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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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16년 2월 2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정동유
저자 정동유(鄭東愈, 1744~1808)는 정조 시대의 실학자로, 본관은 동래(東萊), 자는 유여(愉如), 호는 현동(玄同)이다. 1777년에 34세로 생원시에 합격한 뒤 다시는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고, 집안의 명망에 기대어 음관이 되었으며 동몽교관을 거쳐 의금부도사·사옹원주부·공조정랑·익위사위솔·익산군수·담양부사·홍주목사 등을 지냈고, 장악원정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정광필 이래 정유길, 정창연, 정태화로 이어지며 4대 정승을 배출한 회동 정(鄭)씨 출신이며, 소론계 명문가 출신으로서 이광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조지명의 사위가 되어 학문을 전수받았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정계와 학계에서 담론의 흐름을 빠르게 간파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이 축적한 국제정세와 외교, 제도와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정보와 지식 등을 《주영편》에 쏟아부었다. 그는 기존의 학문적 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과 실질적 사례 그리고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내리는 근대적 지식인상을 지닌 학자였다. 풍부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평생 《주영편》과 2책의 작은 문집 《현동실유고(玄同室遺稿)》 두 종의 저술밖에 남기지 않았다. 이충익, 이영익, 신작 등과 교유했으며, 《문통》이란 방대한 저술을 남긴 유희(柳僖)는 현동의 제자이다. 이처럼 현동이 배우고 가르치고 교유한 사람들 모두 소론 명문가의 학자로서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번역 안대회
역자 안대회는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으로 옛글을 고증, 해석함으로써 선인들의 삶을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전 산문 산책》, 《벽광나치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정조의 비밀편지》,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천년 벗과의 대화》, 《궁극의 시학》, 《담바고 문화사》, 《새벽 한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연경, 담배의 모든 것》, 《자저실기》, 《산수간에 집을 짓고》, 《궁핍한날의 벗》, 《추재기이》, 《북학의》 등이 있다.
지식인들의 삶과 지향이 녹아든 18세기 산문 문학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풀어낸 ‘18세기 지식 총서’의 총괄 기획을 맡았다.
번역 김경희
역자 김경희는 성균관대 한문학과 박사 수료
역자 : 김보성
선문대 교양학부 강사
역자 : 이승용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원
역자 : 임영걸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역자 : 임영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박사 수료
목차
- 서설
주영편 상권
서문
우리 사는 곳의 모습은 어떠한가? 1 ~11則
주자가 말한 천하 지리|한반도와 일본의 지맥|도읍지 한양|한양 성곽 축조|조선의 건축 규모|궁궐과 태묘의 재건|태묘의 제도|태묘에 천신하는 제물|제사의 의미|공자의 소상|성주 향교의 공자 소상
세시풍속의 유래들 12 ~30則
