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노동: 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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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2년 11월 2주 선정
저자는 그 과정에서 노동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지,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그만둬야 한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왜 공기업마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비정규직 증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근로 빈곤을 뛰어넘을 해법은 없는지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답을 찾는다.
작가정보
저자 은수미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된 1984년부터 현재까지 ‘노동’을 화두처럼 붙들고 있다. 6년간 옥고를 치른 뒤 1998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단독 저서나 공저, 수많은 논문을 통해 노동문제와 노동 정책을 제기해 왔으며 2012년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불합리한 노동 현안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면서 그녀의 화두인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28년간 노동문제에 천착해 온 그녀는 특히 지난 10년 가까이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만났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데 왜 열심히 일해도 봄을 맞을 수 없을까, 회사에서 성실한 근무자라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해고되어야 한다면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고민을 한번쯤 매듭짓고 싶었으며 노동자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존엄성과 권리를 찾는 실마리로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목차
- 추천사 | 조국
여는 글 | 일해도 가난한 삶, 문제는 ‘노동권’이야
work puzzle 1 노동 수수께끼가 판을 치는 나라
노동이 사라진다고? |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닌’ | 여기저기 넘쳐 나는 노동 수수께끼
work puzzle 2 노동 인권을 죽이는 말, 말, 말
사용자 중심의 말들 넘어서기 | 맥도날드를 좋아하세요? | 누구를 위한 ‘유연성’인가 | ‘자발적’, 노동자의 자유로운 선택? | ‘자율’이라는 요술방망이 | 왜 ‘노동부’에서 ‘고용부’로 이름을 바꿨을까
work puzzle 3 나는 노동자, 너는 시민?
노사가 알아서 해결해! | 생존권으로 축소된 노동권 | 노동자와 시민은 서로 다른가
work puzzle 4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다
“제가 노동자인가요?” | 노동권 숨바꼭질이 벌어지는 이유 | 우리 모두의 숙제
work puzzle 5 꼭꼭 숨어 버린 사용자
역사 속 사용자의 자리 | 피의 입법을 거쳐 등장한 보편적 노동과 사용자 | 우리는 가족관계? | 아버지 가면을 벗은 사용자 | 사용자는 어디로 갔을까 | 불러서도 찾아서도 안 되는 이름
work puzzle 6 삶과 존재의 위기에 선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현대 사회의 시민인가? | 비정규직의 자리는 어디인가 | 통계 속의 비정규직 | 현실 속의 비정규직 |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심각성은 순위권! | 비정규직을 좋아하는 대기업 | 대기업의 또 다른 사랑, 정리해고 | 기술 발전이 비정규직을 늘린다?
work puzzle 7 내 임금은 왜 이리 적을까
여전히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 이상 |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 임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 미국 vs. 네덜란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우리는 과연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나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고작 1퍼센트?
work puzzle 8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할까?
위험 사회를 알리는 징표, 신빈곤 | 일반 국민, 이반 국민 | 헤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 | 너무나 부족한 사회 안전망
work puzzle 9 노동 수수께끼의 답을 찾다
노동 ‘없는’ 복지는 허구다 | 복지국가의 걸림돌 | 문제는 권리! | 무엇을 할 것인가 |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바꾸기 로드맵
닫는 글 왜 계속 노동권이냐고?
책 속으로
한국은 80퍼센트 내외의 학생들이 대학에 갈 정도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한다. 만 원권이 가득 든 지갑에서 30만 원을 세어 보지도 않고 단 한번에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름 아닌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엄마일 정도로 사교육 열풍 또한 엄청나다. 하지만 당신이 아이에게 돈과 시간을 집중하는 이유가 아이를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면 대부분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들거나 심지어 화를 낸다. 삼성, LG, SK, 현대의 사원이 되는 것과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월급이나 평판에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라는 점에서는 같은데 말이다.
- 본문21~22쪽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2011년 한 해 동안 10조 이상 이익을 올린 4대 은행을 비롯해 일부 대기업에서 경기 하락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변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못 박고 있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경영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노동자가 경영상의 잘못에 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권리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헌법 정신은 지켜진 적이 없다.
- 본문 24쪽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닌’
이처럼 일해야 한다는 의무만 강조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기업의 주문만 강조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왜 노동보다 기업 이윤이 우선이고 사람보다 기업이 먼저일까. 재벌가의 탐욕과 치부를 드러내는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재벌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하는 사람과 서민의 이야기가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기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 본문 27쪽 ‘여기저기 넘쳐 나는 수수께끼’
말을 그저 말뿐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은 일상적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언어이거나 물리적 힘일 수 있다. 때문에 그 말의 효과에 민감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권에 근거한 말이 한국 사회에 무척 적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쓰는 상당수의 말이 노동을 죽이고 기업만을 살리며, 경쟁과 시장을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당신이 무심코 사용하거나 동의하는 그 말 한마디가 당신의 노동권을 죽이고 당신의 일자리를 죽이고 당신의 사회보험을 죽일 수 있다.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책임 회피에 면죄부를 주며 국회의 활동을 가로막을 수 있다.
