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 속에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나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가족의 구성 단위가 세상의 중심이 된다.
어렸을 적, 나는 정말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또 부족한 것 없이 자랐던 엄마는 딸 치장에 욕심을 부리며 딸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우리 가족에게 하나 둘 씩 상처를 주면서 흐르기 시작했고, 그런 상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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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 속에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나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가족의 구성 단위가 세상의 중심이 된다.
어렸을 적, 나는 정말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또 부족한 것 없이 자랐던 엄마는 딸 치장에 욕심을 부리며 딸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우리 가족에게 하나 둘 씩 상처를 주면서 흐르기 시작했고, 그런 상처 속에서 울고 지쳐하다보니 어느 새 넓던 우리집은 단칸방으로 변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눈에 보이는 것이 있어 내게 이런 환경을 준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바로 무너지지 않고 일어서려고 노력했던 부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빠는 양복을 벗고 편한 옷차림으로 친구분과 납품일을 하다가 택시 일을 하게 됐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개인 택시까지 나와서 안정된 노후까지도 바라보고 계시다. 그리고 엄마도 자신의 음식 솜씨로 인정을 받으며 쉬엄쉬엄 일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 역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환경에 점점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없는 환경에서도 엄마 아빠의 부지런함 속에 슬픔이 아닌 즐거움을 알아가는 아이가 되어갔다. 그때 당시 친구가 "힘내!" 라고 말해 준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우리를 위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이 "힘내자!" 라고 말해줬던 것이다. 그로 인해 비록 유년의 배경은 가난했으나, 정서적으로는 풍요롭게 기억된다.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때면 그 시끌벅적함과 끊이지 않는 웃음 소리가 제일 먼저 귓가를 두드리니까.
<아빠 좀 빌려 주세요>는 여섯 개의 짧은 단편 동화집이다. 작가가 미리 밝혔듯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면서 사회의 기준 속에서는 소외 혹은 부족함이 드러나는 가족의 모습일지라도 그 가족을 이루는 존재들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만든다.
어른의 세계에만 비교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어른 못지 않게 비교 문화가 존재하며, 그것으로 친구들간의 등급을 매긴다. 그래서 '아빠의 얼굴'을 비롯한 여러 단편 속 주인공들이 그로인한 상처를 받게 된다. 아빠의 직업에, 반지하가 집이여서, 화상당한 아빠의 흉측한 얼굴때문에, 아빠의 부재에, 또는 부모가 아예 없어서 삶이 힘들기도 하다. 가난 속에 서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은 곧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지, 자신의 모습을 잘 찾아낸다. 아빠 직업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빠의 어깨에서 솟아오르는 날개를 발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아이가 있다. 또 가족의 의미를 되찾고, 밝은 모습으로 희망을 품으며 일어서려는 아이도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예쁜지 모른다.
내가 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이 넉넉한 가정에서 배부른 투정을 일삼으며 자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만나면 쉽게 투정을 부리고, 미운 말만 골라하면서 자기 편한대로만 하려고 한다. 그럴때면 애가 얄미워서 속이 뒤집힌다.
한번은 그런 아이 중에 하나가 '열평 아이들' 이라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집 평수는 45평인데, 이런 코딱지 같은 집에 사는 아이들은 속도 코딱지라면서 더럽다고 했다. (정말 열평 아이들에 대한 감상평은 늘 아이들에게 아쉬움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같다.) 평소에도 거만하기가 하늘을 찌르고, 자신보다 낮은 계급에 속한 아이는 가차없이 짓밟기를 하는 아이기에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아이 얼굴의 여드름을 바늘로 다 터뜨려 주고 싶었다. 이것 역시 부모의 영향이 크다.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것, 보는 것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니까. 그래서 첨삭에 이렇게 썼다. "네 마음은 코딱지보더 더 작고, 때가 탄 것 같아 안타깝구나. 넌 그저 부모를 잘 만난 행운만 있는 아이일 뿐이야. 그것에 감사하고 주변 친구들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는 내 첨삭에 보기 좋게 콧방귀를 뀌었고, 여전히 위풍당당했다. 그러자 그 아이의 부모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상담 때도 우리 아이만 최고,하던 그 아이의 엄마 목소리도 씁쓸했다.
그런 엄마들이 자식 교육을 망치고, 나라도 망치고, 힘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자꾸 상처를 낸다.
나 역시 '결핍'의 시기를 겪어 봤기에 어쩌다 그런 아이를 만나게 되면 남같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감싸안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아이들 앞에서는 조용히 자신을 숨기려고 했다. '너는 그 자체로도 참 예뻐' 라고 말해주는데도 스스로 주변의 아이를 보며 '내가 제일 못 났어!' 하는 것이다. 내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좋은 동화 하나가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생각의 부모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결핍'된 부분을 동화가 채워주고, 치료해 주는 것을 확인할 때는 작가에게도 참 고마운 심정이 된다.
힘든 상황 속에 혼자만 서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어린 아이에게는 더 없이 상처를 주는 일이다. 아직 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많은 나이에 어린 시절의 결핍때문에 자신의 씨앗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를 보면 그래서 마음이 짠하다.
<아빠 좀 빌려 주세요>, 지금 자신이 친구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날개가 되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너는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어! 네 안에는 미래로 향하는 무궁무진한 힘이 들어 있단다. 그 힘은 네가 사용하기 따라서 더 세질거야! 주변을 의식하지마!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한 가족을 바라보며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꿈을 꾸면 돼.'
*동화 책 속의 그림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그림만 봐도 뭔가 느낌이 오는 듯한 기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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