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무도를 향한 열정 끝나지 않은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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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는 붓글씨를 통해 그 길을 가고 도예가는 자신의 영혼으로 자기를 굽는 정성으로 그 이치를 알아가듯 무예가는 자신의 몸을 극한으로 다뤄가며 진리를 추구한다.
평생 전통무술 심무도에 몸담아온 운허 이용원의 자전수필이면서 심무도에 대한 소개를 하는 책이다. 무예수련을 하면서 때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때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기도 하면서 이 시대에 무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저자는 무술의 완성을 위해 어떤 고통과 어려움도 다 참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무예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고 싶거나 수련을 통해 변화와 성취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권유하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용원
무예연구 수련가.
1953년 경북 봉화에서 출생.
강원도 태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업을 위해 서울로 와 중학시절에 처음 무예와 인연을 맺어 평생 무예수련의 외길을 걸어왔다.
단순한 격투기술의 습득을 넘어 무예를 통한 긍정과 선의의 세계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여러 대학 및 기관단체에 무예 강좌를 개설하여 실전무예 지도와 더불어 ‘서늘한 아름다움’으로서의 무예철학 정립에 앞장서왔다.
현재도 후학들과 수련을 계속하면서 武로 인생을 묻고 답하는 구도적인 무예가의 길을 가고 있다.
목차
- 책을 쓰면서
1부. 심무도를 만나다
탄광촌 꼬마, 무인을 보다
이상한 도장
가장 어린 수련생
무술의 원리에 눈 뜨다
여의도 결투
심무도로 명명하다
武의 끝까지 가보자
신비로운 경험들
이종 무술에서 배운 것들
도장을 순례하며 벌인 대결들
살(殺)인가 활(活)인가, 절정에서 부딪친 혼란
해외 무예여행을 꿈꾸며
생활의 무거움
후계자가 되다
2부. 나의 스승 남강 김창석
나의 스승 남강
혹독하게 가르치는 스승
무인으로 태어난 사람
스승과의 대결
3부. 문주가 되어
나의 도장을 열다
내가 스승이 되어보니
외로운 전통무예의 길
지금도 나는 무인이다
책 속으로
보이지 않는 실을 감는 것처럼 양팔을 위아래로 감아 돌리고, 발끝을 응시하며 조심스레 전후좌우로 발걸음을 찍고, 손바닥을 활짝 벌려 앞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하고, 그러다가 한 번씩 “어얏” 소리를 지르며 전광석화처럼 허공을 찌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반사적으로 내 몸도 움찔했다. 사람들의 동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나는 어느새 호흡마저 가빠져 있었다.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들 속에 내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생생한 현실인 걸 알면서도 나는 몽롱했다. 눈앞에서 각기 다른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순간순간 태백의 무인이 싸우던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점점 뜨거워졌다.
나도 이름에 대해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선생의 질문을 받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남강 선생은 늘 마음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무술은 몸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통해 몸을 다뤄가는 것이라 했다. 무술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곧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라 했다. 몸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좇아갈 때에 비로소 기술도 진경(眞境)에 이른다 했다. 그런 말들을 무슨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뭔가를 다그치고 독려할 때마다 ‘공부해서 남 주냐’ 하는 부모들의 잔소리처럼 그때그때 수없이 말해왔었다.
“우리 무술은 마음의 무술이라고 늘 그러셨잖아요. 그러면 마음 심자를 써서 심무(心武),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자리에는 선생의 오랜 지인인 정신과 의사가 동석해있었다. 국내 최초로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법으로 주목받던 분이었다. 그분이 내 말에 반색을 했다.
“심무? 그거 좋으네. 거기에 도(道)자 하나만 붙이면 되겠어. 심무도, 그렇게 하시죠 남강 선생?”
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쁘지 않네” 하고 말했다.
심무도가 명명되는 순간이었다. 1976년 가을이었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선생과 마주 섰다. 바윗덩어리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옛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나는 그 감회마저 얼른 눌렀다. 선생이 먼저 대결 자세를 취했고, 나는 퍼뜩 놀라며 얼른 자세를 취했다.
