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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일간지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중증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대면하면서,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한다.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취한다. 저자는 아들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그 13년 분투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독하게 고독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언 브라운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다. 잡지 및 신문 기사로 여러 차례 수상했다. CBC라디오의 ‘Talking Books’, TV온타리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The View from Here’ 등 방송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비즈니스 북 어워드를 수상한 『Freewheeling』을 비롯해 『Man Overboard』 『Man Medium Rare』 등의 책을 썼다.
2007년 <글로브 앤드 메일>에 중증 장애를 동반한 희귀성 유전병을 앓는 자신의 아들, 워커를 키워 온 이야기를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출간한 『달나라 소년』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깊이 있는 사유와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2010년 캐나다의 주요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번역 전미영
역자 전미영은 서울대 정치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언론사와 NGO에 근무한 뒤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오! 당신들의 나라』 『조금 달라도 괜찮아』 『잭 리처의 하드웨이』 『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무언의 속삭임』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목차
- 뜻밖의 아이, 워커
01 불면의 밤들 …11
02 물음표를 키우는 일 …23
03 소아과에서 유전과로 …40
04 침묵이 드리워지다 …52
05 워커가 만든 세상 …78
06 고장 난 아이 …102
내 아들의 집을 찾아서
07 워커 떠나보내기 …113
08 CFC의 세상 속으로 …155
09 하지만 여전한 물음표 …192
10 유전자의 철자 오류 …211
워커가 가르쳐 준 것들
11 라르슈, 그들이 사는 세상 …245
12 뷰티풀 마인드 …279
13 아빠, 내가 보여 줄게요 …307
14 달에게 더 가까이 …343
책 속으로
워커는 생후 7개월 때 CFC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 CFC란 병명 그 자체는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장을 뜻하는 ‘cardio’는 심장 기형?확대와 계속 들리는 심장 잡음을, 얼굴과 관련된 ‘facio’는 튀어나온 이마와 아래로 처진 눈 등 특징적인 안면 기형을, 피부를 지칭하는 ‘cutaneous’는 피부 이상을 뜻한다. 처음 내게 이 증후군을 설명해 준 유전학자는 전 세계에서 CFC 증후군을 앓는 어린이는 워커를 빼고 딱 8명뿐이라고 했다. 8명. 어떻게 이런 일이? 미지의 은하계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19쪽)
종류가 무엇이든 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를 유전과로 데려가라는 말을 들은 날을 잊지 못한다. 진단과 관련해 지옥과도 같은 제2라운드가 시작된 날. 아이의 건강 문제, 치료할 수 있는 어떤 문제가 그 순간을 기점으로 과학의 문제로 돌변한다. (…) 세포분열 고속도로의 앞쪽 몇 킬로미터 지점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결혼반지를 바다에 빠뜨린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바닷물 속에 빠진 반지는 되찾을 수가 없다. 이것은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득한 고대, 태곳적을 떠올리게 하는 관념. 어저께만 해도 정상적인 생명체의 일부였던 워커가 진화의 오류가 되었다. (49쪽)
워커가 커 가면서 쯧쯧 혀 차는 소리로 소통하는 우리 둘만의 언어가 생겼다. “안녕, 나야. 난 너한테 쯧쯧 거리고 있어. 너한테만 하는 거야. 왜냐면 너하고 나 둘만 쯧쯧 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라는 식이었다. 그러면 워커는 “아, 안녕. 아빠, 거기 있네요. 나도 쯧쯧 소리로 대답하고 있어요. 우리만의 언어로 말하는 게 좋아요. 정말 재밌어요.”라고 답하는 것처럼 들렸다. (52쪽)
어느 날 밤,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다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요한나가 말했다. “장애아 부모들은 늘 이렇게 말해.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바꾸지 않을 겁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난 바꿀 거야. 바꿀 수만 있다면, 학교에서 C를 받아 오는 제일 평범한 애하고 워커를 바꿀 거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시 바꿀 거야.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야. 워커를 위해서야. 워커의 인생이 너무나, 너무나 고달플 것 같아서.” (108쪽)