갑자로 해와 날을 기록하는 방식|십이진을 세는 순서|역서에 실린 삿된 술법, 택일|역법과 술가의 야합|운명 예측과 칠정|삼파일|염이라는 글자의 유래|소만과 망종|도소주|다리밟기|처용치기|신일|사월 파일|단오와 창포|납일|역서 반포일|납전삼백|싸라기눈|우레라는 글자
각종 제도의 시비를 가려보다 31 ~41則
《지봉유설》의 숱한 오류|먹을 수 있는 흙|영암의 흔들바위|영해의 우물|사당 제물을 공용으로 쓰다|조선의 졸렬한 풍습과 하기 힘든 풍속|고려 왕실의 동성 혼인|조선의 혼인 풍속|후장의 기준|왕릉 조성의 관습|화장제도
바다 건너 세계와의 만남 42 ~57則
불교의 전래|일본에 들어온 서양세력|네덜란드 표류선|유구국과의 국교|고상영의 안남 표류기|포르투갈 표류선|빙해 밖의 나라 흑진|평안 감영의 문을 두드린 노승|조선과 청의 강화를 이해한 명나라|청나라가 조선을 후대한 까닭|함양 출토 황금을 청나라에 바친 이유|나라 사신을 접대한 방식|중국 사신들의 탐욕|청나라의 태자 책봉|청나라 관인의 만주 글자|북경의 비밀 제단, 당자
고려의 흔적을 찾아서 58 ~72則
중국에 들어간 《고려사》|고려가 중국에 보낸 책|《사고전서》에 유일하게 포함된 《화담집》|중국에 보내진 공녀|중국 사행길의 변경|조선 출신 중국 환관|조선 출신 환관 정동|고려 태조 삼대의 이름|도선 국사의 행적|강감찬의 이름|김홍술과 이예의 충직함|김부식의 잔혹한 법 적용|고려와 송의 관계|원나라 황제가 알려준 야간 전투법|고려와 원의 도량형
일상의 소소한 기원들 73 ~85則
환갑의 기원|고순년이란 말|민며느리와 데릴사위|의대의 어원|귀유치와 섭리|종묘 앞 일영대의 헛소문|석전 풍속|성의 이름과 공략법|방아를 놓는 방향|인장 씻기|곰의 출현과 화재|기자정에서 출토된 거울|개벽 이전의 기와와 불상
자연의 이치를 다시 따지니 86 ~100則
별자리 분야|조석 간만의 차이|상여의 도성 출입|숭례문 현판 글씨|풍수설의 학문적 연구|나침반과 나경|오행 치료에 대한 의문|야간 시각|타종 횟수와 과거 정원|곤룡포와 면류관의 유래|《읍지》의 허위|집안 기록의 신뢰성|조선 문인의 평가를 이용하는 중국 문인|웅천거벽|고성 삼일포 매향비
주영편 하권
훈민정음으로 말의 쓰임을 바로잡다 1~16則
천하의 위대한 문헌 훈민정음|훈민정음의 몰이해|신숙주의 《사성통고》|신숙주의 오류|답습되는 《사성통고》의 오류|《훈민정음》과 《광음》의 자모|서양의 자모|‘ㄹ’에 대하여|자음동화|태조 어제의 진위|치다|개천과 재|동|빙과 계의 오용|잘못 쓰는 어휘|국시
의문을 놓지 않는 비판적 책 읽기 17 ~30則
잘못 읽는 세 가지 사례|옛 판본의 가치|문헌의 보존|명필 김생|세종 때의 명필 신장|글쓰기의 어려움|역사서 저술|후사를 세우는 법도|5대조의 조천|외우와 내우의 혼용|경서의 의문점|《춘추》의 의문점|경서의 주석|우경의 기원
먹고 입는 문화에 대한 소고 31 ~40則
제사떡|고명|별의|입식|옥패 주머니|방립|망건|역관의 옷|부인의 복식|부인과 천민의 지문 날인
나라를 다스리는 학문의 본질을 묻다 41 ~50則
일본 유학자 겐 마사유키|일본 유학자 이토 진사이|일본 유학의 분열|붕당의 폐해|위숙자의 당론|붕당과 학술|각박한 현인들|이단에 빠지는 원인|풍속 변화의 법칙|본지를 모르는 주자학파와 양명학파의 논쟁
이야기와 시로 남은 옛사람의 흔적들 51 ~78則
창절사의 충신단과 별단|자규루의 신비|영릉의 팔대 숲|선죽교의 핏자국|홍성 늣분도|헛개나무|용호방|조선 고유의 한자|우리나라 성명의 오인|선조의 뜻과 행적|정태화와 최명길의 비밀공작|정태화와 위제서의 만남|서건학의 악평|최규서의 운기법|《서하집》의 발굴|이수봉의 화수전 상량문|한세기의 기이한 인연|김부식의 봉분을 세워준 홍중후|곽씨 부인의 남편 묘지명|시인 오상렴|기녀와의 약속을 저버린 이광좌|
장단 허씨의 모정|차운시의 유래|식부인의 고사|가짜 시어|‘지의’라는 시어|해진과 정인홍의 소나무 시|조숫물을 읊은 시
풍속의 지리 문화적 차이 79 ~102則
백두산정계비|믿지 못할 중국 기록|합자와 파자|접부채의 유래|윷놀이의 원리|천하제일 명품|산누에의 종류|부당한 세금 징수제도|우리나라 노비제도|원나라 노비제도|노비제도 혁파|금나라 노비제도의 유래|요나라와 금나라의 재생례|귀보리|백합과 신이|염소|퉁소와 대금에 쓰는 대나무|삼|상어 가죽과 자작나무 껍질|두더지와 비리|아길아합몽합과 향장목|해당화와 해홍|노송과 원백|꽃과 과일 속성재배
부록 《주영편》에 대해 말하다
원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낮이 긴 여름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쓰노라.”
