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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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박범신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서 태어났고, 강경읍 채산동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황북초교, 강경중, 남성고교, 전주교대, 원광대학교,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여름의 잔해〉로 당선, 데뷔했다. 초기엔 〈토끼와 잠수함〉 〈덫〉 등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주목받았고, 1979년 이후엔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에 이어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등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발표, ‘인기작가’로 각광받았다.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회자되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수백만 권 이상 팔렸으며, 20여 편 넘게 영화화, 드라마화됐고, 노래, 무용, 연극, 그림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에 걸쳐 폭넓게 재창조됐다. 1993년 겨울, 문화일보에 장편 《외등》을 연재하던 중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면서 돌연 절필을 선언, 3년여 동안, 용인 외딴집 ‘한터산방’에서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전후로 그는 히말라야 곳곳을 여러 차례 찾았고, 아프리카, 유라시아, 중국을 종주했으며, 티베트 극서부의 성산 카일라스를 순례했고, 아프리카 대륙의 지붕인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 끝에 “나를 새로운 작가로 받아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1997년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탐구한 연작소설집 《흰 소가 끄는 수레》를 시작으로 단편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방》을 잇달아 출간했다. 작가로서 그의 새로운 출발은 평론가 백낙청의 말 그대로 “괴로운 절필 끝에 박범신이 다시 펜을 든 것은 우리 문단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문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곧 이주노동자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장편소설 《나마스테》, 예술가의 내적 분열을 뛰어난 미학적 문장으로 형상화한 《더러운 책상》, 실존의 근원을 탐색한 《주름》을 발표하고, 포털 ‘네이버’에 최초 연재하여 인터넷 연재의 물꼬를 튼 산악소설 《촐라체》, 역사 인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낸 《고산자》, 신간으로는 처음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 출간한 존재론적 예술가 소설 《은교》 등 이른바 ‘갈망 3부작’을 발표하면서,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근작으로는 장편 《비즈니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가 있다.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연희문학촌 촌장, 명지대 교수를 역임했고, 대한민국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등을 받았다.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다.
목차
- 2011년 11월~12월 홀로 가득차고 따뜻이 빈 집
2012년 1월~2월 그리고 3월 하루 새로운 '한 시기'의 봄꿈을 꾼다
2011년 6월 작가로 살아갈 새날을 내다보며
출판사 서평
“사랑과 꿈과 기억과 눈물이 가득한
이곳을 생각하면 영혼의 뜰에 등롱 켠 듯하다.”
고요한 호수를 마주 보는 논산 조정리집
저 홀로 가득 차고, 수시로 따뜻이 비어 있는 그곳에서 써내려간
작가 박범신 첫 겨울의 기록
“아무것도 필요 없다. 지금은, 다만 환해지고 싶다. 따뜻해지고 싶다.”
지난해 7월 명지대학교 교수직을 비롯해 맡고 있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고향 논산으로 홀연히 낙향했던 중견소설가 박범신의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논산일기 2011 겨울≫이 출간되었다(은행나무 刊).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그가 고백하는 ‘사랑’의 대상은 문학이다. 그는 다시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 반세기 만의 귀향에서 그가 얻은 것은 결국 문학에 대한 순정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상으로 올라간 그의 글에서는, 아직도 식지 않은 문학에 대한 사랑과 지나간 삶에 대한 연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심이 짙게 배어 나온다. 독자들은 한 소설가의 영혼의 조각을 얻은 듯한 감동과 더불어, 자신의 삶 또한 어떠한 지점에 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가 논산에 내려가 틈틈이 SNS ‘페이스북(FACEBOOK)’에 썼던 일기를 모은 것이다. 호수를 마주 보는 ‘논산집’에 적응하며 홀로 생활하면서 겪은 일, 문학적 감수성을 배태하게 해준 고향 이야기, 논산과 서울을 오가며 떠오른 오늘날의 세태에 대한 단상들을 주로 썼다.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갔던 사진들도 책에 수록했는데, 노(老) 작가답지 않게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들이 글과 어우러져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세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그는 작가 생활 39년 만에 논산으로 귀향했다. 40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내려간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한 시기’가 금강 수평선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처럼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한 시기가 끝나면 한 시기가 시작된다’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소설은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았고, ‘논산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만이 아름다웠다. 소설 대신 어떤 날에는 술이, 어떤 날에는 눈물 한 방울이 섞인 그의 일기가 인터넷에 올라갔다. 펜을 들고 공책에 썼다면 회한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을 일기는 그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얻어 산뜻한 기쁨으로 변했고 문학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뜨거워졌다.
