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사지론 강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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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1년 12월 2주 선정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높고 깊은 것이다
바른 가르침을 듣고 사유하고 부지런히 수행하라
책에는 저자의 수행 경험, 주변의 사례, 각 종파의 예를 폭넓고 생동감 있게 들어가며 참된 수행의 이치를 드러낸다. 수행자는 어떤 곳에 살고 얼마나 먹고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기질과 인연이 있어야 수행하는지 각종 조건부터 수행에 문제를 일으키는 그릇된 생각을 알아채고 벗어나는 법까지 하나하나 살펴준다. 이를 통해 수행해도 왜 정(定)을 이루지 못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정을 닦아야 하는지, 왜 정을 닦아야 혜를 얻을 수 있는지, 마음을 얽어매는 장애는 무엇이고 어떻게 벗어나는지, 교리는 수행과 어떻게 연관되는지가 선명해진다. 호흡, 염불, 화두 참선, 관상 등 여러 수행법이 있지만 강조하는 바는 하나다. 끊임없는 가행으로 이치에 맞게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기본이다.
작가정보
1918년 절강성 온주 낙청현에서 태어난 불교학자, 교육자, 중국 고대문화 전파자, 시인, 무술가, 국학 대사이다. 어려서 사숙(私塾)에서 고전 교육을 받았고, 17세에 절강국립예술원에서 무예를 익혀 중앙군교(中央軍校) 무술 교관의 자격을 얻었다. 24세에 교관직을 사임하고 청성파 검술 고수 왕청풍(王靑風)을 만났으나 검술을 포기하고 불교 연구에 몰입하였다. 이듬해 스승 원환선(袁煥仙)을 만났고 그의 인도로 허운(虛雲) 노화상을 만나 성도 영암사(靈岩寺)에 유마정사(維摩精舍)를 세우고 참선하였다. 이어서 아미산(峨眉山)에서 3년간 폐관하였고 티베트에 가서 밀교를 공부하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국민당을 따라 대만으로 이주하였으며 이후 대만의 대학, 사회단체, 기관 등에서 강의하였다. 특히 대북에 노고문화사업공사(老古文化事業公司), 시방선림(十方禪林) 및 시방총림서원(十方叢林書院)을 창립하여 중국 전통 사상을 전파하였고, 대만 정치대학과 보인대학 및 중국 문화대학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그의 강의 내용은 주로 유불도 삼가 및 『역경』의 학문과 실천 수행 공부였는데, 이는 50여 부에 달하는 그의 저서들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1985년 이후에는 대만을 떠나서 미국, 홍콩, 상해 등에 거주하며 참선 모임을 이끌고 교화 사업을 하였다. 2006년 중국 소주 오강(吳江)의 묘항(廟港) 근처에 태호대학당(太湖大學堂)이라는 사립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중국의 고전과 유불도 삼가의 경론을 강의하였다. 2012년 태호대학당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선생의 강의는 유불도 삼가의 회통, 중국의 고전과 역사 및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깊은 수행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가르침, 사람을 끌어당기는 유머를 두루 갖춘 것으로 정평이 있다.
서울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북경사회과학원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수학했으며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성결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다. 저서로 『황준헌 시선』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밀교대원만선정 강의』 『약사경 강의』 『맹자와 진심』 『노자타설』 『대학 강의』 등이 있다.