조선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방대하고 기발한 백과사전!
《주영편》은 조선의 실학자 정동유가 조선의 역사문화와 자연환경, 풍속과 언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증하고 분석하여 쓴 짧은 글을 백과사전처럼 모은 만필집이다. 정동유는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한두 가지 일을 하였거나 경전의 미묘한 뜻을 밝힐 한두 마디 말을 남겼다면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할 만하다”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물증과 역사적 전거를 들어 지식의 체계를 바로잡으려고 한 조선의 진정한 학자였다. 그가 한평생 공부하고 경험하며 쌓아온 학문적 깊이가 오롯이 담긴 이 책에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202개 주제에 대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향연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 고유 한자와 영어 알파벳, 그리고 표류인으로부터 수집한 포르투갈 어휘 등 언어 현상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최초로 국어학의 기틀을 세운 명저로 주목된다. 다채롭고 깊이 있는 글을 읽다 보면 그의 폭넓은 지식과 기발한 해석에 경탄할 것이다.
1. 종횡무진 지식인 정동유, 조선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지식의 향연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조선의 백과사전, 《주영편(晝永編)》
우리는 일상적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한다. 전문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에 정보를 기록·축적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일상적이며, 21세기의 지식인상은 정보의 축적보다 오히려 지식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해석하며 적절히 활용하느냐를 요구한다.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의 안대회 교수가 엄선하여 엮은 ‘18세기 지식 총서’에서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실학자 정동유(鄭東愈, 1744~1808)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한데 모으고 이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21세기형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서문에 “낮이 긴 여름철(晝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밝힌 것과 달리, 방대한 양의 박물학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모은 백과사전인 《주영편(晝永編)》을 남겼다.
정동유는 4명의 정승을 배출한 소론계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정계와 학계의 중심에 설 수 있었고, 그렇게 축적한 국제정세와 외교, 제도와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정보와 지식 등을 《주영편》에 쏟아 부었다. ‘차기(箚記)’라는 짧은 글 202개로 구성된 《주영편》은 조선의 역사문화와 자연환경, 풍속과 언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근거를 들어 입증하거나 견해를 밝히고, 인용과 사례를 열거하여 분석하는 등 개성적이고 독특한 방식의 글쓰기로 가득한 만필집이다. 이 책은 상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권에서는 지리·건축·역법·세시풍속·민속·외국·표류·청나라·고려·사물의 기원·제도·역사·문헌·금석문 등을, 하권에서는 훈민정음·어휘·저술·문물·일본 유학·붕당·학술·지역·선조·명현·문학·사물·노비 등을 다루고 있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문제부터 자국학의 범주까지 한 사람이 자료를 모으고 기록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주제를 넘나들면서 깊이 있는 식견을 제시하며, 축적된 지식의 분량과 질적 수준에서 당대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위상을 보여준다.
