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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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 책은 조선시대의 범죄기록을 담은 《일성록》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일성록》은 1752년부터 1910년까지의 국정을 기록한 일기로 형옥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사료이다. 저자는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2853건의 범죄 사례를 토대로 18-19세기 조선의 범죄 유형, 범죄 발생 지역,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다양한 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조선 후기 범죄 지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작가정보
저자 유승희는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하여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에 입학, 같은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HK교수로 재직하였고, 동경대학교 역사문화학과 일본사학연구실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조선 시대 서울(한성부)에서 발생한 각종 도시 문제와 도시 범죄를 주제로 전근대 도시민의 생활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궁에 빠진 조선─누가 진짜 살인자인가』(2008), 『도시 속의 역사』 (2012, 공저), 『도시: 상징, 자본, 공공성』 (2013, 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18~19세기 한성부 경제범죄의 실태와 특징─사죄를 중심으로」, 「조선후기 형사법상의 젠더 인식과 여성 범죄의 실태」, 「19세기 여성관련 범죄에 나타난 갈등양상과 사회적 특성」, 「조선전기 한성부 가옥철거와 정부의 보상실태」, 「조선후기 한성부 무주택자의 거주형태와 특징」, 「1920~1930년대 경성부 주택문제의 전개와 대책」 등이 있다.
목차
- 책머리에
서론 | 조선 시대 범죄 이해하기
제1장 조선 시대 범죄의 기록, 『일성록』
1. 옥안, 사건 심리의 주요 자료
2. 정조, 『일성록』에 형옥류를 기록하다
3. 조선 시대 ‘범죄’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다
제2장 사죄로 보는 민의 일탈
1. 사죄, 『대명률』 형률에서 찾기
2. 조선 시대의 사죄란?
3. 신분이 범죄 발생에 끼치는 영향
제3장 상업 도시 한성부의 경제 범죄
1. 치솟는 경제 범죄율
2. 도시, 떠돌이, 그리고 범죄
3. 신분 상승 욕구와 배금주의의 합작품: 문서위조
제4장 도시 폭력의 만개
1. 폭력 범죄의 온상, 한성부
2. 한성부 5부의 폭력 범죄 지형
3. 폭력을 통해 본 사회적 특징과 갈등
제5장 갈등의 축, 관속의 범죄와 폭력의 집단화
1. 술주정하고, 난동 부리고, 길에서 포학을 부리는 관속
2. 관속 간 패거리의 형성과 집단 폭력: 관-관 갈등
3. 관속의 횡포와 한성부민의 집단 대응: 관-민 갈등
결론 | 저항과 일탈로 본 한성부 사회
부록 | 조선 후기 범죄 실태 자료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어보를 위조한 박창욱은 양인이지만 글을 읽을 줄 아는 자였다. 그가 관교를 본떠 만든 위조문서는 무려 135장이었으며, 총 250냥을 받고 거래될 정도로 위조 규모가 컸다. 특히 박창욱은 과거에 이미 내각의 공문을 위조한 혐의로 형벌을 받고 풀려난 뒤 다시 위조 행각을 벌였다. 이러한 위조범의 재범 양상은 단순 위조범이 아닌 전문 위조범이 성행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 본문 156쪽
당시 도성에서는 곳곳마다 등을 매달고 영업을 할 정도로 술집이 번성하였다. 경강변의 촌락에서는 조운선이 올라올 때마다 부민(富民)이 대규모로 술을 빚어 술과 창기를 끼고 마중 나가 뱃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수백 석의 곡식과 물산은 모두 양호와 술집으로 들어갈 정도로, 술을 중심으로 한 유흥의 규모가 컸다. 순조 대 국가가 검계에 들어간 자에 대한 색출 작업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도성의 양호를 엄금한 이유는 바로 이곳이 검계의 근원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술과 폭력 조직의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 본문 187∼188쪽