- 본문 58쪽 ‘왜 노동부에서 고용부로 이름을 바꿨을까’
물론 노동계에도 귀책사유가 없지 않다. 특히 노동문제를 생존권 문제로 좁혀 온 것은 잘못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노동권을 생존권의 테두리에만 가두는 것은 중대한 오류다. 노동권을 생존권으로 바라보면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먹고살 만하게 해 줄 테니 노동권을 포기해.”라고 말할 수 있고, 고임금 노동자에게는 “먹고살 만한데, 왜 파업이냐?”라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소득 노동자의 파업을 비난하는 것은 노동권을 생존권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 본문 64~65쪽 ‘생존권으로 축소된 노동권’
노동이라는 말, 노동이라 불리는 특정 활동은 태어날 때부터 비천했다. 그것은 노예의 노동이거나 농노의 노동이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조건』에서 노동과 작업을 구분한다. 노예나 육체노동을 하는 자가 하는 일을 노동이라 하고 고대 그리스의 장인이나 수공업자들이 하는 일을 작업이라 부른다. 그랬던 노동의 지위가 근대에 들어와서 바뀐 것은 맞다. 하지만 여전히 태생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노가다(막일)’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노동자로 불리기를 꺼려하거나 노동자임을 숨기려는 것은 한국에서도 오래된 관행이다.
- 본문 88쪽 ‘역사 속 사용자의 자리’
비정규직이라 함은 정규직 대비 임금이 60퍼센트 수준이라거나 고용보험 적용률이 4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1년간 정규직의 평균 실직률이 13.3퍼센트인 반면 비정규직의 실직률은 33.7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사실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은 삶의 위기와 함께 존재의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는 그 무엇들이다. 정확한 이름조차 없이 ‘정규직이 아니다’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 본문 199~120쪽 ‘비정규직의 자리는 어디인가’
과연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은 고정되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품이 임금과 이윤, 그리고 땅값과 같은 지대로 구성되어 있다면 각각의 분배 비율을 바꾸는 것은 노사관계의 힘이다. 노사관계에서 노동자가 약하면 당연히 이윤이나 지대의 몫이 커지기 마련이고 그 반대이면 임금 몫이 커진다. 노사관계의 힘이 약할 경우 재벌이나 대기업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이윤을 빨아들이고 그것을 지배적인 주주들에게
출판사 서평
28년간 노동 현장을 지켜 온 은수미가 들려주는 누구에게도,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노동 이야기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면에서는 정리해고, 소득 양극화, 비정규직의 어둠 등 노동 관련 소식을 전한다. 그럼에도 ‘노동’이나 ‘노동권’에 대해선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28년간 올곧게 노동문제만을 파고든 저자 은수미는 우리 생활 곳곳에 만연한 노동을 둘러싼 이와 같은 수수께끼 같은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노동의 위기,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갈 대안을 모색한다. 지난 10년 가까이 수많은 노동자를 직접 인터뷰하여 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본 그녀는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지,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그만둬야 한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왜 공기업마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지, 왜 일하라는 의무만 강조되는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비정규직 증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근로 빈곤을 뛰어넘을 해법은 없는지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답을 찾아 떠난다. 이제 은수미를 통해 경제와 시장의 논리가 사람과 노동을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누구에게도,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노동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자.
우리가 행복해지려면어떤 노동이 필요할까?
등록금 대출 상환과 생활비 마련에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는 자신을 향해 기성세대와 언론은 “왜, 좀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 눈높이를 낮추지 않느냐?”고 질타한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던 한 청년 여성의 외침을 잊을 수가 없다. 일자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서 정작 ‘어떤 일자리’인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문재인(국회의원, 2012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어떤 노동이 필요한가?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 문재인 대선 캠프의
일자리 정책 설계자, 은수미의 노동으로 세상읽기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난 김범 씨는 학비가 부족해 대학을 중퇴하고 모텔에 취직했다. 12년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지금 다시 모텔에서 일하고 있다.
“모텔에서 일하는 동안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어요. 10명 중 7, 8명은 그럴걸요. 급여 기록이 없으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그래서 사채를 쓰면 신용불량자가 돼요.”
『날아라 노동』의 저자 은수미는 그와 인터뷰를 끝내면서 24시간 동안 일한 직후라 너무 피곤하다는 그에게 차마 미래를 물어볼 수 없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가족 생계 걱정 없이 잘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기본 전제이자 오래된 믿음이다. 그러나 ‘미끄럼틀 사회’를 만드는 피라미드형 노동시장 구조 탓에 일자리, 특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는 정리해고를 일상화시켜 900만 비정규직, 근로 빈곤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 문제가 노동권의 침해나 권리 부재에 있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발본적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은수미의 판단이다.
