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Rating: 9.40 (2 reviews)
Author: 다니엘 튜더

상품상세정보
ISBN	9788954675802(8954675808)
쪽수	192쪽
크기	131 * 199 * 21 mm /340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이 책의 주제어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다.”
한국에 사는 이방인은 이곳에서 어떤 외로움을 느낄까?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외로운데 어째서 이 감정은 바이러스처럼 감춰야 할 질병이 되고 말았을까? 하지만 사실 우리가 외롭다는 사실, 그걸 인정해도 될까? 말해도 될까? 외로움은 현대인의 질병이다. 한국을 향해 애정 어린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다니엘 튜더가 이번에는 외로움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의 정치, 사회 이슈를 광범위하게 다룬 전작들(『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서울의 영국인(Englishman in Seoul)’으로 살아가는 혼자의 내밀한 마음을 드러냈다. 외로움의 감정은 고백하기 쉽지 않았다. 그것은 말하는 순간 루저로 규정돼버리는 낙인의 주술과도 같기에. 그러나 그는 용기를 냈다. 점점 만연해가는 이 질병은 말하기 시작할 때 치유됨을 깨달았기에.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의 시선으로 도시와 동네를 산책하며 한국인의 외로움과 ‘나’로 살아갈 자유를 말했다. 누구나 결점 투성이의 존재지만 용기 내어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드러낼 때 우리가 잃어버린 연결된 느낌을 되찾을 수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따뜻한 시선과 전직 언론인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예민한 관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돋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날
외로움이라는 신종 바이러스
점심은 혼자 먹겠습니다
외로움 산업
랜선 대체재
긍정적으로, 조금은 대담하게
머스터베이션
바이오필리아
걷기의 즐거움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욕 좀 먹어도 괜찮아
아빠와 나
연기 따윈 필요 없는 진짜 친구
아현동 이모네
숫자만큼 행복해지셨습니까
피차 불편한데 말 섞지 맙시다
소속 없는 사람
우리 본성의 이타주의
근사한 칭찬 한마디
남자도 나약함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해
계산의 습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의미 없음의 자유
갈망할수록 채워지지 않는 인정의 허기
충분히 잘해냈어, 칭찬받지 못해도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
각자의 외로움을 함께 이야기할 때

책 속으로

오늘날 우리 세상은 그야말로 외로움 공장이 되어버렸다. 선진국에서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거론되기 시작했다. 나의 모국 영국은 이 문제의 타개책으로 ‘외로움 장관’을 임명했고, 1985년에서 2004년 사이 미국에서는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전무하다는 인구 비중이 세 배로 치솟았다. _본문에서

누구든 외로울 수 있지만 ‘외로움’이란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다. (…) 그렇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이 자연과 인류 진화 방향에 걸맞은 친밀하고 단순한 사회로부터 분리될수록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은 더욱 커... 더보기

오늘날 우리 세상은 그야말로 외로움 공장이 되어버렸다. 선진국에서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거론되기 시작했다. 나의 모국 영국은 이 문제의 타개책으로 ‘외로움 장관’을 임명했고, 1985년에서 2004년 사이 미국에서는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전무하다는 인구 비중이 세 배로 치솟았다. _본문에서

누구든 외로울 수 있지만 ‘외로움’이란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다. (…) 그렇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이 자연과 인류 진화 방향에 걸맞은 친밀하고 단순한 사회로부터 분리될수록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은 더욱 커질 거란 생각을 해봐야 한다. (…) 외로움이 유발하는 무서운 영향을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수 발표됐다. _본문에서

대표적인 외로움 연구자 존 카치오포(John Cacciopo)에 따르면 외로움은 사회적 전염성까지 갖고 있다.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피한다. 드러내놓고 시인할수록 악화되는 문제는 흔치 않은데 외로움이 바로 그런 문제들 중 하나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안다는 사람일수록 진짜 친한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음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안다. 그러므로 외로움 문제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유대의 질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상이 남이면 단순히 양으로 평가한다. _본문에서

