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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베르나르 올리비에
예순두 살이 되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12,0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고집스럽게 홀로 걸어서 여행했다. 현대판 오디세우스의 방랑기라 할 이 놀라운 여행담을 기록해 묵직한 책으로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나는 걷는다>(전 3권)다. 그의 이 길고도 열정적인 여행기에 프랑스 언론은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보냈다. 그는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결코 동요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매체와 독자들은 그의 신중한 처신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에서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나는 걷는다>에 한국의 독자들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고, 그는 2004년 가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린이 프랑수아 데르모
동시대 최고의 삽화가이자 수채화가다. 작품으로 <만성절의 추억>(전 5권), <말레포스의 길>(전 12권)이 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지를 도보로 여행하며 받은 영감으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여행수첩>을 펴내 널리 알려졌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와 여행하며 그린 실크로드 그림으로 2005년과 2006년, 전시회를 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69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국어-프랑스어 통역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나는 걷는다 2, 3』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여행 스케치』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네페르티티』 『붓다』 『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이 있다.
그림/만화 프랑수아 데르모
목차
- 한국의 독자에게 7
길은 다시 또 이어지고 10
출발 왜 걷는가? 12
터키 길은 거대한 초원을 가로지른다 24
이집트 바자르 25 | 나무꾼 철학자 28 | ‘정상적’인 여행 36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상 숙소 38 | 오래된 개혁의 고향 42
왔노라, 보았노라 48 | 체온으로 느껴지는 정 50 | 숙명의 삶 54
신기루 같은 도시 58 | 나의 신과 나의 군대 62
이란 이 소중한 공간에서 행복할지어다 70
사막에 피어난 문화 71 | 퇴직 교수 베루즈 75 | 물라의 부업 80
전쟁보다 무시무시한 도로의 무법자 83 | 두고 간 평화 86
솔타니예 91 | 친절한 이란 사람들 95 | 사막의 대상 숙소 101
달은 종종 비추리니… 113
투르크메니스탄 슬픔 위에 피어난 사막의 꽃 120
형편없는 마약상 121 | 절대 금지 125 | 칭기즈 칸의 잔인한 보복 127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푸른 돔 134
종교적 열정과 잔혹한 통치 135 | 가슴 벅찬 재회 141
떠나가는 젊은이들 147 | 평생의 계약, 결혼 149
폭군와 천문학자의 도시 151 | 그 녀석이 개종만 한다면 155
꿀처럼 달콤한 158
키르기스스탄 말보다 드센 파미르의 여인들 164
그곳에는 놀라운 말이 있습니다 165 | 강한 여인들 168 | 태고의 야생 175 유목민의 영웅 179 | 옛날 옛적 스텝에서는 181
중국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작품 190
상업 도시 카스 191 | 한족의 나라 200 | 불의 땅 203 | 사막의 추억 205 가짜 이발소 208 | 녹색 만리장성 210 | 여정의 끝, 실크로드의 시원 216
나는 걷고 싶다 221
감사의 말 226
쇠이유 협회 227
옮긴이의 말 228
출판사 서평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수채화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프랑수아 데르모가 함께해
아름다운 만남과 생생한 역사, 묵직한 철학적 사유를 감수성 넘치는 수채화와 같이 버무려낸
과히 여행의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는 감동적인 에세이!
1만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전설적인 실크로드를, 4년간 단신으로 걸어서 여행한 후 《나는 걷는다》(1권 아나톨리아 횡단, 2권 머나먼 사마르칸트, 3권 스텝에 부는 바람)를 출간해 수많은 독자에게 여행이란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만나는 과정임을 보여준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실크로드 여행에서 보았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리워했고, 무엇보다 인간이 살아온 장소와 기억을 한꺼번에 죽이는 망각과 ‘현대화’라 불리는 진보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사라져가는 이미지를 붙잡아내고 싶었다. 그 자신과 독자를 위해서 그는 서툰 사진작가가 되어―이번에는 여러 가지 차량을 이용해서―다시 실크로드를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기적처럼 그 앞에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수채화가가 나타나 동행을 결심한다.
더 낮은 목소리로
조르주 퐁피두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1만 5000행의 시를 외우고 있다고 자랑했다.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기가 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니, 그 같은 감수성이라면 ‘예술의 나라’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자랑할 만도 하다.
