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석 문학 선집 3: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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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3년 2월 3주 선정
제3권에는 해방 후 5년 동안 쓴 작품들이 실려 있다. 존재 물음을 통해 양심과 가치가 전도된 현실을 환멸로 관조하고, 그 현실로부터 탈주하려는 주체의 몸부림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체는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환멸의 세계와 시적 세계의 경계를 오가며 생명력을 회복한다.
작가정보
엮음 김현주
저자 김현주(엮음)(金鉉珠, Hyun-ju Kim)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중서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소설의 문화론적 접근』, 『마인』(편저), 『역사소설이란 무엇인가』(공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공저), 『여원 연구』(공저), 『1970년대 문학 연구』(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아프레걸의 주체화 방식과 멜로 드라마적 상상력의 구조」, 「구활자본 소설에 나타난 ‘가정담론’의 대중 미학적 원리」, 「『제국신문』에 나타난 혼인제도와 근대적 파트너십」, 「1950년대 잡지 『아리랑』과 명랑소설의 ‘명랑성’ 연구」 등이 있다.
저자 정비석은 1911년 5월 21일 평안북도 의주에서 출생했다. 정비석의 본명은 서죽(瑞竹)으로, 니혼대학 문과에서 수학하였다. 193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콩트 「여자」가 당선된 이후, 1936년 「졸곡제」(『동아일보』), 1937년 「성황당」(『조선일보』), 1938년 「애증도」(『동아일보』)가 신춘문예에 연달아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1950년대 ‘『자유부인』 논쟁’은 그에게 대중소설가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의 감정구조에 호소하는 애정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고향이나 전통의 정서를 정감 있는 언어로 재현하는 한편, 현실에 기투하는 주체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던 작가였다. 50년대 이후 『명기열전』, 『민비』 등 역사소설로 작품 경향을 전환하여 80년대 말까지 작품 활동을 하였다. 소설 『청춘의 윤리』, 『여성전선』, 『자유부인』, 『산유화』, 수필집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노변정담』, 『나비야 청산가자』, 평론집 『소설작법』 등이 있다.
목차
- 시일(是日)
매화(梅花)
고요한 뜰
애모(哀慕)
인생부(人生賦)
파도(波濤)
귀향(歸鄕)
동녀기(童女記)
동정녀(童貞女)
여인(女人)의 행복(幸福)
춘희(春喜)
운명(運命)
파계승(破戒僧)
노안대경(老顔對鏡)
향로(香爐)
원죄(原罪)의 사람들
눈물
사랑의 집
연락선(連絡船)
첫눈
굴욕(屈辱)의 생애(生涯)
수난자 김봉명전(受難者 金鳳鳴傳)
모색(暮色)
안해의 항의문(抗議文)
갈대와 가티
소녀(少女)의 주검
실패(失敗)한 청춘(靑春)
제신제(諸神祭)
박꽃
남매
암야행로(暗夜行路)
경품권(景品券)
서한(書翰)
연애 노정(戀愛 路程)
냉혈 동물(冷血 動物)
혼명(昏明)
신문 기자(新聞 記者)
사향가(思鄕歌)-어떤 학도병(學徒兵)의 수기(手記)
해설: 정비석의 해방기 소설에 나타난 환멸의 정조와 낭만적 탈주
수록 작품 목록
출판사 서평
낡은 저널 속에 묻힌 정비석을 펼쳐보다
정비석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자유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자유부인』은 그에게 대중적 명성과 입지를 가져다 준 작품이지만, 그와 동시에 연애물 다루는 작가, 역사대중소설을 쓰는 작가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것은 소설가 정비석에게 향하는 문학적 호기심을 가파르게 줄이는 효과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을 지나, 정비석이 떠나고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의 문학성은 뽀얀 먼지가 앉아 학계와 독자들로부터 오래도록 잊혀 있었다.