‘개인주의’ 전통이 깊은 나라들에는 동료 또는 가족 구성원 간의 상대적으로 약한 결속을 보완해주는 장치가 있다.
일례로 북유럽 국가는 통상적으로 높은 사회적 신뢰, 사회적 자본, 그리고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어려운 형편에 처한 낯선 사람들을 기꺼이 돕고, 같은 나라나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 사이의 공유 가치와 평등의식이 높은 편이며, 자선활동도 활발하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바로 이것이 전통적 개인주의 사회 구성원들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집단주의 사회 구성원들보다 덜 외롭고 소외감을 덜 느끼는 이유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보다 넓은 공동체를 이루며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희미한 인식이 있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점점 덜 믿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가 믿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남기 위한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바라보게 됐다. (…)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사회적 일체감은 월드컵이 열릴 때나 일본 정부가 자극적인 언행을 할 때만 조성되는 것 같다.
한국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현대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지만 덩치 큰 동물을 통째로 삼킨 뱀처럼 아직 소화가 덜된 것이 많다. 물질적 성장과 함께 발달해야 할 긍정적인 문화(이를테면 부유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아득한 상공에서 서구 자본주의가 한국 땅에 투척된 셈이다. _본문에서

이방인인 내가 한국을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정은 이제 시골에 가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문화유산으로 죽어가고 있다. 공동체란 본질적으로 좀 지저분하고 번거로운 법이다. 생활환경을 통제할 자본이 있을 때 우리가 먼저 하는 일은 타인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생활공간에 접근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만지고 귀찮게 말 걸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유대의 상실이다. 아현동 옛 주민들에겐 선택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_본문에서

우리 누구나 장점을 갖췄지만 기막힌 단점도 많다. 게다가 삶 자체가 본질적으로 부조리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결함이 있는 두 사람의 성교를 통해 생겨난 결함 있는 산출물로서, 무척 중요해 보이지만 다른 시대나 장소의 관찰자가 본다면 무의미하고 사소할 온갖 부침을 헤치고 살다가 결국 죽는다. 눈 깜짝할 사이 스치고 지나가는 아름다움과 기쁨의 순간들처럼 이런 사실도 받아들일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_본문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질 때 궁극적인 책임도 우리 자신에게 있으므로 우리는 보다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가끔은 그 사실이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말이다. 싫어하는 일을 하며 살거나 정말 원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결혼하는 등 비겁한 타협으로 진정성 없는 삶을 사는 것도 내 책임이다. 우리는 늘 남들로부터 어떻게 살 것인지를 배우는데, 사실 우리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 먼저 물어야 한다. 진짜 자아를 알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면 모든 것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무의미하게 진정하고 무의미하게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내게는 가장 이상적이다. _본문에서

어느 한 사람의 문제라면 본인의 잘못일 수 있지만 수백만이 공유하는 문제이고, 이 문제로 곤란을 겪는 사람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한다면 그건 사회문제다. 외로움은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다. (…)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수의 관계를 제공하는 데는 아주 능하지만 질 측면에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고립감을 느낀다. 사회는 그 방향으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혼자 슬퍼하고 말 주관적인 경험이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외로움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뒤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깊어진 외로움은 현대화가 심화되면서 발생한 것이며 슬프게도 나는 날로 늘어나는 무리의 한 부분일 뿐임을 깨달았다. 그러자 조금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걱정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다. _본문에서 닫기

출판사 서평

환대는 사라지고 외로움은 감춰야 하는 시대
‘외로움 장관’이 있는 영국에서 온 도시 산책자가 말하는
함께하는 고독, 진정한 나로 살아갈 자유

서울살이 11년차 영국인,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의 디아스포라.
그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껴안은 숨가쁜 도시의 고독…

The Random Thoughts of a Solitary Wanderer

어느 때보다 철저히 연결돼 있지만 깊은 이해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우리에게 고독한 이방인, 다니엘은 고독을 통해 깨달은 달콤한 개인의 소중함을 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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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우리의 산책 zu**3 | 2021-02-05 | 추천: 0 |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나는 내 외로움을 알아, 이 외로움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괜찮아 질것같아.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혹은 나는 외롭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뭐랄까..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곱씹을 기회를 좀 줘야한다'고 맘대로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취급이 어떤지 하루에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그들은 주로 '두유노김치'를 필연적으로 마주한다. 월드... 더보기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나는 내 외로움을 알아, 이 외로움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괜찮아 질것같아.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혹은