이 책은‘무중력’ 상태에서 세상을 보는 듯 시인의 눈과 입으로 씌어졌다. 1만 2000킬로미터의 실크로드를 4년에 걸쳐 ‘걸어서 여행’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전작 《나는 걷는다》가 장대한 대하드라마라면, 그가 프랑스 최고의 수채화가 프랑수아 데르모와 함께 떠난 9주간의 ‘여행 기록’은 떠남과 만남의 정수(Essence)를 압축해 담아낸 서정시다. 《나는 걷는다》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수백 명의 독자들에게 편지를 받는 작가가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겸손하게, 아니 오히려 더 낮은 목소리로 만남과 시간과 진정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폴 발레리는 “사람들은 가는 데만 생각하느라고 오는 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의 도보여행은 오로지 가는 여행이었다. 하루에 가야 할 거리를 계산해놓고, 혹시 돌아가게라도 되면 초조해하는. 그러나 느림과 비움, 침묵의 여행을 마친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읽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할까 봐 철저하게 글로만 여행기를 적었건만, 독자들은 눈앞에 이미지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발에 물집이 나건 말건 하루 60킬로미터 이상을 걸어 젖힌 그 고집스런 성격대로라면 그냥 밀고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그 요구에 마음을 연다. 내 생각이 짧았던가? 사람들이 원한다면 보여주자. 관대함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눈을 뜬 그는 오히려 새로운 여행 계획에 가슴 설렌다.
기적처럼 그 여행길에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수채화가가 나타난다(저자는 수호천사의 가호라 믿는다). 게다가 그 화가는 온화한 성격에 통찰력과 재치뿐 아니라 뛰어난 재능까지 갖고 있다. 무엇을 바라겠는가. 두 사람은 실크로드로 떠난다.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이번에는 차를 타고 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 여행은 가는 것일 뿐 아니라 오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오는 것. 마음속의 그 장소에 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내 기억과 내 자신을 만나는 여행.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정감 어린 그림은 글로 묘사된 내용을 제대로 축약해 보여준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섬세하고 정확하게 특징을 포착해 그린 사람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여행은 나의 운명
노르망디 지방에서 겪은 세계대전의 기억 때문일까(그는 1938년생이다). 전쟁터의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법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저 먼 곳’을 동경해왔다고 고백한다. “꼭 가겠다는 욕구, 건너편 언덕 ‘너머’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러 가려는 강렬한 욕구…. ‘보러’ 가는 것. 나는 보러 가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이들이 내 모험에 함께하기를 바랐다.” 평생을 기자로 온 세상을 떠돌며 살아온 저자는 은퇴 후에도 그 역마살을 어쩌지 못한다. 네 해에 걸쳐 세상에서 제일 긴 길을 여행했음에도 그의 여행 욕구는 그 바닥을 보일 줄을 모른다.
삶은 그 자체로 여행이다. 언젠가 모든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떠날 그날에야 끝나는 여행. 그러니 그의 여행은 그 자체로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채워가는 존재의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현실을 꾸미지 못한다. 그의 글은 언제나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보여준다. 그러나 특정한 모습을 알맞게 잘라내어 제시하는 작가보다 훨씬 상징적이고 마음을 움직인다.
여행은 자아의 객관화와 세계의 주관화의 긴장을 안겨준다. 내 눈으로 보고 내가 만난 세계는 나의 작음을 알려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공간이 얼마나 소소한지 깨달을 수밖에 없다. 네 번의 장기간 도보여행을 하면서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생겼다. 고된 여행일수록 거짓과 위선보다는 내밀한 진실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세계가 품고 있는 거대한 신비를 더 많이 맞닥뜨리고, 진실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는 것을. 그 믿음으로 그는 다섯 번째 실크로드 여행을 떠난다.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하여 성실하게 책임지고, 그 삶이 비역사적이라거나 자기 기만적이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따지는 행동인, 삶의 사소한 국면도 철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만드는 지성인. 그것이 아마도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라진 그는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태어난 실망스럽고 불완전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걷는다는 저자. 꼭 자신이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동양에서 태어났을 거라는 말하는 투다.
