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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재강
저자 이재강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KBS에서 기자가 되었다. 시사보도팀에서 세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분석을 무기로 다년간 취재활동을 하면서 시사 전문 기자로 성장했다. 인도가 격동의 시기에 있던 2007년, 뉴델리에 부임하면서 파란만장한 특파원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임 이듬해인 2008년 뭄바이 테러, 칸다말 학살 현장의 한가운데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 시절, 항상 책을 낀 채 남아시아 구석구석을 누빈 그에게 언제나 ‘공부하는 현장 기자’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한국에 돌아와 현재는 <특파원 현장보고> 데스크 겸 앵커로 일하고 있다.
목차
- 서문
1부 : 가문의 제국
1. 심판의 날
2. 12억 인도를 이끄는 여자
3. 운명을 바꾼 만남
4. 철의 여인, 인디라
5. 1,000년 만에 승리한 전쟁
6. 역사를 바꾼 판결
7. 예고된 패배 그리고 시련
8. 후계자의 죽음 그리고 다가오는 운명
9. 거목이 쓰러지면 땅이 흔들린다
10. 마지막 작별, 피할 수 없는 운명
11. 소냐, 마침내 인도 앞에 서다
12. 인도를 주무르다
13. 소냐, 시어머니를 뛰어넘어
14. 가문의 이단아, 또 다른 간디
15. 라훌의 시대가 온다
2부 : 극좌에서 극우까지, 시바에서 예수까지
16. 얼굴 없는 게릴라, 낙살라이트
17. 시대착오자인가, 마지막 이상주의자인가?
18. 흔들리는 좌파
19. 기로에 선 세계 최장기 좌파 정권
20. 인도의 지도는 지금도 그려지는 중
21. 뭄바이의 ‘파괴적 지역주의’
22. 인도의 합법적 테러리스트
23. 증오와 갈등의 상징, 바브리 사원 파괴
24. “힌두여 단결하라!”
25. RSS를 알아야 인도가 보인다
26. 세상을 흔든 이혼 소송
27. 인도인민당의 도전과 성취, 그리고 좌절
28. 증오의 씨앗, 인도를 삼키다
29. 영원히 식지 않는 땅, 카슈미르
30. 인도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이름, 만달
31. 카스트의 힘, 세상을 바꾸다
32. 세상 밖으로 나온 불가촉천민
33. “힌두로 태어났지만 힌두로 죽지 않을 것이다!”
단체 및 용어 정리
책 속으로
12억 인구의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소냐 간디 여사다. 2011년 현재 65세. 회의당 당수이자 회의당이 주도하는 연립정권 진보연합 의장이다. 그녀의 집이자 집무실이 있는 뉴델리의 ‘잔패스 10번지’는 그래서 권력의 중심으로 여겨진다. 내각제 국가에서 권력의 1인자는 총리이기 마련이지만 ‘레이스 코스 7번지’ 총리 공관의 위상은 언제나 잔패스 10번지에 뒤떨어진다. 심하게 말하면 만모한 싱 총리는 얼굴마담격이고 실권은 소냐가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 (P.19)
그러나 만모한 싱이 가진 진짜 중요한 덕목은 권력의 1인자 소냐에게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애초부터 권력에 대한 의지가 약한 캐릭터일 뿐더러 총리라는 막강한 직위에 오른 이후에도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자기 사람을 심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결국 소냐가 보내주는 굳건한 정치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정에 전념하는 총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냐와 만모한 싱 사이에는 불화가 표출된 적이 거의 없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만모한 싱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P.24)
전쟁을 진두지휘한 인디라 간디 총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아버지 자와할랄 네루는 1962년 국경 문제를 놓고 중국과 벌인 전쟁에서 철저하게 패배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건강도 잃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중국군에 농락당했다는 수치심으로 네루는 갑자기 늙어갔고 전쟁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그의 딸 인디라 간디가 인-중 전쟁 후 9년 만에 벌어진 동파키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며 동파키스탄을 ‘독립’시킨 것이다. 인도인들은 인디라 간디를 통해 패배를 모르는 여신 두르가를 보았다. (P.42)
‘푸른 별 작전’이 벌어진 지 약 6개월이 지난 그해 10월 31일, 인디라 간디 총리는 여느 때처럼 거처를 나서 집무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집과 집무실은 담 하나만 지나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이때 곁에 있던 경호원 빈트 싱이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그녀를 향해 발사했다.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거의 동시에 다른 경호원 사트완트 싱이 달려와 무려 25발을 난사했다. 두 사람은 모두 시크교도였다. 6개월 전 황금사원이 유린당한 데 대해 다른 시크교도와 똑같이 분노를 느끼던 사람들이었다. ‘푸른 별 작전’ 후 인디라 간디의 측근들은 “시크교도의 정서가 심상치 않으니 경호원 가운데 시크교도를 교체하라”고 요청했지만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P70-71)