CFC ‘천사’라는 숨은 ‘축복’을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이나 신은 “특별한 부모에게 특별한 아이를 주신다.”라는 글은 거의 매일 올라올 정도였다. 나도 그런 심정을 이해는 한다. 워커는 내 삶의 형태를 결정지었다. 아마도 삶의 의미까지 규정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워커는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중에 천사며 특별함에 관한 감상적인 설교를 들으면 메스꺼운 자기기만으로, 냉소적인 학교 분위기 속에서 불안한 치어리더들이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하려 애쓰는 것으로 느껴졌다. 장애는 정치 혹은 대학 풋볼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사람들이 나뉘어져 논쟁을 벌이면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어두운 경험을 자기 입지를 강화하는 무기로 내세운다. 하지만 워커의 구체적인 삶은 양쪽 모두 허위임을 보여 준다. (185쪽)
때로 임신한 여자들이나 곧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을 법한 젊은 여자들과 마주칠 때도 있었다. 콰지모도, 그리고 옆에서 뭔가를 중얼거리는 그의 경호원을 보는 순간 그들의 예쁜 얼굴에는 경계심이 스쳤다. 그들은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워커 같은 아들을 낳은 아버지 특유의 힌트를 찾으려고 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런 아버지의 징후를 보이는 남자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인 나를 확인한 그들의 얼굴에는 다시 경계심의 구름이 드리워진다. 일탈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기에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145쪽)
에스텝은 CFC가 인간 생물학의 정밀함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했다. “수태 시점에서 뭔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대단히 많은데 대부분은 수태와 동시에 유산됩니다. 아니면 임신 초기, 극히 초기 단계에서. 올바른 결합만 실현시키려는 자연의 섭리지요.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임신에서는 소수의 사례에 속하는 겁니다.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것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하거든요.” 이는 워커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워커는 망가진 것이 아니라, 신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아웃렛 몰의 염가 구두처럼 약간 흠집이 있는 데 불과한 것이다. 에스텝의 표현을 빌면 워커는 “삶에 적합한, 살아 숨 쉬는 인간 존재인 유전적 배열”이었다. (216쪽)
유전학자들이 제시하는 인기 모델에서는 각기 다른 질병이 각기 다른 유전자와 연관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종류가
출판사 서평
<뉴욕 타임스>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TOP 10
2010년 캐나다 3대 문학상을 휩쓴 화제의 논픽션
고장 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인간의 근원적 가치를 묻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며 달을 떠올린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이 아이에게도 내면의 삶이 있을까? 이 아이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책은 중증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아들의 와해된 삶―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외롭고 고단한 모색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를 마주하게 된다.
이 아이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이 아이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심각한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저 사람에게도 과연 내면의 삶이 있을까? 온전한 영혼이 있는 걸까?’ 그러곤 어쩐지 죄스런 마음에 얼른 물음표를 털어 낸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이가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다름 아닌 장애를 지닌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 워커를 보고 있자면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워커가 정말로 공허한 존재라면, 왜 그 존재가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까? 워커가 내게 보여 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기묘하게 생긴 머리 안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아들한테 설득당하고 만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본문 14쪽)
*** 워커가 훌륭한 공동체에서 전일제로 살게 된다면 비용이 1년에 최소한 20만 달러는 들 것이다. 워커가 쉰 살까지 산다면 총 비용은 800만 달러가 된다. 내게는 800만 달러라는 큰돈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온타리오 주의 인구가 800만 명이다. 워커는 온타리오 주에 사는 사람들 각자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밤이면 그런 계산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본문 116쪽)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가 자기 아이의 영혼에 내비치는 의구심은 낯설고 불편하다. 부모만큼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이 책의 저자에겐 그렇지 않았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달나라 소년』은 아들의 와해된 삶?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단한 이 여정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이다.
