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여우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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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1년 11월 4주 선정
작가정보
목차
- 거기, 여우 발자국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사람의 것이 아닌 발자국이 보이는지 먼저 살펴주세요. 절대 발자국을 따라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을 때만 들어오세요. 손님뿐 아니라 카페 직원 관계자분들도 주의해주세요. 예외는 없습니다.’
(본문 29쪽)
우필의 방을 뒤덮은 이 괴상한 발자국들은 좀 전에 그들이 남긴 것이 분명했다. 예전에 우필이 본 여우 발자국도 이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남아 있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 정체가 뭐지? 정체가 뭐건 간에 자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니 책임을 느꼈다. 실은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우필은 깨닫지 못했다.
언제나 호기심이 사람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든다. 운명은 가끔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자주 그 사실을 잊곤 했다.
(본문 76쪽)
“됐어요. 나 이제 학교 가야 해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내가 잠든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방문을 열어보면 안돼요. 알았죠?”
“점점, 네가 자잘한 비밀이 특별히 많은 십 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강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수상쩍게 들린다는 거 알아?”
“오빠, 이 조건은 아주 중요한 거예요.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지금 말해요. 다른 살 곳을 찾아볼 거니까.”
“가출 선언이야? 알았어. 주의할게.”
“약속했어요.”
“그래. 약속했어.”
(본문 101쪽)
“사는 데 싫증났어요?”
“그렇진 않아요. 그냥 버둥거리며 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누구나 삶이 익숙해지면 기나긴 권태로운 시간만 남는 법이죠. 어느 것도 예외 없이요. 별도 달도 구름도 하늘도 다 그래요.”
“그들은 남아 있는 억만 겁의 시간을 헤아리며 소요해야 하지만 우리 세계의 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남아 있지 않으니 마음을 달리 먹어봐요. 어떤 이야기도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으니까요.”
(본문 267-268쪽)
출판사 서평
제2회 한국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고리골』
『모던 팥쥐전』의 조선희 새 장편소설!
본 대로 믿을래? 들은 대로 믿을래?
보이는 대로 볼래? 아는 대로 볼래?
자, 이제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환상인지 골라봐.
『거기, 여우 발자국』은 『고리골』로 제2회 판타지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모던 팥쥐전』에서 특유의 상상력으로 전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안겨준 조선희의 새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서사적 장치들과는 전혀 다른 낯선 구성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큰 줄기의 하나의 이야기 속에 얽혀 있는 여러 가지 낯익은 이야기들을 혼란스럽게, 그러나 철저한 계산속에 짜임새 있게 그려내고 있다.
존재가 불확실하게 명명된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로데스크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어, 이전 작품에서 조선희가 보여줬던 오싹한 공포 혹은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과는 달라진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은 『거기, 여우 발자국』을 통해 타임머신 같은 장치 없이도 시공간을 비트는 놀라운 서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몽환적인 느낌의 “고상하고 우아한 환상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현실로 불러내는 여자 vs 실체와 환상을 혼동하는 남자
어둠 속이니 누구든 옷걸이를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다. 나로선 그런 식의 착각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소정에게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아야 할 정도로 착각을 일으키는 정도가 심했다. 뜨거운 여름날 신호등이 바뀌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붉은 이구아나로 보인다거나, 지하철 환승선에서 사람들이 개미 떼로 보이는 것은 다반사였다. 가끔은 파스타 면을 지렁이로 봤고 꿈틀꿈틀 움직이는 고운 대팻밥 같은 가쓰오부시는 벌레로 보였다.
“하지만 제 목소리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을 불러일으켜요. 제 목소리가 누군가를 또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어요.”
- 본문 중에서
이야기를 현실로 불러내는 기이한 목소리의 여자, 우필과 실체를 환상으로, 환상을 실체로 보는 남자, 태주. 이야기는 태주의 ‘착각’과 우필의 ‘목소리’로부터 비롯된다. 우필의 목소리는 책 속에 있는 가상의 인물이나 공간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로 하여금 눈앞에 실체로 나타나게 한다. 그녀는 그로 인해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도, 직장을 다니지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한편 툭하면 사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거나, 반대로 사람을 사물로 착각하는 태주에게는 사실 자신의 그러한 ‘증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착각들이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엉키고 교차하는 시점부터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능력’들은 서로의 삶에 파급을 가져온다.
