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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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차가운 분노와 맹렬한 갈망으로 내디딘 홀로서기의 첫걸음
작가정보
Jamaica Kincaid
1949년 5월 25일 카리브해 동쪽에 있는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인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 1966년 뉴욕주의 스카스데일로 건너가 외국인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삼 년 후에는 일을 관두고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대학에서 사진 관련 수업을 수강했다. 1983년 소설집 『강바닥에서』를 출간했다. 이 년 뒤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을, 뒤이어 『루시』를 발표했다. 에세이, 회고록,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다수의 작품을 썼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현재 미국 버몬트주에 거주하며 하버드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번역가. 영문학자. 용인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옮긴 책으로 『어떻게 지내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유도라 웰티』 『권력의 문제』 『진 리스』 등이 있다.
목차
- 불쌍한 방문객
머라이어
혀
차가운 가슴
루시
해설 | 피식민 소녀의 착종된 성장기
저메이카 킨케이드 연보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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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정교한 소설. 『루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사나울 만큼 정직한 여성과 마주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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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소설의 풍요로움은 루시가 분투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너무 많이 가진 자와 결코 충분히 가질 수 없는 자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주어진 삶과 애쓰다보면 적어도 이해에 가닿게 되는 삶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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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킨케이드가 브론테와 울프의 후손이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 존재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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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하고 맹렬하다. 킨케이드의 글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우아함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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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메이카 킨케이드는 내가 언제고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책 속으로
내가 곧잘 빠져들던 백일몽에서 그 모든 장소는 행복을 의미했다. 물에 빠져 죽어가던 내 어린 영혼의 구명보트였다. _9쪽
나는 이제 열대지방에 있지 않았고, 그 깨달음이 바짝 말라붙은 땅 위로 물줄기가 흐르듯 내 삶으로 흘러들어와 두 개의 강둑을 만들었다. 한쪽 강둑은 나의 과거였다. 워낙 빤하고 익숙해서, 당시의 불행조차 지금 떠올리니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나의 미래였다. 텅 빈 잿빛 공간. 비가 내리고 배 한 척 눈에 띄지 않는, 구름이 잔뜩 낀 바다 풍경이었다. 이제 내가 있는 곳은 열대지방이 아니었고, 몸의 거죽도 속도 다 추웠다. 그런 감각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었다. _11쪽
가족이란 결국 내 삶의 목덜미에 맷돌처럼 매달린 사람들 아니던가? _12쪽
내가 사는 세상이 부드럽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보듬어준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난 길에 서서 울었다.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더 사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고, 내 마음이 수천수만 갈래로 찢겨 발밑에 널브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_23쪽
이미 오래전에 그 무엇도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결심했기에 아무것도 그립지 않을 것이다. _67쪽
태어나 자란 곳이 더는 견딜 수 없는 감옥처럼 느껴져, 익숙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안식처가 되어주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_77쪽
난 사회적 지위도 없고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도 없었다. 내겐 기억이 있고, 분노가 있고, 절망이 있었다. _108쪽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성취였다. 그걸 이루려 애만 쓰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_129쪽
출판사 서평
작품 소개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명되는
현대 카리브해 문학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
자신과 세계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하며 억압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솔직한 필치로 써내려가는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로 현대 카리브해 문학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로 꼽히며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그는 1949년 5월 25일 카리브해 동쪽에 있는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인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으로, 식민 지배하인 고향에서 영국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아홉 살 되던 해부터 오 년간 남동생 셋이 연이어 태어나면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남동생들에게로 기울자 배신감과 더불어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엄마와의 이러한 관계는 이후 킨케이드의 소설에서 피식민지와 지배국의 관계로 확장되어 다루어지며 빼놓을 수 없는 소설적 근간이자 주제가 된다. 독서를 즐기고 학업 능력이 뛰어났으나 학교에서는 곤욕스러운 학생으로 통했고(“나는 뚱한 아이였다. 말대꾸를 하고 예의 없이 군다고 혼나기 일쑤였다. 느려터진데다 가지 말라는 데에 가 있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못 견디게 불행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미국으로 보내진다. 뉴욕주의 스카스데일에서 열일곱 살부터 오페어(au pair. 숙식을 제공받는 외국인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후 가족들에게서 오는 편지를 읽지 않고 버는 돈도 집으로 부치지 않으면서 의식적으로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멀찍이 떼어놓으려 애쓰며 이십여 년 뒤 앤티가섬을 다시 방문할 때까지 가족과 단절된 삶을 산다.