그 먼지를 쓸어내고 털어내서 정비석을 세상에 다시 펼쳐보는 책이 나왔다. 『정비석 문학 선집』 1~3(소명출판, 2013)이 그것이다. 이번에 정비석의 단편소설을 모아 『정비석 문학 선집』을 발간했다. 이 선집은 정비석의 단편소설을 모두 발굴하여 한 자리에 모았으며, 이러한 작업은 한국 문단에서는 최초의 일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독자는 정비석과 관련하여 두 가지 점에서 놀랄 것이다. 우선 정비석이 발표한 단편소설이 150여 편에 달한다는 양적인 방대함에, 그 다음으로는 정비석의 단편소설 중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소설집으로 묶여 나온 것이 극히 적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1948년에 「성황당」, 「졸곡제」, 「애증도」 등 3편이 실린 『성황당』과, 여기에 「냉혈동물」 등 3편을 첨부한 『모색』 등의 작품집이 발간되었을 뿐이다. 결국 독자는 물론 한국문학 연구자조차도 정비석의 단편소설의 전체 경계를 모를 수밖에 없었기에, 그동안 정비석은 「성황당」이나 『자유부인』, 『소설 손자병법』의 작가로만 알려져 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독자들은 아마도 질적인 면에서 가치가 떨어지니 소설 선집 출간이 안 되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추론할 수 있다. 정비석이라는 작가를 떠올릴 때, 대중문학가라는 선입견, 가령 『자유부인』과 같이 연애나 성애를 주로 다룬 대중 작가 또는 『명기열전』, 『손자병법』 등의 대중 역사물 작가라는 선입견이 이러한 추론의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인지도 모른다.
확인 안 된 근거에 의해 150편이 넘는 정비석의 단편소설들은 대중이나 학계에서 잊히고 낡은 저널 속에 이름 없이 묻히고 말았다. 『정비석 문학 선집』은 낡은 저널을 펼치고, 그 안의 정비석을 발굴, 그의 문학을 재발견하고자 한다.
조선문단부터 해방기까지의 정비석 단편을 모으다
『정비석 문학 선집』을 편집한 김현주 교수(한양대 기초ㆍ융합교육원)가 학회장으로 있는 ‘대중서사학회’에서는 2009년 정비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정비석 문학의 총체적 조명’이라는 기획을 했다. 이때 편자(김현주 교수)는 정비석의 단편소설을 발굴·발표하면서 비로소 그의 선집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기획를 계기로 편자는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씨알이 무수히 달리듯 여기저기 저널에 산재한 정비석 소설을 발굴하였고 선집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 문학사에 새롭게 보충할 귀중한 자산을 발견한 듯한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독자들은 정비석의 단편소설에서 장편소설과는 다른 예리한 문학적 성취와 미학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편자는 정비석 문학의 시작과 본류가 단편소설에 있다고 단언한다. 이는 정비석이 193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여자」로 등단하고, 1936년 『동아일보』에 「졸곡제」, 1937년 『조선일보』에 「성황당」, 1938년 『동아일보』에 「애증도」가 4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발표한 단편소설에서 정비석은 고향을 떠난 근대인이 개인화 과정에서 부딪히는 고립과 고독, 이를 달래 줄 향수, 혹은 이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남녀 애정의 결합 등을 깊이 파고든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를 심각한 이념이나 계몽이 아니라 심심한 인정(人情)의 측면에서 심리적 갈등과 생활의 손때를 아취 있는 한글의 세계 속에서 미적으로 녹여낸다.
『정비석 문학 선집』은 등단 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정비석 소설을 발표 시기별로 수록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1935년 조선문단에 등단한 이후 한국전쟁 전인 해방기까지의 작품을 모아 3권으로 출간했다.