나는 외롭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뭐랄까..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곱씹을 기회를 좀 줘야한다'고 맘대로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취급이 어떤지 하루에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그들은 주로 '두유노김치'를 필연적으로 마주한다. 월드컵 이후로 한국에서 지냈지만 작가가 혼자 사색하며 산책하는 모습을 봤다면 (사실 나는 신경 안쓰려고 애쓰는 쪽이겠지만) 어눌한 한국어와 파란 눈, 특유의 땀냄새 그런 것들을 맘대로 연상했을 것이다. 사실 글을 쓰면서 이미 해버린 것 같다. 이 글을 보게 되시면.. 설마 보시겠냐만은 죄송합니다... 가장 눈에 드러나는 피부색 뿐만 아니라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를 낯설게 보고 있다. 오히려 얼굴 없는 익명1과 아이폰의 시리, 거실을 배회하는 로봇청소기에 맘을 붙이는게 더 쉬워진 요즘 이 책은 어째서 우리는 서로에게 각자 존재해야하는지 말한다고 느꼈다. 사실 띠지에서 '개인의 소중함'이라는 말을 보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법을 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긴밀한 유대감과 다정한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게 소위 '라떼는 말이야 동료가 가족이고 어쩌고 미주알 고주알'과는 다르니 안심하셔도 좋다고 생각한다.

책 종이가 보통 다른 책보다 조금 도톰하다고 느껴졌다. 책 분량이 조금 적었나? 한장을 넘길 때마다 두장을 넘긴건 아닐지 몇번 확인하며 읽었다. 실제로 책을 금방 읽기도 했다.

띠지에 적힌 메세지가 흥미롭다. '어느 때보다 철저히 연결돼 있지만 깊은 이해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우리에게 고독한 이방인, 다니엘은 고독을 통해 깨달은 달콤한 개인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개인의 소중함이라.

사회가 발달하고 있다. 21세기 (여튼 뭔가 많이 발전했고 엄청난 속도라는 내용)의 문장들은 진부할 정도로 우리가 얼마나 급성장을 이뤄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찾아온 개인주의와 대화를 어색하게 여기게 된 사람들의 사이 또한 조명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침대에 안가져다 놓던 인형이나 담요들을 마구잡이로 갖다놓곤 했다. 언제나 베개와 침구로만 구성되었던 잠자리에 뭔가 조잡스런 친구들이 함께한 것이다. 익숙치 않아서 결국 창고행이 되었지만 책에서 몸무게의 7퍼센트 정도의 담요가 유행한다는 말을 보니 아, 이거 예삿일은 아닌가? 조금 웃었다. 웃지 못할 말이라 웃었다는 말이 정확하다. 다정함을 돈으로 메꿀 수 있는 경계에 우리는 서있는 걸까? 아니 이미 넘어가고 있는 와중일까. 생각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왜 돈으로 다정함을 메꾸려 하는지 성찰해야한다. 내가 생각한 이 책의 메세지가 그렇다. 어쩌면 그래서 개인의 소중함이 조명되는 걸지도 모른다. 개인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다정할수도 외로울 수도 없다. 저자 소개가 조금 흥미로웠다. '평생 수줍고 조금 우울한 사람이었다'라니 아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흔들릴만한 문장 아닐까? 하지만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2004년의 여자는 모든 것은 허상이고 의미가 없고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공 하나를 가지고 90분을 뛰어다니는걸 보면 피곤해서 쓰러지고말것같은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에게도 마음대로 공감했다. 이런 질문에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길가는 사람을 잡고 물으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에게 삶이란 뭔가요?' 흔히들 말하는 '도믿맨'이 되거나 미친여자가 될 것같은데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의미 아닐까? 나는 한때 이걸 견디기 힘들어했다. 왜 살아! 당신 왜 살아요! 질책하듯 누군가에게 따지고 싶었다. 아마 내가 그 답이 간절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내릴 수 없다.

대신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삶의 결말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나는 필연적으로 죽어야하고 와,,, 진짜 음울한 생각이기 때문에 나는 질문을 접어두기로 했다. 끈질긴 생명과 (뭐 누군가는 접싯물에 코박고 죽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매 순간을 보람차게 보내면 보람차게 느끼고, 행복하면 행복하게 느끼는 이 생기 넘치는 삶을 두고 굳이 죽을 사람처럼 구는 건 그만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는 여전히 가끔 우울하고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못견딜 일들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와 '왜'는 꽤 결이 다른 긍정적 이야기를 제시한다고 말하고 싶다. 퍼스널 스페이스가 중요한 영국인 저자 다니엘이 한국어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했던 것 처럼 우리는 개인을 지켜가며 서로에게 다정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늙고 한동안은 후회할 일이 많아질테니까. 사실 요즘 하는 생각은 우리의 외로움도 학습된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이미 머릿속을 강하게 점철하고 있는 생각을 벗어던지려면 얼마나 오래걸릴까? 외로움과 굳이 대적하는 것 보다 만들어진 세계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지...

