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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토마스 데 파도바
저자 토마스 데 파도바(Thomas de Padova)는 1965년에 노이비트에서 태어났으며 본 대학과 볼로냐 대학에서 물리학과 천문학을 공부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에서 과학 분야 에디터로 일했으며,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우주의 공학자(Albert Einstein―Ingenieur des Universums)》(공저) 《어린이를 위한 아카데미(Die Kinderzimmer-akademie)》 《해변에서 읽는 과학(Wissenschaft im Strandkorb)》 《세계의 비밀(Das Weltgeheimnis)》 《영리한 여덟 살(Schlau nach acht)》 《중력 앞에 홀로(Allein gegen die Schwerkraft)》 등이 있으며, 그중 《세계의 비밀》은 요하네스 케플러와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해서 쓴 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토마스 데 파도바는 뉴턴과 라이프니츠 두 인물의 매력적인 전기를 바탕으로 시간 이해의 역사를 펼쳐낸다. 18세기의 문턱에서 시간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 되고, 자연 탐구의 중심 주제가 되는 과정을 과학뿐 아니라 수학, 역사, 사회학, 문학을 아우르는 박학다식한 통찰력으로 풀어낸다.
번역 박규호
역자 박규호는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에서 독문학, 연극영화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완벽주의의 함정》 《위키리크스》 《악의 종말》 《슈뢰딩거의 고양이》 《염세 철학자의 유쾌한 삶》 《인간》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 《유레카, 철학의 발견》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1부 그림자의 시간
소공자_ 아이작 뉴턴이 링컨셔 백작령의 양떼들 틈에서 자라는 동안 런던에서는 영국 왕의 목이 잘린다
최고의 평화_ 유럽의 강국들은 30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점령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다
아이작의 숫자판_ 어린 학생 뉴턴은 그림자의 이동에서 시간을 읽어내고, 해시계를 직접 만든다
대학생활_ 젊은 라이프니츠는 모래시계와 시간표에 따른 학자의 삶 속에서 무한에 경도된다
헛소동_ 런던과 파리의 과학자들이 별들 사이의 공간과 진공을 연구하고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2부 시계들의 시간
진자시계의 발명_ 기계식 시계가 시간 측정의 혁명을 일으키며 가장 먼저 대양을 항해하게 된 이유
파리의 라이프니츠_ 비밀 임무를 띤 독일의 궁신은 시계공의 도움을 얻어 신기한 계산기를 만든다
비판의 십자포화_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런던 왕립학회의 회원이 된다
스프링 소동_ 회중시계도 분 단위의 정확도를 획득한다. 그런데 시계란 대체 어떤 물건인가?
도시의 시간, 시골의 시간_ 분침과 초침의 등장으로 런던 시민은 시간을 몸에 지니고 다니고, 도시는 한 박자 앞서가기 시작한다
3부 수학의 시간
머릿속의 곡선_ 뉴턴과 라이프니츠로 이어지는 17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견. 두 학자, 한 생각?
토끼와 고슴도치_ 라이프니츠와 뉴턴이 처음 주고받은 편지들이 숨바꼭질이 된 까닭
새로운 우주 체계_ 뉴턴은 시계 전문가 로버트 훅으로부터 새로운 중력이론에 대한 결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시간_ 시간을 물리학 법칙의 대상으로 만든 뉴턴의 세기적 작품.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일종의 용기가 된다
4부 동요의 시간
‘지금’의 길이는?_ 라이프니츠는 기억이 현재를 소생시키고 현재는 미래를 잉태한다고 말하며 시간 질서를 인과관계로 환원한다
시작된 싸움_ 라이프니츠는 연구를 위해 빈에 머물 때 처음으로 뉴턴의 획기적인 작품과 대면했지만 곧 뉴턴의 추종자들로부터 표절 비난을 받았다
자기 사건의 심판관_ 격해지는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싸움. 분쟁의 대상이 된 시간의 문제. 태양은 참된 시간을 알려주는가? 과연 이상적인 시계인가?
