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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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택광
저자 이택광은 영국 워릭 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셰필드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문화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본업은 문화평론가이나 문화 현상으로 변화하는 정치의 풍경까지 예의 주시한다.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교류하며 한국에 이들을 소개하여 우리의 사고틀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마녀 프레임》,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 《인생론》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목차
- 책을 내며
1. 민주주의라는 문제
***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조건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본래 그렇듯, 언제나 사건의 균열이 그 속에 내재해 있다.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인 기원을 가진 것이다.
2.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
민주주의가 이른바 사회의 감시 권력을 확립하는 과정이라는 사실도 다양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주주의가 감시 권력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에 충실한 것이 바로 ‘민주 시민’의 역할이다.
3. 두 자유주의
***
자유주의의 ‘통치 기술’이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위기에 봉착하고, 그에 맞춰 등장한 신자유주의라는 대응책마저 또 다른 이행기를 맞이할 무렵에 한국은 자유주의의 시대를 맞이했다.
4. 박정희 체제라는 딜레마
***
‘국민’은 어떤 실체를 가졌다기보다 제각각 다른 이해관계로 모여 있는 부분집합들이다. 이 부분집합을 재현하는 것이 국가라고 한다면, 독재자의 국가가 독재자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5. 공화주의의 유령
***
한국의 경우 공화주의는 여전히 유령처럼 정치를 배회하고 있다. 유럽의 공화주의가 신의 자리에 자연법을 설정했던 것처럼, 한국의 공화주의도 ‘자연’의 범주를 내부에 포함하고 있다.
6.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환상
***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은 위기의 원인이자 중심이었던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었지만, 그것은 바로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7. 안전 사회에 대한 요청
***
도시중간계급에게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국가는 ‘정상 국가’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정상 국가는 ‘중립’에 존재하는 국가이다.
8. 네오라이트 혹은 탈정치적 우파의 탄생
***
‘자기’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지식만을 지식으로 간주하는 태도, 이런 ‘자기’의 완성을 내세운 자유주의에 대한 심정적 혐오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일베 현상이다.
9. ‘박근혜’라는 이율배반
***
‘박근혜’라는 이름은 부르주아 정치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는 무엇이다. 박근혜보다 더 적절하게 부르주아 정치의 이념을 구현한 대상이 있다면 개인 박근혜는 사라질 것이다.
10. 통치의 위기와 새로운 정치의 통로
***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왔다. 정치의 문제는 이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관리가 되었다. 박근혜는 다만 이 시장에서 ‘보수’의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호출된 이름이다.
에필로그
에필로그에 덧붙여
찾아보기
책 속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조건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본래 그렇듯, 언제나 사건의 균열이 그 속에 내재해 있다. 개인의 자율성에 방점을 찍는 자유주의와 ‘공동선common good’ 추구를 목표로 삼는 공화주의가 일정하게 차별성을 가지긴 하지만, 정치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동일한 입장을 취한다. 이 사실에서 증명되듯이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인 기원을 가진 것이다. ‘박근혜’라는 이름은 이런 정치의 비합리성을 지칭하는 하나의 의미화이다. _<1. 민주주의라는 문제> 23쪽.
시민 세력의 참여로 노무현 정부가 선출되었을 때, ‘노사모’는 “이제는 감시”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금까지 ‘민주 정부’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민 세력이 갑자기 그 민주주의를 통해 선출된 권력을 감시하는 집단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이상할 법도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감시 권력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에 충실한 것이 바로 ‘민주 시민’의 역할이다. _<2.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42쪽.
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 일정하게 급진성을 확보했던 한국의 자유주의는 자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중심에서 박근혜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민주화’의 결과로 출현한 선출된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반-민주주의의 종착역이자 이명박 정부를 통해 극복하려다가 실패한 자유주의의 위기를 국가에 대한 요청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국민’의 선택이었다.
_<3. 두 자유주의> 71~72쪽.
