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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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는 건축과 길들여진 인간뿐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게 하는 건축과 길들여짐에서 깨어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전반부에서는 물리적, 이념적 장치보다 인간을 효과적으로 길들이는 건축의 모습을 탐구한다.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와 반대로 인간이 건축의 길들이기로부터 벗어나고자 꾸준히 펼쳐온 노력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건축에 대한 혁신적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다.
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
1부 건축으로 길들이기
길들이기를 위한 조작으로서 건축
양반집의 길들이기
양반집 둘러보기
사랑채에서는 무엇을 보았을까
왜 중문은 그냥 중문이 아니고 중문간인가
안채 마당에서는 무엇을 보았을까
서원과 향교의 길들이기
서원과 향교 둘러보기
내삼문 앞 계단은 왜 이리 좁을까
궁궐의 길들이기
궁궐 둘러보기
근정전 가는 길에 신하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사정전 가는 길에 신하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조선, 도시로 인간을 길들이다
한양 둘러보기
한양의 도시 공간 구조에 담긴 뜻
요직과 요지에서 밀려난 남산골 선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날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람을 길들이는가
수도로 길들이기
서울살이와 지방살이의 차이
서울이 득을 볼수록 비수도 지역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
길들이기를 위한 건축적 방법
영역 만들기
영역 간의 관계 설정하기
영역 꾸미기
2부 건축으로 길들여지지 않기
건축으로 길들여지지 않기
양반집에서 숨쉬기
숨겨놓은 해학과 자연스러운 빈틈
안채 옆 골목 마당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이 일반적인 공연장과 다른 점
한스 샤로운은 왜 공연장 같지 않은 공연장을 설계하려고 했을까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길들여진 자의 분노 앞에 건축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시도-겸손한 부를 표현하는 건축은 어떠한가
두 번째 시도-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의 생김새를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도시로 길들여짐을 깨운다
도시 공간 구조의 결정 요소가 돈이라면?
도시 공간을 결정하는 요소가 감시라면?
평등이나 균형 발전 같은 개념이 도시 공간 구조의 결정 요소가 될 수 있을까?
수도를 옮겨서 길들여짐을 깨운다
정도와 천도
정조의 화성과 대한민국의 수원은 같은 차원의 도시일까?
박정희 대통령은 정말을 서울을 옮길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누군가가 당신 것을 당연한 듯 빼앗아가고 있다면
에필로그
책 속으로
안채에서 신분 관계를 보여주는 장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랑채의 기단이 건물을 높이려는 의도뿐이라면, 안채의 기단은 거기에 더해 특별한 행동을 염두에 두고 고안됐다. 안채 건물의 외주부와 기단의 외주부 사이에 사람이 서 있을 정도의 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인들 중 일부는 기단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즉 하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해 그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영역에 차등을 두었다. 누구는 기단까지 올라갈 수 있고, 누구는 안채 마당까지 출입할 수 있다. 물론 안채 마당에조차 출입할 수 없는 하인도 있다. 이렇듯 양반집은 층층이 신분 차이를 보여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공간 구조에 따라 공간 점유자들은 자신의 신분과 역할을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다.
-「양반집의 길들이기」p.62
한양은 성곽을 이용해서 양반과 평민을 구분하고, 성내에서는 대로와 개천, 그리고 자연 지세를 이용해서 다시 양반을 중인 계층으로부터 분리해냈다. 이에 더해서 궁궐까지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양반계층 중에서도 더 높은 계층과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을 구분해냈다. 사람들은 한양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신분 질서에 길들여졌을 것이다. 특히 한번 자리를 잡으면 거주지를 옮기는 일이 거의 없던 시대였으니, 처음에 형성된 신분 질서가 거주지의 지속성과 함께 고착화됐을 것임이 분명하다. 한양은 그렇게 사람을 길들였다.
-「조선, 도시로 인간을 길들이다」p.106~107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에서 건축은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일단 건축을 통한 길들이기는 우리의 일상과 밀착되어 반복되고 있어 인지하기 어렵다. 또 인지한다 해도 건축의 규모가 워낙 거대해서 그것을 쉽사리 대체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섞여 살아가는 한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을 통한 길들이기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에필로그」p.294
출판사 서평
왜 건축은 본질적으로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가?
‘길들임’이라는 주제를 통해 파헤친 건축의 사회학적 고찰
건축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요즘이다.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건축 답사 여행을 떠나는 이도 늘고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인간의 삶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지만 건축만큼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큰 영향을 오래도록 미치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건축은 우리 일상생활에 익숙하게 자리해 있다. 그러다 보니 건축은 당연히 사람을 위한 것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리의 이러한 습관적 사고에 반기를 든 이가 있다.『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의 저자 이상현 교수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가르치며 도시 공간과 인간의 삶에 주목해온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몰랐던, 또는 외면해왔던 건축의 또 다른 얼굴을 함께 들여다보자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건축은 본래 편파적이다. 또한 오랜 세월 권력과 사회 지배 이념의 하녀로서 기능해왔으며, 인류가 뭔가를 짓고 살았을 때부터 건축을 통해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 자의 은밀한 투쟁이 계속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는 ‘길들임’과 ‘길들여짐’의 관점에서 조선시대의 양반집과 궁궐에서부터 도성과 현대 도시,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건축의 실체를 제시한다.