정계의 거물을 맞는 스리프룸부두르 야외 유세장은 회의당 당원들과 일반 유권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열해 있는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단상을 향하던 중, 군중 틈에 섞여 있던 한 여인이 라지브에게 다가와 화환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라지브의 신발에 손을 대려는 듯 허리를 굽혔다. 인도에서 허리를 굽혀 상대방의 신발에 손을 대는 행동은 존경의 표시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순간 거대한 불꽃과 폭발음이 일어났다. 여인이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던 폭탄을 폭발시킨 것이었다. 1991년 당시만 해도 자살 폭탄 테러는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 아니었다. 더욱이 여성이 자폭 테러를 감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코앞에서 터진 폭탄으로 라지브의 몸은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훼손되었다. 다른 15명도 현장에서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이때 라지브의 나이는 47세였다. (P.78)
이들은 물론 ‘가정주부’ 소냐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건 것은 아니었다.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의 흥망성쇠를 곁에서 지켜본 그녀였다. 총리의 아내로 남편에게 국정에 관한 조언을 해온 그녀였다. 1968년 네루-간디 가문으로 시집온 이래 23년 동안 그녀는 정치에 둘러싸여 있었다. 현실 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고 참여할 뜻이 없었을 뿐이지, 소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소냐는 자신에게 줄을 놓으려는 정치인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이들을 지지하거나 나라시마 라오 총리에게
맞서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P.85)
그러나 인디라와 소냐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누구를 위해 권력을 추구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일단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진부한 구호는 제쳐놓고 보자. 인디라는 자기 자신이 손에 쥐고 휘두르기 위해 권력을 추구했다. 둘째 아들 산자이를 최측근으로 두기는 했지만 인디라는 권력의 최종 소유자가 자신임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 반면에 소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말하면 권력을 아들 라훌로 넘겨주기 위해 먼저 그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다. (P.98)
출판사 서평
인도를 온전히 읽는 단 하나의 키워드, 《인도, 끓다》
《인도, 끓다》는 여행과 명상의 나라로만 인식되던 인도의 신비로운 베일을 벗겨내 정치사회적 실체를 보여준다. 민족주의와 비폭력주의로 인도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마하트마 간디와 자와할랄 네루가 세상을 떠난 이후, 인도는 극심한 혼돈의 시기로 빠져들어 갔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카스트의 폐해를 개선하면서 인권이 신장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갈등, 종교 갈등, 그리고 좌우파 간의 정치적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저자는 2007~2009년 KBS 뉴델리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뭄바이 테러, 칸다말 학살을 직접 취재하면서 인도를 관통하는 정치와 종교, 지역 갈등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총격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하면서 굵직굵직한 사건은 물론이고, 각종 언론의 뉴스부터 길거리 정보까지 폭넓게 수집하고 검토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 경제 대국 브릭스(BRICs)의 하나인 인도. 그 화려함과 신비한 면에 가려진 정치·사회 현실을 봐야 인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인도 정치의 거목 ‘네루-간디’ 가문, 농민 혁명의 발로인 공산 반군 낙살라이트,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이 극적으로 드러난 뭄바이 테러, 불가촉천민의 아버지 암베드카르 등 현대 인도를 이해함에 있어 꼭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통해 인도의 진면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꾸는 여행지이자 명상과 종교의 나라. 찬란한 인더스 문명의 발원지. 우리를 ‘동방의 등불’이라 칭한 타고르의 나라이자, 비폭력주의의 마하트마 간디와 성녀 테레사 수녀가 생을 마감한 땅. 우리에게 인도는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인도는 상상 이상으로 세속적인 나라다. 베일을 한 꺼풀만 벗겨보아도 치열한 정치 싸움, 종교 갈등과 반목, 카스트 차별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첩첩이 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KBS 뉴델리 특파원으로 인도와 마주한 저자는 북부 카슈미르 계곡부터 남쪽 땅끝 칸야쿠마리까지 온 나라 구석구석을 취재하면서 진짜 인도를 읽어낸다.
