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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저자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이 바로 인생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엉뚱해서 유쾌하며, 흙냄새가 가득 나는 이 책은,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때 겪어야 하는 모험과 고난에 대한 승리의 찬가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원예란 피를 보는 스포츠라는 저자의 섬뜩한 고백이 들려온다.
▶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바다출판사)의 개정판입니다.
작가정보
저자 윌리엄 알렉산더William Alexander는 2006년 자작 농장주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을 유쾌하게 쓴 원예 회고록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로 데뷔했고, “미국에서 가장 익살스러운 글쟁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책으로 그해 퀼 북 어워드에서 신인 작가상을 수상했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 후와 휴일에는 자신의 취미 활동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그 취미 활동이란 때론 정원 가꾸기, 때론 천연 발효빵 굽기, 때론 프랑스어 배우기다. 그리고 이 모든 파란만장한 과정과 결과를 책으로 선보였다.(앞으로 또 무엇을 배우고 그걸 책으로 쓸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거기서 보기 좋게 실패하는 과정을 마치 한 편의 시트콤처럼 보여 준다. 그의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값진 거름은 집착에 가까운 열정과 무모함 그리고 무엇보다 섬세한 필치의 유머다.
듀크 대학교 공과대학에 진학했다가 뉴욕 주립대학교로 옮겨 인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미국 정신의학연구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뉴욕 타임스》에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이 밖에 지은 책으로, 느지막이 외국어 공부하려다 심장병 앓고 영혼마저 탈탈 털린 대참패 회고록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완벽한 빵을 굽기 위해 모로코 공용 오븐이나 프랑스 대성당까지 찾아다니고 자신의 뒷마당에 밀을 재배, 탈곡, 제분까지 하는 고행을 풀어낸 《빵 52덩이52 Loaves》가 있다.
번역 황정하
옮긴이 황정하는 연세대학교 전산과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진단명 사이코패스》(공역)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공역)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 《메이플라워》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7》 《지퍼에서 자동차까지》 《개로 길러진 아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등이 있다.
목차
- 009 저자의 말 · 현실 속 정원에서 행복 찾기
014 프롤로그 · 정상적인 원예가
017 나의 정원을 꿈꾸다
039 모두가 그 집을 알고 있다
072 잡초 수정주의
106 유기농 사과는 없다
130 채소밭 침입자들과의 사투
171 내 마당에 풀밭이 없는 이유
188 채소밭과 요리법의 긴밀한 관계
205 정원사 ‘크리스토퍼 워큰’
234 텃밭에 나타난 연쇄 살인마
262 조각상 따윈 필요 없어
277 수확의 기쁨, 저장의 고통
298 밭에 선 실존주의자
309 64달러 토마토
320 나의 아름다운 정원
322 감사의 말
333 참고 자료
출판사 서평
흙에서 사투를 벌인 한 남자의 유쾌한 원예 회고록
“원예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
최근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로 중년 남자의 유쾌하고 용감한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 윌리엄 알렉산더는 40대 나이에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나이와 돈과 체력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꾸만 자신의 관심사에 ‘겁 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사람이다.
그의 데뷔작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원제: The $64 Tomato)》는 완벽한 정원을 만들 꿈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붓다가 거의 미칠 지경이 되고 실존적 위기까지 겪은 자신의 체험을 익살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낸 원예 회고록이다. 또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때 겪어야 하는 모험과 시련에 대해 힘차게 써내려간 승리의 찬가이기도 하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윌리엄 알렉산더. 그의 꿈은 단순했다. 집에 딸린 마당에 채소밭과 작은 과수원을 만드는 것. 타샤 튜더의 ‘비밀의 화원’이나 헤르만 헤세의 ‘오래된 정원’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소박하고 아늑한 정원을 만들겠다는 부푼 꿈은 예상치 못한 현실적 난관 앞에서 주춤하게 된다. 현실 속 정원에서 행복 찾기란, 곧 밭의 작물을 넘보는 수많은 적들과의 전쟁을 의미했다. 게다가 돈도 많이 든다. 못생긴 토마토 하나를 키우는 데 64달러나 필요하다는 게 대체 말이 되는가. 그런데 이 전쟁, 살벌하고 지긋지긋할수록 유쾌한 재미가 있다. 총에 장전도 하지 않고 전장에 뛰어든 남자는 그 후 어떻게 됐을까?
