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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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이탈리아 출신의 영문학자이자 비교문학자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스탠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탠퍼드 소설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문학실험실로 확장하여 디지털 문학연구의 산파 역할을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19세기와 20세기 문학, 독서사, 문학지리학, 소설과 내러티브 이론, 정량분석을 활용한 문학모델 개발 등으로, 문학에 통계학이나 지리학, 진화론과 같은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1983년에 발표한 비평집 『놀랍다고 여겨지는 기호들』은 셰익스피어 비극, 조이스의 모더니즘,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역사학과 수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루카치, 골드만, 벤야민, 아도르노의 문학사 계보를 잇는 획기적인 저작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프레드릭 제임슨,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과 함께 ‘일 로만초(소설)’라는 총서를 기획하여 모든 시대의 소설 형식을 아우르는 시도를 했다. 주요 저서로 부르주아의 사회화에서 소설이 수행한 역할을 살핀 역작 『세상의 이치』(1987), 근대 유럽 모더니즘의 형성과 자본주의 권력의 관계를 고찰한 『근대의 서사시』(1995), 19세기 유럽 소설의 지형도를 그려낸 『유럽 소설 도감, 1800~1900』(1998), 디지털 문학연구의 논쟁을 담은 『멀리서 읽기』(2013) 등이 있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그람시와 함꼐 읽는 문화 : 대중문화/언어학/저널리즘],움베르토 에코의 [포스트 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 ],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 :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까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지구 ] (공역),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1,2,[베를린의 어린시절] 등이 있다.
목차
- 1부 〈〈파우스트〉〉와 19세기
이행: 〈〈니벨룽겐의 반지〉〉
2부 〈〈율리시즈〉〉와 20세기
에필로그: 〈〈백 년의 고독〉〉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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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문학의 공백을 메워줄 빼어난 상상력
리얼리즘, 모더니즘, 근대 또는 근대성. 아마 지난 100년 동안 우리의 문학적 인식을 지배해온 몇 가지 개념을 들어보라고 하면 누구나 이 네 가지 개념을 들 것이다.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 또한 '탈'근대이든 '후기 근대'이든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위의 개념들이 아직도 우리의 문학적 사유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유와 사회에 대한 상상력의 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처럼 핵심적인 개념이면서도 이에 대한 신선하고 혁신적인 논의가 아주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문학 권력'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진정 문학에 대한 놀라운 인식을 가져다줄지는 의문이다.
지금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문학적 인식을 돌이켜보고 이를 너른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해보는 것이 아닐까? 아마 그것이 문학 '혁신'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드워드 사이드에게서 '[드라큘라]와 [자본]처럼 너무나 상이한 텍스트, 그리고 [율리시즈]와 [황무지]처럼 너무나 난해한 텍스트들을 가히 천재적인 솜씨로 빼어나게 읽어내는 뛰어난 독자'로 평가받는 모레티야말로 우리의 주목을 받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이라는 범주는 원을 네모로 만드는 것처럼 전혀 불가능한 프로젝트이다"라는 도전적 명제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따라서 우리의 리얼리즘, 모더니즘, 근대 등에 관한 인식에 가히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논의를 따라가보면 리얼리즘-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이 계열적으로 발전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은 '타락'이라고 보는 국내 일부 '진보'진영의 '역사주의적' 문학관이 얼마나 논리적 근거가 없는지를 경탄 속에 깨닫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형식주의적' 논의는 다윈주의적 문학관과 결합해 순수 문학론자들의 논거의 박약함을 재기발랄하게 논파해내줄 것이다. 이처럼 세계 체제, 세계 텍스트, 결백의 수사학 등 온갖 혁신적 개념을 통해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경이롭게 심화시켜주는 그의 저서는 바로 현재의 이론적 지체와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도약대가 되어줄 것이다.
문학에 대한 모든 '기대 지평'을 넘어서는 이론적 혁신의 놀라움
우선 이 책을 처음 펼쳐보는 독자들은 '근대의 서사시' 개념부터 시작해, [파우스트]와 [율리시즈]가 함께 다루어지는 것을 보고 의아해할 것이다. 서론에서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헤겔에서 루카치까지 거의 모든 문학 이론에서 근대에는 서사시(epic)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대의 등장과 함께 서사시는 종말을 고하고 근대의 산문인 소설(novel)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거의 모든 문학 이론과 문학사의 불문율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저자는 감히 '그렇지 않다'고 선언하고 있다. 정작 더 깜짝 놀랄 일은 저자가 '모더니즘'이란 마치 원을 굽혀 사각형으로 만드는 것처럼 전혀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선언하고 있는 점이다. 서양 문학사나 문화사에 대한 우리의 모든 상식을 뒤엎는 폭탄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초기 자본주의와 함께 부르주아적 산문을 대변하는 리얼리즘이 등장했다가 제국주의의 등장과 함께 모더니즘으로 변형되며, 후기 자본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변된다는 발전론을 뿌리째 뒤흔드는 발언이기도 하다.
