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품은 섬 영국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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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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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 에세이일 뿐 아니라 동시에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오롯이 담아낸 인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영국에 관한 여정뿐 아니라 사람,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아우른다. 곳곳에 영국과 중국에 관련된 문학가, 화가들의 작품을 엮어 자연스럽게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때로는 한 편의 예술잡지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엘리자베스 키스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문학가 혹은 예술가가 나오는가 하면 링수화, 쉬즈모, 장이처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중국의 문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영국과 중국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영국의 오래된 도시를 걷다가도 묘하게 중국의 문화가 겹쳐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동천
저자 장동천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다녔으며 같은 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베이징 사범대학에서 박사 연수를 했고, 타이완의 중앙연구원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국 현대시가 전공이나 영화와 근대건축 등의 중국 도시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은 책으로 《영화와 현대 중국》, 《전쟁과 극장》(공저),《영화로 읽는 중국》(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상하이 모던》(공역) 등이 있다.
목차
- 책머리에
1장. 1파운드의 행복
1파운드의 행복
현대판 필담의 유용성
안개 나라의 비사秘史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다큐멘터리
양귀비와 포피의 차이
피시앤칩스와 파티 문화
영국식 서비스에 담긴 진리
2장.러블리 케임브리지
중세의 고서 속에서 떠올린 세종대왕
그란체스터 가는 길
엘리자베스 키스와의 조우
G. 데이비드 서점
케임브리지의 보석 케틀스야드
연극의 전통과 학생극단 ‘각광’
역사가 숨 쉬는 펍을 가다
케임 강의 뱃놀이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캐럴
3장. 브리튼 섬을 누비며
세인트판크라스 역의 시계탑
그리니치의 커티삭호
바스와 리전시 시절의 향수
《천로역정》의 또 다른 역정
스코틀랜드의 자존심 에든버러
앨리스의 고향 옥스퍼드
저항의 역사가 깃든 노팅엄 성
4장. 영국에서 만난 중국
중국학의 개척자 허버트 자일스
윌로우 패턴의 신화
중국 시인 쉬즈모의 사진전
사절단의 전속 화가
경자년 난리의 배상금이 남긴 것
라오서와 라임하우스 차이나타운
문인화가 사일런트 트래블러
동아시아로 회귀한 비어즐리의 선묘線描
중국의 전장으로 떠난 두 영국 청년
5장.도버해협 건너서
공존의 미학을 보여주는 파리
사실주의의 보고 루브르 박물관
베네치아의 다리
유럽인들의 신전 파르테논
포츠담 광장에서의 통일 놀이
슬픈 역사가 남긴 역설의 미학 프라하
에필로그
사진 저작권 및 출처
책 속으로
“제임스 휘슬러라는 영국에서 활동한 미국 출신의 화가가 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화가의 어머니>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그린 <야상곡> 시리즈에는 그의 인상파다운 감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림 속의 런던 시가지와 템스 강은 온통 뿌옇게 색이 칠해져 있는데, 그럼으로써 드라마틱하게 강조되는 것이 안개다. 그 그림들이 얼마나 감각적이었던지, 절친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심지어 휘슬러가 그리기 전까지 런던에 안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_32~33쪽.
“하지만 포피는 아무래도 영국에 있을 때만 숭고하다. 2010년 캐머런 총리 일행이 중국을 방문하려 했을 때, 하필 11월 11일이 방문 기간에 끼어 있었다. 영국 방문단은 양귀비꽃 배지를 관례대로 착용하기로 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만류했다. 왜? 중국 입장에서는 양귀비가 아편전쟁의 굴욕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므로 당연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다고 한다. 언론은 이에 대해, 돈 때문에 간 영국 수뇌부가 나름대로 보여준 소극적인 자존심의 표현이었다고 해석했다. 이럴 때 포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_53쪽.
“유럽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사람이 천국에 갔더니, 경찰은 영국인이고, 연인은 프랑스인이고, 기계들은 독일산이고, 요리사는 이탈리아인이고, 이 모든 것을 스위스인이 관리하고 있더란다. 그런데 지옥엘 갔더니 경찰이 독일인이고, 연인은 스위스인이고, 기계는 프랑스산, 요리사는 영국인, 그리고 이탈리아인이 관리하더란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유사 버전도 있지만 변치 않는 것은 지옥의 요리사가 영국인이라는 점이다. 영국 요리에 대한 안 좋은 얘기는 유럽에서는 더 악명 높았다. 그러나 원래 입맛이란 주관적인 것이고 또 음식의 맛은 값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영국만큼 귀족 문화가 발달했던 나라도 흔치 않으니 더더욱 쉽게 얘기할 수만은 없다.” _56쪽.