목차
- 제11강
〔제13권 本地分中三摩?多地第六之三〕 등지等持 선교와 등지等至 선교|어떤 정의 경계에 이르렀는지 알아야 한다|마음대로 정에 머무르고 정에서 나올 수 있어야|진정으로 정에 들어간 행상상|왜 정에서 나오는가|어떤 행원으로 정에 들어가는가|〔제30권 本地分中聲聞地第三瑜伽處之一〕 수행 장소의 다섯 가지 조건|정의 수행에는 위의가 있어야 한다|몸과 마음이 멀리 떠나야 수행할 수 있다|무엇이 삼마지이고 심일경성인가
제12강
구주심, 마음의 머무름이 바른 정이다|마음을 붙들어 매어 내주하고 등주하게 하다|두려운 무기업의 과보|마음이 안주하고 근주하고 더욱 조순해야|적정 다시 적정|무엇이 정념을 잃어버림인가|흐름에 맡긴 채 자연스럽게 도에 들어가는 등지等持|여섯 가지 힘으로 구주심을 성취하다|네 가지 작의로 구주심의 정을 수행하다|네 가지 방법으로 관을 수행하다|무엇이 정사택인가
제13강
비발사나 수행의 세 가지 요강|비발사나에서 여섯 가지 관법의 차이|여섯 가지는 관법 수련의 차이다|여섯 가지 관법은 세 가지 깨달음에 의지한다|다시 백골관과 부정관을 말하다|어떻게 자비관을 수행하는가|〔제31권 本地分中聲聞地第三瑜伽處之二〕 무엇이 연기관인가|연기의 본성은 공이고 무아다
제14강
정사유 정지견의 선정 수행법|이숙과와 과보는 같은 것인가|십이인연과 삼세인과|여러분은 왜 그렇게 어리석습니까|아만을 버리는 계차별관 수행|어떻게 수식관을 수행하는가|호와 흡을 하는 사이의 식을 장악하다
제15강
왜 아홉 가지 선법 가행을 닦아야 하는가|개성이 다르니 상응하는 가행을 쌓아야|왜 수행을 미루면 안 되는가|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나요|무엇을 지, 지의 상, 지를 수행할 때라고 하는가|무엇을 관, 관의 상, 관을 수행할 때라고 하는가|마음이 가라앉거나 들뜰 때는 어떻게 수행하는가|마음이 흩어지지 않고 거칠어지지 않은 가행|장애를 깨끗이 없애는 가행|〔제32권 本地分中聲聞地第三瑜伽處之三〕 탐심이 무거우면 부정관을 수행한다
제16강
부정관의 요점과 백골을 불태우는 수련|사대의 전화|풍에 승해를 일으켜 풍대관을 수행하다|입출식을 작의 사유하여 순신관에 머무르다|풍을 닦고 호흡을 닦는 가행 법문|선지식의 가르침으로 탐욕과 근심을 조복시키다|정 수행이 일으키는 몸의 반응|기가 충만하고 마음이 희락하고 작의에 성공하다|색계정을 얻은 후 심신의 변화|〔제33권 本地分中聲聞地第四瑜伽處之一〕 작의 성취 후 입세하여 수행해야 하는 네 부류|수행인이 왜 다른 종류로 태어나는가
제17강
사대가 흩어지는 과정|사망할 때의 특수한 현상|중음신의 시기|다시 환생하여 사람이 되다|사람은 왜 수도해야 하는가|욕을 떠나기 위한 일곱 가지 작의 중 요상작의|욕의 각종 현상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것|초선의 유심유사의 경계를 수행하다
제18강
세간정의 중요성|정려와 정은 무엇이 다른가|내재된 의식이 청정해져 바르게 멀리 떠난다|무심무사하여 이선에 들어가다|기쁨의 욕을 떠나는 삼선|삼선 이상의 버림과 즐거움|사선의 사념청정과 삼재팔난|무엇이 진정한 허공인가|무엇이 공무변처정인가|무심정 경계의 무상정과 멸진정|마음을 억누르는 무상정은 외도정이다|신통을 얻게 되다
제19강
신통 수행의 처음 두 단계인 경거상과 유연상|공계상 및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신심부순|신족통을 얻었다|숙명통의 경계|천이통과 천안통의 수행법|타심통을 성취하다|득도한 사람의 신통과 외도의 신통|어떤 사람이 천계에 태어나는가|왜 계를 지켜야 정에 도달할 수 있는가|〔제34권 本地分中聲聞地第四瑜伽處之二〕 성문도에서 보리도로 나아가야|〔제4권 本地分中有尋有伺等三地之一〕 유정의 범위를 왜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가
제20강
삼계 육도의 괴로움과 즐거움|〔제5권 本地分中有尋有伺等三地之二〕 선정 수행의 괴로움과 즐거움|괴로움과 즐거움은 상대적이다|자기 몸과 생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괴로움과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가|음식에는 단식 사식 식식이 있다|삼계 남녀의 음욕과 생육|세 가지 욕생과 세 가지 낙생|무엇이 생의 차이를 낳는가|견지를 분명하게 세우고 수행하라
부록 삼계천인표|찾아보기
책 속으로
-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가
수련이 도달했는데도 지혜가 부족해서 자신이 어떤 정(定)의 경계에 들어가도 그것이 무슨 정인지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혹은 혼침을 정(定)에 들어간 것이라 여기거나, 혹은 수면을 타좌라고 여기거나, 혹은 타좌하여 정에 들어갔는데 자신은 정에 들어간 지 모르고 자기가 혼침에 있거나 수면 중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지혜가 없어서입니다. (하 23-24쪽)
-도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기업과는 갈수록 멍청해지는 것이라서 지혜를 개발하지 못하고 도를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도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바로 무기업과가 무겁기 때문인데, 거기에다 이번 생의 현행이 여전히 무기업을 짓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불경을 읽어도 연구하지 않으면서 그저 휴식 시간이 좀 더 많기만을 바라고 있으니 모두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온에 묶여 수온의 염오업을 짓기 때문으로 비스듬히 앉아서 꾸물거립니다. (하 48쪽)
-마음을 비울 수 있는가, 마음이 비어 있는가