대체 그의 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흙에서 행복 찾기 위해 치르는 대단한 전쟁”
“나에게 원예란 피를 보는 스포츠이며, 날씨, 벌레, 사슴, 우드척, 잡초, 적대적인 정원사, 무능한 잡역부, 중년의 신체적 한계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무엇보다 이 일은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왜 계속 하냐고?” _본문에서
뉴욕 허드슨 밸리에는 낡은 석조 건물이 하나 있다. 지은 지 90년이 지난 오래된 벽돌집 ‘빅 브라운 하우스Big Brown House’. 좌충우돌 원예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자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 얻은 원예 철학이 열매를 맺은 곳이다. 윌리엄 알렉산더 부부가 뉴욕 시 전체를 1년 내내 뒤지고 다닌 끝에 찾아낸 이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완벽한 폐가였음에도 윌리엄 알렉산더는 만만치 않은 재건축 비용을 들여 집을 되살렸다. 결국 빅 브라운 하우스는 그의 가족의 현재와 미래를 영원히 꾸려 갈 운명의 장소가 된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200평방미터 남짓한 크기의 뒷마당에 스물두 개의 채소밭과 과수원을 일군다. 처음에는 평범한 도시민에게 작은 농장이 생긴 것처럼 온갖 기대와 로맨틱한 환상으로 가득했다. 낮에는 울창한 숲 속 같은 정원을 거닐고, 밤에는 반짝반짝 윤이 나는 커피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환상 말이다. 하지만 작물을 포함해 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원 일의 행복, 즐거움은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끊임없이 작업 일정을 미루는 조경 전문가는 무책임한 데다 말썽을 일으키고,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잡초는 그야말로 밭의 최강자다. 1만 볼트가 넘는 전기 울타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익은 토마토를 먹기 위해 밭을 헤집고 다니는 우드척은 또 어떤가. 잔디 위에 똥오줌을 잔뜩 싸 놓아 병균을 옮기는 사슴 무리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쯤 되면 땅을 일구는 건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유머’라는 값진 거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섬세한 필치로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가을날 과육을 듬뿍 머금은 사과나 토마토처럼 싱싱하고 감칠맛 난다. 특히 영특하기 그지없는 짐승들과 벌인 사투는 슬랩스틱 코미디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당연히 저자가 제리보다 항상 한발 늦는 톰이다.
밭의 침입자들과 옥식각신하다 보니 정말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밭과 과수원의 작물을 몽땅 먹어 치우는 흰꼬리사슴이나 잔디를 온통 누렇게 만드는 잔디나방 애벌레, 사과나무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쐐기벌레와의 에피소드도 웃기지만, 그중 우드척의 만행이 가장 배꼽 빠지는 경우다.
이 녀석은 “리비에라호텔의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편안히 채소밭을 누비며 배터지게 먹고 산책하고 일광욕을 한다. 게다가 두꺼운 털가죽 때문에 3천 볼트 전기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불사조 감각의 소유자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전기 울타리를 지나다가 전기 충격에 몸을 비틀면서도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우드척의 모습을 본 후, 결국 피땀 흘려 키운 토마토로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잡초의 왕성한 활동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발휘한다. 손바닥에 동전만 한 물집이 잡히도록 제초기를 들고 밭을 기어 다녀야 그나마 밭의 모양새가 살아났다. 보이면 무조건 뽑는다는 정신으로 잡초와 사투를 벌이는 중, 저자는 삶의 아이러니에 폭소하고 만다. 자신에게는 골칫거리 잡초인 쇠비름이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주방장에게는 샐러드 재료였던 것이다.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원예란 본래의 경험 지식을 능가하는 낙관론의 승리”
“원예는 본래 경험 지식을 능가하는 낙관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아무리 흉작이어도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고, 경험은 수치화할 수 있다. 4년 내내 당근에 혹이 생기고 이상한 모양으로 비틀어진 데다 쓴맛까지 났다 해도, 다음 해에 똑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정원 건망증’이라 부르는 증상이 영원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_본문에서
밭에서 속을 태우는 건 항상 밭을 일구는 자의 몫이다. 현관 밖에는 동네 아이들 대신 사슴 무리가 태연하게 과일을 따 먹기 위해 돌아다니고, 우드척은 뉴욕 지하철이 무색해지는 지하망을 채소밭에 건설한다. 그리고 이들을 간신히 막아 내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등이 굽어라 제초기를 돌려 대야 한다. 그럼에도 왜 흙에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어느 날 우연히 윌리엄 알렉산더는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까라는 의문에 재미 삼아 원가 계산을 해 보았다. 정원 설계부터 기초 공사, 전기 울타리 설치, 잔디깎이 및 원예 서적 구입 등을 감안하자, 결과는 64달러! 그는 토마토 한 상자도 아니고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자그마치 64달러가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행복하다며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친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정원이 바쁜 생활 중 잠시 쉬어가는 소중한 쉼터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를 무시하며 가르치려 들었고, 위안인 동시에 전쟁터였고, 자존심의 원천인 동시에 좌절의 원천이었으며, 여가 시간을 잡아먹는 하마”라고 말한다. 원예란 전혀 고상한 취미가 아니라 피가 튀는 사투라는 것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체득한 그는, 비록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64달러나 들었지만 그만큼의 행복이 있기에 이 일은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원예란 본래의 경험 지식을 능가하는 낙관론의 승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흙에 미쳐 흙에서 살았지만, 자연은 적응하는 것이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와 함께. 이 책은 이 진리를 찾아 떠나는 사려 깊고 신나는 여정이다.
윌리엄 알렉산더가 밭에서 벌이는 사투가 바보 같은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저자 스스로도 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사건에 대해서 자신은 방어전밖에 치를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 방어전이 최악의 전투 형태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습관적으로 로또 복권을 사는 것처럼 그는 작은 밭에서 매번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올해에는 좀 더 잘 익은 토마토나 신선한 상추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행복을 위한 도박 말이다.
흙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맛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든다. 엉뚱해서 유쾌하지만 진한 흙냄새가 나는 이 이야기는, 토마토를 보면서 ‘나도 충분히 키울 수 있어!’라고 자신했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격려의 메시지다.
기본정보
ISBN | 9788955619218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4월 17일 | ||
쪽수 | 336쪽 | ||
크기 |
146 * 205
* 22
mm
/ 399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64 Tomato/Alexander, Willia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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