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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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변화가 없는 외진 시골 마을을 에워싼 숲 입구에 어느 날 밧줄 하나가 놓이면서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 밧줄은 누구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깊은 숲속으로 이어져있다. 호기심에 숲으로 향한 몇 명의 사람들은 밧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다 맹수의 공격까지 받으면서 되돌아오고, 이제 마을 남자 거의 모두가 밧줄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며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선다.
밧줄만 쫓던 남자들은 어느 순간 불확실한 것에 운명을 걸고 길을 떠난 것은 철없는 짓이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 게임에서 졌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없다.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데…….
작가정보
저자(글)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저자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은 1964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났다. 뮌헨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외교관이 되었다. 본, 룩셈부르크, 상하이, 모스크바에서 근무했고 2009년부터는 독일 외교부에 있다. 작품으로 《비행선》(2006), 《나비들의 암호 해독》(2008), 《거인》(2014) 등이 있다. 현재 가족들과 포츠담에서 살고 있다.
역자 강명순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폭스 밸리》,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디너》, 《향수》, 《히든 바흐》 등이 있다.
목차
- 1부
발견 13
밧줄이 길다 21
오랜 논의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다 27
첫 번째 재앙 33
위대한 출발 40
침묵 47
계속 전진! 55
새로운 재앙 68
2부
자식들과 손자들한테 들려줄 이야기 81
폭력 89
기다림의 끝 104
숲속을 통과하는 게 그들만은 아니다 117
오만한 궁수 127
추수 135
거미줄에 갇히다 140
3부
삶의 지속성에 대한 아름다운 망상 153
충실한 동반자 164
습격 172
미하엘의 소지품 181
또 다른 발견 187
가슴에 뿌린 흙 한 줌 194
추천사
-
흠잡을 데 없는 고전적 문체로 쓰인 이 책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자 행운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또한 주어진 행운에 만족하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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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제 다시 모든 유행을 거부하고 자신의 일을 진지하게 다루는 작가가 등장했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 문학을 하는 작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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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지 않으면서도 언어가 반짝거린다. 인정하라!
책 속으로
밧줄의 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굵은 실처럼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다시 나무 기둥들 사이로 모습을 감춰 버린 것이다. 밧줄은 시간이 갈수록 농부들한테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마을 역사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중요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는 강렬한 자부심을 느꼈다. -54쪽
“우린 이미 충분히 멀리 왔네.” 베른하르트가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말했다. “자네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제 마을로 돌아가야 할 때야. 안 그러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남자들은 서로 은밀하게 불쾌하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누군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투덜거렸다. 욕설 같았다. 몇 사람은 일부러 더 티를 내며 먹는 데 집중했다. 눈치를 보아 하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했다. 모두 아직까지는 힘이 넘쳤다. 모험심 때문이었다. 그들을 이곳까지 이끌어 온 욕망, 즉 완전히 다른 존재의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욕망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다. -55쪽
그들은 숲속으로 자신들을 끌어들인 수수께끼의 흔적을 따라 계속 행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오히려 수수께끼의 해답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빨리 흘러갔지만 아무도 그것에 주목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58쪽
밧줄은 농부들의 영혼 미지의 영역에 숨겨져 있어 본인들조차 있는 줄도 몰랐던 동경을 일깨웠다. 이게 전부라고 믿고 살았던 작은 세상에서 한 번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들을 집과 마을에 꽁꽁 묶어 두고 있는 천 가지 끈을 신나고 화끈하게 끊어 버리고 싶은 욕망 말이다. -81쪽
하지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집념이 다른 잡념들을 전부 옆으로 밀어냈다.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강렬한 지식욕을 느꼈다. 밧줄의 엄청난 수수께끼를 꼭 풀고야 말겠다는 욕망이었다. 그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 밧줄의 끝을 발견할 때까지 원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밧줄의 비밀을 풀지 못한 채 마을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무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바보 멍텅구리처럼 보이겠는가! 원대한 뜻을 품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원정을 단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유로 이렇게 금세 포기한다는 것은 허풍선이 사기꾼들이나 하는 짓이 아닌가……. -119쪽
며칠 전부터 그들은 이번 원정이 몹시 주제넘은 짓이었다고 느꼈다. 불확실한 것에 운명을 걸고 길을 떠난 것은 철없는 짓이었다. 멍청하고 위험한 게임에 목숨을 건 셈이었다. 타당한 근거도 없이 결과가 좋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서 규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이제 그들은 이 게임에서 자신들이 졌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오만함이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그 책임은 오롯이 그들 자신에게 있었다.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들은 그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 했다. -147쪽