일반적으로 공(空)이라고 하면 벽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은 것을 공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공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구멍입니다. 공을 말하라고 하면 일체의 생각이 모두 없어진 것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한 가닥 향이 다 타고 나면 그 향이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음을 공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단견이자 외도(外道)의 견해, 마도(魔道)의 견해이지 진정한 불법의 견해가 아닙니다. 공(空)은 형용하는 말입니다. (하 66쪽)
-왜 우리는 수십 년을 해도 증과하지 못하는가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부처님 제자들은 부처님의 개시(開示)를 듣기만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당장에 아라한과를 증득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칠 일 또는 이십일 일간 수지하고 곧바로 증과했습니다. 왜 우리는 수십 년을 했는데 아직도 증과하지 못했을까요? 모두 자기 마음의 움직임[心路]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 81쪽)
-자성은 본래 청정하니 수행할 필요가 없는가
범부가 범부인 까닭은 정념(正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성이 본래 청정하다는 이 이론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학불자가 자성이 본래 청정하니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선종의 교육법은 방할(棒喝) 따귀[耳光]인데, 그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본래 청정한데 여러분에게 말하라고 하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마지막에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그저 꽃을 집어 드셨을 뿐이었습니다. 본래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인데 여러분은 법을 말하고 자성이 본래 청정하다고 말하니, 무엇을 말한 것입니까? 가섭은 깨닫고 곧바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분수도 모르고 잘난 체하며 자성이 본래 청정하며 나도 깨달았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 86쪽)
-무엇이 종성인가
사람은 얼굴의 상(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얼굴의 상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얼굴에 흉상을 지니고 있는데, 눈에는 사나운 빛을 띠고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옷은 아무렇게나 입습니다. 그런 다음에 입술도 일그러뜨리고 눈도 흘겨보고 있으니, 한눈에 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업성 종자를 알 수가 있습니다. 장난꾸러기는 온 얼굴이 장난꾸러기상이고, 거짓 총명은 온 얼굴이 거짓 총명상입니다. 이 상(相)이 어떻게 변하겠습니까? 과거 업력의 종자와 종성이 형성한 것으로서, 이번 생에 현행을 일으켜서 표현되어 나왔습니다. 여러분의 심리에 영향을 주는 어떤 종류의 나쁜 생각이 아주 심하면, 현행이 거기에서 아주 무겁게 표현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하 87쪽)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은 어떤 수행을 해야 하나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은 ‘아나파나념’을 수행해야 합니다. 호흡을 듣고 호흡을 세는 법문인데 호흡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몇 년이나 호흡을 세었지만 세면 셀수록 생각이 더 어지러워졌습니다. (하 229쪽)
-탐심이 많은 사람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욕념이 무겁고 탐념이 무거운 사람, 즉 이 세상을 탐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첫 번째로‘부정관’을 수행해야 합니다. 부정관이나 백골관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무시이래의 탐욕념의 습기를 깨뜨리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 227쪽)
-어리석은 마음이 큰 사람은 어떤 수행을 해야 하나
일체가 모두 인연이 낳은 존재임을 보아야 합니다. 인연소생법은 여러분이 말로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본 적이 없으며 마음을 써서 체득한 적도 없습니다. 불경에서 말한 것은 한 번 보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불법은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여깁니다. 사실 여러분이 돌이켜 자세히 생각해 본다면 왜 모든 불보살이 그렇게 말씀하셨겠습니까? 왜 재삼 강조했을까요? 먼저 돌이켜 반성해 본다면 각종 법은 수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하 228쪽)
-천성이 교만한 사람도 수행할 수 있을까
교만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업력과 습기를 지니고 있는데 “계차별에 대하여 그 마음을 편안하게 머물러야 합니다.” 육도를 윤회하는 삼계 천인은 제각기 차별적인 아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얕보는 마음이 있지만, 상계(上界)의 사람은 우리를 볼 때 더더욱 얕보는 마음을 지닙니다. (하 229쪽)
-성내는 마음이 많으면 어떤 수행을 하는가
