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어깨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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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이재무는 충남 부여 출생.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위대한 식사』 『시간의 그물』 『푸른 고집』 『저녁 6시』 『경쾌한 유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시선집 『길 위의 식사』 『오래된 농담』,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시평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가 있음.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풀꽃문학상 등 수상.
현재 (주)천년의시작 대표이사.
작가의 말
나는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가장 무서운 적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무엇보다 그것을 이겨낼 방편으로 걷는 일에 몰두하였다. 나는 걸으면서 깜냥껏 살아온 내 과거와 해후하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만나보기도 한다. 걸으면서 노변의 억센 수염처럼 돋아난 풀과 도열한 나무들과 서해를 향해 완만하게 걸어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자주 형상을 바꾸며 떠도는, 하늘 정원의 구름들을 올려다보고 또 오가는 행인들의 각기 다른 몸짓들과 표정들을 읽기도 하고 한가하게 낚싯대를 드리운, 시간을 초월한 강태공들의 여유를 쳐다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또 큰비가 온 다음 날은 길가에 생겨난 웅덩이 앞에 앉아, 물거울을 다녀가며 화장을 고치기도 하고 마른 목을 축이기도 하는 온갖 사물들 예컨대 떠도는 구름, 언덕의 나뭇가지, 꽁지 짧은 새 등등을 훔쳐보기도 한다.
목차
- 시인의 말
기도 11
빗소리 12
걸어 다니는 호수 13
물자국 14
뒤적이다 15
물소 16
공중의 주름들 17
고드름 18
신 19
그늘들 20
비 울음 21
밑줄을 긋다 22
엎지르다 23
구름 공장의 직원이 되어 24
할머니의 밥 25
살구나무에 대하여 27
있었다. 나의 심장은 28
집이 앓는 소리를 들었다 29
산 발자국 30
배냇짓 31
나무와 물고기 32
생사의 거리 33
혹 34
악기점 35
나는 세계인 36
물수제비 37
단동에서 38
정선 골짝에 들어 39
계란과 스승 40
오르막길 41
장마 42
흙탕물 44
계단 45
폭포 46
구정물 통 속의 별 47
나무들도 울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48
고요 49
고요는 힘이 세다 50
날개 없는 울음들 51
물렁하다와 물컹하다 52
리어카 바퀴 53
졸음 54
아지랑이 55
나는 벌써 57
돈 사야 58
만추 59
십일월 60
백색의 계엄령처럼 61
지퍼에 대하여 62
아침 산책 63
우거지다 64
허공 65
지갑에 대하여 67
저녁 종소리 68
낙법 69
폭설 70
퇴근길 71
후생後生 72
나는 표절 시인이었네 73
너무 큰 슬픔 74
고려장 75
목욕탕 수건 76
눈부처 77
귀 78
농부의 아들 79
다듬이 소리 80
살(肉) 81
사과 택배 82
개구리 울음 83
언년이 84
수제비 85
안분지족 86
내 안의 적들 87
국화 앞에서 89
소음의 유령들 90
입 91
애국자 92
노란 참외들 94
장엄한 촛불이여, 명예혁명의 교과서여! 95
잡초들 96
중력 97
빙벽 타기 98
길 99
해설
홍용희 고요와 견성의 미학 100
추천사
-
예전부터 이재무 시의 때 묻지 않은 감성을 믿어왔지만, 그의 인간을 부쩍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 가을 페이스북에 입문하여 그의 자유분방한 문필을 접한 뒤부터다. 어린 시절의 가난을 회상할 때건 오늘의 정치적 불의를 성토할 때건 그의 글에서는 감추거나 꾸미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은폐나 위장의 냄새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미덕을 갖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떻게 이처럼 막무가내로 순수할 수 있는가. 나는 그 답이 새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고를 한달음에 읽으면서 나는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그 해학과 풍자, 그리고 때때로 눈에 띄는 위악이 이재무의 진면목을 감싼 표면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그의 더 깊은 곳에는, 가령「비울음」이나「아침 산책」같은 작품에 드러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연마된 맑고 섬세한 감각이 있고, 가령「나는 표절 시인이었네」「귀」「밑줄을 긋다」「너무 큰 슬픔」같은 작품으로 표현된 험한 세상 '비틀거리며' 삶의 진실을 찾아나간 상처의 궤적과 거기서 터득한 지혜가 있으며, 무엇보다 시의 가장 깊은 바탕에 한국인의 삶의 뿌리에 해당하는 흙의 감각이 살아 있다. 서민적 도시 생활의 오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의 매끈한 껍질을 벗겨내고 보면 바닥에서 발견되는 것은 굳건한 농촌정서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시집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교향악적 화음의 경지를 향하고 있다. 그러니「후생後生」의 한 구절을 읊지 않고 어찌 이 추천의 말을 끝내랴!