양명학에 조예가 깊었던 정동유는 사대부의 주류 담론인 성리학과 관련한 주제보다는 현상이나 사실에 집중하여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와 치밀한 분석을 제시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납일 전에 눈이 세 번 오는 현상이나 조석 간만의 차와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조사·분석하여 답을 내놓기도 하고, 모든 학문 분야에 대해 ‘배치선유(背馳先儒, 선배 학자에게 배치된다는 뜻)의 태도로 일관하는 학자들의 권위적인 행태를 혐오하여 경서 등 모든 문헌의 통념과 상식을 철저히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영편》에서는 자국학에 대한 실증적이면서도 상대적인 분석이 돋보이는데, 특히 문헌이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이 왜 노비제도를 없애지 못하는지(〈우리나라 노비제도) 그 이유를 제도의 시원과 전개과정, 폐지 등 총 네 개 항목을 거쳐 밝힌 부분은 당대 학자들의 사유를 넘어선 것이라 놀랍다. 그는 금나라 역시 고려의 제도에서 유래한 노비제도를 채택하였음을 고증하면서, 노비제도가 “양반들이 자신만 이롭게 하려는” 의도에서 형성?유지되었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또한 붕당 때문에 인간의 도리가 무너지고 국가가 망해간다고 진단하고 붕당과 학술이 긴밀히 연관된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기도 하면서(〈붕당과 학술〉) 보여준 지식인으로서의 자각과 윤리가 오늘날의 지식인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과 비판·제안은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 있으며 그 깊이와 진정성은 경탄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바늘이 없어서 반드시 중국 연경(燕京) 시장에서 사와야 한다. 만약 중국과 무역이 통하지 않는다면 베와 명주가 있더라도 옷을 꿰맬 길이 없으니 첫 번째 졸렬한 일이다. 여섯 가지 가축에서 소와 양이 으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는 길러도 양은 칠 줄 모르니 두 번째 졸렬한 일이다. 중국은 황제 이래로 육로에서는 수레를 사용하고, 수로에서는 배를 사용한다. 어디인들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우리나라에는 배는 있으나 수레는 없으니 세 번째 졸렬한 일이다. 이것이 어찌 천하만국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상권 36칙 〈조선의 졸렬한 풍습과 하기 힘든 풍속〉 중에서
우리 조선에 이르러 고려 때의 제도를 대부분 개혁했으나 노비에 관한 법만은 옛 제도를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경국대전》을 만들 때 <형전(刑典)> 아래에 따로 ‘노비’라는 조목 하나를 별도로 갖추어 법규를 매우 번잡하고 세밀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풍속으로 굳어져 서 다시는 이 제도를 고치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
-하권 87칙 〈우리나라 노비제도〉 중에서
오늘날 태어난 사람은 오성(五性) 이외에 별도로 붕당이라는 성정을 하나 더 갖추었고, 오륜(五倫) 외에 별도로 붕당이라는 윤리를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 붕당을 없애고자 한다면 하늘이 온 세상 사람들의 속을 꺼내어 창자를 바꾸고 위장을 교체해야 된다.
-하권 44칙 〈붕당의 폐해〉 중에서
정동유는 자국의 문제를 넘어 송·금·원·명·청과 맺은 복잡한 대외관계나 외국 사정을 분석하고, 일본과 유구국, 서양의 함선과 표류인 및 과학과 종교, 선교사를 다루는 등 대외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오랫동안 무시되어온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예를 들어 일본 유학자 겐 마사유키(源正之)와 이토 진사이(伊藤仁齋)를 매우 상세히 소개하며 일본에 유학이 없다고 폄하하는 조선 학술계의 폐쇄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일본 유학자 겐 마사유키〉·〈일본 유학자 이토 진사이〉). 또한 《고려사》에 대한 면밀한 연구로 조선 이전의 대외관계나 제도, 풍습의 기원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삼기도 한다. 이처럼 지식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은 당시 학계 수준에서는 매우 낯설고 새로운 것이어서, 이수광의 《지봉유설》 이후 변화하고 발전하던 실학적 연구의 차원을 여러 단계 높였다고 평가된다.
2. 조선 후기 국어학의 기틀을 잡은 명저
-국어학과 역사학의 중요한 사료, 《주영편》의 완역
