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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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기흥
서강대 사회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전형적인 사회과학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과학사회학을 알게 되었고, 이 분야가 지닌 매력에 빠져 에든버러학파 과학사회학을 주창한 데이비드 블루어 교수를 직접 찾아가 그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과학지식사회학, 의료사회학, 그리고 의학사를 공부하면서 과연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는 과학지식이 어떻게 사회변화와 연관되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한 때 녹음기 한 대를 달랑 들고,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당시 광우병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실험실의 구조를 연구하기도 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광우병 연구자들에 대한 사회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 뒤 런던 대학의 세계적인 의학사 연구센터인 웰컴재단 의학사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의학사 연구자들과 함께 광우병을 비롯한 현대 퇴행성 중추신경질환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에서 사회과학, 역사학,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어떻게 과학지식의 형성이 그 자체로 사회적인 현상인지를 연구했다. 하지만 과연 과학자들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연구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 때문에 다시 인류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현재 런던 임페리얼컬리지의 화학공학과의 중합체 물질 연구팀의 일원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소위 실험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스로를 ‘유목민 사회과학자’라 부른다.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의학, 공학 분야를 넘나들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는 『Social Construction of Disease: From Scrapie to Prion』(Routledge)이 있다.
목차
- 머리말
들어가며 광우병이라는 이름의 공포
1장 양들의 침묵-스크래피
양들의 침묵
스크래피, 스페인 왕실의 음모?
유럽에 확산된 스크래피
수의학의 발전과 스크래피 연구
스크래피는 전염되는가?
2장 크로이츠펠트와 야코프
뇌, 의학연국의 최전선
흔적 없는 암살자
미분류 치매의 처리장
리비아 유태인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3장 쿠루와 식인 습관
에덴동산의 어두운 과거
악령 또는 식인 습관의 복수?
4장 실험실로 간 스크래피
실험실 연구
에든버러의 유전학 연구
트로이의 목마
5장 불사조 스크래피
슬로 바이러스 혹은 바이리노?
방사선 생물학과 스크래피
유전학의 중심 가설
스크래피 병원체 구성체 논쟁
6장 첫 번째 노벨상 - 칼턴 가이듀섹
스크래피와 쿠루- 동일한 질병?
침팬지 조지트
전염성 해면상뇌증과 노벨의학상
7장 프리온-감염성 단백질
스탠리 프루지너, 연구에 뛰어들다
감염체 분리와 화학 처리 실험
프리온: 감염성 단백질
8장 프리온 논쟁(1982~1997)
전쟁의 시작
프리온 유전자의 발견
프리온 단백질과 감염성의 문제
9장 승자는 모든 것을 갖는다- 두 번째 노벨의학상
이식 유전자 실험
지킬 박사와 하이드 단백질
미해결 사건: 프리온
승자는 모든 것을 같는다
10장 비극의 씨앗- 광우병
비극의 씨앗
규제 완화, 경제성 그리고 시장 중심주의
광우병에 대한 영국 정부의 조치
서서히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
11장 공포의 현실화 : 인간광우병
광우병 공황과 영국 정부의 대응
12장 우리에게 광우병은 무엇인가?
한국의 광우병 파동
사전 예방 원칙
과학적 연구기반 구축
인간광우병 취약성에 대한 논란
유럽연합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가?
과학의 절대적 객관성에 대한 뜨거운 열망
책 속으로
사실 지난 30년 동안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 질병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연구해왔는지를 알아보지 않고서는 이 복잡한 질병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만일 이 질병에 대한 모든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고 생각해 간단하게 그 정보에 근거하여 판단하면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광우병은 공기나 물에 의해서도 전염되는 질병이라든지 복에서 독을 빼면 안전한 것처럼 특정 부분만을 제거하면 안전하다든지 하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현직 장관의 입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광우병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쌓았던 모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가 단편적으로 해석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고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곡해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했다.
또 그동안 광우병 관련 서적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오면서 풍부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막상 대부분의 책들은 광우병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대신에 광우병과 연관된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문제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광우병 문제를 진지한 사회과학적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좀더 저널리스틱하고 선정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열중한 경향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제 광우병 문제에 좀더 신중하고 근본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광우병의 기원과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차근차근 알아봄으로써 앞으로 진지한 보건 정책과 과학연구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바람에서 쓰였다. 사실 이 책을 쓴 근본적인 목적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광우병이라는 이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일종의 과학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쓰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질병의 개념이 사회적인 변동과함께 변화하고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질병과 의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질병과 이에 대한 연구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복잡한 실험실 연구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런 시도가 성공적이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모두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은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질병과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을 촘촘하게 연결한 질병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질병의 근본적인 성격과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활동을 다룬 과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게다가 당시 사회적인 변동 상황과 정책이 과학자들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사회학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출판사 서평
광우병의 기원과 연구를 총체적으로 다룬 탁월한 문제작!
