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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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거장들의 향연이 돋보이는 이 책은 총 16장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1장~3장에서는 프랑스 궁정의 품위 있는 고전주의 사랑을 8~9장에서는 쾌락적 사랑의 끝을 추구했던 《마담 보바리》의 엠마와 달콤한 사랑의 언어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시라노를 만날 수 있다. 14장에서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실존적이고 ‘쿨한’ 사랑 이야기가 이어지며 마지막 장에서는 미셸 우엘벡, 카트린 밀레 등 현대 프랑스 작가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매릴린 옐롬Marilyn Yalom은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이자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역사학자. 워싱턴 D.C.에서 자라 웰즐리 대학교와 소르본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편 어빈 D. 옐롬과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쳤고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피의 자매들: 여성 기억 속의 프랑스혁명The French Revolution in Women’s Memory》, 《유방의 역사A History of the Breast 》(1997), 《아내의 역사A History of Wife》, 《체스 퀸의 탄생The Birth of a Chess Queen》, 《미국인의 안식처: 묘지와 매장지를 통해 본 400년 미국사The American Resting Place: Four Hundred Years of History Through our Cemeteries and Burial Grounds》, 《사회적 성: 여자들의 우정의 역사Social Sex: A History of Female Friendship》(공저) 등이 있다.
역자 강경이는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모임인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프로이트의 말실수》,《천천히, 스미는》, 《에코빌리지-지구 공동체를 꿈꾸다》, 《그들이 사는 마을》, 《그리스의 끝, 마니》, 《오래된 빛》, 《과식의 심리학》,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등이 있다.
목차
- 독자에게 드리는 글
프롤로그
1장 궁정풍 사랑
음유시인과 중세 프랑스 사랑
2장 품위 있는 사랑
클레브 공작 부인
3장 희극적 사랑과 비극적 사랑
몰리에르와 라신
4장 유혹과 감정
프레보, 클로드 크레비용, 루소, 라클로
5장 연애편지
쥘리 드 레스피나스
6장 공화주의자의 사랑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
7장 어머니를 그리며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8장 낭만주의자의 사랑
조르주 상드와 알프레드 드 뮈세
9장 날개 꺾인 낭만적 사랑
마담 보바리
10장 즐거운 1890년대의 사랑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11장 남자를 사랑한 남자
베를렌, 랭보, 와일드, 지드
12장 욕망과 절망
프루스트의 신경증적 연인들
13장 레즈비언의 사랑
콜레트, 거트루드 스타인, 비올렛 르딕
14장 실존주의자의 사랑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15장 욕망의 영토
마르그리트 뒤라스
16장 현대의 사랑
현대 프랑스 작가들과 영화들
에필로그
감사의 글
미주
참고 문헌
한국어로 소개된 작품 목록
책 속으로
마리안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4시부터 7시까지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고 외출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결혼을 유지하겠노라고 했다. 많은 시간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한 이야기가 오간 뒤 피에르는 자존심을 버리고 아내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피에르가 불치병에 걸릴 때까지 1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마리안은 피에르가 죽는 순간까지 그를 성실히 보살폈다. 그녀는 피에르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고 그 뒤 스테판의 집으로 이사했다. _24쪽.
부부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1176년 서른한 살의 마리 드 샹파뉴 백작부인은 “부부 사이에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라고 낭만적 사랑에 두루 영향을 끼칠 판결을 남겼다. 그녀는 결혼이란 서로에 대한 의무를 토대로 하므로 진정한 사랑이 싹트는 데 필요한 성적 끌림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고 믿었다. 다른 귀부인들도 마리 드 상퍄뉴의 의견에 공감했다. _37쪽.
어느 날 쇼핑을 다녀온 부인은 길에서 넘어진 이야기를 극적으로 들려주었다. 남편은 걱정하고 화를 내며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했다. 나중에 그녀는 내게 그다지 크게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 왜 굳이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폴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지.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뭔가 다른 이야기를 꾸며냈을 거야.” _96쪽.
사랑에서는 ‘갈랑트리’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급속히 번졌다. ‘갈랑트리’는 넓게는 이성을 품위 있게 대하는 예절, 좁게는 여인의 환심을 사는 기술로 정의되는데 적어도 300년간 상류층 사교계를 지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요즘도 정중한 예의와 매력을 보여주는 남성에게 ‘갈랑gallant’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_104쪽.
지나치게 격렬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 것, 자신을 버리고 굴욕까지 감수하며 사랑하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프랑스 문화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어쨌든 프랑스인들은 트리스탕과 이죄, 랑슬로와 그니에브르 같은 타협을 모르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창조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이야기 속 선배들처럼 쥘리는 마르지 않는 열정의 샘을 품었지만 그 열정을 한 사람에게만 쏟아붓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애정으로 달랑베르를, 서로에 대한 열정으로 모라를, 집착적인 격정으로 기베르를, 이렇게 세 남자를 서로 다르게 사랑했다. 그녀의 삶은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과 대립된다. _195쪽.
