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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곽미경
저자 곽미경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소장)은
풍요와 생산의 땅 김제에서 태어났다.
요리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어머니가 해주신 카스텔라, 토마토잼, 복숭아 떡의 특별한 사랑을 듬뿍 먹으며 성장하는 가운데, 초등학교 시절에 ‘꺼벙이 연구소’를 만들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여고 시절에 만든 계란크로켓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는 무인도와 별과 비를 꿈꿨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미국 일리노이주 샴페인, 네바다주 베틀마운튼 등지에 살며 희망과 좌절을 맛보면서, 마음속에 늘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나눔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못다 이룬 풍석 서유구 선생의 꿈을 잉태하여, 우리 전통음식을 함께 복원하고 공유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는 풍석 서유구 선생의 [임원경제지] 『정조지』와 『보양지』를 기반으로 기타 고조리서 등을 참고하여 우리 선조들의 음식 철학과 지식을 탐구하고 이를 오늘에 맞게 현대화하는 한편, 우리의 전통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풍석문화재단과 우석대학교가 산학협력을 통해 2015년 7월 1일 설립하였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는 현재 곽미경 소장을 중심으로 [임원경제지] 『정조지』에 수록된 음식의 복원 및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차례로 총 13권에 걸쳐 출판할 예정이다. 그 첫 권이 이번에 출간되는 『조선 셰프 서유구』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는 또한 전통음식의 복원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의 향토음식 레시피 개발 및 지도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번역 임원경제연구소 정정기
번역 임원경제연구소는 고전 연구와 번역, 출판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다양한 전공 분야의 소장학자 40여 명이 회원 및 번역자로 참여하여, 풍석 서유구 선생의 『임원경제지』를 완역하고 있다. 또한 번역 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번역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교류하고 있다.
정정기 (임원경제연구소 번역팀장)
『정조지』의 역자로, 이 책에 실린 『정조지』 음식 레시피의 원문을 교감하고 번역했으며, 자세하게 주석을 달았다. 서울대학교 가정대학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였고, 우리 가정학을 근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도올서원과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동 대학원에서 성리학적 부부관에 대한 연구로 석사를, 「조선시대 가족의 식색교육 연구」로 박사를 마쳤다.
목차
- 머리말
1부 세상에 나와 사랑을 맛보다
1장 약봉 서성과 그의 어머니 고성 이씨 _ 전립투와 약산춘
2장 외할아버지 이이장 _ 산삼떡과 만두과
3장 가야금을 같이 타던 스승 유금 _ 구면과 아두자
4장 주인 없는 생일잔치 _ 전천초와 탕병
5장 어느 여름날, 세검정 계곡에서 _ 비름나물밥과 게구이
2부 인생의 맛을 알아가다
6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_ 육회와 대추죽
7장 정조와 함께 한 꽃놀이 _ 진주면과 전복김치
8장 나의 아들 우보와 여산 송씨 _ 잉어수정회와 수수당
9장 순창군수 시절, 세상에 눈뜨다! _ 상자죽과 남초초
10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며… _ 원기보양죽과 건포도와 송자해라간
3부 깊은 쓴맛 끝에 오는 단맛 같은 삶
11장 지향을 만나다 _ 도행병과 포도차
12장 돌아올 수 없는 강 _ 밀양시병과 설하멱방
13장 스승 박지원 _ 더덕 도라지구이와 과사두
14장 숙부 서형수의 귀양과 나의 도피 _ 산가지와 천리포
15장 억기가 떠나가다 _ 혼돈반과 완두콩 미숫가루
16장 형과 형수 _ 연방 어부의 삼선과 연방만두
17장 우보의 생일날 _ 참새알심국과 붕어찜
4부 덧없는 삶을 견디게 한 애민정신
18장 우보의 죽음 _ 가수저라와 자하해
19장 효명세자와 박규수 _ 대합구이와 미나리김치, 메추라기구이
20장 기로소에서 _ 열구자탕
21장 전라관찰사 부임 _ 골동반과 막걸리
22장 바짓가랑이를 걷고 논밭을 누비며 _ 감저주와 행주두부조림
23장 벼슬에서 물러나 새 복거지를 찾다 _ 우미증방과 과제와 당근제
24장 후학들과 함께 _ 박금과 흑두초
25장 [임원경제지]를 마치고 _ 모과환과 국화차
부록 [임원경제지] 『정조지』의 현대적 의미
1. 본문 관련 [임원경제지] 『정조지』 원문 번역
2. [임원경제지] 『정조지』에 대하여
3. 『정조지』, 현대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책 속으로
순창 백성들은 고추만 따고 잎이나 줄기는 그냥 밭에 방치하여,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남초초 만드는 법을 만나는 사람마다 가르쳐주기로 한다. 남초초는 고추의 잎과 줄기를 데쳐 기름에 볶아 갖은 양념을 만드는 요리다. 어머니께서 한여름에 남초초를 많이 먹으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하시니 누이들이 부끄러워하면서도 서로 눈치를 보며 먹던 기억이 난다.
