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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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 달은 해가 꾸는 꿈
2. 얼룩말은 나의 발톱
3. 개를 닮은 말
4. 피의 피
5. 옆방의 옆방
6. 눈의 물
7. 연인에게 필요한 것
8. 하루의 인생
작가의 글
해설 : 최정우
출판사 서평
난 시간을 낭비한 걸까요, 압축한 걸까요.
당신은 내가 낭비해버린 시간들을 일깨워주고 싶은 건가요,
압축된 나의 시간을 풀어주고 싶은 건가요.
작가 김현영의 신작 소설집! 『하루의 인생』
“오늘 하루, 행복할 것 같은데요.”
마치 이 삶의 마지막 부분이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인 것처럼, 그렇게 이 하나의 꿈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삶의 이면을, 이 영원히 반복되는 삶의 꿈속에서 또 다른 죽음의 순간을. (최정우)
│삶은 꿈이 꾸는 죽음, 죽음은 삶이 깨우는 꿈, 『하루의 인생』
『까마귀가 쓴 글』 이후 작가 김현영이 8년 만에 내놓는 세번째 소설집이다. 1997년 등단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오늘날 현대인의 존재방식에 대해 도발적이고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작가”라는 잇단 호평 속에서 문단에서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작가는 2005년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한동안 작가로서 휴지기를 가졌다. 그러다 활동을 재개한 것이 2008년, 그때부터 3년간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들을 묶은 결과물이 이번 소설집 『하루의 인생』이다. 첫 장편 『러브 차일드』를 출간한 이래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도 하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었고, 연작소설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제와 형식 면에서 하나의 연작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강하다.
김현영은 자신의 첫 소설집 『냉장고』를 통해 90년대적 경쾌한 문체 속에 차가운 아가리이자 동시에 포근한 아가미가 되는 생경한 일상을 엽기적 상상력으로 보여줬고, 두번째 소설집 『까마귀가 쓴 글』을 통해 비일상적 균열들이 곧 우리의 일상적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것들임을 알려줬으며, 『러브 차일드』를 통해 도축되는 몸과 살처분되는 삶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곧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세계임을 잔인하게 드러내었다. 이제 그의 네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소설집이 되는 『하루의 인생』에서 서로가 서로를 연기하는 ‘나’와 ‘그’의 평행 우주적 현실, ‘삶’과 ‘죽음’이 교차적으로 죽고 살아내는 악몽과 태몽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독립적인 단편이지만, 마치 현실의 삶과 그 이면의 죽음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꿈의 연작들로 읽힐 수 있다. 그리고 그 연결되는 ‘악몽’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이 바로 타이틀작 「하루의 인생」이다.
“이상한 꿈을 꿨어요. 처음 만난 당신이 나를 죽이는 꿈. 처음 만난 당신과 내가 동시에 같은 질문을 하는 꿈.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내 잘못도 아니에요. 다만 변명 같았지만 실은 질문이었지요. 그럼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요? 우리는 정말 무고한가요?” ―「하루의 인생」에서
“나의 오늘 하루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어요. 하지만 그런 하루는 존재하지 않아요. 하루는, 하루도 같은 날이 없어요. 그래서 하루인 거예요.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거예요.” ―「하루의 인생」에서
이 작품에서 앞서의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또 하나의 꿈처럼, 차분히 그러나 강렬하게, 우연만이 지닌 필연적인 성격을 통해 한점으로 수렴되듯, 모든 곳으로 확산된다.(“정말 우리가 불시착했을 뿐이라면 그건 필연의 결과인 우연일까요, 우연의 결과인 필연일까요”) 김현영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지점들 중 하나는, 꿈과 언어적 연쇄로 연결되는 삶/죽음의 붕괴외 재구축의 축들, 그리고 그 축들이 작동시키는 은유의 구조와 변신의 문법이다.
