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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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김도언 1972년 충남의 내륙인 금산에서 구속을 싫어하는 물병좌, 숙명적인 혼돈의 AB형으로 태어났다. 미술과 문학에 관심이 많아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대학에 다닐 때는 주로 낯선 동네의 골목길과 버스 종점 마을을 돌아다녔다. 기적처럼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서점,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밥벌이를 했고 2003년에는 문예진흥원신인작가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오른손의 타성과 역시 관행에 불과할 뿐인 왼손의 저항을 함께 경멸한다. 세상과 타자에 대해서 만성적인 적의와 공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잊기 위해 왼손과 오른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오늘도 글을 쓴다.
목차
- 작가의 말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
소년, 소녀를 만나다
소년, 여인을 만나다
기호태傳
봄비, 나를 울리는 봄비
어느 날, 나는
고딕gothic 가족
51개의 시퀀스로 이루어진 한 편의 농담 - 회전
픽션, 섹스, 비디오
Empty Rooms
접속의 상상력과 단속의 수사학 - 우찬제
책 속으로
표제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 자기를 배반하고 부정하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었던 청춘 시절의 휴지(休止)와 생동이 길항하는 세계를 그린 소설. 부정하고 싶지만 때론 그리워지는 청춘, 전력 질주하던 삶 속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휴지의 세계, 누군가 자신의 삶에 틈입하게 될 것 같은 지독한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의 적중…. 주인공은 ‘가장 미화되기 쉽고 정당화되기 쉬운’ 그 시기를 생동의 전력 질주를 위한 이완된 휴지의 세계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출구도 없이 계속 끌려들어가는 위태롭지만 달콤했던 휴지의 세계를 뿌리치고 갑갑한 이완의 세계를 탈출함으로써 주인공의 청춘 시절은 그렇게 끝이 난다.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 타인의 응시로부터 차단된 자가 안팎으로 접속을 시도하다가 더 고통스러워지는 이야기. 연극배우인 여자 주인공이 현실에서조차 눈먼 장님 행세를 하며 자신을 떠나가려는 젊은 애인을 곁에 두고자 애쓰는 모습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자신이 실명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애인을 위해 눈을 감은 채 생활을 익히는 장면에서는 희극적인 경계를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결국 젊은 애인은 여자 주인공의 연극을 믿게 되고 이때부터 볼 수 있으면서 보지 못하는 여자와 상대가 볼 수 없다고 믿으면서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가 긴장과 불안 속에서 전개된다. 집안으로까지 다른 여자를 끌어들이고 눈먼(?) 애인이 바라보는 앞에서 숨을 죽여 가며 정사를 벌이는 젊은 애인의 행동은 이 작품의 절정을 이루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야구 중계방송 전이나 도중이 아니라면 아버지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불경하고도 불안한 상상력과 형에 대한 질투와 콤플렉스 때문에 형을 죽이고 싶다는 ‘무서운 생각’을 서슴지 않는 열여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약 어머니는 살고 아버지만 죽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어머니의 팔을 베고 누워 담배를 피우거나 음악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들으면 이모들은 펄쩍 뛰면서 내 불경한 상상력을 탓하겠지만 누가 뭐라든 그것은 세상에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일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제 곧 형의 비명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려올 것이다……. 그 비명 소리는 내 삶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 될 것이다.” 이 소년의 불경한 상상의 끝은 어디일까. 부모의 죽음에 이어 친형 살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아주 거룩하면서도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소년의 비뚤어진 욕망과 파괴적인 사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한편, 소년, 여인을 만나다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연작소설 형식을 취한다. ‘아주 거룩하면서도 역사적인’ 사건이 미수로 그치고 난 다음 형이 소녀와 함께 요양을 떠나자 혼자가 된 소년은 또 다른 사건에 의해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자유의 요람이 된 집에서 마음껏 방종을 구가하던 소년은 “변신”의 작가인 카프카의 모습에 매료돼 급기야 책을 훔치게 되고 서점 주인인 여 사장을 만나 감금되는 처지가 된다. 여기에서 소년은 자신이 원하던 소녀와의 사랑에 실패하는 대신 원치 않는 여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두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소년은 역설적인 양면 체험을 하게 되지만 어떤 경우이든 소년의 불안하고 위험한 상상은 계속될 뿐이다. 이 외에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를 패러디한 기호태傳에서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자처하는 주인공의 엽기적인 행각을 통해 위대한 정신이 소진된 시대의 불구성을 산문적으로 탐문하고 어느 날, 나는에서는 ‘괴롭고 심란한 꿈의 복기’라는 전제 하에 자신의 죽음을 현재진행형으로 포착한다. “삶의 은유인 죽음”에 대한 정면 대결의 방식이 돋보이고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을 전복적으로 성찰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51개의 시퀀스로 이루어진 한 편의 농담-회전에서는 벽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남녀의 에피소드와 집 밖의 남자의 환경에 해당하는 출판사 직원들, 그리고 여자의 이란성 쌍둥이인 남동생의 주변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회전의자처럼 이들의 관계는 빙빙 돌게 된다.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서구의 고딕 소설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는 고딕 가족과 ‘눈’이라는 매개체가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광폭한 열정에 휘둘리는 인간상을 그린 Empty Rooms,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와 세태를 진단한 픽션, 섹스, 비디오 그리고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슬픔을 한 편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그린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등은 앞으로 나올 작가의 작품에 더욱