성내는 마음이 큰 사람은 일체중생에 대해 ‘자민관’을 수행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민관을 수행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은 성깔이 대단하고 마음도 아주 사나워서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하 228쪽)
-일상생활이든 수행이든 왜 작심삼일이 되는가
사람들은 수행을 시작하면 선업을 닦습니다. 염불도 하고 타좌도 하고 진언도 외우지만, “모든 개가 자주자주 현행하여” 즉 재(財) 색(色) 명(名) 식(食) 수(睡) 탐(貪) 진(瞋) 치(癡) 만(慢) 의(疑)의 크고 작은 오개(五蓋) 등이 여러분을 덮어 버립니다. “자주자주 현행하여” 즉 다섯 가지 번뇌가 수시로 일어나서 사흘은 물고기 잡고 이틀은 그물을 말립니다. 타좌를 하더라도 한두 번은 비교적 괜찮지만 자신에게 공로(功勞)가 있다고 생각하면 곧 느슨해져 버립니다. 느슨해져서 이레 여드레 보름이 지나가 버리면 몸과 마음도 거칠고 무거워집니다. (하 231쪽)
-무엇이 진정한 공덕인가
몸과 마음이 거칠고 무거우며 영민하지 않은 사람은 다섯 가지 번뇌가 자주자주 현행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하여금 빨리 정을 이루지 못하게 합니다.” 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연습해야 합니다. 정혜(定慧)는 공덕 재능이 천천히 쌓여야 하는데, 수행의 노력이 쌓인 것이 바로 공덕입니다. (하 231쪽)
-언제 지를 닦아야 하는가
마음이 너무 산란하거나 들뜰[掉擧] 때, 혹은 마음이 곧 산란해질 것이 두려울 때가 바로 지(止)를 수행할 시간입니다. 어떤 사람이 긴장을 잘한다면 긴장하는 것이 바로 마음이 산란해진 것입니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긴장을 잘합니다. 혹은 자기 마음이 들뜰까 봐 염려된다면 이때 지(止)를 많이 수행해야 합니다. (하 243쪽)
-왜 지관을 함께 닦아야 하는가
관(觀)을 닦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서 경지에 도달하면 그다음 관을 수행해야 할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마음이 일어나고 생각이 움직이고 있더라도 여전히 청정합니다. 이 마음은 정(定)하고 영원히 청정합니다. 관(觀) 속에 있어도 정(定)을 수행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정 속에 있어도 관을 수행할 수 있으니 이것을 관의 형상[觀相]이라고 합니다. 범부가 불학을 연구하고 학문이 뛰어나면 그런 불학 사상을 관(觀)이라고 할까요? 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범부가 지(止)가 없고 정(定)이 없으면 관(觀)은 망상으로 변해 버립니다. 정(定)의 형상이 없기 때문니다. (하 245쪽)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부동심인가
그가 말했습니다. “이것이 어째서 병인지요? 이것은 옛 성인의 부동심을 배운 것으로, 제 평생에 효험을 본 부분입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부동심이 그런 이치란 말인가? 자네는 이 마음이 생기발랄한 것임을 알아야 하네. 자네는 자신의 부동심을 억지로 누르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짜야. 자네가 너무 오랫동안 억눌러서 마음이 병 들었을 뿐 아니라 몸도 병이 났던 것이지. 이것이 바로 고질병이야. 자네는 학문을 엉터리로 익혔네.” (하 420-421쪽)
-왜 불법을 배우는 사람은 허무하고 공허한 환상에 떨어지기 쉬운가
사마천이 말했습니다. “내가 빈말을 기록하는 것은, 행한 일에서 보여 주는 절실함과 명백함만 못하다.” 그렇습니다. 공허한 이론이나 빈말은 행동으로 사람을 구해 내는 것만 못합니다. 여러분이 자비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날마다 자비심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모두 공상(空想)입니다. 저의 이 말에 주의해야 합니다. 종교를 배우거나 불법을 배우는 사람은 모두 허무하고 아득한 환상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실제적인 일처리를 말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현실을 도피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하 507쪽)
-공덕과 복덕이 왜 정에서 온다고 하는가
정(定)에 이르는 것은 소극적인 복덕을 얻는 것으로 보살행과는 같지 않습니다. 보살행은 선정에 집착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으니 그것은 계를 범하는 것입니다. 보살의 경계는 사마천이 했던 그 말, 빈말을 하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만 못하다는 것으로, 반드시 실제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며 절실하게 행해야 합니다. 보살계에서는 선정에 집착하는 것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소승계에서는 선정이 복덕을 기르는 것입니다. 보살계에서
출판사 서평
유가사지론은
유식학의 대표적 논서다
『유가사지론』은 대승 후기 불학에 속하는 유식법상 계통의 대표적 논서다. 전기 불학에 속하는 용수보살의 반야중관 계통과 함께 대승의 두 축이다. 4세기 인도에서 저술되고 7세기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 유학 후 귀국길에 가져와 20여 명의 학승과 함께 1년여를 한역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이 논서는 부파불교와 대승경전에 설해진 여러 교의를 수집 분류 종합하여 대승의 교의 체계를 세우기 위해 편찬된 것이라 평가한다.