근친상간 욕망을 지닌 남성의 심리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창조된 이런 어머니 같은 인물을 요즘 여성들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을까? 어머니이자 한 여성으로서 나는 대책 없이 열정적인 엘레노르에게도, 성녀 같은 모르소프 부인에게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레날 부인만 실제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온갖 망설임과 불안, 도취와 순간적인 행복, 자신의 나이에 대한 걱정과 연인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와 동시에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걱정이 모두 절절하게 다가왔다. 스탕달은 그 어떤 남성 작가들보다 그럴듯하게 여성의 심리를 묘사했다. _235쪽.
레이몽이 두 여자를 혼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사람은 상호 보완적 인물로 각각 완전한 한 사람의 반쪽이다. 앵디아나와 누운은 영혼으로 맺어진 자매이지만 소설의 심층에서는 심리적 투쟁을 벌인다. 두 사람 모두 레이몽과 상대의 관계를 모른다는 사실이 소설에 긴장을 더한다. 이는 작가의 정신 속에서 서로 적대적인 두힘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상드의 네 번째 소설 《렐리아Lelia》에서처럼 《앵디아나》에서도 쌍을 이루는 두 인물은 작가의 분열된 자아를 구현한다. _257쪽.
엠마는 더 대담해진다. 레옹과 함께 있는 호텔 방에서 “그녀는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고 셔벗을 가져오라 하고 담배를 피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 모습이 그에게는 터무니없었지만 사랑스럽고 근사해보였다.” 두 사람의 관계를 주도한 사람은 레옹이 아니라 엠마였다. “그는 그녀가 무슨 일에 대한 반발로 자신의 모든 존재를 다해 쾌락으로 점점 더 깊이 뛰어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화를 잘 내고 탐욕스럽고 방탕해졌다.” _291쪽.
출판사 서평
16가지 테마로 엿보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프랑스식 사랑
프랑스식 사랑이라 하면 자유·관능·방종·쾌락·동거·혼외관계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프랑스식 사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마치 여러 편의 사랑 영화를 상영하듯, 저자는 사랑에 관한 16가지 테마를 토대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오늘날 냉소적으로 사랑을 관조하는 우리에게 아직도 낭만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몰리에르, 라신,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조르주 상드, 프루스트, 베를렌, 랭보,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 파리의 센 강을 거닐며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몰리에르,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 등 프랑스 거장들의 향연
먼저 1장~3장에서는 프랑스 궁정의 품위 있는 고전주의 사랑을 그린다. 17세기 프랑스의 왕과 왕비, 귀족과 귀부인, 음유시인과 작가 들은 시를 읊고 사랑을 찬미하며 로맨스를 나누었다.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을 제외한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글을 몰랐기 때문에 연극을 관람하는 것으로 사랑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라파예트의 《클레브 공작부인》을 비롯해 극 형태로 쓰인 몰리에르의《인간 혐오자》, 라신의 《페드르》와 같은 고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4장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코》, 클로드 크레비용의 《마음과 정신의 방황》, 그리고 《에밀》로 잘 알려진 장 자크 루소의 사랑 소설 《신 엘로이즈》를 접할 수 있다. 18, 19세기 영국 소설이었다면 결혼이 행복한 결말을 장식했겠지만 전형적인 이 프랑스 소설들에서 결혼은 이야기 초반에 등장해 그 뒤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처럼 프랑스 특유의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5장에서는 몽테스키외, 루소, 볼테르의 뮤즈였던 쥘리 드 레스피나스의 삶과 그가 쓴 소설, 연애편지로 18세기 프랑스 여성의 사랑에 파고든다. 6장에서는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혁명 시기에 싹튼 공화주의자들의 사랑을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할 수 있다. 7장에서는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의 작품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모성애에 관한 사랑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모성애에서 분리되지 못한 사랑은 정신 병리적인 현상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이 또한 사랑의 한 유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8~9장에서는 쾌락적 사랑의 끝을 추구했던 《마담 보바리》의 엠마와 달콤한 사랑의 언어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시라노를 만날 수 있다. 10장~13장에서는 동성애, 신경증적 사랑, 레즈비언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 등장한다.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과감히 드러내었다. 특히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일곱 권의 연작소설 속에 온갖 신경증적인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하여 오늘날까지 극찬받고 있다. 이 책에서 그 방대한 작품을 개략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14장에서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실존적이고 ‘쿨한’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동반자로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서로 제삼자와 연애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오늘날까지 프랑스인들에게 ‘워너비’로 꼽히는 연인이다. 15장에서는 영화 〈연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연인》을, 마지막장에서는 미셸 우엘벡, 카트린 밀레 등 현대 프랑스 작가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도 등장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열광적인 사랑의 소나타, 그리고 보바리즘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통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다. 이는 작품 속 엠마 보바리가 자신의 지위와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쾌락을 탐하는 데에서 비롯된 용어로 감정적·사회적인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사랑은 어쩌면 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없이 다양한 형태를 지니며 사랑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으로 사랑을 옭아맬 수 없다. 사랑은 잠재울 수 없는 열정의 모습일 때도 있고 정신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다정한 관계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질투와 분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침묵, 망설임, 암시, 숨은 욕망으로 시작되어 나중에는 사랑의 감정을 표출할 단어를 찾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수백 년 동안 정서적, 언어적 관계로서의 사랑, 감성과 지성의 결합으로서의 사랑,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열광적인 소나타로서의 사랑을 퍼뜨렸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육체적 사랑을 꿈꾼다. 그뿐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이를테면 질투·고통·혼외정사·환멸 심지어 폭력까지 사랑의 요소로 생각한다. 동성애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사랑, 성애적 사랑 또한 이들에게 문제될 것 없다. 프랑스에서 사랑은 미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도덕의 외피를 쓰지 않는다.