“새로운 여행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불태우면서, 나는 새로운 행복의 열쇠를 쥔 듯 흥분했다. 터키의 셀림과 베흐체트, 이란의 메셰드에서 만난 메흐디와 모니르, 중국의 류 씨 집에 갑자기 들이닥치면 얼마나 놀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들을 만나면 (내가) 얼마나 기쁠까가 아니라 그들이 나를 보면 얼마나 놀랄까 (그리고 반가워할까) 하는 마음에 내 가슴이 벅차오른다. 네 번의 실크로드 여행을 마친 그는 반쯤은 동양인이 되어있었다.
《나는 걷는다》가 초인적인 자아극복기이었다면 《여행》의 문장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풀풀 난다. “동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따른 불안으로 우수에 차고, 침울하고, 마음이 괴롭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예술가들이 괴팍하다는 사실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 않은가”라는 고백은 사랑스럽기까지 하고, 이란의 교조주의자와 구소련 국가의 독재자, 으스대는 중국의 한족과‘당원’들을 묘사하는 그의 강팍한 문장에는 인간다움과 배척되는 모든 것들에 저항하는 열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실크로드 위의 몽테뉴
자기의 체험과 독서생활을 근거로,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변천하는 대로의 인간을 그리고, 자연에 대하여 단순히 몸을 맡기는 데 인생의 지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현대의 몽테뉴라 부를 만하다. 그가 그려낸 각양각색의 사람들로부터 우리는 인생을 배운다.
여든두 살의 나이에도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베흐체트, 내가 믿는 것은 ‘신과 군대’뿐이라고 호기 있게 외치치만 매년 번 돈의 일부를 떼어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을 대주는 후세인, 무뚝뚝하고 의심 많지만, 일단 마음을 열었다 하면 아낌없이 베풀어주려는 여러 집주인들. 여인들의 넉넉한 미소와 눈을 상쾌하게 해주는 화사한 아름다움도 모두 그림으로 담아냈다.
대상들의 실크로드를 좇는 그의 여행을 함께하다 보면 이국적인 맛과 함께 오래전 여행자들의 꿈속으로 들어가고파 하는 저자의 열광이 그대로 전염된다. 나무, 돌, 벽돌, 심지어 모자이크 타일로 지어진 곳곳의 아름다운 대상 숙소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수록 만만치 않은 손님 대접을 받는 곳, 서양 사람은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거래 방식이 아직도 지켜지는 곳. 어디를 가든 어떤 물건이든 흥정하고, 처음에 부른 값을 그대로 주고 물건을 산 사람은 봉 취급을 받을 뿐인 실크로드의 바자르(시장).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고, 삶을 나누고, 서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그것 자체로 삶이다. 나누는 것, 함께하는 것. 《여행》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떠남, 그 하나로 족하다
그렇게 또 한 차례의 실크로드 여행이 끝난다. 하지만 그는 도보여행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차를 타고 여행해서 쓴 이 책에서조차 ‘왜 걷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모터가 달린 차가 싫고, 주유소가 싫고, 기계, 속도, 소음, 무관심과 익명성이 떠도는 커다란 도로가 싫다. 제발 내 말을 믿어주길 바란다. 내가 애정을 갖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여행은 내 삶의 리듬도 내 세상도 아니다. 숨을 쉬고 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라는 간절한 목마름의 고백으로 끝맺는다.
“도착하기만 바란다면, 역마차를 잡어타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 장 자크 루소가 《에밀(Emile)》에서 한 말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도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말인가?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은, 늘 얘기했던 것처럼, ‘가는 것’ 그 자체다.
예전에 만났던 이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을 안고―하지만 이번 여행에도 놀라운 일은 일어난다―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같은 길을 여행하는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아나톨리아의 험준한 산맥, 타브리즈의 뒷골목, 사마르칸트의 둥근 돔을 거쳐 페르가나 계곡에서는 말 위의 유목민들을 만난다. 눈 덮인 파미르를 넘어 아직까지 천일야화 시대와 같은 바자르가 열리는 카스에서 현장법사의 넋이 살아있는 시안까지….
기본정보
ISBN | 9788958720324 |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7월 31일 | ||
쪽수 | 229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Carnets d'une longue marche/베르나르 올리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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