오페어로 일하며 야간학교에 등록해 학업을 잇다가 뉴햄프셔의 프랭코니아대학에 입학해 사진을 공부한다. 이듬해 자퇴하고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여러 단기 직업을 전전하다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때부터 자신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주고자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저메이카’는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를 발견했을 당시 ‘Xaymaca’라는 섬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에서 가져온 식민지성을 나타내는 이름이며, ‘킨케이드’는 저메이카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직접 고른 이름이다. 이 필명으로 『파리 리뷰』 『뉴요커』 등 여러 매체에 단편소설과 글을 기고하고, 뉴욕의 문학계 인사들과 교유했다. 그러던 중 『뉴요커』의 편집장 윌리엄 숀을 소개받아, 이후 이십 년 동안 『뉴요커』의 전속 작가로 글을 썼다. 숀은 킨케이드의 글쓰기를 독려하고, 그의 글이 보다 많은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1983년 앤티가섬에서의 어린 시절을 담은 단편소설을 엮어 『강바닥에서』를 출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년 뒤에는 앤티가섬을 배경으로 한 애니의 성장담을 그린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을 출간했고, 뒤이어 『루시』를 발표했다. 그 외에도 백인 관광객과 타락한 앤티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산문 『카리브해의 어느 작은 섬』, 정원을 가꾸는 일을 정복과 지배의 관점에서 살펴본 에세이 『내 정원』을 비롯해 소설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모녀관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인종과 계급, 섹슈얼리티,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톺아보는 작품들로 이산문학의 새로운 목소리로 평가받으며 모턴다우언제이블상, 구겐하임 펠로십, 미국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홀로서기를 향한 당찬 발걸음을 내디디며
날카로운 눈으로 감각한 새로운 세계와 성난 얼굴로 되돌아본 상실의 기억들
주로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써온 킨케이드는 1990년 발표한 『루시』에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의 기억을 불러낸다.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미국에서 홀로 생활해야 했던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 ‘루시’라는 인물을 빚어내고, 그의 눈에 비친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소설은 서인도제도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추정되는 대도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월의 추운 날씨와 엘리베이터, 냉장고에서 막 꺼낸 묵은 음식 모두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루시로서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다. 백인 상류층 가정에서 입주 보모로 네 아이를 돌보면서 차츰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해가지만, 한편으로는 마주하는 모든 풍경에서 고향과 엄마를 떠올린다. 떠나온 곳과 남겨두고 온 사람들이 설핏 스치며 그리워지려 할 때마다 루시는 그로부터 간절히 벗어나고 싶어했던 당시의 마음을 상기한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네 아이의 엄마 머라이어는 루시가 살면서 누려보지 못했을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루시는 결코 같아질 수 없는 머라이어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나아가 자신의 출신과 인종, 그리고 계급을 의식하게 된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흙을 막 갈아엎은 너른 밭 풍경에 머라이어가 감탄할 때, 루시는 흑인 노예들의 고된 노동만을 떠올린다. 활짝 핀 수선화를 보고 기뻐하는 머라이어 곁에서도, 영국식 교육을 받던 학창시절을 떠올릴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실제로 그 노란 꽃을 보게 되자, 무슨 꽃인지 알기도 전에 거대한 낫으로 땅속 뿌리까지 모조리 파내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녀가 아름다운 꽃을 보는 그곳에서 나는 비통함과 원한만을 본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도 달라질 수 없었다. 우리가 그 장면을 똑같이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지만 그 눈물의 맛은 다를 것이었다.” _29쪽
루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 아래의 본질을 꿰뚫는다. 매 순간 희망과 절망, 사랑과 증오 사이를 오가며 그 내면의 역동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성난 얼굴로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본다. 빼앗긴 것들과 기꺼이 상실한 것들의 긴 목록, 그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 루시는 남동생들과 달리 자신에게는 거창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는 엄마에게 격분한다. 같은 여자인데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나’와 똑 닮은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연해한다. 자신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남동생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견딜 수 없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겪고, 그로부터 피어오른 분노를 동력으로 멀리 떠나 “내 삶의 목덜미에 맷돌처럼 매달린” 가족이라는 존재를 영영 잊고 살아가리라 결심한다. 하지만 먼 곳으로 떠나온 뒤에도 고향과 엄마의 잔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루시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고 독립에 이르는 길이라 여긴다. 그러나 엄마와의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여러 맥락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식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태어난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먹이고 입히며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자식을 키우고자 하는 엄마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막강한 존재처럼 보인다. 루시는 이러한 ‘나’와 엄마와의 관계를 피식민지와 지배국의 관계로 확장해 바라본다. 엄마는 ‘나’의 기원이면서, 때로 불가항력적인 권력을 행사해 ‘나’의 권리를 박탈하고 억압하기 때문이다. 루시는 엄마의 사랑을 마음 깊이 갈구하지만, 이는 또다른 배제와 굴종의 기억을 불러올 뿐이다. 딸을 자신의 반영처럼 키우려는 엄마로부터 떨어져나와 진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리하여 독립적인 한 개인으로 자신의 삶을 재정의하기 위해서, 루시는 비로소 차가운 분노와 맹렬한 갈망으로 홀로서기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킨케이드는 자신의 삶에서 실제 일어난 굵직하고 소소한 사건들을 다듬어 소설에 녹여냈다. 곧장 가슴에 박히는 분명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로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사랑을 잃어버리거나 거부당한 경험, 개인의 독립과 정체성 확립을 다룬다. 『루시』는 맹랑하고도 통찰력 있으며 “정말 화가 많은” 독보적 캐릭터 ‘루시’를 통해 킨케이드가 보여주는 또하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루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책을 읽기 전보다 조금은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을 조금 덜 행복하게 만드는 게 내 임무 같아요..” _저메이카 킨케이드
기본정보
ISBN | 9788954682756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05일 | ||
쪽수 | 148쪽 | ||
크기 |
143 * 211
* 14
mm
/ 22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
||
원서명/저자명 | Lucy/Kincaid, Jamaic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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