내가 남초초를 설명하자 이방이 “군수 나리 다 좋은데요. 몇 년째 깨도 흉년이라 고춧잎을 볶을 기름이 있는 집이 몇 집 없으니 내년에 풍년이 들면 하시지요” 한다.
한양 생활에 익숙하여 미처 그것까지 생각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나도 백성들이 보기엔 다 똑같은 한심한 관리로 보일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순창군수 시절, 세상에 눈뜨다! _ 상자죽과 남초초’ 중에서
우보에게서 이미 생명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눈에는 총기가 빠지고, 머리털은 푸석하고, 손톱은 갈라져 있고, 목소리에는 힘이 없고, 붉었던 입술은 저승사자와 입맞춤이라도 한 듯 거무죽죽하다.
급히 부엌으로 가서 방폐 시절 난호로 나를 찾아온 심상규가 준 설탕을 꺼내 우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저라를 만들어본다. 가수저라는 일본에서 온 밀가루 떡 종류인데 맛과 향이 부드럽고 달콤하여 마치 구름을 나는 듯하고 조금만 먹어도 피로를 가시게 하고 힘이 나게 한다. 나는 모처럼 계란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백옥 같은 밀가루와 설탕을 잘 섞어 미리 달군 무쇠솥에 굽는다. 달콤한 향이 천 리 밖까지 퍼질 듯하니, 병석의 우보도 가수저라 냄새를 맡고 언제 다 구워지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보의 죽음 _ 가수저라와 자하해’ 중에서
어머니는 담담하게 집안일은 걱정 말고 급히 떠날 것을 재촉하며, 기름 봉투에 직접 만드신 천리포를 담아 주시며 인편이 되는 대로 더 보낼 터이니 아끼지 말고 먹으라고 하신다. 천리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청나라 사행을 가실 때 할머니와 어머니가 정성을 들여 만들던 말린 고기 포인데, 이제 아들이 목숨을 구하고자 몸을 피하는 음식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이를 만드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셨을까? 할아버지는 청나라 사행길에 천리포를 가지고 다니셨기에 지치지 않고 먼 길을 달려가실 수 있었다며 할머니와 며느리를 치하하셨다. 그러면 할머니는 “다 천리포의 공이지요”라고 멋쩍어하시며 공을 천리포에게 돌렸다.
-‘숙부 서형수의 귀양과 나의 도피 _ 산가지와 천리포’ 중에서
나는 태순에게 힘을 돋워줄 모든 죽과 음료를 내 방에 들이지 말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내가 날을 새워 책을 읽을 때 즐겨 마시고 먹던 국화차와 모과환만을 방 안에 들이라고 한다.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있다가 조금 기운이 나면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하여 국화차를 마시고 모과환으로 요기를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죽음을 기다린다.
떠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이제 세상과 이별을 하고자 한다. 새로 끓인 국화차를 가지고 온 조카에게 거문고를 뜯으라 하니 조카가 울며 거문고를 뜯기 시작한다. 나는 향기롭고 따뜻한 국화차 한 모금을 마시고 힘겹게 눕는다.
(중략)
이제 내가 두고 가는 [임원경제지]는 언젠가 꼭 쓰일 날이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하는 데 바로 쓰이지는 못했지만 내 후손들이 이를 발견하여 크게 쓰기를 바란다. 마음이 평안하다.
-‘[임원경제지]를 마치고 _ 모과환과 국화차’ 중에서
출판사 서평
ㆍ그가 정말 조선 셰프라는 증거가 있나?