“한 아버지의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캐나다 3대 문학상을 석권한 화제의 논픽션
이 책의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통렬하고 깊이 있는 기획 기사로 명성이 높다. 2007년 <글로브 앤드 메일>에 희귀성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 워커의 이야기를 ‘The Boy in the Moon’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출간된 『달나라 소년』은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깊이 있는 사유와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이듬해 캐나다 3대 문학상(찰스 테일러 상 논픽션 부문, 브리티시컬럼비아 내셔널 어워드 국내 논픽션 부문, 온타리오 트릴리엄 북 어워드 수상)을 석권했다. 책에 대한 호평은 캐나다뿐 아니라 북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뉴욕 타임스>는 이 책을 2011년 올해의 책 TOP 10으로 선정했다.
“워커의 삶이 드러내는 고통과 슬픔은 너무도 가차 없기에, 오히려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 아름다운 무언가를 요구하는 면모가 있다. 이언 브라운의 책도 이와 마찬가지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뉴욕 타임스> 리뷰 중에서
이 책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자가 아들 워커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장애 부모에 대한 냉담한 접근 탓이다. ‘고장 난’ 아이, 인간의 변칙, 진화의 오류… 저자는 이처럼 냉정한 표현으로 아들을 언급한다.
*** 워커는 자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 둔감한 표정 아래, 죽음처럼 고요한 그 마음의 연못 아래, 아이의 알맹이가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불과한 건 아닐까? 성장이 저해된 아이의 각 부분들 속에서 온전한 전체를 인식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무분별한 믿음에 가까운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광신도들이 자랑하는 (…) 신앙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본문 57쪽)
*** 워커를 키우는 것은 물음표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아직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할 때면 그것이 어떤 느낌이며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소리로 들리는지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부딪친 인간의 변칙, 인간 존재의 희귀하고 생소한 일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본문 22쪽)
삶에 닥친 거대한 난관(가령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것),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하고 건너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것을 해 낸다. 경탄과 경악을 동시에 일으킬 만하다. 이 책은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저자는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물, 치열하고 처연한 13년 분투의 기록은 독자를 울리고, 할퀴고,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고장 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달나라 소년’ 과 인간의 의미를 찾아서
워커의 진단명은 CFC 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CFC 환자는 100명 남짓뿐,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 병의 원인은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기에 의사들은 CFC를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워커는 심각한 발달 장애를 동반한 탓에 24시간 누군가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인 13살이 될 때까지도 1살 아이 정도의 지능에 머문 채다. 평생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 극히 최근까지 누구도(특히 정부의 재정지원 기관들은) 부모가 아이를 사랑지만 직접 돌보기는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의학적 복합 증세를 가진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생존하지 못했다. 하이테크 의학은 초인적 보살핌이 필요한 새로운 인간 종족을 탄생시켰는데 사회는 아직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워커는 고도의 보살핌이 필요한 신(新)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사례다. (본문 133쪽)
워커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정부 지원을 받아 그룹홈에 입주한 후, 저자는 대륙을 횡단하며 보다 다각적으로 ‘신 종족 워커’의 의미를 탐구하고 나선다. 그는 다른 CFC 환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과학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실험실은 워커의 존재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유전학자를 찾아가고, 유전자 검사를 받고, MRI로 워커의 뇌 속 깊은 곳을 촬영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알아낸 것이라곤 워커가 “유전자의 철자 오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