그다음부터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선생도 없었다. 내 앞에는 싸워 이겨야 할 한 상대가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선생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옷깃, 공기를 타고 전해오는 숨결, 그림자와도 같은 소리 없는 윤곽의 파동만이 느껴졌다. 그리고 성성하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
휙! 휙! 몇 번의 합이 교환되었다. 무아지경이었다. 방금 내가 무슨 기술을 썼는지, 선생이 무슨 기술로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몸에 부딪혀 오는 어떤 기운을 피하고 막았다. 그리고 상대의 몸에서 한 틈 빈 곳이 보이면 찔러 들어갔다. 본능으로 위기를 감지하며 본능으로 상대의 허를 찾았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되면 뛰는 가슴으로 영혼을 만나는 감동을 선사받는다
“이 시대에 무술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자문했던 물음이다. 운동선수가 스타가 되고 국위를 선양한 영웅도 되는 시대지만 심무도 같은 전통무술은 그런 운동에 속해있지 않다. 대중화된 경기가 없어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일 없고 돈을 버는 일도 못 된다. 그래서 직업으로 가져가기도 어렵다. 그런 무술을 왜 평생 해왔을까? 저자는 무술이 그냥 좋았다고 한다. 무술의 완성에 이르기 위해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라도 다 참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무술은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도장에 들어설 때마다 신자가 예배당에 들어서는 경건한 기분이 들고, 이기고 지는 법을 통해 스스로를 탐구하고 완성해 가는 깨우침의 장소가 바로 도장이었다.
도장은 이런저런 이유로부터 오는 불안과 공포, 눈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오는 반응과 습관 등을 맞닥뜨리는 현실의 또 다른 세상이다. 자신을 철저히 느끼도록 도와주는 동료들과 서로의 몸을 내어주고 제한된 대결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누구이며 나의 한계는 어디인지 나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무예수련을 통해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일깨우는 통찰력 습득
그런데 내가 평생을 바쳐 온 무술에서 배운 것들이 이 사회에 한 정신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무리 선의가 있어도 자기를 지킬 수 없고 상대를 제압할 수 없으면 위험한 일에 나서지 못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선의 이전에 힘의 문제다.
무술의 수련과정을 체험한 사람에게는 다른 이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무기(武氣)의 광채가 스며있다. 그들의 눈빛에는 맹수가 사냥감을 노릴 때처럼 무서운 의지가 서려 있다. 수백 마리의 들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자의 위용처럼, 강한 자들은 어떤 곳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움이 없으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위협을 느낄 때는 내 앞의 상대란 그저 피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지 그의 마음 따위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가 조금도 두렵지 않으면 겉이 아니라 그 행위의 이면을 읽게 된다. 정신병 아니고서는 아무나 괜히 그러지 않는다. 그 행위가 얼마나 유치하고 파괴적이든 거기엔 아무튼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이유, 그 마음이 보인다. 그러면 비로소 이해도 되고 안타까움도 생긴다. 상대를 보는 마음에 아무 사심 없는 너그러움이 생긴다. 이것이 ‘무(武)의 길’이다.
하나의 길을 진정으로 알게 되면, 그것으로 다른 모든 길도 만나게 된다
자기가 공부하는 것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거기에서 배우는 것은 단지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기술만이 아니다. 그게 어떤 분야이든 진정으로 완성을 추구하게 되면 세상만사가 흘러가는 이치를 배우게 된다.
축구나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는 식의 말을 우리는 흔히 듣는다. 인생의 이치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세상이 흘러가는 원리는 다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마음에 집중할 때, 치열하고 고독하게 무엇의 끝을 추구하면 어느 날 소스라치듯 깨달음이 찾아온다. 이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순리에 따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내가 무술에 바친 시간들 역시 헛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안다. 그것은 가볼 만한 길이었다. 그 길에서만 배우는 것이 있고, 그 길을 통해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길일 뿐이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다른 길들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내가 아는 것은 무술이다. 내가 아는 세계를 나는 무술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무인이니까.”라고 말하며 무술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술은 그저 하나의 통로요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로 또한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를 진정으로 알게 되면 그것으로 다른 모든 길도 만나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451402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15일 |
쪽수 | 238쪽 |
크기 |
152 * 224
* 18
mm
/ 45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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