출판사 서평
무서운 신예 작가의 첫 소설집 이 책은 1998년 표제작인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으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이듬해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또다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데뷔한 무서운 신인작가 김도언의 첫 작품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 두 편을 포함해서 작가가 4년여 동안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 가운데 11편의 단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은 생동감 넘치는 문체와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동원하여 다양하고 오묘한 소설 세계를 보여준다. 소설과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귀면서 즐겁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소설들은 속 깊게 영글고 재미있다.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마다 돋보이는 완결성으로 한국 문학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상과 박태원의 문학 세계를 소화할 수 있는’ 문단의 기대주 김도언은 늘 낯설고 신선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우리 문단의 기대주다. 1998년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이 대전일보에 당선될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상과 박태원의 세계를 소화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문장이나 감수성, 주제를 도출하는 힘, 삶을 성찰하는 시각 등의 측면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1999년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당선작으로 뽑았던 한국일보 심사위원들 역시 “예술적 질서로서의 소설에 대한 존중과 결코 짧지 않아 보이는 훈련의 시간”을 높이 평가하면서 작가의 눈부신 정진을 격려한 바 있다. 소설가 이순원은 1999년 한국일보에 당선작으로 선정된 김도언의 작품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읽어나가는 동안 손바닥 가득 촉촉하게 배어나오던 흥분과 긴장감을 기억하면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직접 한국일보 문화부에 전화를 걸어 그의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새롭게 등장한 신인작가 김도언에게 갖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소설가 권지예는 “우울한 불안이 있는가 하면 발랄한 엽기도 있고 성장의 아픔 속엔 욕망에 대한 악마적 응시가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섬세한 점묘와 견고한 조형적 건축미를 갖춘 쇠라의 그림처럼 엄숙함과 생동감이 묘하게 함께한다”며 김도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김도언의 작품 세계에 대하여 작가 김도언은 눈먼 영혼들의 보이지 않는 대상을 투시하면서 그들의 접속 욕망을 통해 혼돈처럼 이야기를 점화한다. 시선과 응시의 균열 혹은 욕망과 충족의 파열을 서사적 동기화의 기제로 삼으면서 이야기의 그물을 짜나간다. 김도언의 소설에서 접속은 이야기라는 환상으로 통하는 구멍이다. 접속의 심층 무의식은 나와 남, 주체와 타자의 접속 가능성 혹은 소통 가능성이다. 가능성은 가능 세계를 향해도 열려 있고, 불가능 세계를 향해서도 펼쳐져 있다. 문화를 중심으로 한 접속의 시대를 사는 젊은 작가이기에 문화에의 접속이 단연 우세종이다. 또한 김도언의 소설 속에는 불안의 문제가 단속적으로 문제된다. 불안을 들추어내고, 불안을 추동하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서사적 장치들이나 요소들도 어지간한 편이다. 접속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점화하여, 단속의 수사학으로 서사 스타일을 낯설게 창안하고, 불안이란 생의 단속(緞屬)을 단속(斷續)적으로 단속(團束)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김도언 소설의 핵심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문학 장치, 끝없는 실험 정신 그는 작품 속에 최선의 문학 장치들을 동원한다. ‘기호태傳’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은 쇠라의 그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픽션, 섹스, 비디오’는 TV 드라마를,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은 연극을, ‘어느 날, 나는’은 꿈을, ‘고딕(gothic) 가족’은 서구의 고딕 소설(gothic novel)과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옥이의 시점과 목소리를, ‘51개의 시퀀스로 이루어진 한 편의 농담-회전’은 만화를, ‘Empty Rooms-정지용의 <유리창>에 대한 사적 견해’는 부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정지용의 시 ‘유리창’을 동원해서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작가만의 소설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힘이 탁월하다. 불안한 인간의 내면 탐색 김도언의 작품에는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에서 인용했던 쇠라의 그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연극 대사처럼 과장되게 소리치고 울부짖는가 하면 지독한 고독과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의를 느끼기도 하고, 눈 내리는 밤마다 빈방을 찾아다니며 차가운 시멘트벽에 자신의 욕망을 토해내기도 한다. 기호태와 산초, 그리고 산초의 부인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21세기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070796 |
---|---|
발행(출시)일자 | 2004년 01월 12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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