“《댈러웨이 부인》에 비견되는 중국어 소설로 타이완 소설가 바이셴융白先勇의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이란 작품이 있다. 작가가 젊은 시절 모더니즘에 탐닉했었기에 울프나 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이 전혀 없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국민당 군대의 수뇌였던 아버지 바이충시白崇禧 대장의 사교 편력에서 얻은 영감과, 난징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전통적 정서가 더해져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그중 <유원경몽遊園驚夢> 편은 왕년에 곤곡昆曲이란 창극의 여배우로 난징 일대의 무대를 주름잡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다.”
_57~58쪽.
“케임브리지에서는 6월 여름 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험 성적이 게시되기 전에 학생들이 짧은 축제를 연다. 축제의 마지막 날 ‘메이발(19세기에는 기말고사가 5월에 있었기 때문에 붙였던 이름을 그대로 쓴다)’이라는 무도회는 대개 밤을 지새운 학생들이 ‘생존자들의 사진’이라며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이 난다. 더 전통적인 것은 동이 틀 무렵 야회복을 입은 채 배를 타고 케임 강을 거슬러 교외의 그란체스터까지 가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는 것이다. 마치 서울의 대학생들이 봄만 되면 경춘선이나 경의선 열차를 타고 일제히 엠티를 떠나듯이 말이다.” _81쪽.
“지금도 ‘오차드’의 수수한 함석지붕 카페에서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는 먹거리는 밀크티를 곁들인 스콘이다. 밍밍한 맛과 찐득한 식감의 스콘은 ‘영국식 개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보잘 것 없는 메뉴를 쫓아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그곳에 가면 그란체스터그룹의 면면과 소소한 뒷이야기 그리고 전시된 그들의 옛 사진과 흔적을 더듬으며 역사와 인문의 향기가 서린 스콘을 씹고 밀크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_85쪽.
“강을 감싸듯이 펼쳐진 구릉의 풀밭에는 봄 내내 잔잔하게 꽃망울이 맺혀 있다. 거기에 마치 프랑스 화가 쇠라가 그린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에서처럼,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햇살을 즐기는 모습도 야생화 이상으로 전경의 조화에 기여한다. 그냥 부드럽기만 할뻔한 풍경에 인간의 흔적이 더해짐으로써 비로소 한 폭의 생동감 있는 그림이 완성된다.” _87쪽.
출판사 서평
안개가 걷힌 비밀스러운 영국, 그리고 영국에서 만난 중국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넓은 식견과 품위를 드러낸다. 특히 중문학자 특유의 예스럽고 미려한 문체가 빛을 발한다. 1장에서 골방샌님이었던 저자가 케임브리지에 도착하면서 좌충우돌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할 때면 어린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순수하고도 천진난만함을 엿볼 수 있다. 2장에서는 저자가 머물렀던 케임브리지에서의 체험들을 풀어낸다. 케임 강에 가면 꼭 해봐야 할 뱃놀이 ‘펀팅’을 했던 경험, 버지니아 울프, 버트런드 러셀, 비트겐슈타인 등 유명 인사들이 떼 지어 몰려다녔던 오차드 찻집에서 찐득한 스콘과 달콤한 밀크티를 즐겼던 일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3장에서는 런던, 바스, 에든버러, 옥스퍼드 등 브리튼 섬을 누비며 킹스크로스 역에 얽힌 역사, 로만바스를 방문하며 떠올린 하노버 왕조 조지시대 이야기,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이 탄생된 비화 등 본격적으로 저자의 인문학적 견식과 통찰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4장에서는 중문학자로서 영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국에서 유학했던 중국 문인 라오서와 장이 이야기,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윌로우 패턴이 사실은 중국 풍을 따라했다는 사실 등 영국 곳곳에 남아 있는 중국의 흔적을 찾는다. 5장에서는 도버해협 건너 파리, 베네치아, 포츠담, 프라하 등 영국의 주변국들을 두루 여행한다. 파리강화회의가 열렸던 베르사유 궁전, 엘긴 경에게 도난당한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들, 포츠담 광장 등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과 유적지를 방문하며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던 근대 역사를 되돌아본다. 모든 문화는 결국 섞일 수밖에 없고 온전히 자신들만의 전유물은 없다. 많은 문명국가 가운데 과연 온전히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진 나라가 있을까?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처럼 유명 관광지를 언급하거나 감성 가득한 문장을 나열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도 않는다. 켜켜이 쌓인 문화의 발자취와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다. 저자가 머물렀던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영국의 여러 도시를 답사하며 들려주는 옛 이야기와 비화 들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인터넷이나 여행 정보서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학자로서의 깊이 있고 펀한 견문이 펼쳐진다. 저자는 특정 장소나 인물에 관련된 역사, 영화, 문학작품 등을 나열하며 시시각각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저자가 지금까지 닦아온 학문의 깊이가, 기품이 녹아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부드럽게 채색된 영국 화가의 그림이, 고아하고 격조 높은 중국 유명 문장가의 시가 눈앞에 선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라임하우스 차이나타운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는 <흩어진 꽃잎>(1919)이란 유명한 미국 무성영화도 있다.
