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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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9년 12월 4주 선정
―속수무책 무릎이 꺾이는 삶의 복판에서
김사인 시인이 매일 고르고 살아낸 82편의 시
작가정보
저자(글) 김사인
195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1981년 『시와 경제』 동인 결성에 참여하면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 무크 『한국문학의 현단계』를 통해 평론도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편저서로 『박상륭 깊이 읽기』 『시를 어루만지다』 등이 있으며,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을 진행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지훈상 등을 수상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오래 가르쳤다.
목차
- 책머리에
1부
김광섭 ㆍ 나의 사랑하는 나라
이성선 ㆍ 별을 보며
김종서 ㆍ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프랑시스 잠 ㆍ 위대한 것은 인간이 하는 일들이니……
서정주 ㆍ 신년 유감ㆍ1965년 1월 1일
박용래 ㆍ 저녁눈
이순신 ㆍ 자식의 복을 입고
허난설헌 ㆍ 자식들의 죽음을 곡하다(哭子)ㆍ032
천상병 ㆍ 편지
이육사 ㆍ 절정(絶頂)
김소월 ㆍ 지연(紙鳶)
최익현 ㆍ 오적들을 벨 것을 청하는 상소(請討五賊疏)
이용악 ㆍ 그리움
라이너 마리아 릴케 ㆍ 엄숙한 시간
신동엽 ㆍ 산문시1
박목월 ㆍ 가정(家庭)
황진이 ㆍ 동짓달 기나긴 밤을
백석 ㆍ 여우난골족
민영환 외 ㆍ 대한제국 애국가
2부
김영랑 ㆍ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자크 프레베르 ㆍ 공원
도연명 ㆍ 아들을 꾸짖다(責子)
김종삼 ㆍ 어부
오규원 ㆍ 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박지원 ㆍ 염재기(念齋記)
구전 노래 ㆍ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이성부 ㆍ 봄
오장환 ㆍ The Last Train
윤동주 ㆍ 참회록
신현정 ㆍ 오리 한 줄
고려시대 노래 ㆍ 동동(動動)
정지용 ㆍ 춘설(春雪)
신채호 ㆍ 백두산 가는 길(白頭山途中)
박재삼 ㆍ 소곡(小曲)
파블로 네루다 ㆍ 질문의 책3
정약용 ㆍ 죽란시사첩 서(竹欄詩社帖 序)
김규동 ㆍ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김소월 ㆍ 초혼(招魂)
작자 미상 ㆍ 광복가
3부
김동환 ㆍ 강이 풀리면
라술 감자토프 ㆍ 학(鶴)
대한민국헌법 전문
유치환 ㆍ 누가 이 기(旗)를 들어 높이 퍼득이게 할 것이냐
장주 ㆍ 소요유(逍遙遊)
성 프란치스코 ㆍ 평화의 기도
김성탄 ㆍ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박정만 ㆍ 마지막 편지
이상 ㆍ 꽃나무
신동문 ㆍ 비닐우산
레미 드 구르몽 ㆍ 머리칼
이규보 ㆍ 술 마시는 아들 삼백에게(兒三百飮酒)
정한모 ㆍ 나비의 여행
박성룡 ㆍ 풀잎
최하림 ㆍ 춘분
김기림 ㆍ 바다와 나비
조선 후기 판소리 ㆍ 부가 돈타령
서정주 ㆍ 한양호일(漢陽好日)
에릭 클랩튼 ㆍ 천국의 눈물
조지훈 ㆍ 완화삼(玩花衫)ㆍ목월에게
전봉건 ㆍ 돌13
4부
폴 베를렌 ㆍ 하늘은 지붕 너머
김춘수 ㆍ 서풍부(西風賦)
존 던 ㆍ 누구를 위한 조종(弔鐘)인가
김종길 ㆍ 사시(四時)
이장희 ㆍ 봄은 고양이로다
두목(杜牧) ㆍ 청명(淸明)
손로원 ㆍ 봄날은 간다
이선관 ㆍ 살이 살과 닿는다는 것은
황금찬 ㆍ 매화에 부치는 편지
해방기 민요 ㆍ 일본놈 일어서니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ㆍ 기탄잘리1
정지용 ㆍ 유리창1
신동엽 ㆍ 좋은 언어
신동집 ㆍ 어떤 사람
임길택 ㆍ 저녁 한때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ㆍ 기수(騎手)의 노래
박두진 ㆍ 청산도(靑山道)
함석헌 ㆍ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기형도 ㆍ 엄마 걱정
한성기 ㆍ 산에서1
김구용 ㆍ 제비
이응태의 아내 ㆍ 원이 아버지께 올림
책 속으로
사소한 사물과 노동의 선량함에 대한 천진한 찬미.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의 복됨이라니!
