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속곳을 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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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내 차마 맨정신으로는
입에 올릴 수 없는 말
말은 말을 낳고
또 다른 말을 낳을지 몰라.
내 마음은 그 일로
스사로이 무거워질런지 몰라.
무거워진 나의 말은 갈 곳을 몰라
헤매여 돌아다니다
그대 마음 끄트머리에
납덩이의 무게로 실릴지 몰라.
사랑해.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습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살아난다 살아난다』, 『먼지야, 자니?』 등이 있고, 그림책으로 『도깨비와 범벅장수』, 『나는 떠돌이 개야』 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 〈세종아동문학상〉과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목차
- 제1부 황진이 속곳을 빌리다
고백 / 하고많은 날 / 모종의 비밀 하나 /
서성거리고 싶어 / 사려 깊음에 관하여 / 뒷모습 /
한 걸음 또 한 걸음 / 말끝 / 변명 / 외포리에서 /
풍문에 들었지요 / 네가 궁금해 / 눈물 날 일 /
잊을 일 / 비겁한 나 / 특별한 눈빛 / 슬몃한 그리움 /
아무렇지도 않아 / 비, 저녁, 가을 / 곁눈으로, 곁눈으로 /
궁리 / 적나라 / 이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
불현듯 그대 그리웁고 / 묻노니
제2부 잃어버린 사랑은 늘 아름답다
실연기 / 눈물을 보이고 말다 / 오고 또 가면서 /
종이비행기 / 양수리에서 / 암담함에 대하여 /
가령 / 입을 다물다 / 이후 / 나는 추워요 /
잃어버린 사랑은 늘 아름답다 / 안녕 / 없고 싶다 /
또 하나의 실연을 위해 / 그대는 / 술꾼처럼 /
거리에서 / 어느 날은 / 창밖은 바람 / 눈물 1 /
그대 때때로 / 봄밤 / 멀리하고 싶어
3부 발뒤꿈치 뼈 하나
초입 / 눈 내리는 저녁 / 두고 온 들녘의 그대 /
발치 / 풍경 / 이승에서 / 내겐 아무도 없어 /
뼈울음 / 다시 선연한 그대 눈빛 / 돌아오다 /
그대를 보낸 뒤 / 눈 내리는 오후 / 들리지 않아요 /
잠으로 잠으로 / 어느 날 문득 / 숲 머리에 바람은 푸르고 /
갈 길 어두운 날 / 비 내리는 가을날 거리에서 /
봄 무렵 / 살붙이만 같아서 / 전별 / 눈물 2 /
사뭇 그리고 어렴풋이 / 소리
시인 소개
책 속으로
自序
어느 한때는 손톱 속에서조차
바람은 이는 듯했다.
햇살은 이승으로도 저승으로도
나뉘어 내리는 듯 보였다.
앉아 있는 어깨 위를 무언가가 짓누르는 꿈 따위로
가위눌려 소스라쳐 깨곤 했다.
세월은 잘도 흘러갔다.
기다란 대추씨 닮은 뿔단추가 달린 쑥빛 두터운 스웨터 하나로
온 겨울을 버티던, 어린 두 아이를 데린,
겉늙은, 키가 큰, 눈물 흔했던 아이 엄마는 어디에도 없다.
시어머님,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 남편, 시아버님은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세상을 버렸다.
말끔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 깃에 닿은 목이 눈부셨던 이들은
두 번 다시 돌아볼 염 않고 잘도 떠나갔다.
그래, 잘 가거라. 실연뿐이었던 나의 청춘아.
—2009년 7월 흐린 새벽에
이상교
출판사 서평
동시와 동화, 그림책까지 아우르는 아동문학작가 이상교. 그간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가, 이번에는 감성 충만한 시집으로 어른 독자를 맞이한다. 지금껏 써온 시 중에 72편을 정성스럽게 골라 묶은 『황진이 속곳을 빌리다』는 작가의 아동문학 작품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 독자들과, 기존의 ‘사랑시’보다 더 깊이 있는 시를 원하는 성인 독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집은 젊은 시절 겪었던 실연과 남편과 어머니를 여읜 후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반부는 주로 작가가 만나온 사람과 사랑, 이별에 관한 ‘사랑시’이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보편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사랑. 그 사랑의 끝에 대해 작가는 독백에 의한 고백으로 끝내지 않고,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깊은 통찰로 마무리한다.
그의 시가 품고 있는 매력은 도발적이면서도 소녀적이라는,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가지 특징이 교묘하게 맞물려 작가 특유의 세련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는 데 있다.
깊은 밤 도시의 건널목을 가로지르면서/오늘 밤 몇 명의 사람들이/안부가 궁금한 또 다른 사람들로 해서/뒤척일 것인지를 헤아린다./궁금케 하는 일은 피를 말리는 일./나는 지금 피가 마른다. 오늘 피가 마른다./궁금해 하지 말라는 널 궁금해 하느라.
—「네가 궁금해」 일부
후반부는 일찍 여읜 남편과 어머니에 대한 시들로, 가슴속에 삭혀 놓은 슬픔과 그리움을 혼잣말하듯 나지막하게 읊는다.
매양 자리를 지켜줄 듯하던 이는/이미 세상을 버렸고/베란다 빈 화분에 내려앉은/볕살은 저리 밝고 고와라.
—「봄 무렵」 일부
『황진이 속곳을 빌리다』는 여러 번 그림 전시회를 했던 작가의 소소하면서 화려한 그림이 시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책장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사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작가의 나이를 염두에 둔다면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써 내려간 작품들이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시집을 덮을 때까지 독자는 표지의 색처럼 붉고 역동적인 작가의 정열을 줄곧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그의 가슴 안에 담아둔 조각조각의 시편들이 독자에게도 숨어 있던 정열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491201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8월 29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25 * 195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청동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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