『유가사지론』은 요가 수행으로 성취를 이룬 유가사瑜伽師의 실천 범위地를 17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이 강의는 그중 가장 중요한 성문지와 삼마희다지에 집중했다.
‘성문지’에서는 소승 성문의 조건과 수행의 전 과정이 펼쳐진다. 성문이 무엇인지, 바른 출가란 어떤 것인지, 어떤 인연과 자질이 있어야 하는지, 수행의 조건은 무엇이고 수행자의 위의는 어떠해야 하는지부터 사마타와 비발사나는 어떻게 닦는지, 사선팔정은 어떤 경계이고 번뇌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등 출가자나 재가자의 수행에 필요한 갖가지 개념이 논리 정연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삼마지’에서는 삼매(삼마지, 定)를 닦을 때 일어나는 각종 마음의 장애부터 지관 수행의 원리와 방법을 하나하나 드러낸다. 경문을 해석하는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내면에 깃들어 있는 욕망을 보게 되고, 자기 마음이 왜 불안한지, 어리석고 믿지 못하는 마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일을 하든 수행을 하든 왜 이틀은 물고기 잡고 사흘은 그물을 말리는 상황이 되풀이되는지 저절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유가사지론은
수행과 증득을 위한 교리다
저자는 이 대론이 “사람의 생명에서부터 물리세계 및 물질세계와 온 우주까지” 심층적으로 언급하고, 또 한 사람이 “어떻게 심신을 수지하여 무상(無上)의 도를 증득하는지를” 논증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소승과 대승의 수지 방법을 나누었으며, 성불에 이르기까지 총 백 권으로 된 논서”라고 『유가사지론』의 의의를 밝혔다. “한 권을 손에 넣으면 한평생의 수지가 충분”하다고 하며 『유가사지론』을 모른다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으니 수행은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교리도 보기 귀찮아하고 오로지 타좌만 하려고 하면서 그것이 바로 수행이라고 여기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백 권의 경전을 분명하게 연구하면 전체 불법의 체계와 이론과 수지, 현교와 밀교의 수행법까지 모두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저자가 『유가사지론』을 강의한 이유이겠다. 교리와 수행은 별개가 아니다.
수행해도
왜 삼매를 이루지 못하는가
이 강의는 “왜 여러분은 수행하고 타좌를 해도 정(삼매)을 이루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무 가지 잘못이 없어야 한다. ‘도반이 없고 밝은 스승이 없고 마음이 부족한 잘못, 듣기만 하고 공경해 주기를 바라고 족함을 모르는 잘못, 쓸데없는 일에 바쁘고 나태한 잘못, 트집 잡고 성질부리고 마음을 쓰지 않는 잘못, 함부로 먹고 많이 자고 눈 귀 코 혀 몸 뜻을 지키지 못하는 잘못, 지관 수행의 방법을 몰라 일으키는 잘못’ 등이다. 이 중 하나는 고사하고 거의 모든 게 문제다. 더욱이 이 스무 가지를 다 갖추었어도 정을 이룬 것이 아니다. “이 정의 경계는 초선정의 전주(前奏)”일 뿐이니 그래서 “정을 수행해서 성취하고자 하면 초선정이 그처럼 어렵다”고 한 것이다. 저자는 어느 종파를 불문하고 “진정으로 초선정을 이룬 사람은 수십 년 이래 아직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도 한다.