이탈리아 태생의 여걸 소냐 간디가 휘어잡고 있는 나라. 종교 갈등으로 수천, 수만의 사람이 죽어 나가는 나라.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인 불가촉천민이 총리를 꿈꿀 수 있는 나라. 이 책을 통해 인도를 하나로 완성하는 순간, 우리는 인도의 실상에 완전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문의 제국 - 인도를 지배하는 이름, 네루-간디
인도에도 케네디 가(家)와 같이 명문 정치가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인도는 네루-간디 가문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건국의 일등공신 자와할랄 네루, 그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 그녀의 장남 라지브 간디가 총리를 지냈고 이제는 라지브의 아들인 라훌 간디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총리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라지브의 아내이자 라훌의 어머니인 소냐 간디는 현 인도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네루-간디 가문은 인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동시에 피바람을 불러왔다. 그래서인지 이 가문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인디라 간디의 둘째 아들 산자이 간디가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그로부터 4년 후 인디라 역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1984년 어느 날, 인디라가 여느 때처럼 거처를 나서 집무실로 걸어가던 길에 경호원들이 권총을 난사한 것이었다. 이들은 인디라의 지시에 따라 황금사원이 유린당한 데 대해 분노를 느끼던 시크교도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큰아들 라지브 간디는 타밀 반군의 자폭 테러로 폭사하고 말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있는 정치 현상은 아니지만, 네루에서 라훌로 이어지는 권력의 이양 과정은 12억 인구의 선거를 통해 이뤄진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던 네루-간디 가문의 사람들은 그 배포를 물려받은 것인지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자마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민주적인 세습’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시바에서 예수까지, 극좌에서 극우까지
인도에서 암살이나 테러는 주로 종교 집단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12억 인구의 인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 역시 사람들만큼이나 많다. 힌두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불교, 시크교 외에도 다양한 소수 종교들이, 그리고 그 신도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켜내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종교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인도에서 일어나는 테러는 대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자행된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단순히 ‘악(惡)한 세력’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슬림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수 극단주의자들을 테러로 몰아붙인다. 힌두 민족주의 세력이 무슬림을 탄압할수록 무슬림은 더욱 더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아요디야 사태다.
1992년, 아요디야에 있는 이슬람 사원 바브리 마스지드를 향해 모여든 힌두 광신자들은 이곳에 힌두 사원을 짓겠다고 소동을 벌였다. 힌두신 람의 사원을 부수고 그 위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바브리 마스지드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 가든지 무덤으로 가라!”는 반무슬림 구호가 시내에 울려퍼지며 바브리 마스지드는 파괴되었고, 잇단 폭력사태로 약 2,000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09년, 아요디야에 성지 순례를 다녀오던 힌두인들이 탄 기차가 불길에 휩싸였다. 무슬림 행상들과 힌두인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자 무슬림 청년들이 돌을 던지고 이로 인해 58명의 힌두가 객차 안에서 사망했다. 힌두 청년들은 보복에 나섰고 이에 질세라 무슬림도 반격을 가했다. 이 열차 참사 다음 날부터 불붙은 구자라트 폭력사태로 1,000여 명 사망, 200여 명 실종, 2,500여 명 부상이라는 참사를 낳았다.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잠무&카슈미르 사태와 같이 종교 갈등이 폭발해 터진 사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서로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한 땅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도에서 종교 갈등은 인도의 정치, 사회, 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인도의 아름다운 곳부터 가장 부끄러운 곳까지, 《인도 끓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인도로 과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영적인 성숙과 신비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제는 테러와 전쟁이 난무하는 인도의 모습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냉엄한 현실 원리와 갈등이 지배하는 인도의 중심에 있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를 감싼 허물을 벗겨내면 결국 인도도 ‘사람이 사는 땅’이다. 신이 사는 곳도 아니고 소가 사는 곳도 아니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고, 이념이나 종교를 위해 총과 폭탄을 드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남의 눈물을 씻어주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고, 돈과 일자리를 놓고 충돌하는 집단들이 있다. 욕망과 헌신, 투쟁과 평화, 거짓과 진실 등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 인도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격하게, 극적으로, 때론 혼돈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곳이 또한 인도다.”
추천평
중국 다음은 어느 나라인가? 거의 공황에 가까운 경탄과 경계의 시선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내 앞에 불쑥 《인도, 끓다》가 나타났다. 이 책을 읽으며 “아 참 인도, 맞아 인도, 그래 인도야!”를 연발하였다. 모름지기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이라면 한 발 늦기 전에 인도를 알아야 하리라. “끓다”라는 언사가 암시하고 있듯 인도는 그야말로 21세기 글로벌 묵시록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까닭이다. 《인도, 끓다》는 글로벌 IT강국, 12억 인구 인도의 2011년 현재 횡단면과 이슈별 종단면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복잡다단한 격동을 명쾌한 터치로 스케치한 저자의 통찰력과 예지력에 박수를 보낸다.