떠난 자도, 남은 자도 무슨 이득이 있어 그런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리될 줄 알아서 떠난 것이며 결국 이리될 줄 알면서도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여길 떠나도 멀리 갈 수는 없었습니다. 겁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떤 동네에 사는 이유는 그 동네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거기 살아야 먹고살 수 있으니 사는 것입니다. ―「피의 피」에서
쇠창살로 된 공장의 문 사이로 아주 넓은 꽃밭이 보였어요. 온통 튤립 천지였어요. 그 앤 쇠창살 사이로 손을 뻗었죠. 그 애는 그렇게 꽃에 빠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 눈은 자꾸만 꽃밭 옆으로 돌아갔어요. 폐지 녹이는 약품이 커다란 화로 안에서 끓고 있더라구요. 그 애를 거기다 처박아버리고 싶더라구요. 왜냐구요? 그냥…… 재수 없잖아요.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옆방의 옆방」에서
각 편의 제목에서 강하게 드러나듯이 작가는 의도적으로 작품 전반에 걸쳐 중의적 의미를 담고 양 극단의 개념을 도치시키면서 언어와 사유의 긴장을 도모한다. 그로 인해 화자(話者) 개인의 ‘진술’, ‘독백’이라는 서술적 형식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번 소설집의 특징이다. 수록작 중에서 「눈의 물」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테마소설집 『사랑해, 눈』(열림원, 2011)에, 「옆방의 옆방」은 마찬가지로 ‘자전소설’이라는 주제 아래에 단편소설을 묶은 테마소설집 『이별전후사의 재인식』(강, 2010)에 게재되어 미리 독자들에게 선보인바 있다.
│작가의 말 __김현영
작가의 말이라니, 나 원 참. 이봐,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건 작가의 말이 아니야. 내가 데리고 사는 작가라는 작자는 편집자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일까지는 꼭 작가의 말을 쓰겠다고 뻥을 치더군. 내일이 오면 또 내일 쓰겠다고 할 거면서 말이지. 십 년 넘게 소설을 쓰더니 입만 열면 뻥인 거야, 이 작자가. 그러니 어쩌겠어. 작가임에도 작가의 말을 쓸 수 없는 작가를 위해 내가 대신 왈왈 짖어줄 수밖에. 작가를 데리고 사는 개는 아, 이렇게나 피곤해. 특히나 소설을 쓸 때의 그 몰골! 못 본 사람은 말을 마세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 꼴을 보나 몰라. 여차하면 난 컹컹, 다 불어버릴 수도 있어. 그 몰골이 공개되면 정말 치명적일 테니까. 물론 난 그렇게까지 치사한 인간 같은 놈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데리고 사는 이 작자도 무려 소설씩이나 쓰며 어떻게든 개 같은 삶을 살려고 애쓰고 있는 것 아니겠어. 개뻥을 쳐서라도 나 같은 개를 좀 닮아 보겠다고 말이지. 그래 가끔은 이 작자의 뻥이 영 안 풀린다 싶을 땐 내가 나서서 산책도 좀 시켜주고 그랬어. 여기 모인 뻥은 대부분 그 산책길에 물어온, 멍멍! 왜 자꾸 애매하게 왈왈 짖다가 컹컹 짖다가 멍멍 짖느냐고? 이거 왜 이러셔.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어? 내가 멍멍 놀았다면 멍멍 논 거야. 컹컹 눈물을 삼켰다면 컹컹 삼킨 거고. 그 무슨 개소리냐고? 이봐, 벌써 잊었어? 내가 바로 그 개라니까. 그러니 나더러 다른 존재가 되어 말하라고는 하지 말아줘. 나는야 왈왈. 이미 개이기에 개뻥을 쳐도 좋은. 나는, 개야.
│해설 중에서
이 우발적인 것들, 이 불가항력적인 것들은 어떻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가, 침입하는가. 유리 전등갓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나고, 그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무럴 것도 없던 일상에 어떤 주름을 만들어낸다. 여기엔 어떤 세계관이 있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고요한 문체 속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가장 격렬하게 요동치고 동요한다. 마치 이 해몽의 끝이 또 다른 해몽의 처음인 것처럼, 그리고 마치 이 삶의 마지막 부분이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인 것처럼, 그렇게 이 하나의 꿈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삶의 이면을, 이 영원히 반복되는 삶의 꿈속에서 또 다른 죽음의 순간을 꿈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최정우(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88957076323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2월 03일 |
쪽수 | 315쪽 |
크기 |
128 * 188
* 30
mm
/ 39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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