광우병은 우리에게 이제 낡은 주제일까? 한국인들 가운데 광우병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은 광우병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지난 2008년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광우병 파동이 불거졌을 때, 각 신문 지면과 인터넷은 광우병에 대한 과도한 정보를 연일 쏟아냈다. 이들 정보 가운데에서는 올바른 과학 지식도 있었지만 왜곡되거나 잘못된 정보도 많았고, 어떤 것들은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광우병의 공포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광우병 논쟁』은 두려움을 유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광우병의 기원과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신중한 전략을 취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감성적인 반응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 질병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연구해왔는지를 알아보지 않고서는 이 복잡한 질병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만일 이 질병에 대한 모든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고 생각해 간단하게 그 정보에 근거하여 판단하면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과학자들의 연구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광우병의 병원체가 지닌 가공할 만한 감염력, 인간광우병이 지닌 비극성, 영국 정부의 정책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광우병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학은 광우병-인간광우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과학은 아직 광우병의 병원체를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했으며, 상당수의 연구자들이 여전히 정설로 여겨지는 프리온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광우병의 병원체가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주장과 프리온 단백질이라는 주장이 나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과학은 그 어느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 않았다. 실제로 바이러스로 보이는 입자가 질병을 일으키는 감염성을 보여준다면 정설 프리온 이론은 그 근거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면 감염성 단백질 프리온 이론에는 어떤 허점이 있다는 것일까?
프리온 이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구조상의 변화를 일으켜 비정상 병리적 프리온 단백질로 바뀌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단백질 단일감염체 이론’이다. 이 이론이 세간의 주목과 비판을 받은 이유는 병원체가 핵산(DNA) 없이 단백질로만 이뤄졌다는 매우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든 생물체의 유전정보는 핵산에서 기원하며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유전정보가 생성될 수 없다는 유전학의 중심가설을 정면 위배하는 주장이었다. 학계가 핵산을 지닌 바이러스 이론을 여전히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같은 중심가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프리온 이론이 감염력 문제를 해결했다면, 학계의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프리온 이론을 제시한 과학자들은 실험관에서 인공합성을 통해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고 이 중 일부를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 단백질은 감염력이 없어, 아직도 감염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온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변형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실험관 프리온은 질병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광우병 병원체의 실체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현재 그 누구도 ‘과학’에 기대어 자신이 옳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과학의 객관성을 내세운 주장들은 과학을 오용한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소위 “30개월령 미만의 소는 안전하다”라는 기준 또한 절대적인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며,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기준도 국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등 절대적인 과학적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광우병은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대중들이 갖고 있는 질병에 대한 공포, 이 두 가지 공포가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복잡하고 사회적인 질병이다. 저자는 이 미스터리한 질병을 마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살고 있는 시민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10년 이상 광우병을 연구한 저자가 꼭꼭 눌러 쓴 광우병 이야기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학자가 쓴 책이어서, 광우병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정확한 정보를 집약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과학사회학 분야에서 광우병으로 박사학위(영국 에든버러 대학)를 받은 국내 학자의 저서로,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인 과학 정보를 제공해준다. 저자는 광우병을 이해하기 위해 한 때 녹음기 하나만을 달랑 들고, 학문의 최전선에서 광우병을 연구하던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광우병을 어떠한 방식으로 연구했는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저자가 만난 과학자들은 프리온 이론을 제시해 노벨상을 받는 스탠리 프루지너를 비롯해, 프레드 코헨, 앨런 디킨슨, 모이라 브루스 등 다수다.
또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광우병을 포함한 퇴행성 신경질환이 지닌 독특한 특성과 그 질병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종의 퇴행성 신경질환 질병사라고 할 수 있는데, 양의 스크래피에서부터, 알츠하이머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쿠루 질환, 게르스트만 슈트로이슬러 샤잉커병, 전염성 밍크 뇌병증, 우해면상뇌증(광우병) 등 뇌의 세포를 스펀지처럼 변하게 하는 뇌질환을 상세하면서도 그 어떤 책보다 쉽게 설명한다. 이들 질환은 공통적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과 달리 염증이나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뇌를 공격하는 질병이며, 치료법이나 검사법이 전혀 없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이 책은 동물의 질병과 인간의 질병을 촘촘히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사회적 변화와 과학자들의 활동들을 현실감 있게 엮어가기 때문에 독자들은 과학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흥미진진한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6053790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8월 24일 | ||
쪽수 | 285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현대과학쟁점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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