의외로 책에서 남성의 외로움에 대해서 조명하고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었는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의 이야기들이 조명받는 와중이라 되려 이런 문제가 어머, 오랜만이다. 하고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물론 저자는 여성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중간중간 피력했다. 음.. 하지만 글쎄? 조금 더 깊게 다뤄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서평단으로 읽게된 책입니다.
닫기
"지금은 '각자'의 외로움을 '함께' 이야기할 때"입니다. ha**yjjoo | 2021-02-02 | 추천: 0 |

저자가 '서울살이 11년차 영국인이자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라는 것 외에는 저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책 소개에 나와있는 저 문구를 보니, 이방 나라에서 오랜 시간을 거주하면서 느낀 외로움에 대해 쓴 책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8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외로움과 닮은 점이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어, 책을 읽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한 달 반 전에 귀국했다) 책의 원제가 "The Random Thoughts of a Solitary Wanderer"인데 한글로 번역을 참 잘했다... 더보기

저자가 '서울살이 11년차 영국인이자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라는 것 외에는 저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책 소개에 나와있는 저 문구를 보니, 이방 나라에서 오랜 시간을 거주하면서 느낀 외로움에 대해 쓴 책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8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외로움과 닮은 점이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어, 책을 읽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한 달 반 전에 귀국했다)

책의 원제가 "The Random Thoughts of a Solitary Wanderer"인데 한글로 번역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표지를 넘겼다. 저자 소개를 읽다가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로 논란을 일으키고'라는 대목에서 빵 터졌다. 원제가 'Random Thoughts'라서 너무 슬프거나 심각한 내용의 책은 아니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저런 기사를 쓸 사람이라면 외로움에 대한 책이지만 분명 유쾌한 면이 묻어나올 것 같아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더 커진 채 첫 페이지로 들어갔다.

저자가 책의 초반부에 "외로움은 말하자면 내 기본 사양이다(15페이지)"라고 하는데, 나도 항상 외로웠다.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외로운 것 같지 않은데 유독 나만 그런 것 같아서 그 외로움이 배가 되곤 했다. 내가 외동이라서 그런건지, 혈액형이 B형이라서 그런건지 (B형이 외로움을 더 타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그냥 어딘가 이상해서 그런건지, 많이 생각했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 미국에 도착하고 보니 나는 그저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외국인'에 불과한데다가, 한국인이 많이 사는 대도시가 아니면 내 또래의, 나와 같은 성별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외로움에 허덕이다 내가 미국에서 내린 결론은, 이 책에도 나오는 '자발적인 고독'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삶을 나의 방법으로 즐기려고 노력했다.

"삶이란 결국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60페이지)"

이 책에서 너무나 맘에 들었던 말이다. 개개인이 '아, 외롭다'라고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전염병처럼 너도나도 외롭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자살, 충동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되었다. 예전에는 우울증을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건 그 사람의 정신이 약해 빠졌으니 정신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제 우리는 우울증의 원인이 한 개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도시화, 가족구조의 변화, '바쁘게 살기' 예찬, 스마트폰 문화, 직장에서의 소외, 극대화된 이동성 등 한두 세대 전에는 없었던 원인들 때문(20페이지)"인 것 즉, "공동체 상실과 사람들 간의 단절(15페이지)"이라는 사회적인 이유 때문인데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가 외로움을 헤쳐나갈 방법은 바로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내는 것"인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서, 저자는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각 챕터에 소소하게 담아내고 있다. 신박한 방법들은 아니다. 몇 개만 나열하자면 자연을 가까이 하기, 다른 사람의 시선과 판단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성공과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 자원봉사하기, 삶의 유한성 앞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다시 돌아보기, 무의미해보이는 것 같아도 무의미하게 즐겁게 살기 등이다. 우리가 익히 많이 들었던 방법들이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방법들이긴 하다. 근데 거기에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약간의 대담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삶의 외로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어떤 일회성의, 임팩트가 큰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순간을 또 곳곳을 용기를 내어 느끼고, 즐기고, 누리며 때로는 용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삶을 즐겼던 방법이 집 주위 공원에서 걷기, 책을 언제나 손에서 놓지 않기, 하루에 한 잔은 맛있는 커피 마시기, 아이 학교에 발런티어 하기, 아이와 함께 닌텐도 게임하기, 피아노 배우기 등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들여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런걸 '소확행'이라고 부르더라) 물론 가끔은 시간을 내어 놀러도 가고 여행도 가고 했지만, 결국 우리 삶을 채우는 건 매일 하기 때문에 시시해보이는 것 같지만 우리 삶을 꼼꼼히 채우고 있는 바로 그 일상을 성실히 살아내야 하는 순간들인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요즘 서점에 널리고 널린 게 외롭고 아프고 힘든 우리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책들인데 이 책이 이렇게 추천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을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몰랐을텐데 미국에서, 고작 8년뿐이지만, 외국물을 먹으며 살고 와서 보니 눈에 보이는 한국의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한 면들이 이 책에 조금씩 담겨져 있다. 저자가 '한국에서 11년을 거주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내가 경험한 미국이, 그것 역시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이지만, 한국보다 더 발전되고 좋은 것은 절대 아니고, 저자가 백인이라거나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서 무조건 우수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서양을 따라가야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 책에도 나오듯이, "(서구적 태도는) 서구에서 먼저 시작된 방식이니 어떤 면에서는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사실 이는 생활수준과 교육이 발전하고 현대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31페이지)"인 것이다. 우리가 갑자기 미국인들과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질 수도 없고 우리에게 외로움을 주는 이 사회를 단번에 고칠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겠지만, 우리의 외로움의 문제를 바라보고 더군다나 그 원인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있다면, 때로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여전히 먹고 살기에 바쁜 나라,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나라인 것 같다. 저자는 "각자의 외로움을 함께 얘기할 때"라며 책을 맺고 있는데, 우리가 '함께 얘기'를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여유를 만들려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하는데 우리가 인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 바로 그것이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게 산책할 때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갈텐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에는 우리가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또 한국 사회에 대해 '함께 얘기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닫기
부러웠던, 고독, 그 생각 vo**ehw | 2021-02-02 | 추천: 0 |