게다가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질적이고 매우 다채로운 개념들 역시 문학적 논의로서 수용하기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다성성, 의식의 흐름 등 전통적으로 문학 논의에서 사용되어온 개념들도 발견된다. 그런데 곧이어 전경화(前景化), 동기화, 재동기화 등 러시아 형식주의에 고유한 인식론적 도구들은 상상 밖의 인식론적 도구들과 결합된다. '결백의 수사학', '세계 체제-반주변부-주변부', '무작위적인 변이와 필연적인 선택' 등 세계 체제론과 다윈의 진화론 등이 그러한 도구들이다.
이처럼 그는 정치학과 역사학, 자연과학에서 차용해온 온갖 개념들로 이론의 난장(亂場)을 벌인다. 따라서 서구 문학사에 대한 저자의 도전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낯선 손님'처럼 느껴진다. 예컨대 순수 대 참여로 대별되어온 우리의 근대 문학관에서 보자면 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에서의 '제 3의 길'이라고나 할까? 문학이 '순수'하다는 사람들은 물론 '리얼리즘적' 문학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저자의 다윈적 인식론이나 러시아 형식주의의 차용에 대해서는 선뜻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의 핵심적인 용어인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빌려 그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그는 문학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전제되는 각종 개념과 생각을 '낯설게 만든다'. 모더니즘은 물론이고 리얼리즘, 문학의 발전, 기교의 진화 등 문학 이론에서 핵심적인 거의 모든 개념을 말이다. 이와 반대로 변이와 선택, 세계 체제 내의 위치 등 '낯설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학에서 너무나 핵심적인 의미를 갖는 범주를 '낯익은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우리는 두 번씩이나 '아하' 하게 된다. 이중적인 전복이다. 따라서 이러한 그의 독특한 사유 방식은 독특한 글쓰기와 더불어 우리에게 문학사와 문학 이론이 이만큼 풍부한 전복적 상상의 즐거움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처럼 낯익은 것은 낯설게 만들고, 낯선 것은 낯익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문학의 본령이 아닐까?
형식주의와 역사주의를 통합하는 대통일장 이론의 설계사
초기 루카치의 인식틀과 다윈주의를 결합한다는 생각, 그리고 여기에다 러시아 형식주의까지 함께 엮어넣는다는 생각은 잘되면 정말 멋진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펼치고 있는 곡예는 아찔해 보인다.
그의 이론은 지난 90년대 국내의 문학 논의를 풍미한 모든 주류적 흐름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적어도 우리에게 수입되고 소개되어온 개념들('미국을 경유한 프랑스제 담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특히 모든 개념이 후(後)나 탈(脫) 또는 대(對)가 아니라 대화하고 협상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특히 이 책 근대의 서사시에서는 뒤로 물러나고 옆으로 치고 빠지고 앞으로 나가면서 다양한 사유의 진로와 우회로를 찾는 그의 사유 방식이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형식주의의 근본주의를 대변한다는) 슈클로프스키와 다윈의 목소리가 그리고 초기 루카치의 매혹적이며 비감 어린 소설관이 투쟁이나 적대의 불협화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독특한 교향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 역자는 모레티의 이론을 두고, 마치 현대 물리학에서 스티븐 호킹이 물리학의 양대 조류를 통합해 대통일장(大統一場) 이론을 만들고 있듯이 지난 20세기 내내 문학 이론을 분열시켜온 형식주의 대 사회학주의(또는 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장으로 통합시키는 '통일장' 이론의 설계도가 아닐까 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세계의 문학] 93호 참조).
아마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와 북미 등 '근대 문학' 발생한 주요 대륙의 저명한 이론가와 소설가 등 5명의 편집 위원과 함께 그가 책임을 맡아 편집하고 있는 〈소설 Il Romanzo〉 총서가 완간되면 이러한 통일장 구축 작업이 얼마나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지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학에서 이러한 통일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처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시도는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세계 체제론과 다윈주의로 새롭게 읽어내는 근대의 문학적 진화
먼저 그는 확고한 '세계 체제론자'이다. 하지만 '장기 지속'이나 '제국과 주변'하는 식의 단순한 패러다임론자가 아니라 세계 체제를 하나의 생물체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빼어난 횡단자이다. 세계 체제라는 거대 담론과 문학이라는 미시 담론은 쉽게 만날 수 없는 패러다임들이지만 이 책은 두 패러다임이 그의 손에서 얼마나 멋지게 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문학 이론에서 확고한 다윈주의자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현대 과학의 인식론적 성과들을 아주 풍부하고 종합적으로 수용해서 그만의 독특한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그는 '문학주의자'나 '사회학주의자'라기보다는 문학의 안과 밖을 종합적으로 가로지르고 이면을 새롭게 뒤집어보는 독특한 사유의 실험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다윈주의적'인 모습이 잘 보여주듯이 특히 그의 사고는 관념보다 사실과 현실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을 둘러싸고 지나칠 정도로 관념화된 우리의 문학 논의나 모더니즘론과 관련해 좋은 이론적 참고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5591019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1월 31일 (1쇄 2001년 11월 25일) | ||
쪽수 | 392쪽 | ||
크기 |
149 * 225
* 32
mm
/ 52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Modern epic : the world system from Goethe to Garcia Marquez/Moretti, Franco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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