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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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광섭
저자 김광섭은 2007년 9월부터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아시아를 돌아본 후 유럽으로 건너가 카우치서핑으로 숙박하며 터키, 불가리아, 세르비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6개월간 여행했다. 지금도 여행에 관련된 일들을 하며 다시 길 위로 떠날 날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 닉네임은 ‘오사바사한 광섭군’. ‘오사바사하다’란 ‘굳은 주장 없이 마음이 부드럽고 사근사근하다, 잔재미가 있다’는 의미가 담긴 순 우리말이다.
사진 김광섭
목차
- 1. 야오마, 나의 첫 카우치서핑 호스트
2. 카밀라와 일곱 명의 폴란드 아가씨
> 리베르따스의 독백 1
3. 날개 없는 천사, 니콜라이와 나타샤
4. 내 마음을 열어젖힌 싱글
5. 에리니, 그리고 금발 미녀의 헌팅 거절하기
6. 페타르와 스토잔카, 어긋나도 인연은 인연
7. 이고르네 동양인 만취사건
8. 안젤리나와 카우치서핑 정기모임
> 리베르따스의 독백 2
9. 나의 첫 남자 호스트 알렉스
10. 레이첼, 암스테르담의 크리스마스
11. 미래, 나의 첫 한국인 호스트
12. 자나, 첫 카우치서핑 게스트
13.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폴란드 아가씨 에바
14. 나탈리와 라디오 방송
15. 바트와 또 하나의 가족
> 리베르따스와의 대화
16. 라티샤에서 앨리스까지 100km
17. 아미나, Lucky Happy Paris
18. 크리스텔 그리고 리베르따스
> 리베르따스의 마지막 독백
> 카우치서핑 매뉴얼
> 저자의 말
책 속으로
“야오마. 왜 내 카우치 요청을 수락해준 거야?”
“음… 사실 약간 고민하긴 했어. 네가 내 첫 남자 게스트거든.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겠어서, 네 카우치서핑 프로필을 자세히 읽어보고 사진들도 다 확인했어. 카우치 요청메일이 예의발랐고, 프로필도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더라. 착한 사람처럼 생겼더라고. 그래서 수락했는데… 사실 어제 봤을 때 사진하고 달라서 좀 놀라긴 했었어. 실수한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고.”
그녀가 뭔가를 더 이야기 할까 말까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런데, 넌 내 프로필 읽었어?”
“그럼, 당연하지.”
“여자 게스트를 선호한다고 써놨는데, 왜 나한테 카우치 요청을 했어?”
“어?”
순간 당황했다. 카우치서핑은 호스트가 선호하는 성별을 자신의 프로필에 표시해두어 조건이 맞는 사람을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성별 외에 나이, 언어, 흡연여부, 애완동물 유무 등도 있다. 하지만 사실 카우치 요청 메일을 보내기에 급급해서 전체 프로필을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여자를 선호한다고 써놨다니, 뭐라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12쪽, <야오마, 나의 첫 카우치서핑 호스트>)
카밀라가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 누운 지 20여분 정도 지났는데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는가 보다. 혹시 내가 남자라서 불편한 건가? 그녀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남자와 단둘이 자는 건 처음인 건가? 카우치서핑 경험은 있다고 했는데… 아니면… 에이, 설마! 빨리 잠을 청해보려고 몸과 마음을 완벽취침모드로 변경했지만 이미 시작된 생각은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외국인은 한국인들보다 성적으로 훨씬 개방적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머리 속 어딘가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오랫동안 솔로로 길 위에서 살다가 갑자기 만난 아가씨들 덕에 남자의 본능이 살아나려고 꿈틀대는 건가? 내가 이런 생각 중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카밀라는 계속 뒤척거리고 있었다. 이런 얄팍한 욕망 따위에 당할 내가 아니다. 이러려고 길 위에 나온 것도 아니다. 나는 내 안의 욕망이라는 악마와 잠시 실갱이를 벌였다.
슬쩍 고개를 돌려 카밀라 쪽을 바라보았다.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이 창문을 통해 얼핏 들어오는 빛에 비친다. 편안한 얼굴로 미소짓는 듯이 1미터 너머에서 자고 있는 카밀라의 얼굴을 보니, 나 혼자 정신병자 같은 상상을 한 게 어이없어지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22쪽, <카밀라와 일곱 명의 폴란드 아가씨>)
내 이름은 리베르따스(Libertas) 2세. 광섭군과 함께 세계일주를 시작했던 위대한 자전거 리베스따스 1세의 후계자다. 리베르따스는 라틴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이 이름을 지은 것도, 물이 다 끓었다며 싱글벙글하는 저 인간의 소행이다.
자유라. 내가 다른 자전거들보다 괜찮은 처지이긴 하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것이 우리 종족의 숙명이자 본능이다. 그러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고루 느끼며 세상 이곳저곳을 다니는 지금의 처지가 감사할 일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문제는, 내 파트너인 광섭군의 욕심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가 광섭군의 짐덩이 80kg를 매일같이 이고 끌고 다녀야 한다. 짐을 실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 꽁무니에다가 돌돌45라는 이름의 짐수레까지 달아 놓았다. 날렵한 내 옆구리에 주렁주렁, 이게 뭐야. 내가 파트라슈냐? (23쪽, <리베르따스의 독백 1>)
나타샤가 점심 준비를 시작하자, 니콜라이가 혹시 술 마시냐고 물었다.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 중이라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더니, 불가리아에 왔으면 라키아 맛을 봐야 한다고 하며 한 잔 따라준다. 자신이 직접 자두에서 양조한 것이라며, 베스트 퀄리티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다는 설명이 붙었다. 직접 양조했다니, 이 니콜라이라는 친구는 대체 어디까지 날 놀라게 만들 수 있는 건가? 이어서 빨간 무언가가 담긴 유리병을 또 하나 꺼내온다. 안주로 꺼내온 그것은 파프리카 절임이었는데, 역시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로 만들었다고 했다.