온라인 서점에서 그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꽤 인상깊었고 그래서 이 사람 누구지 싶어서 찾아본 결과, 어느 유명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구' 남친이 되어 버린 사람.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이자 영어강사, 사업가, 그리고 작가... 그의 신작인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을 읽으며 다양한 역할을 타국에서 소화해내는 그를 떠올리자니. 한편 생각해본다. 그 고독 속에서 개인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그 에너지이 원천은, 다름 아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을 따라가는 강인함, 유지, 실행력, 습관...... 더보기

온라인 서점에서 그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꽤 인상깊었고 그래서 이 사람 누구지 싶어서 찾아본 결과, 어느 유명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구' 남친이 되어 버린 사람.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이자 영어강사, 사업가, 그리고 작가... 그의 신작인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을 읽으며 다양한 역할을 타국에서 소화해내는 그를 떠올리자니. 한편 생각해본다. 그 고독 속에서 개인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그 에너지이 원천은, 다름 아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을 따라가는 강인함, 유지, 실행력, 습관...산책이든 사색이든 글을쓰는 습관이든, 의외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다보니 이런 책마저 쓰게 된 건 아닐까 싶었다.

책 자체를 보자면 일단 꽤 사색을 하게 만드는 '에세이' 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에세이를 좋아한다. 너무 가볍지 않은, 그치만 무겁지도 않지만 뭐랄까, 묵묵한 생각을 '개인' 적으로 할 수 있게 유도하게되는 어떤 잘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 뭐랄까. 솔직히 젠틀한 기분이나 젠체함도 섞여 있지만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근사하고 멋지고, 그래서 좀 부럽기도 해서 '쳇' 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게도 되는 (내가 좀 독특한건가 싶지만) 아무튼 그의 젠체한 문장이 어딘지모르게 부러우면서도 사실은 엉뚱한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당신이 '아빠' 이고 '육아러' 라면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이 언제까지 가능하시겠는가 라는 도발적 유아적 질문을 해보고 싶었던. (하........ㅋ)

일부로서 깃들어 살던 환경을 이제 지배하고 개조하는 자로 변하면서 우리는 지구를 손에 든 거대한 근육지르이 조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 본능에 각인된 자연을 원하는 마음은 이제 어디서 갈증을 달래야 할까.

바이오필리아

개인으로 존재하고픈 욕망의 핵심은 단지 집단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위계적인 문화와 무례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다. 회사생활뿐만 아니다. 집, 학교,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질문을 받지 않을 자유, 청하지 않은 조언을 듣지 않을 자유, 진로 결정과 옷 입는 스타일과 외모와 사귀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의 부재) 기타 등등을 조사받고 비판받지 않을 자유, 그리고 혼자 있을 자유, 양심을 존중받을 자유를 원한다.

