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리는 신인왕제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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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이갑수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거창에서 자랐다. 부산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식물학을 더 공부한 뒤 여러 우회로를 거쳐 서른 즈음에 출판계에 입문하여 민음사, 사이언스북스에서 일했다. 마흔 즈음에 출판사를 기획하여 세상에 궁리출판을 세우고 대표로 일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산다. 지은 책으로 이 책의 짝이 되는 『인왕산일기』가 있다.
사진 도진호
사진삽도인 도진호는 서울에서 태어나 사진과를 졸업하고 잡지사를 몇 곳 다녔으며 현재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록, 영화, 역사, 야구는 인생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들이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생각을 품고 몇 차례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마흔이 되기 전에 평생 촬영할 주제를 찾는 게 우선의 목표이다.
목차
- 책머리에
가을
10월...
비오는 인왕산을 보다
인왕산에 오르다
낭떠러지에 서서
인왕산의 아름다움
인왕산 호랑이
통인시장의 큰스님
세상구경떠나는 빗방울들에게
골목의 힘, 골짜기의 효과
고구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들
인왕산의 역사
이름을 바꾸다
11월...
믿고 가까움에 대한 일 고찰
오후 4시의 인왕산
문패 있는 골목
막걸리가 콸, 콸, 콸
강이 운다
효자동이발사
청국장 집을 찾아서
차마 할 수 없는 질문
눈물의 씨앗, 눈물의 공장
인왕산의 단풍
나의 늙음과 죽음
영점사미리가 왔습니다!
인왕산에서 제일 높은 곳
겨울
12월...
하늘의 맨발
거문고 소리가 좋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변하는 집
인생의 총량
배꼽 아래 투명한 끈
인왕산의 꼬마 현자
인왕산의 모아이
올해의 사자성어
내 나이 벌써 오후 2시
교대역 지하통로
부드러운 코데타
새 동무, 자호(自號)를 짓다
1월...
풍장하는 나무
방황하는 버스
밤하늘에 보내는 신호
얄미운 몸통
지리산 봄 마중
주상막걸리
참 쌀쌀한 겨울 날씨
시원함에 대하여
인왕산의 안개
나문비를 아시나요
백 년만의 폭설과 그 고독
막걸리출판사
구름, 나무, 사람의 동네
2월...
그래도 하루는 슬피 울어주겠지?
입춘대길
생각의 주인을 찾아서
첫 봄비를 맞으며
인왕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
눈이 오고가는 형식
제자리의 무서움
가족들의 골짜기
둥근 소리
석굴암 가는 길
인왕산의 무늬
생각의 종소리
통인시장 감자탕집에서
봄
3월...
이봐, 겁먹지 마, 이젠 봄이잖아!
어느 조각가와 죽음
인왕산의 해골바위
어제 내린 덤비
봄비를 맞으며 봄비를 부르다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구름의 북소리
바람 부는 바위에 서면
과거는 총천연색
편집된 세상
혀로 보는 세상
부수고 찢고 빻는 옥인아파트
똑, 똑, 똑, 당신은 누구십니까
4월...
통인시장 사람들
인왕산에서의 중얼거림
구름의 속도
인왕의 뒷모습
경주의 구름
이젠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
할머니의 유혹
해골바위 앞의 여러 해골들
오후의 나머지를 겨우 견디는 힘
동리목월기념관에서
할머니 더덕 가게
불국사 옆을 지나며
서울의 봄
5월...
예술의 여백
나의 새까만 눈
서울과 저승
좋은 구름, 나쁜 구름
흙 한 줌
이사 가는 인왕산
호랑이가 돌아왔다
비 오는 첩첩산중
비(飛), 비(非) 그리고 비(雨)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인왕산 너머 저 쪽빛 바다
5백년 후 서울
세상이 둥글다는 증거
여름
6월...
세상을 바꾸는 소식
애월과 옥인
참 이상한 날의 저녁 날씨
꽃들의 인사말
수박
하늘의 한구석을 바라보는 각도
인왕산 꼭대기의 고운 빨래들
더덕 소주
발등바위의 웅덩이
피리부는 착각 사나이
손가락의 끝
그 기쁜 소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고정관념
7월...
수박 같은 세상
삼계탕집 옆 수제비집
인왕의 피서법
거인의 어깨
양자강의 보름달
인왕의 소금
춘천에서 만난 비
고개의 급소
끙끙 앓는 중
구름들의 잔치
인왕산의 자리
칼국수 코스
유무상통의 모래들
8월...