*** 유전학자의 판단에 의하면, 워커는 자연의 해로운 영향을 보여 주는 셈이다. 하지만 워커는 온전히 자연만의 산물이 아니다. 워커는 생존했고, 그 생존은 의료기술과 인간적 배려―G튜브와 약, 효과를 측정할 순 없지만 워커와의 상호작용이 아이와 자신에게 모두 가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의 결과다. 워커에게는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게 그다지 없다. 하지만 다른 CFC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워커는 여러 사람의 삶을, 특히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 나를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참을성 있고 도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긴 안목을 선사했다. 그런 것 또한 일종의 진화,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진화가 아닐까? (본문 222쪽)
저자는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슈(L'arche, 방주라는 의미. 발달 장애자와 그들을 돕는 자들이 삶을 나누는 공동체이자 국제기구)를 찾아가, 설립자인 장 바니에(Jean Vanier)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워커가 이 세상 속에서 품위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방식이 있는지, 장애인에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 비장애인들에게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워커의 삶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바니에는 “그렇다”고 말한다. 바니에에 따르면, 장애인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마침내 우리는 ‘경탄과 감사’를 경험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이 단계에 이르면 “장애인들 속에서 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저자는 바니에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아버지는 워커에게서 전능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저 자기 아들의 얼굴을 볼 뿐이다. 인간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결점을 지닌 인간의 얼굴을 볼 뿐이다. 다만 워커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내가 나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워커를 다른 아이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혈연이라는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 그건 내가 워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 지친 아버지와 고장 난 아들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바꾸거나 변명하지 않고. 그런 관계가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큰지 놀라울 따름이다. (본문 370쪽)
슬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초상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이 가슴 아픈 모색이 사실상 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더욱 애잔하다. 아버지는 아이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는 동시에 그 아이를 세상 한가운데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두 간극을 오가며 한없이 휘청거리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을 도모하지 않는다.
*** 고통에 무릎 꿇지 않으려던 내 아들이 자기보다 고통이 더 거대하다는 걸 갑작스레 깨닫고 패배의 슬픔에 겨워 깊고 침통한 울음을 쏟아 낼 때면 나 또한 울게 된다. 왜?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아니다. 워커의 고통이 나를 분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흐느껴 울게 되는 건 그런 상황에조차 숨겨진 낙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워커가 고통과 싸우려 했다는 것, 그 고통이 지나가길 기대했다는 것 때문에. (본문 317쪽)
*** 워커는 여러 가지를 좋아했다. 그렇게 보였다.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나는 작은 귀에 대고 끝없이 얘기했다. 워커는 나를 그런 식으로 끌어당겼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워커가 고마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워커는 그렇게 작고, 깃털처럼 가볍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였다. 곁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는 온 세상이었다. 나는 워커의 세상이 되는 게 좋았다. 함께 보트를 타고 있을 때면 워커의 곱슬머리가 내 턱을 간지럽혔다. (본문 75쪽)
끝내 아무 답도 찾지 못한 이 아버지의 황량한 여정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어떤 자각을 주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가장 낮고 약한 곳에서 던진 삶에 대한 의문이 ‘고장 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안위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묵직하게 두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수상내역 및 추천사>
? <뉴욕 타임스>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TOP 10
? 찰스 테일러 상 논픽션 부문 수상
? 브리티시컬럼비아 내셔널 어워드 국내 논픽션 부문 수상
? 온타리오 트릴리엄 북 어워드 수상
? 캐나다 총독문학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한 아버지의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지독하게 솔직한 한편, 놀랍도록 시적이다.” _ <보스턴 글로브>
중증 장애를 지닌 자신의 아이로부터 저자가 배운 진실이란,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듯 보이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깊이 끌어안고자 열망하는 무엇이라는 것. _ <뉴욕 타임스>
자신의 아들과 그 아이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치열한 탐구의 기록이다. 잔인하리만치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기록이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_ <커커스 리뷰>
이 책은 당신을 울리고, 할퀴고, 생각하고 배우고 느끼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인생의 작은 기쁨과 행운들에 감사하게 해 준다. _ <런던 프리 프레스>
기본정보
ISBN | 9788960513266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7월 12일 | ||
쪽수 | 376쪽 | ||
크기 |
145 * 210
* 30
mm
/ 49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Boy in the Moon/Brown Ia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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