강의 청중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출가승들을 분발시키기 위한 반어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두렵지요? 이 길을 걸어가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깨달음이 지나치게 대중화된 시절, 동서양 할 것 없이 각종 명상이 상업화된 오늘날, 수행이 무엇인지에 대한 참된 지식을 『유가사지론 강의』로 만나게 될 것이다.
작의, 영상소연,
지관 수행이 핵심이다
이번 강의에서 공들여서 기본부터 설명한 개념이 작의와 영상소연, 이를 통한 지관 수행이다. ‘작의作意’는 의식 집중, 주의력과 같은 의미다. ‘영상소연’은 영상影像이 있는 인식 대상이고, ‘지관止觀’은 알려진 대로 사마타와 위파사나 수행이다.
모든 수행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시작이고, 마음이 어지럽지 않도록 오롯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이치에 맞는[如理]’ 작의여야 한다는 것. 무엇이 이치에 맞는 것인가. 빛을 대상으로 진언을 대상으로 불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화두나 십이연기 같은 법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염불, 관상, 호흡, 화두, 선정 수행 등이 모두 이치에 맞는 작의이고 이것이 모든 수행법의 원리다. 여기서 대상으로 하는 영상의 분별 유무에 따라 지와 관 수행법으로 나뉜다. 지와 관을 함께 닦아야 정과 혜에 이를 수 있다.
저자는 “수행의 첫걸음은 먼저 작의”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불가에 귀의한 사람은 왜 계율을 받아야 합니까? 일개 범부가 계율의 약속을 받지 않으면 마음속에 계(戒)가 없기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계를 받으면 의식으로 하여금 계의 종성을 심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작의”라는 것이다. “염불을 하면 아미타불 한마디를 외우는 것 혹은 진언 하나를 외우는 것이” 모두 작의이고, “수식관(數息觀)을 수행하는 것 역시 작의이며, 팔만사천법문의 수행법이 모두 작의로부터 시작”된다. “작의심을 세울 수 있습니까? 첫째로 먼저 작의하고 거기다가 작의라는 이 일념이 견고해야” 수행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치도 참구하지 않고 경전도 읽지 않고 망상 속에 있기 때문에 수행이 힘을 얻지 못한다.
수행으로
대승의 이치를 드러낸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작의로 만든 영상과 정신병적 환상이나 약물에 의한 환각은 무엇이 다를까. “당연히 같지 않습니다. 하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하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자신이 만들기 때문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영문도 모르게 찾아와서 자신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문도 일어난다. 자신의 의식에서 만들어 낸 영상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유분별영상을 사용하는 관법(觀法)은 아주 많습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면 약사여래 혹은 백의관음보살을 관하면 됩니다. 어떤 고지식한 사람들은 제가 아무리 말해도 관음의 영상조차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제육의식에 있는 분별영상의 관음, 의식의 경계로 떠오른 관음의 영상을 관하는 것입니다. 버들가지를 든 관음이 정수(淨水)를 여러분의 정수리에 뿌리는 것을 관하면 낫지 않는 병이 없습니다.”
이처럼 의식을 바꿈으로써 일어나는 변화가 구두선처럼 여겼던 이치와 부합하게 된다. “여러분이 ‘이것은 저의 작의인데 관음보살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말한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자타불이(自他不二)이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바로 관음보살이고 관음보살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그뿐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그러한 관음보살이나 약사여래를 작의해서 관(觀)하기만 하면, 물을 뿌리기만[灌] 하면 불보살의 힘이 여러분을 가피(加被)해서 낫지 못할 병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단하다고 아무리 말해 주지만 여러분의 신심(信心)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알아두십시오. 그것에 공(空)하라고 하면 공이 되고 유(有)하라고 하면 유가 되어야 연기성공(緣起性空) 성공연기(性空緣起)라고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분은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법사일 뿐 쓸모가 없습니다.”
이것이 성문의 수행이 “연기의 본성은 공이고 공의 본성은 연기”라는 대승의 이치로 드러나는 과정이다. 저자의 이번 강의는 출가나 재가 수행자에게는 ‘바른 수행의 길’로 나아가는 지침을, 불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수행의 실제 모습’을 기초부터 성불의 과정까지 경험과 논리와 증거로 펼쳐진다.
기본정보
ISBN | 978896051897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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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25일 | ||
쪽수 | 552쪽 | ||
크기 |
156 * 226
* 38
mm
/ 85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瑜伽師地論聲聞地講錄/南懷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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