이 영화에는 차이나타운의 중국인을 범죄자로 여기는 것과는 또 다른 중국인에 대한 시선이 보인다. 라임하우스에서 아편굴을 들락거리며 암울한 생활을 보내는 청환은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착한 사람들로 넘치는 중국의 어느 항구로부터 건너왔다. 그는 권투 선수였던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영국 소녀 루시를 동정하고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이 영화에서 청환의 이국적인 매력은 생김새나 복장이 아니라 유약하고 온순한 성격에서 나온다. 인자하지만 병약한 행동으로 거의 중성에 가깝게 묘사되는 청환은 당시 서양인들이 상상한 중국 남성의 또 다른 정형화된 캐릭터였다.” -본문에서
* 책속으로 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일본 문화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지만, 조선에 와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조선에 도착한 그녀는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일본인들이 저지른 폭력의 잔혹함에 분노를 금치 못한 반면, 조선 민중에 대해서는 두터운 동정심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남녀노소와 신분을 넘나드는 많은 모델과 교감하면서 어느 곳에서보다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웠다. 그래서 그녀는 기존의 서양인 혹은 일본인의 조선 소재 그림에서 나타나는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시선에서 탈피하여, 조선의 풍습에 대한 사랑과 경의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었다.” _94쪽.
“한국 음주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 펍은 어쩌면 불친절한 곳일 수도 있다. 펍에서는 술을 마실 때 선불제와 셀프 서비스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주문할 때는 열 개 남짓 올라와 있는 생맥주 꼭지의 로고를 보고 맥주 유형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한다. 그런 다음 파인트(0.568리터)를 기본단위로 원하는 양을 주문한다. 주문 절차보다 더 낯선 것은 맥주를 받아든 많은 사람이 앉지도 않고 서성거리며 마신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서 마시므로 빨리 마셔버릴 것도 같은데, 대개 한국의 맥줏집에서보다 훨씬 속도가 느리다. 술보다 대화에 더 열중하기 때문이다.” _122쪽.
“영국 바깥에서 온 유람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캠퍼스를 통과하는 뱃놀이다. 여기서 놀이용 배는 절대로 ‘보트’라 하지 않는다. 노 대신 삿대를 쓰기 때문에 ‘펀트’라 하고, 뱃놀이도 ‘보팅’이 아니라 ‘펀팅’이라 한다. 배 모양도 일반 보트처럼 앞이 뾰족하지 않고 납작하다. 학교에 다녀오려면 나는 왔다 갔다 두 번 케임 강의 다리를 건너야 했다. 모들린이라는 이름의 이 다리는 도시가 발생하고 도시 이름까지 비롯된 유서 깊은 곳이다. 마침 이 다리는 또 뱃놀이 배가 출발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리 입구에 접어들 때면 호객꾼이 다가와 점잖게 묻는다. “보팅 하실래요”가 아니라 역시 “펀팅하실래요”이다.” _208쪽.
“에든버러로 오기까지 북잉글랜드부터 기차역마다 피어 있던 진분홍빛의 히스 꽃을 이곳에서 진짜야생 상태로 다시 만났다. 그 꽃들은 억새 풀밭 안에 띄엄띄엄 다발지어 만개해 있었다. 히스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문학적 꽃이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도 ‘히스클리프’ 곧 ‘히스 꽃의 절벽’이다. 사실《폭풍의 언덕》의 무대는 북잉글랜드에 있는 요크의 교외다. 내가 요크에 갔을 때는 이미 히스 꽃이 지고 없어 이런 정서를 느낄 수 없었다. 이 꽃의 꽃말은 ‘고독’이고, ‘Heath’란 말에는 또 ‘황야’라는 뜻도 있다 하니, 브론테가 복수의 화신인 주인공에 이 꽃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때문이었나 보다.” _185쪽.
“18세기 말 영국의 도자 장인 토머스 민튼이 중국산 청화백자의 문양을 본 따 만들어낸 디자인이 큰 인기를 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동판전사銅版轉寫 방식으로 그림이 입혀진 이 도자기는 다른 회사에서도 다투어 카피본을 만들 정도로 향후 200년 동안 사랑받는다. 이 디자인의 도자기들은 중앙에 버드나무 문양이 그려져 있어 ‘윌로우 패턴willow pattern(버들 무늬)’이라 불렸다.” _215쪽.
기본정보
ISBN | 9788959405725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9월 25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2 * 225
* 18
mm
/ 5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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