《주영편》에서 다룬 지식을 현대 분과 학문의 관점에서 보면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각 부문에 폭넓게 걸쳐 있는데, 그중에서도 첫째로 손꼽을 수 있는 주제는 국어학이다. 그는 “훈민정음은 천하의 위대한 문헌이다”라고 선언하며 “오호라! 우리 세종대왕께서는 《주역》에서 이른 것과 같이 총명하고 지혜로우시며, 사람을 죽이지 않는 신령한 무력을 지닌 성인이시다”(〈천하의 위대한 훈민정음〉)라며 한글 창제자로서 세종의 위대함을 찬탄한다. 그는 훈민정음의 특징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사성통고》와 《사성통해》를 비교하며 신숙주와 최세진이 훈민정음을 개정하면서 오류를 낳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훈민정음》에 대한 정동유의 학문적 열정은 이 책의 다섯 번째 부록에 실린 현동의 막내아들 정우용(鄭友容)의 글에 잘 나타나 있는데, 《훈민정음》 원본을 찾기 위한 고심과 열정이 돋보인다. 그 밖에 ‘치다’나 ‘늣다’를 비롯한 어휘를 한자어와 비교하여 그 쓰임에 대해 언어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한국 고유 한자나 한자어에서 비롯되어 잘못 전해진 단어를 추적하는가 하면, 영어 알파벳과 표류인으로부터 수집한 포르투갈 어휘 등을 비교하며 언어 현상을 깊이 있게 다루기도 한다. 언어학과 역사학의 방법론을 통해 조선 왕실 전속 요리사 섭리(薛里)의 연원과 발음을 추정하는 대목은(〈귀유치와 섭리〉) 현재 대부분의 《조선왕조실록》 번역에서 설리로 잘못 발음하고 있음을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어학자로서 정동유의 어학 연구는 스승 이광려를 비롯한 여러 소론 학자의 연구를 이어받은 것이며, 이는 아들 정우용과 《자류주석(字類註釋)》의 저자 정윤용, 《언문지(諺文志)》를 지은 유희를 통해 근대 국어학으로 계승되었다. 이처럼 국어학의 역사에서 현동은 학맥의 고리 역할을 했고, 학술적 성과를 집약한 《주영편》은 국어학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음은 유독 중성으로 된 별도의 자모가 없고, 설음?순음?치음 세 가지에는 반드시 중성으로 된 자모가 하나씩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훈민정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로 하나의 자모를 만들어 혼동될 여지를 없앴다. 만약 중국에 훈민정음이란 것이 있다면 ‘다’와 ‘댜’를 읽을 때 혀의 모양이 조금 바뀌더라도 모두 ‘ㄷ’에 속하고, 같은 자모에 속함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 자모를 두 자모로 나눌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36개 자모를 만든 것은 오로지 훈민정음을 보지 못한 탓이고, 나중에 설음을 치음에 합친 것도 오로지 훈민정음을 보지 못한 탓이다. 이를 근거로 말하면, 36개 자모라는 것도 실상은 23개 자모에 불과하고, 세상의 문자 가운데 훈민정음만이 그 점을 밝히고 있다. 오호라! 성인께서 만드신 문자가 아니고서야 이 경지에 이르겠는가?
-하권 6칙《훈민정음》과 《광운》의 자모
이 같은 종류를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우리나라 상말에서 두드리고 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치다’라고 말한다. 이제야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말들이 처음에는 글의 뜻을 번역한 것에서 나온 것이 많고, ‘타’가 ‘두드리고 치다’라는 뜻이 된 경우는 그야말로 잘못된 것을 따르다가 더욱 잘못된 말임을 알 수 있다.
-하권 11칙 〈치다〉 중에서
《주영편》은 정동유가 사망한 뒤로도 100여 년 동안 필사되어 읽혔으며, 1931년에 역사학자 정인보에 의해 재조명되었다. 정인보는 1931년 1월 <동아일보>에서 이 책의 의의를 밝히며 “조선의 문학과 지리, 역사에 대해 홀로 터득한 혜안을 찾아볼 수 있는 대저술”이라고 평가했다. 양명학에 기반을 둔 시각과 국고(國故)에 대한 전문적 연구, 훈민정음과 민생에 집중한 사유 등이 이 책이 조선학의 핵심 저술로 손꼽히는 이유였다. 사실 《주영편》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시미즈 겐키치(淸水鍵吉)는 1923년에 ‘선만총서(鮮滿叢書)’ 제8권으로 《숙향전》과 함께 《주영편》의 상권 일부를 초역해 간행했고, 1936년에는 ‘조선총서’ 제1권으로 《목민심서》, 《아언각비》, 《해유록》과 함께 《주영편》의 상하권에서 94칙을 뽑아 번역해 간행했다. 현재 전하는 필사본은 10여 종에 이르는데,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의 안대회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8년의 연구 끝에 학문적 엄밀성과 정확성을 기해 신뢰할 만한 정본 텍스트를 만들었으며 그 정본을 기초로 《주영편-종횡무진 지식인 정동유, 심심풀이로 조선 최고의 백과사전을 만들다》를 번역·출간했다. 조선 후기 지성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정동유의《주영편》을 현대 우리말로 생생하게 되살려내 소개함으로써, 탁월한 조선의 지성인이 탐구한 지적 세계를 경험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623144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2월 01일 | ||
쪽수 | 704쪽 | ||
크기 |
140 * 213
* 40
mm
/ 88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18세기 지식 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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