아스팔트의 작은 웅덩이
진미 횟집에서의 마지막 점심
뒤집힌 세상
울보들의 합창
인왕산 계곡이 답하다
전신응시명월 기생수도매화
구름 도시락
매미의 독백
바둑 두는 쭈꾸미 식당 부부
인왕산 기획회의
빨간 티셔츠의 부부
먹구름속에서 천둥이 울 때
퇴장하는 매미들
다시, 가을
10월...
잘 가거라, 알렙
가죽나무를 위하여
사과처럼 환하게 영글어가는 중
비 오는 날의 가뭄
9월 10일의 시 한 편
가을의 노래
해안선과 천안선
내 지갑 속의 인왕산 계곡
내가 놓친 사람들, 나를 떠나간 얼굴들
인왕산에서 다섯 시간 체류하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모든 게 그대로인데 나만 사흘을 더 늙었네
세상의 모든 퇴근
책 속으로
인왕산에 올라가 본다. 인왕산이라고 저기 산에 인왕만 있는 게 아니다. 소슬한 밤, 귀뚜라미 운다고 창문 너머에 귀뚜라미만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그곳에는 어렴풋한 옛생각, 진한 흙냄새, 물컹한 벌레 등 많은 것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산자락에서 시작하여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면 오롯한 오솔길, 크고 작은 바위들, 흩어지는 흙알갱이, 꼬물꼬물 송충이, 행렬 지어 가는 개미떼, 맨몸이 드러난 나무뿌리 등등을 차례로 볼 수가 있다. 이윽고 정상에 서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가 발아래에 나타나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내 눈으로 꼼짝없이 포획되는 서울시 여러분과 하늘 아래 여러 것들! 아, 아찔한 맛도 모른 채 낭떠러지 아래에 널브러져 있다. (<인왕산에 오르다> 중에서, 14쪽)
오리 새끼는 태어날 때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알고 쫄쫄쫄 따라 다닌다고 한다. 이른바 각인효과라는 것이다. 내가 왜 비를 좋아할까. 혹 그 또한 각인효과의 일종은 아닐까. 내가 이 세상에 처음 도착한 날의 날씨가 궁금했다. 음력 생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뒤 기상청에 들어가 보았더니 1960년 이후부터 기상 상황이 날짜별,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에서도 내 나이는 늙음이었다. 하는 수 없어 민원실로 직접 전화했다. “1959년 8월 X일 부산 지역의 날씨가 어땠나요. 비가 왔나요.”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대답과 함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수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건너왔다.
그날 내가 태어난 날. 오리 새끼와 사람 새끼가 실상 뭐 그리 다르겠는가. 하지만 오늘날 굳을 대로 굳어진 나와는 달리 그날 그 녀석은 피부호흡도 하였을 것이고, 정수리 뚜껑도 열려 있었을 것이다. 포대기에 싸여 있어도 창밖의 기미는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안 왔다면 그 이후 처음 온 날이 언젠가요, 물어볼 요량이었다. 내 생일날 비가 오고 안 오고가 지금에사 뭐 그리 대수랴. 하지만 별 게 아니라 해도 제법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이윽고 빗소리 같은 소리를 뚫고 대답이 날아들었다. “비가 왔습니다. 영점사미리가 왔습니다.” 아, 0.4mm의 비! 내 좁은 발바닥에 제법 찰랑대고도 남을 영점사밀리미터의 비! 나를 충분히 적시고도 남을 작은 비가 왔단다! 무슨 큰 상이라도 받은 듯 내 인생에서 큰일이라도 벌어진듯 기분이 우쭐, 해졌다.(<영점사미리가 왔습니다!> 중에서, 56쪽)
출판사 서평
매순간 변하는 인왕산을 사진으로 중계해보면 어떨까?
인왕산 아래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중에는 출판사도 하나 있었다. 그 출판사에서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매일매일 인왕산을 사진으로 찍어보자. 늘 같은 모습으로 제자리에 있는 산이지만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늘상 다른 모습의 인왕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2009년 9월부터 다음과 같은 짤막한 각오와 함께 궁리출판 홈페이지에 인왕산의 모습을 찍고 글 하나를 올리기 시작했다. “1751년 겸재 정선이 인왕산을 그린 이후, 260년이 흘렀습니다. <인왕제색도>를 펼쳐들고 실제의 인왕산과 번갈아보면 유장한 세월의 흐름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한다 해도 끽해야 30년도 힘들겠지만 아무튼 매주 2회 이상 인왕산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인왕산은 하늘의 한 입구이니 문득 세상 바깥이 궁금하실 양이면 이 문을 통해서 저 너머의 안부를 물어보심이 어떨는지요?”