낭만적인가. 우리의 나날이 고달플수록 생의 근원을 향한 이 깊고 본래적인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이 긴요하다.
/ 23쪽
세상의 모든 죽음은 나를 쳐다보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적 개안의 전율 같은 것이 이 시에는 있다. 지상의 어디선가 지금 일어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를 향해 일어나는 것임을, 아무리 사소한 일도 우리 모두에 속하는 것임을 본 것이다.
/ 45쪽
‘종이 위의 시’만이 시의 전부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은 실상 근거가 박약하다. 당대 사람들의 광범위한 바람이 담긴 노랫말과 이야기들을 아우르는 ‘시’라야 한다. 밥 딜런에게 문학상을 준 노벨상위원회의 문제 제기 또한 거기서 멀지 않을 것이다.
/ 109쪽
길의 멂에 초조해할 것이 아니라 오직 바람이 두터운가를 살필 뿐이다. 구만 리 두께 바람의 힘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우리의 날개와 바람은 어떠한가. 두텁고 긴 호흡을 잊지 않을 일이다.
/ 125쪽
사랑만이 이 풍부하고 섬세한 감각의 축복을 가능하게 한다. 구르몽의 시 「낙엽」을 읽지 않고 사춘기를 지나온 이도 있을까. 시도 시지만 ‘시몬’라는 이름의 초콜릿 같은 이국적 매력에 우리는 반은 녹았다. 서양은 우리에게 그렇게 왔었다. 구르몽은 박은식, 이완용과 동갑의 프랑스 시인.
/ 142쪽
이선관 시인은 중증의 뇌성마비인 채로 고향 마산을 지켰고, 마산은 그의 꾸밈없이 곧고 맑은 시를 품어 돌봤다. 그는 자신의 장애보다 세상의 장애를 더 아파했다.
/ 185쪽
출판사 서평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운다. 그럴진대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자신이 처한 시대와 뭇 목숨들의 열망에 깊이 사무쳐, 뜨겁게 때로 섧게 울고 부르짖는 자, 요컨대 시대의 온전치 못함을 ‘잘’ 우는 것으로 본분을 삼는 자이다. 그 부근의 일이 이른바 ‘시하는’ 노릇일 터이며, 시인이란 바로 그러하고자 무진 애쓰는 자들, 그와 같고자 제 몸과 넋을 시대의 복판에 내놓는 자들을 가리키는 이름이어야 한다. 시인인 한, 아프고 근심하고 분노하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_‘책머리에’에서
『밤에 쓰는 편지』(1987), 『가만히 좋아하는』(2006), 『어린 당나귀 곁에서』(2015) 세 권의 시집을 상재하며 쓰기의 형식으로 “‘시하는’ 노릇”을 이어왔다면, 이 책은 읽기의 형식으로 ‘시하고자’ 했던 시인의 노력일 터이다. ‘시대를 아파하고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는(不傷時憤俗非詩也)’ 다산 정약용의 언명을 손에 쥔 채, 시인은 나라 안팎의 격랑을 직시하며 한 편의 시에 나날의 소감을 붙였다.
급할수록 더디다. 지쳐 숨이 넘어갈 때쯤, 마침내 올 것은 온다, 더디게 더디게. 그것이 봄이다.
오면, 봄이 오면, 눈부셔 맞이할 수 없고, 소리가 굳어 이름조차 부를 수 없다. 새날, 새봄은 그렇게 온다. 나의 봄도 너의 봄도, 서울만의 봄도 평양만의 봄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봄이어야 한다.
_81쪽
한기가 가시지 않은 2월의 어느 아침, 저자는 이성부 시인의 「봄」을 골랐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라고 시작하는 시. 이 시를 고른 소회에 저자는 “긴급조치의 시대이던 1974년의 작품. 사십 년도 더 전의 시를 마치 오늘의 것인 양 읽게 되는 심정이 기구하다”라고 덧붙였다. 으스스한 봄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낯설거나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더더욱 시대의 아픔을 통감하는 것이다.
내가 ‘나라’라고 아는 이것이 참 ‘나라’가 맞는가. 내가 ‘시’라고 ‘문학’이라고 알고 있는 이것이 참 ‘문학’은 맞는가. 여기 내가 ‘나’ 맞는가. 아닌 줄을 알고나 있나 나는.