삶은 짧고 추억은 깊으니
오직 현재에만 몰두하리라
마음껏 아름답게 시간을 낭비하리라
책 속으로
너무 큰 슬픔
너무 큰 슬픔
눈물은 때로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슬픔은 누구도 속일 수 없다. 너무 큰 슬픔은 울지 않는다. 눈물은 눈과 입으로 울지만 슬픔은 어깨로 운다. 어깨는 슬픔의 제방. 슬픔으로 어깨가 무너지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출판사 서평
한국 서정시의 중심에 서서 일상의 경험적 진실성을 서정의 세계로 끌어올린 시인이라 평가받고 있는 이재무 시인의 11번째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시작시인선 232번으로 출간되었다.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삶의문학》 그리고 《실천문학》과 《문학과사회》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재무 시인은 윤동주문학상대상, 소월시문학상, 난고문학상, 풀꽃문학상, 편운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는 어렵게 에둘러 가지 않고 담백하게 자신의 시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데 큰 매력이 있다. 즉, 화려한 장식보다 소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이치를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재무 시인의 시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그의 시적 삶이 농경적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시세계의 소재나 비유에는 농촌의 정서와 자연물이 지배적으로 등장한다. 그의 시적 삶의 체질은 산업적 인간형의 일회적 시간성이 아니라 농업적 인간형의 계절적 시간성에 가깝다. 그의 시적 삶은 비교적 낮고 느리고 깊은 시간성을 호흡한다. 이번 시집에서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고요’라는 시어인데 ‘고요’는 소음처럼 일회적인 출몰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의 근원이며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적 성향은 그의 시세계에서 생태시편이나 결 고운 연시의 경우만이 아니라 초기의 민중시편에서도 근원 동일성을 이룬다. 그의 시적 삶은 민중의 억압과 변혁의 선명성을 경쟁하는 시대에도 금속성의 날카로운 구호보다는 대지적 비애와 생명의 감응을 추구하였다. 그래서 그의 민중시편에는 격정의 증오보다는 슬픈 해학을 적나라한 고발보다는 비극적 탄식과 인간적 정감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번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를 염무웅 평론가는 이렇게 평하고 있다. “험한 세상 ‘비틀거리며’ 삶의 진실을 찾아나간 상처의 궤적과 거기서 터득한 지혜가 있으며, 무엇보다 시의 가장 깊은 바탕에 한국인의 삶의 뿌리에 해당하는 흙의 감각이 살아 있다. 서민적 도시생활의 오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의 매끈한 껍질을 벗겨내고 보면 바닥에서 발견되는 것은 굳건한 농촌정서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시집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교향악적 화음의 경지를 향하고 있다.”라고 평하고 있다.
그의 생활인이자 시인으로서의 간절한 기도인 이 시집에 우리가 다시 한 번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0213234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6월 09일 | ||
쪽수 | 116쪽 | ||
크기 |
128 * 210
* 12
mm
/ 18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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