라키아는 생각만큼 독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파프리카 절임이 너무 맛있었다. 그동안 길 위에서 만난 어떤 절인음식보다도 최고였다. 팬 위에서 적당히 파프리카를 구워서 껍질을 제거한 뒤 식초와 올리브오일 등 각종 향신료를 넣고 숙성시키면 된다는 이 절임을 지금까지도 불가리아 최고의 음식으로 꼽는다. 집에서 직접 구운 빵과 콩 스프, 토마토와 올리브, 그리고 오이에 크림치즈를 버무려 만든 샐러드와 파프리카 절임까지. 나타샤가 만든 홈메이드 점심은 건강식임은 물론이고 맛도 좋았다. (31쪽, <날개 없는 천사, 니콜라이와 나타샤>)
주먹만한 얼굴에 커다란 눈동자, 오똑한 콧날,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금발머리, 하얀 블라우스에 스키니진을 입은 그녀는 미끈한 몸매를 비트에 맞추며 날
출판사 서평
인터넷에서 ‘카우치서핑’을 검색해 보자. 카우치서핑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당신이 내가 사는 마을에 놀러온다면 그냥 재워 주겠다, 동네도 안내해 주겠다. 그러니 우리 집에 하룻밤 묵고 가시라’고 손을 내미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도 전 세계 곳곳에서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행운이자 호의다.
반대로 현지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희들끼리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서 스쳐 지나가곤 한다. 괜히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호기심이 생긴다. 저들과 내가 친구라면,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맛집이나 명소도 다 알려줄 수 있는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배낭 하나 달랑 지고 여행가고 싶은데, 그때 현지인 친구 한 명도 못 만들고 쇼핑몰만 돌다 오긴 싫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우리 동네에 찾아온 이방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전 세계 여행자들과 지붕을 나눈다, 카우치서핑
이러한 상반된 필요성을 연결시켜 주는 커뮤니티가 바로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다. ‘카우치’란 침대로 쓸 수 있는 긴 소파를 가리키는 영어이며, ‘서핑’은 찾는다는 뜻이다. 즉 ‘잠자리 탐색’이라는 뜻의 신조어로서, 여행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현지인들과, 그 마음에 감사하며 하룻밤 신세 지는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인터넷 커뮤니티(www.couchsurfing.org) 및 그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카우치서핑은 잘 곳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비영리 커뮤니티 서비스로서 2004년에 오픈했다. 그러나 지금의 카우치서핑은 단지 무료 숙소를 찾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국제 SNS가 뜨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카우치서핑 사이트에서도 많은 한국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 김광섭은 2007년 9월부터 자전거를 타고 4년 7개월간 세계를 돌았다. 동남아시아를 돈 후에 호주로 갔다가 터키로 건너간 그는 터키에서부터 시작해 불가리아, 세르비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카우치서핑으로 6개월간 숙박하며 여행했다. 이 책에는 그렇게 유럽을 횡단하면서 그가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카우치서핑으로 알게 된 현지인들이니만큼, 각자 사정이나 직업 등이 전부 다르다. 터키에 거주 중인 중국인, 불가리아로 유학 온 폴란드 기숙사생, 피에로 일을 하며 먹고사는 젊은 부부, 불가리아인 미혼모까지. 이들과 저자 사이에 오가는 순수한 호의와 따스한 마음이 카우치서핑의 진정한 매력을 이끌어 낸다.
■ 21세기의 방식으로 18세기식 방랑을 시작한다
카우치서핑이 갖는 매력 중 가장 솔깃한 요소는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것은 결코 최고의 장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방인으로서 수박 겉핥기로 머물다가 훌쩍 떠날 수밖에 없는 여행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곳에서 자라고 일하고 살아가는 현지인의 집에 들어가서 함께 먹고 자고, 서로의 생활방식을 나누고 문화를 교류하는 것은 소위 ‘돈을 주고도 못 살’ 경험이다(물론 돈도 내지 않는다!).
또한, SNS가 있기에 가능해진 여행법인 것치고는 너무나도 예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양면성도 카우치서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생각해 보라. 매일매일 ‘위험’과 ‘치안’의 문제를 경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낯모르는 여행자를 재워 주고, 또 처음 보는 집주인의 집에 들어간다. 이러한 카우치서핑식 여행법은 인터넷과 SNS로 전 세계 곳곳이 엮인 지금이기에 가능해졌다. 사전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고, 그렇기에 신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첨단 기술에 힘입어 생겨난, 더할 나위 없이 디지털적인 접선 방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행 방식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점이다. 마치 팔도를 유람하며 길을 가다가 민가의 대문을 무작정 두드리고 ‘주인장 계신가!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 했다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여행담과 비슷하지 않은가. 대문 너머에 있는 것은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나 지네가 아니지만, 어떤 의미로는 여우나 지네만큼이나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카우치서핑에서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과 교류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곧 세상 모든 이와 친구가 되려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색다른 여행을 하다 보면 주의해야 할 점도 있는 법. 저자는 풍부한 경험을 살려서 카우치서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챙겨두면 좋은 점, 꼭 알아야 하는 내용 등을 팁으로 알려주고 있다. 또 책의 맨 뒷부분에는 카우치서핑을 시작하는 방법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전하게 다녀오려면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공간과 마음을 나누는 모범적인 공유경제 여행법인 카우치서핑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점점 높아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론지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 보라. 여행이란 그저 낯선 곳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친구가 됨으로써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074564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8월 02일 |
쪽수 | 190쪽 |
크기 |
145 * 210
* 20
mm
/ 32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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