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키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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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한때 대중매체의 왕좌를 차지했던 라디오.
땜장이, 애호가, 자작가 들이 일군 라디오 기술문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함께 겪었던 그 시대의 기억들을 들여다본다!
어느 사회에서든 기술은 나름대로 수용되는 궤적을 갖는 편인데, 우리의 경우, 라디오가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을 거쳐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르는 격변기에 해당한다. 그 과정에서 특히 금성사 A-501 라디오는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를 거치면서 ‘국산 1호 라디오’라는 독특한 지위를 얻게 된다. 이후 박정희 군사정부가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라디오를 공보(公報)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라디오 기술은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동원되었다.
역사적으로 라디오는 많은 나라에서 공보(公報) 수단으로 활용되었는데, 라디오가 처음 등장한 시기가 1,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라서 많은 나라에서 라디오가 공보와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이용된 면이 있었다.
우선 루즈벨트 대통령은 1929년 대공황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라디오를 활용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벽난로 주위에서 즐겨들었던 ‘노변담화(爐邊談話)’라는 이름의 담화는 유명하다. 히틀러도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라디오를 선전도구로 삼기 위해 값싼 국민라디오를 보급했고, 괴벨스는 ‘국민의 시간’을 만들어서 집단 청취를 강요했다. 가까운 일본도 ‘국방수신기’라는 값싼 라디오를 보급했고, 아마추어 무선가들이 애국무선대를 만들기도 했다. 박정희가 농어촌라디오 보내기 운동과 스피커 보내기 운동을 적극 수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작가정보
고려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과학기술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과 인문학, 냉전과 과학기술, 과학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이며, 고려대를 비롯해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낯선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기』, 『생명의 사회사』,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학혁명의 구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언던 사이언스』(공역), 『원더풀 라이프』, 『판다의 엄지』 등이 있다.
목차
- | 들어가는 글 | 근대사의 굴곡과 라디오 기술문화의 형성
1부 라디오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
1장. 금성사 A-501 라디오의 등장
국산 제1호-‘수사적(修辭的)’ 정의
군사정부의 라디오 산업 육성과 해외 수출
2장. 박정희의 라디오 4
전쟁과 냉전-라디오, 공보(公報)수단이 되다
루즈벨트와 ‘노변담화(爐 邊談話)’
나치 독일의 국민라디오-‘동원된 청취’
일본의 국방수신기-‘무선보국(無線報?)’과 ‘애국무선대(愛?無線隊)’
박정희의 라디오
밀수품 근절 지시와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
스피커 보급운동과 ‘앰프촌’의 형성
‘스삐꾸’를 아시나요?
김수영의 〈라디오 계(界)〉와 〈금성라디오 A 504〉, 그리고 신동엽
3장. 1960-1970년대 라디오 문화 속에 내장된 ‘기술입국’과 ‘애국주의’
형성기 자작 문화에 배태된 ‘기술입국’과 ‘조국 근대화’
전파과학사와 ‘과학입국’
국민교육헌장과 ‘애국 소년’의 탄생
《학생과학》과 ‘애국적 과학주의’
‘전 국민 과학화 운동’과 라디오 문화
청소년 과학 소설(SF)에 투영된 애국주의
애국주의와 ‘과학 열광주의’의 결합
2부 라디오 자작 문화, ‘장사동 키드’와 ‘라디오 보이’의 탄생
4장. 라디오 기술의 재구성
농촌의 ‘라디오 소년’과 유선방송의 재구성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의 유선방송의 재구성
앰프촌의 재구성-‘쓰쓰돈 돈쓰…’
라디오 ‘청취 양식’의 다양화
5장. 라디오 ‘자작’ 문화의 형성(1)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작 문화를 일궈낸 ‘장사동 키드’
세계적 현상-라디오 자작 문화
우리나라의 초기 라디오 발달사(1924-1947년 전후)
일제 강점기와 전쟁기의 ‘장사동 키드’
6장. 라디오 ‘자작’ 문화의 형성(2)
-60년대와 70년대의 ‘라디오 보이’의 탄생
세운상가의 탄생
미사일, 탱크도 만든다는 세운상가
벤야민의 ‘아케이드’와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전자전람회와 라디오 조립 경연 대회
과학교재사와 ‘키트’의 등장
청소년을 위한 종합 과학잡지와 공작(工作) 기사
『419회로집』과 『007제작집』
‘전파상’이라는 공간
나가는 글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차분하고 교육적인 매체의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는
라디오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라디오는 개발독재의 도구로 그치지 않았으며 TV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중매체로 황금기를 구가했고, 라디오 기술도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유선방송 시스템과 라디오 자작(自作) 문화의 형성으로 독특한 재구성을 이루게 되었다.
1기 자작 문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장사동 키드’는 해방과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라서 애국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실용성에 대한 추구도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다. 2기 자작 문화가 형성되던 시기는, 전자부품 산업이 시작되고 세운상가가 생겨나 안정적인 부품 공급이 가능해지고 《학생과학》이나 《라디오와 모형》 같은 중요한 잡지들과 회로집들이 발간되어 초보적인 전자공학에 대한 설명과 회로도가 공급되었고, 합동과학사와 아카데미과학 등 과학교재사들이 전자 키트를 양산하면서 1기에 비해 대중적 기반이 크게 확장된 때였다. 따라서 라디오와 같은 실용적 전자기기뿐 아니라 취미생활을 위한 일렉트로닉스 제품, 그리고 무선조종(R/C) 엔진 비행기와 같은 고가의 조립 제품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해방 이후 1950년대 말 금성사의 A-501 라디오 출시를 거쳐 초기 광석 라디오에서 이후 규격화되고 양산된 전자 키트로 변형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자작 문화가 당시 문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분석하는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록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유튜브, 그리고 SNS에 한참 밀려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들을 즐겨 들으며 자극적이고 요란한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 비해 차분한 교육적인 매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라디오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의 구성
1장과 2장에서는 ‘국산 최초’ 라디오 칭호를 얻은 금성사 A-501의 등장의 의미를,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군사정부의 요구와 당시 국민적 기대로 분석했고,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라디오가 공보수단으로 동원된 과정을 분석했다. 또한 김수영 시인의 시와 수필, 신동엽 시인의 사례를 통해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라디오가 수용되는 다양한 과정의 ‘긴장’을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3장에서는 1960년대 이후 《전파과학》과 《학생과학》 같은 잡지들에서 나타난 애국주의가 1973년 박정희 정부가 제창한 전국민 과학화 운동에 적극 호응하면서 라디오 기술문화에 배태된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를 분석했다.
4장에서는 농촌의 ‘라디오 소년’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농촌과 도시에서 유선방송이 어떻게 붐을 일으켰는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재구성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5장과 6장에서는 ‘라디오 자작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와 전쟁기의 ‘장사동 키드’, 1960∼70년 세운상가와 전파상을 중심으로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운 ‘라디오 보이’의 모습들을 정리해나간다. 혁신이나 발명은 항상 이런 자작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당시 컴퓨터 자작 문화를 대표했던 홈브루 클럽의 주요 멤버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자작 문화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기술 문화의 미래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207542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30일 |
쪽수 | 228쪽 |
크기 |
142 * 211
* 18
mm
/ 35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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