글 속의 분열적 유체이탈이 잠시 어이없다가, 생각할수록 남의 일이 아니어서 웃지 못한다. 내가 없으니 내 일을 남 일로 보고 남 노릇을 내 일인 줄 안다. 큰 것에는 허술하고 작은 것에만 골몰한다.
_77쪽
연암 박지원이 삼십대에 쓴 글 「염재기」의 한 대목을 옮기며 저자가 덧붙이 글이다. 술 취해 자다 깨 자기 자신을 찾는 ‘송욱’의 ‘분열적 유체이탈’이 남의 일인 것만은 아니라 서늘히 깨달은 터. “이백여 년 전에 제기된 이 ‘참된 나’ 화두가 아파, 일세의 문장다운 함축과 여운을 기릴 겨를이 없”어 슬프다 적으며 저자는 한 시기를 또 묵묵히 기록해둔다.
이렇듯 저자는 연구자이자 시인으로서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 가운데 현재의 우리가 거울처럼 들여다봄직한 시들이 곳곳에서 출몰했음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깊이 생각해왔을 터이고, 그 감식안과 고찰이 이 책의 기본 뼈대가 되었다.
‘시’를 시늉한 겉모양이 시가 아니라, 안의 사무침이 시인 것
―예와 오늘, 동양과 서양을 비롯, 말과 노래까지 아우른 ‘시’를 정의하는 특별한 기준
상기한 「염재기」와 같이 김사인 시인이 고른 ‘시’의 범주가 폭넓다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 될 것이다. 저자는 그날그날 상황에 가장 의미 있을 시를 고르되 한시와 외국 시까지 포함했으며, “시만이 시가 아니라 모든 절실하고 애쓴 언어들은 시에 준한다는 생각”을 더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1919년 청년들이 목청껏 부른 노래 〈광복가〉에서부터 〈대한제국 애국가〉, 「대한민국헌법 전문」, 「흥부가 돈타령」, 「소요유」, 신채호의 한시와 릴케, 프랑시스 잠, 자크 프레베르의 시, 그리고 에릭 클랩튼의 〈천국의 눈물〉까지 한 권에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가 그에 있다.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말과 글을 입으면 그것이 바로 시다. ‘시’를 시늉한 겉모양이 시가 아니라, 안의 사무침이 시인 것이다”라는 저자의 신념과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저자가 「책머리에」에 밝힌 시 선정 기준을 좀더 살펴보자.
작고 시인들의 글과 시만을 대상으로 삼기로 정했다(죽은 아들에 바친 에릭 클랩튼의 노래 가사가 유일한 예외다). 우리의 시 읽기가 대체로 온고지신에 소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 좋음에 비해 독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거나 오해된 시인과 시를 우선했고, ‘참여’를 표방했던 쪽보다는 전통 서정시 쪽을, 중심부보다 주변부, 서울보다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시인들을 좀더 앞세우려 했다. 익히 알려진 시인일수록 가능하면 그의 또다른 면모를 소개하려 애썼다.
‘좋은 언어’가 더 쌓여야 한다
―날마다 시를 읽는다는 것, 그 일은 우리를 어디에 가닿게 하나
시간은 흐르고 오늘도 달력은 넘어가지만 과거가 된다 해서 그것으로 끝인 일은 무엇 하나 없음을 우리는 안다. 행복보다는 불행에, 안정감보다는 불안함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이 시대와 세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삶다움, 사람다움의 고귀한 가치를 찾아내 밝히려는 자, 그를 우리는 시인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지. 언어의 쓸모를 확인하고 메마른 일상의 소통 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문학을 우리는 시라 부르는 것이 아닐지. 쓰고 참담한 소식들 가운데 김사인 시인이 ‘시하기’를 통해 지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아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고 기다려보세요”로 시작하는 시, 신동엽의 「좋은 언어」를 고른 날 덧붙인 글에서 엿볼 수 있으리라.
눌변이지만 진심인 염려의 말, 따뜻한 믿음의 말,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상대가 좋아하니 나도 따라 기분이 좋은 마음의 말, 연민의 말. ‘좋은 언어’가 더 쌓여야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좋은 세상이 온다고 이 시는 간곡하게 이른다. 1970년 4월 발표된 신동엽 시인의 유작.
_198쪽
기본정보
ISBN | 9788954660006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2월 15일 |
쪽수 | 224쪽 |
크기 |
135 * 195
* 21
mm
/ 355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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