독재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명령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독재만큼 강력하게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권력의 실행 방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권력은 독재자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추상적 집단에서 나온다. ‘국민’은 어떤 실체를 가졌다기보다 제각각 다른 이해관계로 모여 있는 부분집합들이다. 이 부분집합을 재현하는 것이 국가라고 한다면, 독재자의 국가가 독재자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국민’이 독재자를 지지하지 않을 때 독재자의 운명도 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_<4. 박정희 체제라는 딜레마> 83쪽.
촛불 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호응을 받은 구호가 바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 유럽의 공화주의가 신의 자리에 자연법을 설정했던 것처럼, 한국의 공화주의도 ‘자연’의 범주를 내부에 포함하고 있긴 하다. 대체로 ‘자연’이라는 것은 필연성을 의미한다. 한국의 맥락에서 이 필연성은 ‘적자생존 법칙’이다. _<5. 공화주의의 유령> 112~113쪽.
조화롭게 보였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경기 침체라는 위기 상황에서 불일치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된 다양한 정책들은 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가설이다. 한국에서 진행된 ‘민주화’와 ‘민주적 자본주의’의 안정화는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은 위기의 원인이자 중심이었던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었지만, 그것은 바로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_<6.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환상> 133쪽.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각성은 구성원 전체를 잠정적 범죄자로 상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나 인터넷은 이런 ‘감시 권력’의 편재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런 장치는 푸코에게 ‘판옵티콘’에 불과했던 근대의 규율권력이 개별적인 차원으로 전일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복해서 말했듯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인데, 이 사회는 사회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판옵티콘’처럼 서로를 지켜보는 감시탑의 네트워크에 가깝다. _<7. 안전 사회에 대한 요청> 162~163쪽.
‘자기’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지식만을 지식으로 간주하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의 고등교육이 만들어낸 특성인 것이다. 이것을 자유주의 기획이라고 부르는 것은 크게 틀린 정의가 아니다. 이런 ‘자기’의 완성을 내세운 자유주의에 대한 심정적 혐오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일베 현상이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정확하게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관용의 반대편에 서 있다. 이들은 ‘불관용’을 말한다. _<8. 네오라이트 혹은 탈정치적 우파의 탄생> 187쪽.
‘보수’에게 ‘박근혜’라는 이름은 자유주의의 위기로 인해 초래된 혼란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적격자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소망은 복지국가였다’는 한마디로 경제개발과 복지국가를 하나로 묶어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박근혜가 보여주는 것은 여야를 넘어선 정치, 다시 말해서 정치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경제였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는 시종일관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
출판사 서평
“이택광의 비평은 가차 없는 분석과 열정적인 정치적 개입을 버무려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책은 한국만이 아니라 훨씬 넓은 맥락에서 오늘날 좌파의 중요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일상의 양식과 같을 것이다. 당신이 이를 무시할 수는 있겠지만, 마땅히 그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_슬라보예 지젝의 <뒤표지 글>
49퍼센트를 위해, 그리고 49퍼센트를 넘기 위해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51퍼센트 대 49퍼센트. 그와 동시에 절반에 가까운 사회구성원이 일시에 ‘멘붕’을 겪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분위기에서 이명박 정권을 힘겹게 견뎌온 이들에게 희망을 논하는 것은 섣부른 짓이었다. 슬픔과 절망의 언어가 ‘타임라인’에 흘러넘쳤다. 때마침 상영된 <레미제라블>만이 ‘대선 힐링 영화’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역시 ‘혁명’은 없었고 혁명에 대한 ‘로망’만이 찢긴 벽보처럼 거리를 뒹굴었다. 그렇게 2012년이 저물었다. 그리고 2013년 2월 25일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어느덧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으로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얘기해야 할 것들을 얘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슬퍼하거나 절망할 수만은 없다. 감정의 흐릿한 안개를 걷어내고 냉정하게 벼린 이성의 눈으로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문화평론가 이택광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덮어두었던 것, 저어했던 것을 다시 들추어 얘기한다. 한국 정치의 근원과 민주화 과정을 다시 분석한 저자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적절하고 유효한 질문을 찾아낸다. 그 질문은 바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알랭 바디우가 사르코지를 “쥐인간”이라고 호명한 글 〈사르코지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정치의 귀결점인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무엇’의 실체를 정치철학적 개념과 문화사회학적 도구로 낱낱이 드러낸다. 과연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디로 굴러가는가
저자 이택광은 ‘박근혜’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그 무엇을 밝히고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 정치사와 민주화 과정을 분석한다. 그 회귀점은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던 1987년이다. 소위 ‘87년 체제’로 회자되는 해로,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 직선제’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6월 항쟁 이후의 민주화 과정은 노동자 계급이 배제된 ‘구체제 엘리트’들이 주도했으며, 이들이 추구한 미국의 가치, 즉 자유주의가 정치사회의 중요한 이념으로 등장한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와 개인에 방점을 찍는 ‘자유주의’가 동시에 한국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어긋나는 두 가치,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의 결과로 ‘선택’의 문제가 된 한국의 민주주의를 톱아본다. 이 과정에서 중요 세력으로 등장한 ‘도시중간계급’을 저자는 주목한다.
