용어가 나오니까 거부감이 훅 느껴질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성들 중에서도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너무나 급진적이고 세상에 불만 많은 여자들이 하는 특별한 정치적 행동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 두 단어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함축적으로 말하는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별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인간은 다 동등하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주장을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마틴 루터 킹은 인종 차별의 관점에서 흑인 해방 운동을 했던 것이고 페미니스트들은 성 차별의 관점에서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일 뿐, 본질은 같다. 그리고 가부장제는 백인우월주의나 나치에서처럼 특정한 인간 부류, 즉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모든 사회문화적 제도 및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대명제인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에 동의를 한다면 페미니즘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81~82쪽)
일단 읽기 시작하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시민권이 어쩌고, 사회적 약자가 어쩌고 해봐야 안 들리는 것이다. 귓구멍을 막고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아아아아아, 난 안 들려, 안 들려. 그래서 뭐? 난 군대 가는데? 넌 안 가잖아!”
그 반대에 서 있는 여성 역시 평생 군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성만이 징병되는 이 사회에서 남성 개인들에게 아무리 ‘너희가 강자’라고 해도 그들은 ‘나는 강자가 아니라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모든 페미니즘 논쟁은 깔때기처럼 남성 징병제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 삶을 휘감고 있는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 여성들이 강력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왔다.(126~127쪽)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남녀 모두에게 오해받기 딱 좋은 제목이다. 쉽사리 변할 수 없는 일반 대중의 확증 편향성과 현상유지 편향성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엄연한 사실로서 인정해야 하며, 여성의 정당한 시민권과 사회적 발언권 획득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여성 징병제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공감으로 이끌어간다.
특히,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논지를 명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나가는 저자 주하림의 글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1672368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28일 |
쪽수 | 212쪽 |
크기 |
153 * 225
* 17
mm
/ 40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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