당연히 있다. 그것도 백과사전 형식으로 기록된 조선음식 요리종합서로서 남겨져 있다. 바로 『정조지』라는 7권짜리 책이다. 그가 조선 셰프로서 기록해놓은 7권의『정조지』는 [임원경제지] 16지 중 8번째 지로, 그 앞에 기록한 분야들은 모두 농사와 관련된 분야이다. 선생은 음식이 농사의 최종 목적이자 결실로 보고, 요리법을 자신의 학문 영역으로 과감히 끌어올렸다. 남녀를 구분하고 적서를 가르며 반상을 나누고 내외를 엄격히 했던 그 시절, 음식을 만드는 일을 여자들이 하는 하찮은 일로 취급했던 통념을 깨고 당시 음식을 망라하여 치밀하게 레시피를 기록한 그의 실용정신과 열린 사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ㆍ고위 관리를 지낸 사대부가
셰프로서 그런 음식 요리책을 썼다는 게 말이 되나?
오늘날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풍석 선생은 조선의 사대부 가운데 대단히 특이한 존재다. 당시의 식자층인 양반들이 풍류를 즐겨 시회를 열거나 경전 해석이나 나라를 바로잡을 경륜을 펼치느라 혀와 붓이 마르도록 싸울 때, 그는 벼슬을 내려놓고 귀향하여 시골에서 생활할 때는 물론 다시 관직에 나와 육조판서를 두루 역임하고 관찰사로 지방을 돌 때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직무를 다하면서도 조용히 남들 모르게 방대하고도 체계적인 [임원경제지]를 저술하는데 인생 후반기를 보냈다. 겉으로 보이는 온건함과는 달리 그의 삶은 자신과의 치열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시대의 조류에 맞서 자신의 삶이 바르게 지향하고 있음을 확신하면서 자신만의 학문적 목표를 설정하고 열정을 불태운 인물이었다.
그의 [임원경제지] 『정조지』는 음식에 초점을 맞춰 당시 조선 음식을 중심으로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까지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기록한 열정의 산물이다.
ㆍ음식을 요리하는 사대부,
조선 셰프 서유구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한마디로 참다운 실학을 실천궁행하면서 일생을 보낸 분이다. 작은 키에 온화하면서도 일상의 중심이 확고하게 선 유학자이자 고위 관료였고 세심한 실용주의자로서, 농부이자 어부, 목수, 요리사, 한의사, 가야금 연주자였다.
풍석 서유구 선생은 영조 때 태어나 정조의 지극한 관심 속에 과거에 급제하여 10년 동안 벼슬을 살다가,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등극하여 노론 벽파의 득세와 세도 김씨의 전횡이 진행되자 6년 후 관직을 버리고 귀향하여 18년 동안 시골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예순 나이인 순조 23년에 다시 복직하여 고위 관료로 16년 동안 봉직하다 일흔여섯 살 때인 헌종 5년에 벼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는 여든두 살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다.
그의 삶은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의 부흥기와 순조 이후의 쇠퇴기에 걸쳐 있느니만큼 정계의 부침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조선 정계와 학계의 중심이던 가문의 영화 속에서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지내다가, 가문이 급격히 몰락하자 자신도 초야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시 복직하여 고위 관직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그는 권력과 재물에 초연했고, 노년에 전원생활을 즐기며 [임원경제지] 113권을 완성하고는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ㆍ가 책은 조선 셰프 서유구 선생의
놀라운 삶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나?
이 책 『조선 셰프 서유구』는 [임원경제지]를 저술한 풍석 서유구 선생의 삶을, 선생이 체계적으로 기록해놓은 [임원경제지] 『정조지』 속의 음식 레시피와 함께 버무려 소설적으로 그려낸 일종의 드라마다.
풍석 선생의 일생을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장년 시절, 노년 시절로 나누고 25장면으로 구성하여, 각 장별로 그가 살아가며 겪었을 인생 단면을 그리면서 음식과의 인연을 담았다. 그리고 해당 음식을 직접 복원하면서 느낀 소회와 간략한 레시피도 함께 다루었다. 기록된 사실을 기반으로 선생의 일생을 장면, 장면으로 드라마화한 내용을 복원한 음식 사진과 함께 읽다 보면, 200년 전 조선 후기로 돌아간 듯 느껴질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6374420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9월 20일 | ||
쪽수 | 335쪽 | ||
크기 |
152 * 226
* 24
mm
/ 619 g
|
||
총권수 | 1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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