점심은 혼자 먹겠습니다.

근사하고 멋들어지는 생각이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서구 사회에서 나오는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나오는 어떤 '부러움' 이라고도. 하지만 내내 생각하자니 그렇게 '변명' 짓는 게 더 우스운 꼴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개인의 태도' 와 사고,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천에서부터 나오는 어떤 근사함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걸까. 모든 이가 '구시대적' 이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 아니 최대의 어떤 '고독한 자유' 를 즐기려는 건 사실 얼마든지 해낼 수도 있는 법이니...

문득 나의 '자유' 를 생각해보곤 했었다. 아이들을 기관에 잠시 보낸 이후 한낮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거실을 바라보면서 얼그레이를 홀짝이고, 베이킹이 다 된 오븐을 열어보고, 미소짓고, 식탁 위에서 책을 읽고 몇 문장을 쓰고, 집안일을 하고 다시 육아를 하고, 잠에 들고 다시 새벽을 맞이하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언제나 혼자를 갈망하게되는 깊은 순간에서는 우울함도 느끼곤 하지만.

자유롭지 않은 일상이 존재하기에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분명 그렇다고. 빛과 어둠처럼. 침묵과 소란처럼.

한편, 이 멋진 젠체함이 어디에서 나오나 싶었는데 그는 어쩌면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와는 조금은 거리를 둔 채 개인의 자유, 인간의 존엄, 건강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라는, 나름의 독자적 해석을 해볼 뿐이다. 우스운 표현일 수 있지만, 작가는 그리하여 '로빈후드' 나 '동학개미' 가 되지 않고, '공매도' 엔 관심이 전혀 없고 (아니 있는데 드러내지 않을 뿐이던가) '게임스탑' 과 '은 매수' 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지배적 주류문화에 나름 반기를 들며 고독하게 생활을 이어가는 자라는 생각. (아 그래서 멋진거였다. 난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

지배적인 문화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기적인 것이 온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분리된 개인이라고 주장하는 문화 속에서 살면 결국 그렇게 된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걸어온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리사욕에 눈먼, 숫자에 집착하는 소비문화의 무의미함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바꿔야 할 때다.

그의 생각이 너무 멋있었다. 반할 정도로.... (이런 남성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한다면 과연 어떨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의 외로움이 어떤 것으로부터 나오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슷하고도 다른 '인간' 이지만 그 인간으로 산다면 외로움은 영원할 것이라는 것도. 게다가 현대사회일수록, 기술이 진보하고 자본주의가 끊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리하여 나는 어떤 답을 나름대로 내려본다. 인간으로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고독이나 외로움은 그가 말한대로 '제 3의 공간' 을 통해서, '도시 산책' 을 하면서, '진정한 나' 를 살아가려는 의지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당장 이 책을 읽고 접어둔 몇 페이지의 문장을 필사하고, 기록하고 싶어서 이렇게 서평을 쓰고 앉아있는 평일 한낮의 고독, 이 즐거운 고독(!) 을 다만 즐기며, 오늘 하루 '나' 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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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때 lo**phrae | 2021-02-02 | 추천: 0 |

막연하게 외롭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혼을 한 사람들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니 배우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외로움의 해결책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인간 근원에서부터 오는 외로움"이라는 게 이런걸까. 책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롭다는 감정을 차분하게 서술한다. 내가 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질서정연하게 설명해 놓은 글을 읽으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다. 그래 그렇지, 맞어 정말이라며 연신 고개를... 더보기

막연하게 외롭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혼을 한 사람들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니 배우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외로움의 해결책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인간 근원에서부터 오는 외로움"이라는 게 이런걸까.

책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롭다는 감정을 차분하게 서술한다. 내가 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질서정연하게 설명해 놓은 글을 읽으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다. 그래 그렇지, 맞어 정말이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예전에는 한 마을에서 다같이 아이를 키웠다면 지금은 각자가 자기 자식을 기르느라 고분군투한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엄마가 집에 없는데 열쇠가 없으면 옆집에 가서 아줌마가 해주는 간식도 먹고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돌아오면 집에 오는 건 예삿일이었고 맛있는 음식을 하면 옆집이랑 나누어 먹기도하고 했는데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좋게 보면 사생활을 존중해 주게 되었고 나쁘게 보면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 게 된 거다.