경도 설정의 가치_ 정밀 선박 시계는 초 단위의 정확성을 통해 영국 선박의 항로를 열어주었다
시간의 수수께끼_ 카롤리네 공주가 양측의 다툼을 중재한 이후 라이프니츠는 뉴턴의 대리인 클라크와의 논쟁에서 공간과 시간의 사물화를 반박한다
그렇다면 시간은 과연 무엇인가?_ 지난 수백 년간 뉴턴 물리학의 그늘에 가려 있던 라이프니츠의 시간론이 이제 뒤늦은 재기를 맞고 있다
감사의 말
시간표
미주
참고문헌
인명 색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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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기본적인 속성과 그를 정교하게 재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던 당대의 풍경을 다채로운 파노라마로 선보인다.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흥미진진하게 글을 엮는 방법을 안다. 이만큼 읽는 재미와 맛을 주는 논픽션은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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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석 같은 논픽션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제 시계를 의미심장하게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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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재에 관한 파도바의 스릴 있는 초상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생생하게 그려진 재미있는 이 논픽션을 읽는 데에는 별다른 수학이나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시간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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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다른 시대로 이끌어 근대 과학의 시초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훌륭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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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데 파도바는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말하는 방법을 아는 이야기꾼이다.이렇게 즐겁게 읽히는 논픽션은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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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게 쓰여진 이중 전기. 탐독자들이 즐겁게 올해를 시작하기에 이상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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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데 파도바는 철학, 문화사 그리고 물리학을 통찰력 있게 엮어 선보인다. 그의 시간 연구를 선보이는 데 있어 일상어로 활용한 재치 있는 글솜씨는 독자들을 한눈 팔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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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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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사로잡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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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토마스 데 파도바가 영리하고 굉장히 흥미진진한 책을 썼다.”
책 속으로
아이작 뉴턴은 1642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에 태어났다. 하지만 이때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된 뒤였다. 당시 가톨릭 국가들이 사용하던─오늘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그레고리력에 따르자면 뉴턴이 태어난 날은 이미 해를 넘긴 1643년 1월 4일이 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아직도 오랜 율리우스력을 따르고 있었다. 시간을 계산하고 정하는 일에 관한 논의를 정치적 종교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이와 같은 달력 사용의 분열은 17세기 내내 지속되었다. 열흘간의 시간 공백은 역사 서술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였지만, 간단히 메우기가 쉽지 않았다.
_p22 「1부 그림자의 시간」 중에서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두꺼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라이프치히 대학의 어둠침침한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자랐다. 가문의 연대기에는 “1646년 6월 21일 일요일에 나의 아들 고트프리트 빌헬름이 저녁 6시 15분에 물병자리에서 태어났다”라고 적혀 있다. 점성술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간 표시는 당시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서 15분 단위의 정확도로 시간을 알려주는 교회의 탑시계에 맞추어 기록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 단위의 시간 구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_p34 「1부 그림자의 시간」 중에서
라이프니츠는 나중에 지속(Dauer)과 시간(Zeit)을 엄격히 구별하였다. 그에 따르면 지속은 경험 가능한 것이다. 지속은 작업량을 갖는다. 반면에 시간은 아무런 양이나 크기를 갖지 않는다고 보았다. 시간은 사건들 사이의 관계, 즉 순차적 질서일 뿐이다. 이것을 지금 언급하는 이유는, 시간에 대한 라이프니츠와 뉴턴의 상이한 이해가 두 사람이 성장한 환경이나 사용한 시간 측정 도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_p54 「1부 그림자의 시간」 중에서
태양을 도는 지구의 연간 주기는 언제나 동일할까? 자전축을 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는 항상 똑같을까? 학자들은 진자시계를 통해 자전의 등속성을 검사하고 자유낙하를 하는 물체의 가속도나 음향의 속도를 규정하였다. 앞서서 이런 시간 측정 장치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뉴턴이 17세기 말에 내놓은 보편적인 운동 이론과 중력이론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_p155 「2부 시계들의 시간」 중에서
지금까지 이 책에서 시간은 무엇보다도 시간 측정과 관련하여 관찰되었다. 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건들 속에서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은 자연적인 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어느 정도 질서정연한 주기적 과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위들은 시계와 달력을 통한 시간 측정의 토대가 된다.
뉴턴은 변화 자체의 근거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까? 그의 대답은 모든 운동의 근원에는 물체와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과학자로 서 물리적 현상의 세계에 접근하였다. 그는 외부의 힘에서 벗어난 물 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모든 물체는 힘의 작용을 통해 상태 변화를 강요받지 않는 한 정지 상태 또는 등속의 직선운동 상태를 유지한다.” 새로운 물리학적 시간 개념의 토대는 관성의 법칙이었다.
