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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목차
- 오늘의 운세
이상한 새벽
멈출 수 없는
소문의 노래
그 여자의 사정
행운의 번호 여섯 개
충분하지 않은
Run, Run, Run!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낮과 밤의 시간
벗어날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
해설/ 작가의 말
책 속으로
- 그때 집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발소리 사이에서 달콤한 냄새가 올라왔다. (……)
냄새의 실체는 코앞에 또아리를 틀었다. 김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들었다. 날렵한 신사용 구두를 신고 검은 슈트를 쫙 빼입은 사내가 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달콤한 냄새가 거미줄처럼 김을 에워쌌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김은 곱은 두 손을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사내를 뜯어 먹기라도 할 것처럼 탐욕스러운 손길이었다.
사내가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만 원짜리였다. 그것은 열흘쯤 꿇어 엎드려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허기와 고열에서 김을 건져낼 동아줄이었고 운 나쁜 하루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였다. 김은 지폐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평범한 돈 냄새가 날 뿐이었지만 그것마저 달콤했다. 검은 슈트의 사내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 거울 속 얼굴은 낯설었다. 눈, 코, 입은 제자리에 있는데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지고 치명적인 게 더해진 모습이었다. 영무는 손으로 거울 속 얼굴을 가렸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신의 눈이 무서웠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함, 다시 회복될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 사람은 선하지만 그 안에는 악이 숨어 있다. 크고 두툼한 식빵 가운데 땅콩 잼 덩어리가 동그랗게 뭉쳐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감춰져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땅콩 잼 샌드위치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땅콩 잼의 양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일 뿐이다.
영무는 마음속의 괴물이 점점 커져가는 걸 느꼈다. 땅콩 잼이 식빵 밖으로 비어져 나와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손과 입에 찐득하게 묻었다. 이제 식빵 두 쪽으로는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잼이 묻은 손은 아무리 닦아도 처음처럼 깨끗해지지 않았다. 벌레가 꼬이고 썩어가는 기분이었다.
- 겨우 균형을 잡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을 때 그녀를 감싼 건 뜻밖에도 달콤한 냄새였다. 처음에 달콤함은 그녀의 주변을 희미하게 맴돌았고 점점 진해지면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달콤한 기운이 가슴속으로 퍼지자 울음이 잦아들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달콤한 냄새의 진원지는 출입문 쪽이었다.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카페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 그는 혜원의 테이블 앞에서 멈춰 섰다. 달콤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달콤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지만 농도는 흐려지지 않았다.
“…… 무슨 일이에요?”
“당신에게 줄 게 있습니다.”
남자는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혜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뭔지 모르지만 필요 없어요.”
혜원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달콤한 냄새는 그녀의 머릿속을 장악했고 혼미하게 만들었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겁니다. 오랫동안, 간절하게 찾아 헤매던 거니까요.”
출판사 서평
문학수첩작가상,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가, 서유미 새 장편소설
“너의 소원을 말해봐.”
모든 것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시작되는 달콤한 유혹!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늪에 빠져 끝없이 추락하는 사람들
매일매일 나는 욕망과 싸운다. 깊고 얕고 무겁고 가벼우며, 미풍만 불어도 적나라하게 흔들리는 무수한 욕망들. 서유미의 새 소설을 읽는 것은 내 안에 애써 감춰둔 그 낯익은 괴물과 맞대면하는 일이다.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허공을 향해 꿈틀거리는 괴물의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허허롭다. 우리 모두의 그림자처럼. 그러니 아무런 욕망 없는 자여, 이 책에 돌을 던져라.
-정이현(소설가)
| 문학수첩작가상,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작가 서유미 새 장편소설 출간!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려한 올가미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인간들을 이야기한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2007년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서른 살을 지나서도 여전히 철들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정해진 바 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서른셋 여자의 일상을 그린 『쿨하게 한걸음』으로 2007년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굵직한 두 문학상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서유미 작가가 수상 이후 첫 장편소설 『당신의 몬스터』를 출간했다.
강렬한 주제의식과 속도감 있는 전개, 풍부한 이야기성이 돋보이는 이번 소설은 문예계간지 『자음과모음』 2010년 여름호(통권8호)부터 2011년 봄호(통권11호)까지 1년간 연재된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이 사람을 얼마만큼 몰아붙일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강렬하게 그려냈다. 아름답게 원하고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추악한 이기심과 욕심으로 물든 욕망의 악취 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어두운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 “이제 꿈이 실현될 시간이다!”
