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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사진의 본질과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내외 영화들을 살펴본다. 사진의 역사를 개괄한「사진의 탄생」부터 현대인의 삶을 줌 렌즈로 포착한「일상의 초상」, 누구나 느끼는 삶의 슬픈 흔적을 담아낸「사진과 트라우마」, 사진에 얽힌 거짓과 참의 문제를 살펴보는「기억의 프레임」까지 4장으로 구성된 총 25편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사진의 역사에서 출발하여 사진의 존재론적 근원에 관한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문장과 흥미진진한 영화 스토리를 바탕으로, 파인더과 모니터를 통해 대상을 선택하고 선택된 찰나에 셔터를 누르는 그 짧은 순간이 지니는 '위대한 의미'를 포착한다.
작가정보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사진 비평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미술 비평을 전공했다. 2000년 광주 비엔날레 전시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현대사진연구소 소장과 사진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공부하고 비평하고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틈만 나면 카메라와 단 둘이 훌쩍 여행을 떠나는 타고난 ‘사진쟁이’다. ‘사진 속에는 한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바라본 세상의 비밀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마치 마라톤을 완주하듯 카메라와 평생을 함께하는 것이 삶의 목표다. 사진과 다른 장르와의 만남에 관심이 많아, 사진사를 소설로 풀어내기도 하고, 사진과 문학, 사진과 철학을 결합한 책과 강의를 기획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현대 사진가론》, 《현대 사진의 쟁점》,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한국 현대 사진의 흐름》, 《노블 앤 뽀또그라피》,《포토그래피》(번역) 등이 있으며, ‘앗제가 본 서울’, ‘미명의 새벽’, ‘퍼스널 컬러’, ‘세계 명작 사진전’, ‘진실의 시뮬라크르 전殿’ 등을 기획했다.
목차
- 책을 내면서 5
사진의 탄생 13
빛이 탄생시킨 정물사진의 미학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4
초상사진, 사랑을 말하다 너는 내 운명 25
길 위의 사진 한 장 칼리포니아 34
행복 찾기 혹은 수호하기 스토커 45
바다를 건넌 이들의 슬픈 초상 파이란 56
잃어버린 사랑과 메이킹 포토 리컨스트럭션 65
필름 카메라를 추억한다 오버 더 레인보우 76
일상의 초상 85
사랑, 유혹, 배신의 포트레이트 클로저 86
영혼을 가둔 한 줌의 껍질을 벗다 빈집 99
상처 입은 키스 혹은 오래된 카메라 6월의 뱀 108
카메라의 노출, 희망의 빛 시티 오브 갓 119
치명적인 유혹을 찍다 주홍글씨 128
사진과 트라우마 137
추억과 죽음의 옵스큐라 8월의 크리스마스 138
파인더 속의 내 사랑 연애사진 148
영원한 시간의 거울 …ing 160
카메라 들고 떠나는 생의 마지막 여행 타임 투 리브 169
삶과 죽음의 스냅숏 도쿄맑음 178
사랑이 지고 남은 것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89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봄날은 간다 200
기억의 프레임 211
사진이 기억을 지배한다 메멘토 212
슬픈 기억의 트라우마 올드보이 224
노출의 이중성과 우울한 대상들 7번째 사진 233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거울 속으로 245
시간이 정지하면 사진이 된다 거미숲 257
그들의 죽음을 증언하라 텔 미 썸딩 269
출판사 서평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다. 디지털 카메라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면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사진은 기념의 순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였지만, 요즘은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각 매체가 되었다.
사진가이자 사진비평가인 진동선이 쓴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영화를 통해, 사진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고, 우리 일상과 내면의 상처를 사진으로 들여다보며, 사진에 얽힌 참과 거짓의 문제까지 풀어본다. 카메라 매뉴얼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사진의 속살’ 같은 이야기다. 저자와 현대사진연구소의 젊은 작가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 이미지가 함께 곁들여져,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는 사진과 영화의 만남을 ‘운명적’이라고 표현한다. 사진과 영화 모두 과학문명의 발달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그 순수성을 의심받은 ‘상처받은 예술’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 덕분에 사회상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모든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을 위한 예술’이 되었다. 다만 사진은 이미지로밖에 말할 수 없는 대신, 영화는 움직임·음향·내러티브를 지녔고, 영화는 시간의 멈춤을 잃었지만 사진은 되돌아봄과 깊은 사색이 가능했다. 이렇듯 서로를 보완한다는 점이야말로, 사진과 영화가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다.