공동체 의식이 옅어지고 사회가 파편화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작가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최근 수년간 급속하게 달라진 한국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나 사람간의 분위기를 잘 포착해 낸다. 각자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는 일명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의 분위기가 형성된 건 매우 긍정적이지만 이와 더불어 아예 남에게 무관심해지는 건 정말 생각해볼 문제이다.

<p style="padding: 0px; line-height: 1.5; color: #464646;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background-color: #ffffff;"> </p>

나 혼자만 겪는 줄 알았던 외로움이 다른 사람도 겪는 일이고 이렇게 글로도 출판되는 걸 보면 이미 보편적인 생각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에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때"라는 말의 울림이 크다. 닫기
[서평단]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em**n92 | 2021-01-31 | 추천: 0 |

[서평] 생각은 끊임없이 변한다. 옳다고 생각하던 가치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도. 무엇이든 확실한 건 없어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세상 쫄보인맑은 고딕 나는 내 감상평을 남기기에 앞서 살짝 밑밥을 뿌려 놓고 시작해 보려한다. 훗날 내 생각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 2021년의 내 생각이 이렇다고. “외로움” 나는 확실히 외로움을 잘 느낀다. 분명 혼자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편하... 더보기

[서평]

생각은 끊임없이 변한다. 옳다고 생각하던 가치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도.
무엇이든 확실한 건 없어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세상 쫄보인맑은 고딕 나는 내 감상평을 남기기에 앞서 살짝 밑밥을 뿌려 놓고 시작해 보려한다.
훗날 내 생각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 2021년의 내 생각이 이렇다고.

“외로움”

나는 확실히 외로움을 잘 느낀다.
분명 혼자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편하고
또 혼자만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는 걸 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내가 유난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내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거란 걸 깨달은 건
대학시절 나와 비슷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고 공감해주던 친구를 만나고 나서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하고도 불쑥 튀어나오는 외로움은 여전히 힘들었다.
이런 나를 데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때론 큰 스트레스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내게 공감해주던 그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달까

물론 저자가 나와 같은 감정으로 이 책을 썼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 사람 생각이 모두 다르듯, 외로움의 정도나 느낌도 다를테니까.
단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뻔한 조언들이 아니라 좋았다.

요즘엔 사실 코로나블루로 전세계가 다운되어 있는 분위기라
이런 이야기가 좀 더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백프로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틈틈히 공감되고 인상적인 구절들도 많았다.
특히 외로움이 커지면 타인을 오해하기 쉬어진다 했던 부분에선 괜히 찔려 반성을 했고,
관계에 완벽을 추구해 이도저도 아닐바에 혼자가 낫다는 문장엔 새삼 내 지난 관계들을 떠올려 보게 했다.

혼자일때도 행복해야 진짜 행복이라는 믿음(?)이 있는데,
저자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외로움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신선했다.
내 감상평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이긴한데,
책 자체는 주제에 비해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담백하게 쓰여진 편이라,
만약 출퇴근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걸 찾는 사람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발췌문]

P22
외로움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외로움을 유발하는 무서운 영향을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수 발표됐다. 외로움이 장기화되면 우선 혈압이 올라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덩달아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조기 사망 가능성도 26퍼센트 상승하는데 이것은 비만이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수치다. 사회적 맥락을 오판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나쁜 점만 보게 돼 생활 자체가 훨씬 힘들어진다.

P25
창조적인 일은 고사하고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만들 만큼 내게 외로움은 무서운 존재다.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잘못 보게 하기도 한다. 예컨대 최근 한 친구에게서 칭찬을 들었는데 그럴 리가 전혀 없는데도 어쩐지 빈정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튿날 그가 했던 말을 곰곰이 떠올려보고 내 판단이 실수였음을 깨 달았다. 이것은 외로운 사람들이 늘 경험하는 문제라고 한다. 방어적인 자세에 돌입하면서 공격에 대한 촉각이 예민해지는 것이다. 비교적 외로움에 대한 감각이 둔해서 타인과의 접촉이 덜 필요한 사람도 있다.......유전적으로 외로움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긴데, 그러니 외로운 사람을 일종의 낙오자로 치부하는 건 불공평하다.

P27
내 삶은 대체로 외로웠다. 자유의지로 선택했지만 일단 내 삶의 방식 부터가 외로움을 많이 유발함을 깨 달았다....관계에 관해서는 또 완벽주의자여서 나와 꼭 맞지 않는 누군가와 사귀기보다는 차라리 독신이 편한 사람이다. 나는 그야말로 내 의지로 모든 걸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지만 이는 곧 어떤 것에도 절대적으로 충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제를 내포한다.