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이 그의 다른 소설이나 산문집보다 특별한 점은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배태되었던 논산에서 쓰인 일기라는 점이다. 소설이 아닌 직접적인 목소리로 그가 문학을 꿈꾸게 된 계기에 대해 들을 수 있다. 논산에 돌아가자, 과거의 자신이 계속 그에게 말을 걸었다. 황금빛 출렁이던 논산 들판 가운데를 걸으면서도 배고팠던 어린 소년,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옥녀봉에 올라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했던 청년, 기찻길이 가까워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다르르 벽이 떨렸던 강경 채산동 집의 ‘더러운 책상’에 앉아 줄기차게 소설을 썼던 젊은 날의 박범신……. 신춘문예 당선과 동시에 상경했던 그에게 고향 논산은 문학에 대한 열정과 순수가 찬란히 빛나던 시절의 다른 이름이었다.
서울에서 논산까지…… 넉 달이 걸린 영혼의 여행
서울에서 논산까지 ‘하이웨이를 타고 미친 속도로 달린다면’ 3시간 남짓 걸린다. 그러나 박범신의 몸과 영혼이 함께 논산에 도착하기까지에는 4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의 마음이 논산에 안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혼의 여행기’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책의 초반부에서 밝히듯이 그는 자신이 논산에 내려가는 이유에 대해 몰랐다. “고향에 와 있으니 어떠시냐?”라는 질문에도 “몸은 와 있는데 마음은 겨우 평택이나 천안쯤 와 있는 거 같다”고 대답했다. 겨울 한 철을 논산에서 보내는 동안, 고향 사람들의 환대에 행복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로서 ‘논산에 안주하는 것’에 대한 끝없는 번민이 찾아들기도 했다.
작가는 쓰지 않을 때가 마음 더 분주하다. 벌써 열 달째 소설을 쓰지 않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더 불안하고 더 분주할 수밖에 없다. 조정리 내려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지지부진 시간을 많이 끌게 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깊은 본원은 아마 “이 시기에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곤혹스럽고 의미심장한 문제 앞에서 내가 좌초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인 내게 고향이란 단순히 추억의 장소일 수만은 없다. 수구초심이라면서, 나의 대답을 끝낼 순 없다. 무엇인가, 그 어떤 비의적인 ‘이야기’가 나를 불러 내린 것일 테지. 지금은 우연으로 보이나 나의 논산행을 결국은 ‘필연’으로 만들 그 무엇.
-본문 중에서
그의 외로움을 더욱 부채질했던 것은 유달리 추위가 심한 ‘논산집’이었다. 결국, 보일러 공사 때문에 논산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그는 늘 그곳을 생각했다. 드디어 3월의 어느 날, 한결 따뜻해진 ‘논산집’에 그를 우애하는 이들이 찾아와 한껏 ‘지신밟기’를 해주고 방구석 그득그득 사람 냄새를 풍겨주었을 때, 그는 먼 곳에서 자신의 영혼이 호수 저편에서 날아와 몸과 합치되는 기분을 느꼈다. 비로소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제 논산은 단순한 그의 고향이 아니었다. 새로운 기차를 타고 새로운 레일을 따라 건너온 ‘새로운 논산’이었다. 더불어, 작가로서의 새로운 ‘한 시기’가 시작되었음을, 그의 마음에 새로운 봄이 왔음을 느꼈다.
나는 옛날의 그 ‘고향’을 잊을 수 없어 그곳, 논산으로 간 게 아니다. 고향은 고향이지만, 그러나 내가 돌아간 그곳은 이미 옛날의 그 자리, 그 시간도 아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나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가라. 그것은 나의 그리움일 뿐 사실로서의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위태롭고 새로운 시간과 공간 속으로 ‘출발’해 간 것이다. 새로운 시간을 향한 장엄한 반역과 그 너머에 있을 미지의 또 다른 감미를 구하고자 하는 나의 꿈은 아직도 옹골차다.
“사랑이 깊으면 존재는 가벼워지는가, 무거워지는가”
소설가의 산문집답게 이 책에는 하나의 ‘생명’에 관한 서사가 흐른다. ‘논산집’ 뒤꼍, 자그마한 연못에는 붉은 금붕어 몇 마리가 살고 있다. 겨울이 되어 연못이 얼기 전에 그는 금붕어들을 ‘고무다라이’에 옮긴다. 그러나 그중 한 마리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가 금붕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따로 먹이를 챙겨주고 “널 믿어!”라고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겨울을 보내면서 숨을 놓지 않는 금붕어에게서 오히려 삶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 봄날이 다가와 일기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도 살아남은 금붕어에 대한 찬사와 환호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가엽고 연약하나 생명력만큼은 잡초와 같은 민생들에 대한 사랑과 같았다.
사랑받고 있다고만 느낀다면, 우린 절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을뿐더러, 결단코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가 쌓아야 할 덕이 그것, 사랑이다.
- 본문 중에서
사랑만이 우리가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나직이, 그러나 힘 있게 이야기하는 그는 겨우내 논산에서 느꼈던 짙은 외로움을, 일기를 통해 뜨거운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바꾸어 놓았다. 스스로 논산에서 작가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밝힌 그가 앞으로 어떠한 문학에 대한 사랑을 들려줄지, 이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6606125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4월 25일 |
쪽수 | 324쪽 |
크기 |
150 * 210
* 30
mm
/ 51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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