한성부의 사채업자는 서울뿐 아니라 인근 경기 지역민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았다. 1786년(정조 10) 압구정에 사는 이인대는 과천민 양복돌에게 40냥의 돈을 빌려주고 3배 이상인 140냥을 받았으면서도 이를 본전으로 여기고 이자를 독촉하며 채무자와 가족들에게 사적인 형벌을 가하였다. 그는 과천민 안삼국에게도 20냥을 빌려주었으나 받질 못하자, 안삼국이 훔친 호패의 원래 주인인 강태산을 묶어 난타하여 그에게서 37냥을 대신 받기도 하였다. - 본문 189∼190쪽
출판사 서평
조선의 수도 한성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구체적인 사례와 치밀한 통계로 그려낸 18∼19세기 조선의 범죄 지형
이 책은 18~19세기(정조 대~철종 대) 조선 사회의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적 특징과 갈등 양상을 살펴보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조선의 수도 한성부에서 일어난 사죄(死罪), 즉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중심으로 당시 민의 가감 없는 생활상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조선 시대의 범죄 사건은 살인, 강도, 과실치사, 폭행 치사, 절도, 위조, 자살, 방화, 굴총, 범월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범죄이며, 따라서 민란이나 변란 등 정치적 사건에 주목했던 종래의 접근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국가와 백성, 양반과 상민, 부모와 자식, 남성과 여성 등 가족, 신분, 젠더를 비롯한 사회의 많은 관계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과 균열을 읽어내는 데 범죄 연구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당시 국가에서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사회적, 도덕적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가 성행했는데,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치밀한 통계를 바탕으로 갈등과 균열의 사회사를 펼쳐 보인다.
전근대사회 조선에서 표출된 갈등의 모습
조선 후기에는 사회변동과 함께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이 분출되어 많은 혼란이 야기되었고, 사회 기강과 상호 간 신뢰가 훼손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18~19세기는 한국사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만큼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변화가 큰 시기였다. 정치적으로 18세기 붕당정치의 정국은 여러 차례의 ‘환국’과 ‘탕평’을 유도하였고, 이로 인해 정파 간 정치적 입장에 따른 대립이 계속되었다.
사회 경제적으로는 농업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사회 분업이 진전되었고, 지방 장시의 증가로 상품유통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국가 재정이 화폐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상품화폐경제가 활성화되었다. 토지에 대한 농민의 예속력 또한 약화되어 토지가 없는 농민과 빈농층은 농촌을 떠나 상품 거래가 활발하고 물화가 집중된 도시에서 일용 노동자로 생활하였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의 모습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조선 시대 사회 연구는 많은 부분 한국사의 구조적 본질을 논하는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 문제 또한 정치적 사건을 통해 연구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사 연구의 폭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 책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통해 조선 사회의 갈등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택한다. 또한 주로 정조 대에 집중되어 있던 조선 시대 범죄 연구의 폭을 19세기 이후까지 넓혔으며, 국가의 사회통제에 치중해 범죄를 연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범죄인과 범죄 상황 등 범죄 자체에 주목하여 보다 미세한 접근을 보여준다.