사진의 본질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존재증명’과, 지금 여기에 없다는 ‘부재증명’의 의미를 지닌다는 데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파이란〉, 〈봄날은 간다〉가 바로 초상사진을 통해 그러한 사진적 의미를 잘 드러내는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정원은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초상사진을 셀프타이머로 찍고, 〈파이란〉의 주인공 파이란은 위장 결혼한 강재의 초상사진 한 장에 의지해 녹록치 않은 현실을 견딘다. 또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 상우의 할머니는 젊은 시절의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꽃처럼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이러한 초상사진에는 존재의 특징이 가장 뜨겁게 묻어 나왔기에, 사진이 발명된 직후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초상사진을 손에 넣고 싶어했다. 디스데리(Andre A. Eugene Disderi, 1819~1890)는 반명함판 사진기법을 발명해 이러한 인류의 열망을 충족시켜주었다.
역사상 최고의 포트레이트 사진가인 리처드 아베돈(Richard Avedon, 1923~ )을 모델로 한 영화 〈클로저〉에서는 ‘클로즈업’에 대한 19세기와 20세기의 사진담론을 엿볼 수 있다. 리처드 아베돈은 패션잡지의 전성기였던 1950~1960년대에 〈하퍼즈 바자Happer's Bazaar〉와 〈보그Vogue〉에서 활동하며 패션 인물사진을 찍은 기념비적 인물이다. 〈클로저〉의 여주인공 안나가 바로 리처드 아베돈의 현신인 셈인데, 영화에서도 클로즈업 사진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계기로 등장한다. 역사상 수많은 사진가들이 인물의 진실한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클로즈업 사진을 찍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배신으로 이어진다는 영화 줄거리에서도 드러나듯, 이러한 물리적 클로즈업이 과연 진정한 내면의 클로즈업인가 하는 의문이 존재했다. 영국이 낳은 19세기의 위대한 인물 사진가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Julia Margaret Cameron, 1815~1879)은 심리적으로 가까워야 사진에 그 사람의 내면이 드러난다고 믿고, 일평생 친숙한 사람만 사진으로 담았다. 〈클로저〉의 주인공 성이 ‘카메론’인 것은 클로즈업을 둘러싼 담론을 이끌어내는 연결고리다. 결국 진정한 클로즈업은 카메라 렌즈의 작동이 아니라, 내면의 가까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스토커〉, 〈7번째 사진〉, 〈메멘토〉, 〈올드보이〉에서 사진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 자리한 존재로 등장한다. 낡은 흑백사진에 담긴 비밀을 찾는 〈7번째 사진〉, 갇힌 자와 가둔 자의 추적을 담은 〈올드보이〉에서 사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다. 하지만 사진을 기억의 대체물로 삼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메멘토〉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물의 집착을 다룬 〈스토커〉에서는 사진이 현실을 왜곡하고 거짓의 이미지를 담는 존재로 등장한다. 여기다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으로 하룻밤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리컨스트럭션〉에서는 인위적 설정, 디지털작업을 통한 이미지 변형으로 탄생한 메이킹 포토를 통해, 시뮬라크르 시대의 사진이 맞닥뜨린 재현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이렇듯 책은 사진의 역사에서 출발해 사진의 존재론적 근원에 관한 문제까지 나아간다. 흥미진진한 영화 스토리와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문장 덕분에, 책은 연달아 터지는 하셀블라드Hassel Blad의 셔터소리처럼 경쾌하면서도 스펙터클하다. 저자는 파인더와 모니터를 통해 대상을 포착하고, 선택된 찰나에 셔터를 누르는 행위에는 바로 자신이 마주한 존재론적 물음과 그 해답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책을 읽고, 당신이 방금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보라. 뷰파인더로 포착한 일상의 진실과 거기에 담긴 ‘위대한 의미’를 줌인zoom-in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720478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5월 30일 |
쪽수 | 279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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