욕망의 숙주로 선택된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
열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그들 앞에 찾아오는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유혹!
매일 만 원씩 적선하는 신사에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바라며 탐욕적 상상에 빠진 노숙자,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한 줄의 곡도 쓸 수 없어 절망에 빠진 천재 작곡가 영무, 엄청난 재산과 안정된 직업에도 불구하고 돈에 집착하는 여자 권덕희, 1등의 등만 보며 달려야 하는 만년 2등 마라토너, 최고의 미모가 유일한 자산이었지만 노화로 인해 몰락한 톱스타 여배우 혜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인격적인 모독을 퍼붓는 남자를 죽이고 싶은 아르바이트생 수호까지, 서유미는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을 파노라마처럼 연결시키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의 빛과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서유미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은 모두 버릴 수 없는, 점점 더 커져가는 욕망을 안고 있다. 절박한 생존의 욕망, 미학적 욕망, 화폐를 향한 욕망, 세속적 욕망 등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각기 다르지만 그것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는 처절한 자학으로, 나아가 타인에게는 잔혹한 공격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니까 영무가 선망하는 대상은 바로 과거의 자신이었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신문 기사 안에서, 그걸 스크랩한 누군가의 블로그 속에서 그는 여전히 천재 작곡가이고 전설이었다. 죽고 싶을 때마다 그는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그걸 확인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갈증이 더 심해졌다. 마지막 곡을 발표한 게 벌써 사 년 전이었다.
거절당할 때마다 영무는 비어버린 사탕 통을 두 손으로 쥐고 필사적으로 핥았다. 고개를 처박고 혀를 늘이고 침을 뚝뚝 흘렸다. 좀더 많이, 밑바닥까지 핥을 수만 있다면, 단 한 소절이라도 영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때처럼 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사탕 통을 핥는 정도가 아니라 더 추한 짓도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찾을 수만 있다면, 숨은 실력자, 무명의 작곡가를 데려다 놓고 거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달콤함의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본문 36쪽)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온 유혹은 바로 ‘달콤한 냄새’로 상징되는 어느 세련된 신사의 환영이다. 이 환영은 인간들을 ‘욕망의 숙주’로 바라보고 천상의 쾌락과 최고의 성공 대가로서 자신의 영혼을 팔게 만든다.
이 대회에서 저놈을 이길 수 있다면, 이 풍경에서 저놈만 걷어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텐데. 숨이 차오르면서 24번의 머리는 가벼워졌고 하얗게 탈색되어갔다. 5번이 저 자리에서 고꾸라졌으면 좋겠다. 저놈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 그때 전방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냄새는 흩어지지 않고 점점 진해졌다. 달콤함은 그늘처럼 24번을 감쌌다. 땀이 식고 갈증이 사라지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도로 옆에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본문 167쪽)
등장인물들은 이 달콤한 냄새의 환영이 제공하는 선물을 ‘기회’ 혹은 ‘기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부여잡자마자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러나 욕망에 중독되어 절망의 맛을 본 이들에게는 유혹을 거부할 힘이 없다. 달콤한 냄새 뒤에 감춰진 욕망의 악취를 맡으며 현실적 파멸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욕망’이라는 주제는 이미 여러 글에서 빈번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분화될 수 있는 욕망의 얼굴을 『당신의 몬스터』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병렬적으로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추천사
매일매일 나는 욕망과 싸운다. 깊고 얕고 무겁고 가벼우며, 미풍만 불어도 적나라하게 흔들리는 무수한 욕망들. 서유미의 새 소설을 읽는 것은 내 안에 애써 감춰둔 그 낯익은 괴물과 맞대면하는 일이다.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허공을 향해 꿈틀거리는 괴물의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허허롭다. 우리 모두의 그림자처럼. 그러니 아무런 욕망 없는 자여, 이 책에 돌을 던져라.
-정이현(소설가)
기본정보
ISBN | 9788957075982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0월 15일 |
쪽수 | 300쪽 |
크기 |
148 * 210
* 20
mm
/ 40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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