P31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의 핵심은 단지 집단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위계적인 문화와 무례한 간섭으로 벗어나고 싶은 욕구다. 회사생활 뿐만이 아니다. 집. 학교.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질문을 받지 않을 자유, 청하지 않은 조언을 듣지 않을 자유, 진로 결정과 옷 입은 스타일과 외모와 사귀는 사람(또는 그런 사람의 부재) 기타 등등을 조사받고 비판 받지 않을 자유, 그리고 혼자 있을 자유, 양심을 존중 받을 자유를 원한다.

P67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지.

P74
그만큼 걷기의 속도와 리듬은 생각에 큰 도움을 준다. 걷다 보면 방금 전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되고 그걸 대신해줄 더 나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다.......걷기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풍경을 지나쳐가는 일은 일련의 생각을 지나쳐가는 과정과 반향 하거나 그것을 자극한다.

P85
지위에 바탕을 둔 자존감이든 근거 없는 영미권식 자존감이든 방어적인 자세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똑같다. 결국 사회에서 배신을 당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에 이르는 일이 없어야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인데, 두 가지 모두 우리 통제권 밖에 있다. 나만 해도 손대는 일마다 실패한 시기가 있었으며, 90퍼센트는 순전히 운으로 성공을 거둔 일들도 있다. 실패 시기에는 친구들을 피했고 자살까지도 생각했다 성공시기에는 얼마간 사회의 인정을 받았다는 데서 조금 자랑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두 시기 모두 한 인간으로서 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저 운의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던져졌을 뿐이다. 따라서 딱히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서도 얻어서도 안 되었던 거다. 다만 상황과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만일 뭔가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면 바로 그것 아닌가 싶다.

자긍심은 내면에서 나와야 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나 세상의 평가와 무관하게 증대되어야 한다. 삶이 다 그렇듯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누구보다 낫다는 식의 믿음이나 비교가 틈입하면 안된다. 오만해지지않고 남보다 낫다는 생각 없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P96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같은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각자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할 자유를 존중하며, 사회와 집단에서의 소속감 또한 누리고 상대의 사생활과 양심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처럼 이웃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P99
게을러서도 나쁜 사람 이어서도 아니었다. 언제나 열심히 일했지만 경력관리나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못했고 그냥 운이 나쁘기도 했다. 어쩌면 자본주의 세계를 헤쳐 나가는 것도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나는 만인 덕분에 나다. 내 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지만 그 ‘나’ 를 내가 다닌 학교와, 내가 알고 지내왔으며 나를 독려해준 사람들과, 영국 사회 전반으로부터 떼어놓을 순 없다. 모른 체하지 않고 나에게 투자해준 국가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 온 후로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이 나를 여러 면에서 변화 시켜놓았다. 이 환경과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것이 모두 다 내가 받은 행운이다. 내가 거둔 어떤 성공이든 그게 전적으로 나의 노력과 재능 덕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허튼소리다.

P118
국가 경제력 신장을 위해 출산의 역군이라고 등을 떠밀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자녀가 있어야만 사람이 완전 해진다는 생각은 우리 내면에 각인되어 있으되, 이는 사회와 부모가 주입시켜준 것이기도 하다......언젠가 아빠가 되는 미래를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필연으로 보지도 않는다.

P134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욱 멋진 사실은 평소에 베풀며 살수록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감소하고 행복감은 증가하며, 혈압은 낮아지고 예상 수명이 늘어나는 등 건강 면에서 수많은 장기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훌륭한 해독제들을 열거해 놓은 느낌이다.

P158
모든 것은 빌린 것이며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도 잠시 머무르다 떠나게 되어 있다. 그것을 알고 시작하면 훗날의 상심도 조금 덜할지 모르고 함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더욱 귀중히 여길 수 있다.

P161
그냥 삶이 무의미해도 그럭저럭 수용할 만하다고 느끼게 됐다. 무의미함은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귀감으로 삼을 어떤 커다란 본보기도 의무도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근본적인 무의미함은 가벼운 해방감을 준다. 사르트르가 말했듯 실존이 본질에 앞서지 그 반대가 아니다. 우리는 동료 인간이나 신, 또는 다른 초자연적 존재가 제시한 특정한 임무를 완수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냥 여기 있고 우리의 소명을 찾는 일도 우리에게 달렸다. 바로 그 탐색 이야말로 우리 삶이 가치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P164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무의미하게 진정하고 무의미하게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내게는 가장 이상적이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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