“봉주르 마담”과 갈랑트리
프랑스 남성들은 중세 시대부터 내려온 ‘갈랑트리galanterie’라는 관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여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듣기 민망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것에도 능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인들이 왜 사랑에 탁월한 민족인지 몇 가지 경험담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저자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주친 거리 청소부는 감탄하는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며 “봉주르 마담”이라고 인사한다. 프랑스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친구의 세 살배기 아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말고 엄마에게 “엄마 입술이 참 예뻐”라고 말한다. 이는 프랑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성들은 남자친구, 혹은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나이가 들어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외모를 비롯하여 남성들의 시선을 끌 만한 매력을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 위해 약간의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저자의 오랜 프랑스 친구는 나이가 여든이 넘어서도 하이힐을 신는다. 자신의 남편을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다”고 말한다. 연하의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남편에게 “길에서 넘어졌다”며 귀여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이들은 당당하게 사랑을 외친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이라는, 어쩌면 뻔하고 식상한 감정을 부단히 천착하는 이유는 성욕이라는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요, 결혼이라는 제도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도 아닌, 인간이 사랑할 대상을 찾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살아갈 이유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책속으로 추가-
크리스티앙과 록산은 오로지 서로의 외모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말로 구애하지 못한다. 시라노와 처음 대화를 나누며 인정한 것처럼 크리스티앙은 사랑을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록산은 재녀(프레시외즈)로 알려져 있으니 구애자에게 재치 있는 표현을 기대할 터이고 그런 그녀에게 크리스티앙은 분명 환상을 깨는 상대일 터였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통역”으로 나선다. 그가 사랑의 표현을 창조하면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그 표현을 암송한다. 그러니까 크리스티앙의 육체적 매력에 시라노의 달변을 더해 “주인공”을 빚어내는 셈이다. _305쪽.
스완이 오데트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건네는 격려의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는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욕망이 샘솟으려면 미적 연상이 필요했다. 어느 날 스완은 보티첼리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프레스코화에 등장하는 성서 속 인물, 이드로의 딸 제포라가 오데트와 닮았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란다. 이런 연상 작용으로 오데트는 그에게 더욱 아름답고 더 소중해진다. _338~339쪽.
모든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를 멈출 때 자신이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 하나가 사라지리라는 걸 안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되어버린다. 지나간 사랑을 애정이나 분노 등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으로 회상하겠지만 한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한때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고통조차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프루스트는 말한다. 사랑은 알 수 없는 중독이라고. _343쪽.
보부아르는 특히 사르트르가 돌로레스 바네티와 연애할 때 위기감을 느꼈다. 사르트르는 1945년 1월 프랑스 문화 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돌로레스를 만났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과 영화, 재즈부터 소설가 헤밍웨이와 더스 패서스, 포크너의 소설까지 미국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던 사르트르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구사하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의 라디오 저널리스트 돌로레스는 완벽한 안내자였다. _397쪽.
《연인》은 육체에 기반을 둔 사랑을 철저하게 프랑스적인 관점에서 보여준다. 타인의 몸을 아이처럼 쓰다듬고 보듬을 때 무한한 즐거움이 싹트고 서로에게 행복이 퍼진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다른 인종과의 사랑을 금기시하는 식민 사회의 편견에 맞섰다. 이 점에서 뒤라스는 시대를 앞섰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각자 자신이 태어난 문화로 돌아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사랑이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다. _421쪽.
기본정보
ISBN | 9788959406326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2월 15일 | ||
쪽수 | 480쪽 | ||
크기 |
141 * 221
* 27
mm
/ 88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How the French Invented Love/Yalom, Maril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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