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성격이 불같고 매우 엄해서 가족들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생활을 하였답니다.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마다 아버지께 “자녀들을 너무 무섭게 혼내고 자녀들의 기를 너무 죽인다”고 수차 말을 하였지만 아버지께서는 들은 척만 하시며 변함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식사를 하다가도 밥 한 톨이라도 땅에 떨어지면 불호령이 났고, 밥그릇에 밥 티가 남아도 큰소리가 났으며, 말하다가도 말을 어물거리면 어물거린다고 큰소리가 혼을 냈습니다. 식사를 하다가도 심하면 주위에 잡히는 대로 들고 때리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 많이 혼나고 맞기도 많이 맞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내가 커서 결혼을 하면 어머니만 모시고 아버지는 모시지 않고 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날 아버지가 자녀들을 너무나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대하셨지만 그렇게 키웠기에 사회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자녀들은 한 사람도 없었답니다.
옛날 저희 집은 방 2칸짜리 오막살이 집이었는데 바로 저희 집이 마을에 사랑방이었습니다. 겨울이면 마을 사람들이 낮이나 밤이나 사랑방에 모여 앉아 노셨고, 밤에는 1년 내내 사랑방에서 놀다가 가시고 때로는 마을에 남의 집 제사가 돌아오면 단자를 보내어 떡과 음식을 가지고 와서 야참을 드시면서 노셨던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마을에 사랑방이 있다는 것은 첫째 인심이 좋아야 하였고, 둘째는 사람을 차별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는 가족들에게는 혹독하였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많이 베풀면서 많은 것을 배려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면에서도 알아주는 분이었고, 일자무식이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정세 등을 누구보다도 꿰뚫어보았고, 주위 사람들에서 많은 인덕을 쌓았습니다. 마을에서 논, 밭, 임야 등을 사고팔고 매매를 하면 아버지께서는 거의 다 중계인 역할을 도맡아 하셨고, 도박이나 윷도 잘 놀으시고 나이를 떠나 차별 없이 놀아주며 허물이 없어서 만인들이 아버지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늘 하시던 말씀이 돌아가시기 전에 묘 터를 잡고 ‘가묘’를 마련해 놓으시겠다고 수차례 자식들 앞에서 유언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양지 바른 곳에 가묘를 마련하여 나중에 두 분이 돌아가시게 되면 어머니와 같이 평생을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아버지가 항시 하셨던 말씀이 “내가 죽으면 이 자리에다 모셔라” 하고 살아생전에 가묘에 자주 들러 관리를 하셨습니다.
이 자리가 양지바르고 따뜻하고 좋다 하셨고 자녀들에게도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하시며 자녀들 앞에서 종종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크게 몸이 편찮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위독하다는 전화 연락이 와서 서울 형님과 동생들에게도 연락하여 집에 오게 하고 나는 아내와 같이 부모님 집에 먼저 도착을 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누워 계셨고 가족들은 다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을 다 알아 보셨고 마을에 사는 어른께서 오셔서 아버지를 보시더니 괜찮다고 하시며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셨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지켜보았고 아버지는 괜찮다 하시며 앉아계셨는데 우리 형제들을 보시더니 내일 출근해야 하니 어서 집에 가라고 하여 우리는 안심을 하고 집에서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5~6km쯤 지났는데 집에서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가 와서 얼른 차를 돌려 집에 와보니 아버지의 눈빛이 이상하게 흔들거렸고 오늘밤을 넘기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랫목에 누워계셨고 형님은 윗목에 앉아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형님 곁으로 엎드려 기어가서는 형님을 끌어안고 몸부림을 치며 형님 품안에서 얼굴을 부비며 저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74세에 돌아가셨고 서운한 마음은 들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버지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편안히 보내드렸습니다.

- 본문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일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