1권에 실린 작품들은 1930년대 고향상실기와 맞물려 있다. 이 시기 정비석 작품은 「성황당」처럼 고향으로의 회귀를 욕망하는 본능적 주체를 통해 애정과 관능미의 조화를 소망하거나, 「애정」에서처럼 근대적 제도와 문명 속에서 근대적 개인으로 탄생한 낭만적 주체를 통해 자아의 극단적 확장을 욕망하는 양상을 띤다. 2권은 일제시기 말에 창작된 소설들을 묶었다. 이 시기 발표된 한글 소설인 「한월」, 「추야장」, 「김첨지」 등과 같은 작품을 보면 한글의 아름다움과 고향과 전통의 정서가 잘 어우러져 있다. 고향의 정서와 삶의 윤리를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민족적인 정서와 민족의 공통 기억을 구성하는 생활 감각이 돋보인다. 물론 이러한 한글 소설의 창작 배경에 ‘동양적 윤리’나 ‘향토성’을 부각함으로써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제에 대한 협력의 흔적이 녹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권에 번역하여 같이 수록한 동아협동체를 옹호하는 일본어 소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글 소설과 일본어 소설에 녹아 있는 민족적 서정과 향토의 감각에 기반을 둔 인정의 윤리와 가치 지향까지 모두 폄하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다. 3권은 해방 후 5년 동안 쓴 단편소설을 모아 엮었다. 여기에는 「암야행로」에서처럼 존재 물음을 통해 양심과 가치가 전도된 현실을 환멸로 관조하고, 현실로부터 탈주하려는 주체의 몸부림이 적나라하게 재현되어 있다. 앞으로 이 3권 외에 한국전쟁기와 전후인 1950~1960년대 단편소설을 모아 출간할 것이며, 중·장편소설 몇 편을 보충하여 완간할 예정이다.
향토적 서정과 고어의 향취를 실어낸 원문 그대로의 수록
또 한 가지 의미에서 『정비석 문학 선집』은 분명히 우리 문학사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선집을 편집하면서 편자는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하여 소설을 현대어로 바꿀 것을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띄어쓰기만 수정하고 원본 그대로 수록하기로 결정했다. 정비석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평안도 지역 언어를 현대 표준어로 바꾸면 향토적 서정의 흔적들이 소실되기 때문이며, 전숙희 씨가 자신의 교우록인 「평생 친구 비석 선생」(『동아일보』, 1984.1.24)에서도 전하듯이 정비석은 일상생활에서 “지독한 평안도 사투리”를 썼고 이것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접미사나 합용 병서 등도 통일하지 않았는데, 이는 고어가 품어내는 감칠맛과 정비석의 문학적 흐름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정비석의 소설들이 그대로 우리말의 저장고이고 우리말의 경계를 확장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소설 속에 사용한 표현이나 표기법이 그대로 사전에 실리거나 연구될 수 있도록, 정비석의 소설 원본을 그대로 수록하되 띄어쓰기와 정확한 오기만을 수정하였다. 그러므로 소설 원본을 오류 없이 수록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했으며 여러 사람을 동원하여 여러 번의 대조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현대어로 바꾸는 작업을 대신하여, 향토적 서정과 고어의 향취를 담아내는 더 난해한 작업을 택한 것이다.
정비석 문학, 그 재조명의 시작
독자는 『정비석 문학 선집』에서 대중의 감정 구조에 호소하는 『자유부인』의 작가가 아니라 고향이나 전통의 정서를 정감 있는 언어로 재현하는 한편, 현실에 기투하는 주체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 들어간 작가 정비석을 만날 수 있다. 오히려 먼지가 앉아 시간이 흘러버린 것은 낡은 저널 속 정비석의 문학이 아니라, 선입견과 시간에 속은 현재의 우리들일 것이다.
『정비석 문학 선집』은 정비석 소설을 최초로 한 자리에 모았다는 긍지와 정비석 소설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로 정비석 문학을 재조명하는 시작이라 할 것이다. 새 것을 맞이함이 많은 요즘, 과거 정비석이 전하고자 했던, 그리고 현재 편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독자는 분명 새로운 작가 정비석을 만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6267784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1월 15일 |
쪽수 | 525쪽 |
크기 |
154 * 223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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