노동자로서, 노동운동가로서,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노동’이라는 주제에 맞서 길고도 치열한 시간을 보낸 은수미는 19대 국회에 입성하여 심각한 노동 현안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기획 부도와 회계 조작의 의혹이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국회 청문회로 끌어오고,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민간 군사기업인 컨택터스의 실체를 널리 알리는가 하면, 노조 파괴 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의 활동을 저지하는 등 연일 노동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날아라 노동』은 쪼그라들고 설 땅을 잃어버린 노동과 노동권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 은수미가 마침내 오랜 연구와 고민의 한 매듭을 지으며 온 국민을 각성시키고자 내놓은 첫 번째 문제 제기이다. 이 책은 그간 은수미가 노동문제를 연구하고 현장을 지켜 온 결과물이자 앞으로 만들어 갈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바꾸기 로드맵이다. 그러니까 『날아라 노동』은 정치인 은수미의 책이 아니라 28년을 노동문제에만 매달린 한 노동전문가의 하소연이자 토로이며 분노의 외침인 것이다.
은수미는 특히 지난 10여 년에 걸쳐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 살기에도 벅찬 비정규직들, 아픈 청춘들을 만나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그 과정에서 노동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담았다.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지,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왜 공기업마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지, 왜 일하라는 의무만 강조되는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비정규직 증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근로 빈곤을 뛰어넘을 해법은 없는지,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는 노신의 말 그대로이다. 은수미는 이제 모두가 길을 찾는 과정에서 길이 열릴 것이라며 함께할 것을 간곡히 주문한다.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닌’수수께끼와도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다
노동은 사람이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고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편적 현상이자 행위인데도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한 주제는 ‘노동의 종말’이었다. 제레미 리프킨, 토머스 프리드먼, 다니엘 벨 등 세계적 학자들은 기술과 지식, 정보가 노동의 자리를 대신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종말이 온다던 노동이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올랐다. 근로 빈곤, 양극화, 비정규직, 저임금이 세계를 휩쓸고,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학자들은 ‘이중화의 시대’를 언급한다.
은수미는 이 같은 현상이 노동의 복원은 아니라고 일갈하며 거기에 수수께끼가 있다고 본다. “도대체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닌’ 이 현상은 무엇인가? 사라진다던 노동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쟁점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 현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은수미는 그것을 노동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은수미가 말하는 노동 수수께끼는 우리 사회 곳곳에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수수께끼를 살펴보자.
1. 노동자인 시민이 경영 효율성을 좋아하면 바로 그 시민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노동자인 시민이 경비실 노동자의 최저임금 감액 적용에 동의하면 당사자 역시 나이 들어 월 90만 원 받고 일해야 한다는 연관 고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2. 하청업체는 채용을 대행하는 것에 불과할 뿐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원청업체다. 하지만 중간에 끼어든 업체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사용자를 아버지라 부르라더니 이제 아버지의 가면을 벗긴 뒤에는 사용자가 사라지고 없다. 사용자는 어디로 갔을까, 사용자 찾기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3. 2011년 한 해 동안 10조 이상 이익을 올린 4대 은행을 비롯해 일부 대기업에서 경기 하락을 이유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변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못 박고 있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경영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노동자가 경영상의 잘못에 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권리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헌법 정신은 지켜진 적이 없다.
4. 선진국의 공공 부문은 모범적 사용자로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거나 경쟁 압력에 대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반면 한국의 공공 부문은 오히려 비정규직 활용을 권장한다.
5. 1997년을 전후하여 중심-주변 노동시장으로의 분리는 더욱 뚜렷해져 전체 노동자의 20퍼센트 정도만 중심부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주변부에서 일한다. 똑같이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중심부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은 2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처음 일자리가 주변부인 경우, 예를 들어 비정규직이라면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약 10퍼센트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 국가의 이동률이 30, 40퍼센트 수준인 것과 현저히 차이가 난다.
이외에도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논란 등이 노동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노동자와 시민을 구분하여 바라보는 시선, 다양한 고용 형태로 사용자가 사라진 애매한 상황, 여전히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 이상이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800만 명을 넘어서는 현실….
이 모두가 수수께끼처럼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풍경이다.