그렇게 ‘빛으로 인왕산 그리기’는 시작되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찾아왔다. 인왕산의 전경을 찍기에 좋은 포인트를 찾아 헤매던 중 어렵사리 한 지점을 구했는데 그곳은 바로 겸재 정선의 집터인 인곡정사가 있던 곳이 아니겠는가. 맙소사, 그곳은 바로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렸던 자리였던 것이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의 책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알고서 사진 찍는 지점에 서면 세월의 한 갈피를 넘기는 심정으로 셔트를 누르게 되었다. 사진을 보고 쓰는 글에도 마찬가지의 심정이 적용되었다.
작업을 해나가다가 한 가지 꾀가 추가되었다. 서울의 한 지점에서 인왕산을 찍듯 인왕산에서 서울의 한 지점, 서울의 풍경을 찍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왕산 일기』가 추가되었다. 그리하여 지난 1년간 저자들은 매주 월, 수, 금요일에는 인왕산을 화, 목, 토(일)요일에는 인왕산에서 남산을 중심으로 한 서울풍경을 찍었다. 그리고 그에 맞는 글 한 편을 올렸다. 그 결과가 두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린 260년 뒤,
우리는 겸재 정선의 집터에 서서
빛으로 날마다 새로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
‘인왕산’을 테마로 한 이 한 쌍의 책을 펼치면, 한 권에는 인왕산이, 다른 한 권에는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같은 모습을 한 채 독자들을 반긴다. 머리에 이고 있는 하늘 조명의 상황에 따라 인왕산과 서울의 모습은 무한 변주된다. 어떤 대상을 반복하여 기록한다는 것. 이는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은 물론 꾸준한 성실함이 없으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영화 <스모크>에서 모티브를 얻어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봤을 때 한눈에 들어온 인왕산의 모습. 그리고 인왕산에 올라 세상을 향해 안부를 물을 때 늘 바라보이던 남산.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9월까지 기록된 이 두 지점 사이에는 사람 사는 냄새와 흔적이 온전히 남아 있다. 우직하게 한 곳만을 응시하는 이 책들에서, 저자는 ‘나’에 대해 줄곧 이야기하고 있지만 책 속 글들에는 ‘당신’의 흔적, ‘사람’의 자국이 남아 있다. 그 사람은 ‘나’와 어깨를 부딪친 적이 있을 수도 있고 눈이 마주쳤을 수도 있다.
인왕산에서 인왕을 만나며 자신을 바라보다!
한양의 어느 한 산이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할 무렵 인왕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렇게 인왕산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들었지만 말이나 글이나 기억으로밖에는 인왕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마침내 조선에 진경산수화의 시대가 열렸다.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인왕산을 항상 보면서 자란 겸재 정선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평생의 벗이 세상을 뜨자 그를 그리워하며 그림 하나를 그렸다. 이것이 바로 걸작 <인왕제색도>(1751). 그로부터 180여 년 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필자와 사진작가들이 여러 차례 조선을 방문해 취재했다. 1933년 인왕산은 이 잡지가 원구단, 조선총독부의 모습을 찍을 때 그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2005년 화가 오용길은 수묵담채로 <서울-인왕산>을 그렸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오늘에 이른 인왕산은 때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든든한 배경이 되면서 그 산자락에 아래 사는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왕산으로 떠난, 인왕산에서 떠난, 일 년 간의 여행
『신인왕제색도』와 『인왕산일기』는 한 편의 여행기이기도 하다. 넓게 돌아다닌 이야기는 아니다. 멀리 나간 이야기도 아니다. 신기한 것을 쫓은 것은 더구나 아니다. 여행은 여행이되 제자리 여행이었다. 모든 여행은 다 떠난 자리로 되돌아온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제자리를 그리워하는 게 또한 여행의 숙명이기도 하다. 여행이란 제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떠나는 동작이기도 하다. 저자들이 제자리 여행을 하듯 인왕산도 서울의 풍경도 제자리에서 온갖 변화를 엮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변화는, 그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두 권의 책은 그 여행의 한 토막을 희미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202028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2월 15일 |
쪽수 | 353쪽 |
크기 |
170 * 225
* 30
mm
/ 69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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