조선 시대 범죄의 기록, 『일성록』
또 이 책은 『심리록』 중심의 범죄 분석에서 벗어나 『일성록』이 가지는 자료적 가치에 주목한다. 『일성록』은 1752년(영조 28년)부터 1910년까지의 국정을 기록한 일기로, 조선 후기 연구에서 많이 이용되는 기본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범죄 연구에서는 전혀 활용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일성록』은 연대기 사료 가운데 형옥과 관련된 내용을 가장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성록』 형옥류는 『심리록』과 『추조결옥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범, 시친인(살해당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척), 범죄 관련인 등의 진술을 담고 있으며, 피해자나 가해자 가족의 상언, 격쟁, 원정, 해당 군현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각 도 관찰사의 장계, 형조의 계사, 왕의 판결 등 상세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범죄 발생 지역, 범인의 성명, 피해자의 상태, 사건의 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등 범죄 관련 요소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형 처리의 전 과정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일성록』은 18~19세기 범죄 연구에 있어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1차 사료이다. 이 책은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2,853건의 범죄 사례를 토대로 범죄 유형, 범죄 발생 지역,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다양한 통로로 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조선 후기의 범죄 지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폭력이 만개하고 전문 위조범이 활개 쳤던 한성부 사회
이 책에서는 특히 조선의 수도인 한성부에서 일어난 범죄에 집중하는데, 한성부에서 두드러진 경제 범죄를 비롯해 폭력 범죄, 관속의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 사건을 살펴본다. 독자들은 조선 후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한성부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어떤 식으로 갈등이 표출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2,853건의 전국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왕도인 한성부의 범죄율이 가장 높았다. 한성부의 연간 범죄율(인구 1만 명당 범죄 건수)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범죄 건수를 보인 경상도와 비교해볼 때, 헌종 대 12배, 철종 대 6배였을 정도로 높았다. 범죄 유형에서도 한성부만의 특징이 나타났는데, 지방의 경우 폭력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했지만 한성부에서는 폭력 범죄뿐 아니라 절도나 위조 등 경제 범죄도 골고루 발생했다. 경제 범죄에서 드러나는 지방과 한성부의 차이는 엄청난 수준으로, 전체 경제 범죄의 72.4%가 한성부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당시의 갈등 양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을까?
첫째, 18~19세기 한성부에서는 부민 간 빈부 격차가 증대되는 현상이 현저히 드러났다. 지방 이농인이 한성부로 편입되어 새로운 사회계층을 형성했으며, 이들이 도시 빈민층을 이룸으로써 한성부에서는 빈부 격차가 증대되고 있었다.
상경 이농인의 빈한한 도시 생활은 각종 범죄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한성부는 미곡가에 따른 불안정한 물가 변동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었고, 한성부민 중 곡가의 상승으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계층은 도시 빈민층이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각 궁의 수직 군사나 고직 등에 종사하기도 했지만, 고용의 불안정으로 위조나 절도 등의 범죄에 쉽게 노출되었다. 특히 아무 정처도 없는 이농인의 위법행위는 흔히 다른 계층이 저지른 것보다 그 강도가 셌다. 거주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리민은 당시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르곤 하였다. 도로변이나 청계천 인근 교량에서는 강도나 살인 사건이 자주 일어났는데, 범죄인의 대부분은 상경 이농인이었다.
둘째, 18~19세기 상업 발달로 인해 한성부에서는 배금주의가 만연했다. 다른 지역보다 상업 종사 비율이 높았던 한성부민은 돈으로 모든 것을 구입하려는 소비성이 강했으며, 돈으로 표현되는 물질적 가치를 지방민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한성부에서는 경제 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며, 또한 경제적 원인에서 비롯된 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위법적이며 불법적인 일이더라도 돈만 챙겨주면 해줄 수 있다는 인식이 관문서의 위조로 나타났고, 법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만연했다. 상품화폐경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척도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해왔던 종래의 ‘신분’보다 현실적인 경제적 관계나 재산 소유의 다소가 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는 사회로 한성부는 변화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한성부민은 지방의 향촌민과 달리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관속과 한성부민의 마찰이 빈번하였다. 당시 지방의 범죄 양상을 살펴보면 한성부의 경우처럼 관민 간 갈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는 한성부가 다른 어떤 지방보다도 관의 영향력과 관리하에 있었으며, 또한 그에 대한 반발이 어떤 지역보다도 거세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텁게 형성된 도시 하층민은 포교를 비롯한 관속들의 주시 대상이었다. 이러한 민에 대한 관속의 침학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으며, 19세기에 이르면 결국 민의 집단 대응으로 갈등이 표출된다. 1851년(철종 2년)과 1860년(철종 11년)의 뚝섬민과 목수의 집단행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18~19세기 도시 하층민의 집단 대응은 민을 국가의 통제 속에 편입시키려는 정부의 노력과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하층민의 저항이라는 긴 역사적 길항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1471923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7월 15일 |
쪽수 | 285쪽 |
크기 |
153 * 225
* 10
mm
/ 42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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