1부「건축으로 길들이기」에서는 사회적 이념에 봉사하는 건축을 다룬다. 저자는 개별 건축물에서 도시 공간 그리고 전통 건축에서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건축이 길들이기를 수행하고 있음을 구체적 사례와 건축적 기법을 들어 설명한다. 2부「건축으로 길들여지지 않기」에서는 건축이 인간으로 하여금 어떻게 길들이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한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의 사회적 이념에 맞서고, 건축물을 매개로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지 그 과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길들이기-건축의 첫 번째 얼굴을 마주하다
전통 한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으레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문지방은 왜 이렇게 높을까, 문은 또 왜 이렇게 낮고, 마당, 토방, 마루, 툇마루 간의 높이에 차이를 둔 이유는 뭘까. 옛날 사람들이 우리보다 유난히 작거나, 유연하거나 혹은 불편에 둔감해서일까? 한옥은 천년이 넘는 시간이 축적된 주택양식이다. 한옥의 고안된 불편함은 신분 질서에 순응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교묘한 건축적 장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건축이 사람이 길들이는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적절한 높이, 거리, 방향, 행동 강제 장치, 시각적 통제 장치를 확보하거나 규모, 장식을 달리함으로써 영역 간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길들이기의 전형으로, 당시 신분 질서를 몸으로 익히도록 만들어졌다. 하인이 거주하는 행랑채 마당에서 양반의 공간인 사랑채를 바라보면 하인의 시선은 사랑채 누마루에 닿게 된다. 자연 지세나 인위적 방법으로 영역 간 높이 차를 구현한 까닭에, 하인이 고개를 들지 않는 이상 하인은 주인의 발 정도만 볼 수 있다. 주인의 발은 하인에게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공권력이 정점에 이르는 영역인 궁궐은 길들임의 건축적 장치가 총망라된 궁극의 사례이다. 길들임을 키워드로 건축을 읽어내는 저자의 날선 문제의식과 철저한 역사적 고증으로 밝혀지는 궁궐의 이면은 이 책의 백미다.
길들여지지 않기-건축의 두 번째 얼굴을 마주하다
인류가 뭔가를 짓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건축은 누군가를 길들이는 데 충실하게 봉사해왔다. 건축을 통한 길들이기의 역사가 생명력을 이어오는 동안, 반대의 역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한 예로 한스 샤로운이 설계한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을 들 수 있다. 이 건축물은 권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존의 대형 공연장과 달리 의도적으로 외관을 작고 낮아 보이게 만들었다. 내부 설계 역시 특이해서 출입구와 로비 심지어 내부 객석까지도 여러 개의 구역으로 분산 배치하여 사람들과의 부딪힘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스 샤로운은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질서 정연하게 한곳을 바라보는 공간 구조가 나치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되살린다고 판단했다. 집단적 광기로 표출된 나치즘에 대한 혐오와 거부 의지가 권위와 전체주의를 부정하는 새로운 건축물의 토양이 된 것이다. 이처럼 건축은 기존의 가치를 ‘반영’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건축이 수행하는 길들임과 깨움의 역할은 개별 건축물보다 도시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선시대 한양에서는 신분질서가, 오늘날 도시에서는 땅의 생산성이 도시 공간 구조를 결정짓는 최우선의 요소이다.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느냐에 따라 도시 공간 구조는 달라지고, 사람을 길들이는 가치도 변화한다. 한양에 살면 신분 질서에 오늘날의 도시에 살면 돈에 길들여진다. 참여정부가 제안했던 세종시 원안을 살펴보면, 도시 중심부에 지대 생산성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업무시설이 아닌 전체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원을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수도를 정하거나 이전하여 기대할 수 있는 길들이기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수도를 통한 길들이기가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수십 년마다 수도를 옮겼다는 발해인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의심하라! 새로운 시선의 건축 읽기
건축을 통한 길들임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일상과 밀착되어 반복되기 때문에 길들이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것이고, 길들여지는 입장에서는 무서운 것이다. 반면 건축은 새로운 질서를 담아내는 건축물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해주기에, 여느 예술보다 강력한 사회적 비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의 유명 프로그램에서 건축을 통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건축’이라는 의제는 과연 건축가에만 국한된 것일까? 일상에서 마주하는 건축물을 관찰하는 것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듯, 독자 개개인의 관찰이 모여 건축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실천이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은 새로운 시선의 건축 읽기를 제안한다. 이 책은 건축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길잡이가, 건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721147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1월 02일 |
쪽수 | 312쪽 |
크기 |
154 * 220
* 30
mm
/ 545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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