현실 속의 허구인가, 허구 밖의 현실인가
-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거기, 여우 발자국』을 읽으며 독자는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속의 ‘현실’과 ‘허구’의 시간과 공간이 엉켜버려 어느 순간부터는 어느 시점의 이야기가 현실의 이야기이고, 어느 시점의 이야기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지 판별할 수 없어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두 개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고, 잘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로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면밀하게 이야기하면 『거기, 여우 발자국』에서는 우필의 세계가 현실인지, 태주의 세계가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어느 쪽이 현실인지 그 답을 말해주고 있지 않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는 세상이 ‘무조건적으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가 있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는 없는 것과 같다. 세상과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건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여야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과 이면의 서로 다른 재미 : 궁극적 쾌감
『거기, 여우 발자국』은 동화 『눈의 여왕』, 『별의 눈동자』, 영화 「큐브」, 둔갑술 등 다양한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다. 여러 가지 모티브와 이야기 속에 숨겨둔 장치들을 통해 조선희는 독자들에게 작품 속의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들에 대한 추측의 여지를 남겨 준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실존적 함정, 이야기를 일으키려는 말(言)의 의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외로움 등을 조선희는 이 작품에 새겨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도는 이야기를 읽는 우필의 목소리가 그 이야기를 현실로 불러내는 현상, 태주가 겪는 무수한 착각들, 노라의 ‘둔갑’과 ‘복수’ 등을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숨겨진 의도의 파악 없이도 각각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만으로 곱씹을 수 있는 재미가 있음은 말할 필요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발자국이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남긴 발자국이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불러들일 수도, 쫓아 버릴 수도 있다.
옴짝달싹 못하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가만히 앉아서 책을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건 아주 훌륭한 여행방법이다. 가끔 반란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지만 결국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한 번도 본적 없는 발자국이 보이면 겁낼 필요 없이 발자국을 따라가 봐도 좋을 것이다.
줄거리
우태주는 발자국을 따라가다 마치 눈(眼)처럼 생긴 32개의 작은 창이 나 있는 낡은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발자국을 따라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거나 귀신이 나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거의 폐가와 마찬가지인 그 건물을 헐값에 구입한 태주는 1층은 카페로, 2층은 자신의 주거지로 삼는다.
태주는 부동산의 여직원인 소정을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카페 직원 윤원,, 스스로가 태주의 동생이라는 소녀 노라, 유일한 단골인 아스퍼거증후군 환자 동오, 이 다섯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흘러간다. 그들은 때때로 각기 의문의 발자국의 보게 되지만 그 실체를 확인 할 수 없다.
그러던 중, 노라의 학교를 방문하여 노라가 만들어 내는 이상한 발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고, 노라와의 약속을 어기고 그녀의 방문을 열게 되면서 충격적인 사실에 휩쓸리는데……
한편, 홍우필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낭독한 이야기 때문에 절친했던 친구가 실종된 사건이 발생한 후 학교를 그만둔다. 자신의 목소리 때문에 학교생활도, 직장 생활도 할 수 없어 은둔을 하던 중 책 낭독을 제안하는 박현의를 만나게 된다. 우필은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기이한 능력을 걱정하며 그 제안을 거절하지만, 박현의는 오히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녀에게 낭독을 제안했다고 말하고 우필은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낭독을 시작한다.
우필에게는 한때는 절친한 관계였지만, 우필이 그린 스케치를 훔쳐내 광고공모전에서 입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아나운서가 된 지재곤이라는 친구가 있다. 우필은 재곤을 찾아가 그 스케치를 돌려달라고 말하지만, 그는 돌려줄 생각이 없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난 우필은 알 수 없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자신의 방에 찍혀 있는 것을 보고 그 발자국들을 카메라로 찍어 현상하였는데,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이 잃어버린 발자국의 그림을 보게 된다. 또한 어느날부턴가 뉴스에서는 여우발자국을 찾아다니는 4인조 도둑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방송된다.
우필은 책을 낭독하면서 이야기 속의 사건과 자신의 현실이 겹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박현의에게 책의 저자인 이종희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그는 대답을 회피한다.
갑작스런 재곤의 요청으로 그를 만난 우필은 재곤에게서 발자국 스케치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게 되고 다음날 재곤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이상한 사건들이 계속되는 와중에 미자로부터 우필이 낭독하고 있는 책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는데……
기본정보
ISBN | 9788957076118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1월 29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45 * 205
* 30
mm
/ 43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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