그런데도 그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런 일까지 겪은 마당에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끝까지 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밧줄은 그들의 의지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그들을 사로잡았고, 그들은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밧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거미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내일 새벽별이 지면 그들은 담요를 걷고 다시 숲을 관통하는 행군을 계속할 것이다. 만약 지금이 원정 초기였다면 더 나은 통찰의 목소리를 따라 귀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원정 초기에는 모든 결정을 그들 스스로 내릴 수 있었지만 지금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158쪽
출판사 서평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우화
“독일 소설가 중 맨 앞줄에 속하는 작가” 스테판의 소설 국내 처음 소개
거의 변화가 없는 외진 시골 마을. 어느 날 마을을 에워싼 숲 입구에 밧줄 하나가 놓이면서 마을은 술렁인다. 그 밧줄은 마을 누구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깊은 숲속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호기심에 몇 명이 숲으로 향한다. 하지만 밧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맹수의 공격까지 받으면서 되돌아오고 만다. 이제 마을 남자 거의 모두가 밧줄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며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선다. 곧 추수철이었지만 하루 반나절이면 끝날 여정이리라 자신한다. 그때껏 마을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던 이들로서는 말 그대로 일생일대의 큰 결심인 셈이다. 아내들은 불안해 하며 남편들을 보낸다. 그러나 밧줄은 예기치 못한 길로 남자들을 이끈다.
‘밧줄’이란 욕망에 매달린 사람들
《밧줄》은 ‘밧줄’을 통해 질서 있는 세계에 느닷없이 이해할 수 없고 혼란스러운 것이 출현했을 때 벌어질 법한 일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이 소설은 인간의 강박관념 그리고 멈춰야 할 때를 놓쳐 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재앙에 대한 흥미진진한 우화다.
이건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는 아주 사소한 동기에 대한 이야기다. 절대로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몰고 온다는 이야기를 못 들어 본 사람이 있는가. 눈 덮인 산비탈을 달려가는 쥐 한 마리가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거대한 눈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어느 마을의 풀밭에 느닷없이 밧줄이 하나 놓여 있고, 그로 인해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저자의 말
스토리는 단순하다. 숲속에서 밧줄의 끝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남자들과 숲 밖에서 이런 남편들을 기다리는 아내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남자들은 ‘밧줄’이란 욕망에 이끌려 계속 전진하고 그만큼 숲 밖의 사람들과는 멀어진다. 농부들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은 추수철을 놓쳐 버려 한 톨도 거둬들이지 못하고 급기야 먹고살기 위해 마을을 버리고 떠나 버린다. 밧줄만 쫓던 남자들은 어느 순간 알아차린다. 불확실한 것에 운명을 걸고 길을 떠난 것은 철없는 짓이었다는 걸. 타당한 근거도 없이 결과가 좋으리라 지레짐작하고서 규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에 뛰어들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 게임에서 졌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없다.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밧줄은 그들의 의지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그들을 사로잡고, 그들은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밧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거미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가 버린다. 그래서 마침내 그들은 밧줄의 끝을 보았을까?
“진실을 찾고 있을 때가 진실을 알고 난 후보다 더 낫다”
농부들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사실을 규명하고 싶은 마음을 따라간 것뿐이다. 위험천만한 고집스러운 성벽(性癖)을 끝까지 놓지 못한 것이다. 끝장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그런 실패에 만족하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나의 이 괴로움을 알리라.”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때로는 그냥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그리움이 실현된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지 않느냐고 묻는다. 작가 레싱(Lessing)의 말처럼 “진실을 찾고 있을 때가 진실을 알고 난 후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Stefan aus dem Siepen)은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직업이 이색적이다. 외교관이다.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데엔 직업 덕도 크다. 간밤 꿈 내용을 메모한 것이 창작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아이디어는 내가 꾼 꿈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전날 밤에 꾼 꿈을 떠올렸다. 갈수록 길어지는 밧줄에 대한 꿈이었는데, 어쩌면 이걸로 이야기를 하
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저자의 말
시인 두어스 그륀바인(Durs Grunbein)은 스테판을 “독일 소설가 중 맨 앞줄에 속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밧줄》은 고전적인 문체와 전통적인 표현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561804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20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37 * 215
mm
/ 40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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