스스로 인간 자본이 되려는 ‘도시중간계급’의 선택
박정희 체제만 해도 자본은 권력의 몫이었다. 그러나 전두환 체제 때의 도시 개발이 일으킨 아파트 열풍과 부동산 거품은 ‘도시중간계급’을 탄생시켰다. 이들이 바로 87년 체제를 만들어낸 ‘민주 시민’이다. 이들에게 민주화란 자본이 권력에서 해방되는 과정이었다.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샐러리맨의 우상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도시중간계급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중립국가를 바랐다. 이들은 고원 위에 올라온 이들에게만 평등이 보장되는 ‘평등의 고원’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인간 자본’이 되어야 했다. 취약 계층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한순간 해소해줄 상징적인 ‘이름’으로 이들은 박근혜를 선택하게 된다.
다시 박정희 체제로 거슬러 올라간 저자는 개인을 규율화하여 선진국 국민으로 만들고자 한 발상으로 ‘규율권력’, 그리고 권력이 민간으로 넘어온 이후 지식에 근거한 기술을 통한 일상의 관리, 즉 ‘생명권력’을 거론하며 시장에 적합한 자기를 만들어내는 계발 논리의 기원을 밝힌다. 도시중간계급이든 시민이든, 심지어 진보이든 보수이든 자기계발의 논리에 종속된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명제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알고 보면 공화주의라는 것은 적자생존의 법칙, 즉 시장의 논리에 자기를 적응시킬 수밖에 없는 ‘사회다윈주의’와 연결되어 있음을 저자는 환기시킨다.
두 인민 그리고 ‘박근혜’라는 아이러니
지난 18대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가 핵심 이슈였다. 보수는 ‘평등의 고원’ 아래의 실질적 평등을 자극하는 듯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고, 진보정권 10년 동안 부재했던 ‘사회복지’ 카드 또한 꺼내 들었다. 이 둘을 함께 통합할 인물로 결국 ‘박근혜’가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민낯은 바로 평등의 고원에 오른 자들을 위한 ‘경제’뿐이다. 저자는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주목한다.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진 그날 박근혜는 서민 ‘같은’ 대통령이 아닌, 서민을 ‘보살피는’ 대통령으로 아버지 박정희의 모습을, 그리고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의 자태에서는 어머니 육영수의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감성의 극에 달한 이 취임식을 본 51퍼센트 대 49퍼센트로 분열된 두 인민에게 이 장면은 다르게 비쳤을 것이다. 과거 ‘반공’으로 나뉜 두 인민은 ‘87년 체제’의 원탁회의로 하나가 되는 데 실패했다. 진보정권 10년 이후 사라져 보이지 않는 진보에 반해 ‘안철수 현상’ 등이 분열된 두 인민을 하나로 합치시키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인민을 구성해야 하는 공화주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정치체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
보수는 ‘박정희’를 자신들의 근원으로 본다. 그러나 박정희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파시스트였다. 결국 보수가 호출한 박근혜 정부 역시 박정희 체제의 계승일 수가 없다.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감성적인 취임식만으로는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이 세상의 움직임을 감당할 수 없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왔다.” 박근혜 정부는 “불가능한 박정희”를 보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호출된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위기가 될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일종의 통로인 셈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9402953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7월 20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45 * 220
* 20
mm
/ 35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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