노동에 대한 무관심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인식이 부족한데다 노동에 대해 무척이나 부정적인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로 살아가고 노동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도 천시되고 불온시된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자 노동권이 자리 잡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1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하는 사람의 71.8퍼센트가 임금근로자, 즉 노동자다. 일하는 사람 10명 중 7명이 노동자이니 대다수가 노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은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적다. 오히려 “제가 노동자인가요?”라고 되묻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문 21쪽
‘노동’이 붙은 제목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없는 반면 ‘~에 미치라’는 주문이 가득한 자기계발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아이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가 아이를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부모들에게 말하면 심지어 화를 낸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사원이 되는 것과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월급이나 평판의 차이는 있어도 노동자라는 점에서는 같은데도 말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붉은 띠 동여맨 공장 노동자를 떠올리거나 노가다(막일)를 떠올리기 일쑤라 자신이 노동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지극히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서 모든 노동 문제의 해법이 시작된다.
청년들은 스펙은 열심히 쌓지만 스펙 쌓기 이상으로 스펙 지키기가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 노동권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들어 본 적도, 관심도 없다. 은수미는 노동이란 말의 태생부터가 노예나 농노의 노동을 일컫는 것이어서 그 흔적을 감추기 어렵다며 노동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기도 한다.
두 개의 노동이 미래 없는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
노동과 노동권이 약화되면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이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문제다.
현재 비정규직은 임금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900만 명 수준이 되었고 이들은 비정규직-실직-근로 빈곤이라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은수미는 “비정규직은 노동권의 보유라는 기준에 비추어서 정확히 정체성을 알 수 없거나, 실재하지만 정의하기 어려워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노동시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영원히 주변부를 맴돌며 근로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을 보여 준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비정규직 간호조무사의 현실을 비교하며 수년간 일해도 직업 훈련도, 승진도, 임금 인상도 저조한 미국식 비정규직 현실이 우리와 닮은꼴이라고 꼬집는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지만 회사는 모호한 생산성 개념을 들이대며 정규직 임금의 60퍼센트를 지급한다.
이런 식으로 같은 노동이지만 생산성을 고려하여 임금 격차가 40퍼센트 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은수미는 묻는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두 개의 노동’은 자칫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대립으로 그려질 우려가 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도 언제 비정규직으로 밀려날지 모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본질적으로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배후에서 ‘두 개의 노동’을 조장하는 사용자와 정부에 책임을 묻고 정책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
비정규직 중에서 파견직 근로자와 관련된 문제도 심각하다. 사용자가 애매해져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잣대가 되기도 하는 ‘노동 유연성’으로 말미암아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의 시한폭탄과도 같다. 기업은 당장의 단기적 이익만을 좇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더욱 확대시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은수미는 단순한 일자리 문제를 넘어서 일자리 질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노동 현안을 풀어가는 데 중요한 지점이자 사회 위기를 돌파하는 중요한 실마리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노동이 행복한 세상은 어떻게 오는가
노동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올곧게 서지 않으면 우리 모두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노동은 단순하게 효율성을 앞세운 시장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존엄한 것이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노동의 가치를 올바로 세우지 못했을 때 겪어야 했던 인류의 비참한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이는 노동권 개념과 곧바로 연결된다. 노동권은 노동의 정당한 자리를 찾아줌으로써 일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은수미는 그간 노동권이 생존권으로 협소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음을 아프게 지적한다.
은수미는 이 책에서 노동자의 삶이 더 어려워진 원인과 책임을 묻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권리!’라며 발본적 고민을 끌어냄과 동시에 현 노동시장을 바꿔 나갈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바꾸기’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함께 바꿔 나가자고 손을 내민다.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이며 현재의 불안한 노동을 즐거운 노동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각자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위기에 부닥친 노동의 맨얼굴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위기에 빠진 노동, 그건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의 문제다. 은수미는 이 책을 통해 대다수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가 힘을 모아 이 험난하고 비참한 노동의 상황에 맞서고 해결해 나가자는 연대의 요청을 하고 있다.
추천사
책에서 밝힌 것처럼 1987년 민주화의 함성에 함께했거나 그 사람들의 아들, 딸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노동권을 누리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이 책의 질문은 통렬하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루에도 수십, 수백 잔의 음료를 만들어서 팔지만 내가 받는 시급으로는 내가 만드는 커피 한 잔도 사 마실 수 없다. 함께 일하던 직원은 하지정맥에 걸려 매장에서 쫓겨났고, 새벽에 일하며 불규칙한 생활을 지속한 나는 결핵에 걸려 병원에 끌려갔다. ‘묻지마 성장’을 넘어 한 인간의 노동과 삶을 배려하는 사회로 거듭날 때, 지금보다는 좀 더 살 만해질 것 같다. 그 길을 열기 위해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 김민수(커피숍 시간제 노동자)
나의 노동 값어치를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당당한 것임을, 나를 사랑하는 것임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다. 31세의 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나의 노동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 오세연(방송국 계약직 노동자)
기본정보
ISBN | 9788960512511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0월 30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3 * 217
* 20
mm
/ 40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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