_p215 「3부 수학의 시간」 중에서
라이프니츠는 자연의 변천 과정에서 인과적 질서와 무한히 연속되는 변화를 보았다.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사건의 세분화는 수학의 급수에서처럼 가장 작은 연결고리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계속될 수 있다. 매 시간 안에는 무한수의 순간이 존재하고, 매 순간은 다시 무한수의 사물을 담고 있으며, “이 사물의 각각은 무한을 품고 있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으므로 모든 새로운 상태는 이전의 상태와 수학적 법칙을 통해서 묶인다. 변화의 매 순간을 관통하여 인과적 연결이 작용한다. “내 생각으로는 형이상학적 근거에 따라 우주 안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현재는 항상 미래를 잉태하고 있으며, 모든 상태는 직접 선행하는 상태를 통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계 안에는 어떤 결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결함은 충족 이유율을 전복하고 현상에 대한 설명 대신 기적이나 단순한 우연에 의지하도록 우리를 몰아간다. _p241 「4부 동요의 시간」 중에서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그를 비롯하여 뉴턴, 갈릴레이 등 많은 저명한 학자들이 다른 학자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학사의 이와 같은 지적은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과학의 발전을 개인의 천재성보다 다수의 노력으로서 이해하고 그에 따라 과학자 개인의 업적을 판단하는 기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쨌든 논문 발표의 양과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품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특징임에
출판사 서평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를 시시각각 몰아붙이는 시간 발명의 역사를 좇는 책 《라이프니츠, 뉴턴 그리고 시간의 발명》이 출간되었다(은행나무 刊). 수학자로 명성을 떨친 뉴턴과 당대의 박식가였던 라이프니츠 두 위인들의 전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이 책은 근대에 진자시계가 발명되면서 분과 초로 시간을 나누기 시작한 뒤 이제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된 시간이 근대 유럽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여준다. 천문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저자 토마스 데 파도바가 당대의 시대상을 그려냄에 있어 과학뿐 아니라 수학, 역사, 사회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아울러 박학다식한 통찰력으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계와 함께 발명된 ‘시간’에 관해 두 위대한 학자가 펼치는 뜨거운 논쟁
라이프니츠와 뉴턴 하면 그들 간의 미적분 우선권 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청년 시절 두어 번 서신을 교환한 적 있는 라이프니츠와 뉴턴이 각자 미적분을 자신이 먼저 발견하였고 상대방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빚졌을 뿐이라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 분쟁은 영국 최고의 수학자와 신성로마제국 최고의 수학자가 그들을 따르는 학자들의 비호를 받으며 확대되어 18세기 초 유럽 지성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논쟁은 미적분에서 그치지 않았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라이프니츠가 모시던 하노버의 선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가 조지 1세로 영국 왕위에 오르면서, 조지 1세의 왕세자비인 카롤리네 공주가 화해를 중재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서로의 연구를 헐뜯는 수준이었던 두 학자의 분쟁은 곧 시간에 관한 최초의 치열한 논쟁으로 승화하였다.
새로운 시간의 시대에 호흡한 두 학자의 생애는 그대로 시간의 역사가 된다
3년 반 터울로 태어난 라이프니츠와 뉴턴은 태양의 움직임으로만 시간을 가늠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첫닭이 울면 하루가 시작되고 해가 지고 불을 켜야 할 때면 하루를 마무리 지을 때임을 알던 시대다. 그리고 그들이 십 대일 때, 진자시계가 발명되었다. 이전까지 시계란 도시에 나가서야 볼 수 있는 탑시계 정도로 기껏해야 15분 단위로 알려주었지만 진자시계는 분, 나아가 초 단위의 작은 시간들을 균일하게 알려주었다. 동량의 시간을 언제 어디서나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소요 시간을 비교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도 되었고, 대항해시대의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경도 설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근대인들의 일상도 크게 변화하였다. 태양이 가장 높게 뜰 때와 시계의 정오를 비교하며 ‘시계가 늦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태양 대신 시계를 통해 시간을 읽기 시작했고, 태양의 운행에 따라 시간을 읽는 진태양시가 아니라 그리니치에 설치된 시계가 알려주는 평균시, 즉 시계 시간이 시간의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당대 학자들을 지적으로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라이프니츠와 뉴턴 역시 그러한 시대를 호흡하며 근대의 발명품인 시간을 맘껏 사유하였다.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시간은 그 자체로 흘러가며
본성상 등속(等速)이고 어떤 외적 대상과도 관계하지 않는다.”_뉴턴
“나는 공간을 시간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상대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시간은 동시에 공존하지 않는 것들의 질서다.
이로써 시간은 변화의 보편적 질서가 된다.”_라이프니츠
뉴턴은 시간을 두고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시간’, 즉 ‘절대 시간’으로 보았다. 우리는 흔히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뉴턴의 만유인력은 사실 보다 학문적인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훅의 제안으로 행성이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것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해냈다. 당대 물리학의 쾌거를 일구어내면서 뉴턴은 시간을 물리학의 다양한 법칙을 정리하기 위한 일정한 축으로 본 셈이다. 그의 시간은 동일한 속도로, 일직선으로 흐르는 ‘수학적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은 우리의 일상적인 표현과도 이어진다.