- 차동엽 (신부, 《무지개 원리》 《바보존》 저자)
나는 인도를 알고 싶었다. 언젠가 꼭 한 번 여행해 보고 싶은 나라 인도. 크리켓이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스포츠에 전 국민이 열광하는 나라. 간디의 고향. 저자는 기자의 눈으로 인도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현재 인도의 실체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12억 인도를 이끄는 여자 소냐 간디, 철의 여인 인디라, 영원히 식지 않는 땅 카슈미르. 묵직한 시사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준 저자가 고맙고 또 고맙다. 내 마음은 벌써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 김미화 (방송인)
생생한 현장감이 있으면서도 자와할랄 네루, 인디라 간디, 그리고 그의 며느리 소냐 간디 등 인도 정치의 배경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인도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책이다. 르포란, 이런 것이다!
- 김도영 (인도 델리대 교수)
한 나라의 경제를 알려면 그 나라 정치나 사회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인도, 끓다》는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의 정치와 사회에 대해 인도 특파원을 역임한 저자가 쉽고도 흥미롭게 풀어 쓴 책이다. 주제는 힌두교, 카스트 제도, 네루-간디 가문, 카슈미르 분쟁 등 인도 사회와 정치, 현대사를 두루 망라한다. 인도를 보다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전(前) 네루대 교수)
<책속으로 추가>
힌두 민족주의를 중심 이념으로 강조하면서 시브 세나는 또 하나의 표적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로 무슬림이다. 힌두 민족주의의 최대 적이 이슬람 세력,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슬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귀결
이었다. “인도에 사는 무슬림에게 한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힌두스탄(힌두의 나라)의 시민으로 살기 바랍니다. 우리의 적으로 남지 말길 바랍니다. … 우리는 우리 어머니의 땅에 사는 자들(무슬림) 손에 결코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발 쌔커레이는 이런 대중 연설을 하며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었다. 시브 세나가 무슬림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인도에서는 시브 세나가 연루된 크고 작은 반무슬림 사건이 끊이지 않게 된다. 외지인에 대항하는 지역주의에 머물던 시브 세나는 힌두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국가적 담론 영역으로 진출했다. (P.166)
인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8,000쪽이 넘는 판결문을 통해 나름 절묘한 결정을 내렸다. 바브리 마스지드가 들어서 있는 지역 26만 평방미터를 3곳으로 나눠 하나는 무슬림 단체에 다른 두 곳은 힌두 단체들에 할당하는 결정이었다. 어느 측도 완승 혹은 완패를 주장하기 힘든 판결이었다. 다만 힌두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었고 무슬림은 대체로 불만을 가졌을 뿐이다. 나름 균형적이고 사태를 봉합하는 판결이어서 그랬을까. 우려했던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아요디야 판결에 아무런 후폭풍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바브리 마스지드 파괴 사건은 단순히 사원 하나가 사라진 것을 넘어 심대한 의미를 갖는다. 독립 이후 인도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 문제인 힌두와 무슬림 간 갈등 구조에 뇌관을 터트린 사건이다. (P.175)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할당 제도는 인도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불가촉천민과 토착부족민을 시작으로 중하위 카스트에 해당하는 여타낙후계급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종교와 출신지,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할당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로 출발했지만 확대 과정에서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할당 제도는 각 사회 계층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곤 하는데 특히 여타낙후계급에 대한 상층 카스트의 불만이 많다. 지정카스트나 지정부족민과 달리 여타낙후계급에는 돈도 많고, 많이 배우고, 직장도 좋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사회적 강자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다시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2008년 연방 대법원은 이른바 ‘우월 계층’을 할당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P.230)
암베드카르는 이렇게 불가촉천민에게 자아의식을 일깨워주는 운동가의 길을 걸어갔다.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지성이었지만 그는 늘 불가촉천민 속에 있었다. “교육하라! 저항하라! 단결하라!” 암베드카르는 이렇게 외쳤다. 마하트마 간디가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로서 전 인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암베드카르는 결코 간디를 인정하지 않았다. 카스트 제도에 대한 간디의 태도 때문이었다. (중략) 간디는 결코 카스트 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았다. 카스트 제도를 떠받치는 힌두교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간디는 오히려 힌두임을 자랑스러워했고 힌두 전통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얻곤 했다. 암베드카르는 이런 간디의 태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불가촉천민을 존속시키는 카스트 제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악 그 자체였다. (P.249)
기본정보
ISBN | 9788957974698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1월 25일 |
쪽수 | 259쪽 |
크기 |
153 * 224
* 20
mm
/ 34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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