반면 라이프니츠는 시간을 사건과 사건 간의 질서로 보았다. 뉴턴이 시간을 사물화한 데 적극적으로 반대한 그는 시간을 실체가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 간의 관계, 사건들 간의 질서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보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절대 시간’ 개념을 상정한 뉴턴 물리학이 시간에 관한 논의에 있어 헤게모니를 잡아, 라이프니츠의 상대적인 시간은 그 그늘에 가리워 있었다. 그러던 중 20세기에 들어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접목된 이후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해 과학론의 에른스트 마흐, 사회학의 노베르트 엘리아스 등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 아버지의 서고에 갇혀 자라난 라이프니츠와 양을 치며 별을 헤아리고 자라난 뉴턴의 유년기를 보면, 직접 계산기를 고안해 제작하고 중국에까지 서신을 교환하며 지식을 습득한 라이프니츠와 후일 미적분이라 불리는 유율법이나 반사망원경을 고안해놓고도 혼자만 알고 있었던 뉴턴의 성향 차이를 보면 시간에 대해 두 학자가 상이한 인식을 가졌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더불어 뉴턴이 영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였다는 점, 라이프니츠가 스피노자 등의 철학자들과 교류하며 철학적인 저술을 다수 남겼다는 점 또한 시간에 관한 두 학자의 상이한 관점에 설득력을 보탠다.
시간이 지배하기 시작한 근대 유럽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서
이 책은 라이프니츠와 뉴턴의 이중 전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둘의 전기만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시간의 역사를 채워 넣기 위해 당대 다양한 식자들의 활동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여준다. 진자시계를 고안한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와 로버트 훅, 두 주인공에 선행하여 시간에 대해 고민했던 요하네스 케플러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라이프니츠에게 영향을 끼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뉴턴의 역작 《프린키피아》 저술에 도움을 준 에드먼드 핼리, 뉴턴과 라이프니츠 간의 논쟁에 큰 역할을 한 니콜라 파티오 드 뒬리에, 새뮤얼 클라크 등 지금도 우리에게 친숙한 당대의 수많은 학자들은 그들의 저술과 사상으로 시간의 역사에 기꺼이 동참한다.
더불어 당대 런던의 격동하는 생활사를 9년간 소상히 기록한 새뮤얼 피프스의 일기나 문학 작품들을 활용하여 당대의 풍경을 생생히 그려내기도 한다. 집집마다 더 큰 시계를 들이는 것을 부의 척도로 삼고, 새뮤얼 피프스가 시계로부터 눈을 못 떼는 장면은 마치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기에 사로잡힌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계가 만들어준 시간에 도취된 이들은 시간을 빼곡히 나누어 스케줄 짜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시간 엄수(punctuality)’라는 말을 즐겨 입에 올리기 시작했으며, 근무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정확한 시간 약속을 만들어내 사업의 발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분과 초를 다투며 시간에 쫓기는 지금 우리의 삶의 태동을 감지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주인, 시간
저자는 “우리의 시간 의식과 서구사회에서 자주 감지되는 시간에 쫓기는 태도는 빡빡한 시간표와 더불어 점점 더 많은 활동을 체험하게 되는 문명화 과정의 결과”(〈서문〉)라고 말한다. 이렇듯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지금의 시간 체계가 실은 고안된 지 400년도 안 된 발명품이란 사실이 놀랍다. 심지어 달력조차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이 나라에 따라 혼용되던 시절이었다. 그 영향력에 비해 역사가 오래지 않은 때문인지 시간에 관한 고찰은 현재까지도 과학뿐 아니라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모든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시계의 분절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다. 시간을 관리하다 못해 시간에 쫓기며 ‘24시간이 모자라’다고 푸념하면서, 끼니나 잠조차 제대로 못 챙길 때면 시간이 겁박하는 일상에 왜 이러고 사는 건지 싶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절약해야 할 하나의 자산처럼 여겨지는 요즘, 효율을 핑계로 진짜 필요한 것들을 생략한 나머지 심지어 인명까지 희생되는 우리 사회에서라면 한번쯤 그 고약한 시간에 대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 시간의 기원을 좇는 이 책은 하나의 큰 울림이 될 것이다.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을, 시간이 우리의 주인이 아님을.
기본정보
ISBN | 9788956609027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6월 22일 |
쪽수 | 378쪽 |
크기 |
146 * 216
* 23
mm
/ 6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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